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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제는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저영향 개발

저영향 개발(Low-impact development)을 말하다

남들이 볼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고 보일지라도 늘 조경의 영역에 있었다.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특성 상 왜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심미적 기능과 그늘 제공과 같은 일차원적 이유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탄소 저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영향 개발이란 무엇인가?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공해나 오염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개발하더라도 영향을 덜 주도록 개발하자는 개념이다. 조경의 관점에서는 수질 오염이나 빗물 유출과 관련해 자주 다루곤 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죽는 이유는 대개 물 때문이다. 종종 가로수의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땅 속에 물이 없어서 그렇다. 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딱딱하게 다듬어져 땅 밑에 물이 없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대개 겨울에 얼어 죽는다. 땅속보다 표면이 훨씬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공사가 최우선이었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땐 괜찮았다. 도시와 숲의 경계가 빗물을 저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숲과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도시에는 물이 없어졌다.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전임교수
전) 도시물환경연구소 소장

윤희재 교수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전임교수
전) 도시물환경연구소 소장

중요한 것은 성과보다 방향성

빗물제로유출시범사업과 물순환선도도시 등, 저영향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성과가 얼마나 컸는지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성과가 얼마가 됐든 그런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긴 했다. 예를 들어 아스팔트 포장과 투수 블록 포장에 동일한 조건으로 물을 뿌렸을 때,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서 6배나 빨리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일반인이 체감하긴 쉽지 않다. 지나친 개발로 인해 무언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존재했고, 그렇기에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실제로 환경 개선의 효과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인데,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곳은 기존에 하던대로만 개발하자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인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90년대 중반에는 생태라는 용어가 보편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 국민에게 낯설지 않듯, 저영향 개발도 보편화되길 바란다.

사설 

‘기후 음모론’의 음모

6월 5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유엔 산하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치되었다.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한 날로, 각국은 법정 기념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정부, 기업의 다채로운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언듯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해 전 지구인이 한마음인 듯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이 아니다. 수많은 과학 데이터가 가리키는 압도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를 ‘기후 위기론’자들의 사기극이자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올해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의 유력한 당선 후보자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비중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다.

 

미국 국민 4명 중 1명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당선을 원하는 트럼프 후보가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공공연하게 외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인구통계 숫자가 있다고 하겠다. 같은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 보자. 트럼프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상황이 미국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장취재

6월 '환경의 날' 특집ㅣ중랑학생 기후행진

2024년 6월 5일, 국제 환경의 날을 맞이해 중랑구 6개의 혁신학교 학생회가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2024 중랑학생기후행진’ 행사를 개최했다. 6개 학교는 4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주간을 맞아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등교 맞이 캠페인, 기후 위기 플래시몹, 기후 소송 관련 전시, 환경 실천 행사 등을 다양하게 운영해 왔다. 학생들이 직접 모여 기획한 ‘중랑학생기후행진’에서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신현중학교에서 망우역까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구호를 외쳤다. 이날의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15:30~16:00)는 신현중학교 중앙 정원에서 진행되었다. 저마다의 생각을 적은 피켓을 들고 모여 앉아 6개 학교 학생 회장이 공동으로 작성한 ‘중랑학생기후행동선언’을 낭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행진 전 몇몇 학생들은 북극곰 코스튬과 공연 의상을 입고 기후 위기 심각성을 담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으며,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 힙합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부(16:00~17:30)에서는 지구를 지킬 골든 타임이 2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리며 행진에 나섰다.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지구 모양의 대형 풍선, 거대 기후 시계, 현수막이 학생들과 함께 장관을 이루었다.

Q: 처음과 비교하면 지금의 생활은 좀 어떻게 달라졌어요?

 

빈: 채식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육식 산업이 동물을 착취하는 모습과 직면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동물을 위해 채식하고 있다. 채식에도 층위가 나뉘는데, 그런 이유로 나는 육류, 유제품, 달걀, 해물을 모두 섭취하지 않는 ‘비건’이 되었다. 솔직히 채식한 뒤로 위염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무렴 육식을 즐기던 때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엄청난 차도를 보이진 않는다. 이제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류마티스 약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채식이 비교적 건강할 수는 있지만, 나는 정크 푸드를 사랑하는 비건이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제일 좋아하는 비건 푸드는 파파존스 그린잇 비건 피자와 제로 펩시이다. 이름만 들어도 불건강하지 않나? 산채 나물 비빔밥이나 곰치 장아찌 같은 것들을 매일 해 먹을 기력도 재력도 없다. 이렇게 말했지만 요즘 좀 건강히 먹으려고 다시 노력 중이다. 일을 때려치우고 쉬는 동안 건강을 회복하려 보약을 지었다. 적어도 보약 먹는 동안은 밀가루도 끊고 탄산음료도 끊으려 한다. 그렇다고 진짜 산채 나물을 무치진 않는다. 그냥 샐러드를 사 먹는다. 아, 밀가루를 끊으려니까 대체육을 거의 못 먹게 되어 좀 슬프다. 콩고기에 밀가루가 그렇게 많이 함유되는지 몰랐다.

Q: 어쩌다 채식하고, 쓰레기 안 만들고, 새 옷을 안 사게 되었어요?

채식주의자 빈: 시작은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선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고,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만성 위염을 앓았다. 위염의 끝은 식도염이라고 하였나, 위액이 식도를 타고 올라 오는 고통을 겪다 2019년 봄에 건강식을 결심했다. 너무 세속적이고 뻔한가? 원래 사람은 자기 안위부터 시작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채식을 건강과 연관 짓는 경향이 있어 나도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했다.

쓰레기 배출량 0에 도전하는 린: 다르지 않다. 나 또한 뻔한 사연의 소유자다. 결벽증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게 청결은 제1의 문제이다. 당연히 쓰레기가 싫었다. 옛날에는 짜장면 먹고 그릇을 밖에 내두면 수거해갔지만 이젠 배달 음식 한 번 먹으려 하면 쓰레기가 끝이 없다. 마라탕이 유행이지 않나? 마라탕 배달받아 봐라. 흰 일회용 용기에 빨간 마라 기름이 닦일 때까지 닦고 햇볕에 말려야 한다. 뚜껑도, 국물 흘리지 말라고 덮은 랩도, 그거 시켰다고 주는 짜사이와 설탕 뿌린 땅콩 용기들도 다 정리 대상이다. 그럴 바에는 집에 있는 야채와 곡물로 한 끼 뚝딱 해 먹고 설거지하는 게 편하다. 집안일 해보면 알겠지만, 일회용기에 묻은 양념 닦는 것과 그냥 접시 닦는 것 사이의 난도는 천지 차이다. 분리수거 감이 늘어나는 건 보너스다. 그래서 배달 음식 안 먹는 것부터 시작했다.

특별대담

지구에 대한 소소한 대화

2030 여성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에 많이 참여한단 말을 자주 듣는다. 채식하는 35살 김가빈(이하 빈),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노력하는 30살 이혜린(이하 린), 새 옷을 사지 않는 빈티지 러버 29살 김서원(이하 원)은 2030여성이며 MZ세대다. 소소하면서도 소소하지 않은 지구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과 독일이 주민과 함께 만든 산주협업체

기조 강연을 한 김종관 박사는 한독기구소장으로서 온 산과 산골마을을 누비며 산주협업체를 조직하고 운영했다. 양산 하북면 통도사 들머리에 현장사업소를 차린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한독기구)는 1975년 여름부터 1976년 말까지 울주군 두서면 전체와 상북면 소호리 산림을 조사했다. 흙과 지형을 파악하는 입지조사와 나무의 상태를 알아보는 육림조사는 독일의 폰 크리스텐 박사가 기술자문을 했다. 폰 크리스텐 박사와 독일 임업사 에르하르트가 양산사무소에서 함께 산주협업체를 꾸리는 일을 도왔다. 국공유림보다 사유림이 훨씬 많고(현재 전체 산림의 67%) 각 산주가 가진 사유림 면적이 아주 작은(평균 면적 1.9ha), 우리 산의 특징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불가피했다. 1년을 뛰어다닌 끝에 1977년 12월 서하리, 소호리 협동체가, 1978년 내하리, 1979년 차리, 구량리 협동체가 꾸려졌다. 김종관 박사는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서하·내와·차리의 산주들이 똘똘 뭉쳐 독일과 우리나라 산림전문가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소득 사업도 진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울주에서 만들어진 산주협업체 모델은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되어 250여 곳에 산주협업체가 생겼고 우리나라의 숲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분교 강당에서 2024년 5월 30일, 31일 양일간 ‘한독숲포럼’이 진행됐다. 한독숲(울주 소호리 참나무숲)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호리 산 192번지의 5.9ha면적의 숲으로, 1974년 조림되었다. 포럼의 주제는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이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에서 주최 및 주관하고 산림청, 울산광역시에서 후원, 한독임우회,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서울대학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호분교, 백년숲사협에서 기획, 한독숲포럼 운영위원회(생태공동체연구모임 꼼지콤, 초록숲기획, 나무극장,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그루터기제작소, 스케치더네이처, 백년숲사협)에서 운영한 이번 포럼은 투어, 개막, 축사, 기조 강연, 패널 토론, 종합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한새롬 백년숲협동조합 이사장의 개회를 시작으로 김수환 백년숲협동조합대표의 개회사가 있었다. 남성현 산림청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서범수 울산울주군 의원이 축사했다. 기조 강연으로는 ‘기후 위기·지방시대, 우리나라 숲의 미래상’이라는 주제로 김종관 前한독산림사업소장이 발표했다. 패널 토론은 ‘한독숲을 통해 그리는 숲과 지역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강오 前한국임업진흥원 원장이 좌장, 김관호 산림정책과 과장과 정연용 울산 녹지정원과 과장이 정부 측, 박정희 임업인총연합회장, 이인세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장, 구자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산 지역청년활동가가 민간 측으로 참여했다.

현장취재

한-독 산림협력 50주년 기념 [한독숲 포럼] 성황리 개최

특별인터뷰

『해냈어요, 멸망』 저자 윤태진을 만나다

카페에서 친구가 빨대를 들고 오면 ‘거북이 살려라.’, ‘북극곰 어떡할래?’ 따위의 농담을 하곤 한다. 인류는 마치 기후 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외치지만, 그래도 우리는 눈앞의 편리함에 이끌린다. 내일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북극곰과 거북이와 꿀벌과 인류가 다 같이 죽어가도 우리 인간들은 로켓배송을 이용하고, 19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플라스틱 용기에 받아 출근한다.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으로서 윤태진 작가가 말하였다. “해냈어요, 멸망”

1초에 수천만 개씩 물건이 생산되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인공물이 썩는 것을 볼 수 없다.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병, 하다못해 종이까지도 100년 안에 썩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우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윤태진 작가가 중학생일 적, 기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물건이 1초에 수천만 개씩 생산되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에 관한 공포가 느껴졌다. 물건은 언젠가 버려질 텐데 그 많은 물건을 그럼 어찌한단 말인가? 버려진 물건이 길게 늘여 저 우주까지 닿는 상상도 했다. 물건의 여정과 그 끝을 알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에 전화를 걸었다. 보통 단체 단위의 견학을 요청받는데 개인의 견학 요청은 처음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마침 쓰레기가 적게 들어오는 시기이니 안내해 주겠다 하여 경기도의 한 쓰레기 처리장과 재활용 분류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쓰레기가 차곡차곡 분류되어 나란히 올라가야 할 레일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결국 아무렇게나 뭉쳐진 채로 던져질 뿐이었다. 강조하지만 쓰레기가 적게 들어온 날이었다. 명절에는 말 그대로 천장까지 쓰레기가 쌓여 공간의 여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집게에 잡혀 분쇄기로 들어가 태워지는 것 외에 방도가 없어 보였다. 귀찮다고 투덜거리며 페트병의 라벨지를 떼고, 색색별로 쓰레기를 분류하고, 깨끗이 씻어 내버려 봤자 현실은 한 데 섞여 태워질 운명이라니 그동안의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악한 인간들이 운전하는 멸망행 특급 열차

“인간은 나아지지 않아요.” 윤태진 작가가 몇 번이고 강조했다. 순자의 성악설을 확신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성선설을 믿는 나는 부끄럽게도 할 말이 없었다. 환경과 생태적 관점에서는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7, 럭키야’를 외치던 때가 무색하게 세계 인구는 벌써 80억을 찍었고, 자본주의는 끝없이 소비를 부추기며, 인간은 계속해서 환경을 망칠 것이다. 역사와 신념과 어쩌고 저쩌고를 논해 봤자 인류가 끝없는 개발과 환경오염으로써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만큼만 환경을 위한다고 했다. 환경 단체에 3만원을 기부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하루 덜 쓰는 등 최소한의 변명과 실천 정도만 마련했을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 결과가 기후 위기로 나타났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으니 애초에 개인에게는 기대할 수 없단 답이 튀어나왔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에 ‘만들어진 쓰레기와 오염을 없애는 것’과, ‘소비를 하지 않는 것’ 두 방향이 있을 텐데, 전자는 기술력으로 해결한다 해도 후자는 어렵다.

2007년 뮌헨안보회의 연설

“우리는 협력에 열려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의 모든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석유 추출의 최대 2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기업이 서방 국가의 주요 경제 부문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세요. 그런 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7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연설의 일부다. 그는 서방이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글로벌 경제 관계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러시아는 이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연설에서 푸틴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지정학적 전개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오늘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리는 균형이 분명히 파괴되고 있음을 봅니다. … [인권을 준수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고, 우리는 이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러한 간섭이 민주주의 국가의 발전을 전혀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의존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연설에서 푸틴은 1990년 5월 17일 브뤼셀에서 있었던 만프레트 뵈르너 NATO 사무총장의 연설을 상기시켰다.

     

“당시 그는 ‘우리가 독일 영토 밖에 나토 군대를 배치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소련에게 확고한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그 보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국제 질서 불안정의 다섯 가지 이유

2007년 2월 푸틴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분명히 드러냈고, 러시아 외교 정책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연설에서 그는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국제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 세계(unipolar model)를 지적했다. 푸틴은 단극 세계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일 권력 중심의 세계는 위험하고 불안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전 이후 국제 관계의 협력적 톤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미국의 단일 패권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외교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비판하며, 이라크와 발칸반도에서 한 군사 개입을 예로 들며, 통제되지 않은 군사력 사용이 지속적인 분쟁과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러시아가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약화와 러시아가 배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을 지적했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 즉 러시아 국경 근처에 나토 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는 심각한 도발이며 상호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이자 바르샤바 조약기구 해체 후 서방이 러시아에 약속한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유엔 중심 국제법 체제의 와해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행동으로 인해 국제법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정치적 편의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국제 공동체를 단결시키고 국제법의 실현을 보증하는 유엔 체제를 미국과 서방이 훼손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섯째, 글로벌 안보의 원칙을 지적했다. 푸틴은 한 국가의 안보가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안보와 일국의 안보, 그리고 각국간의 상호 안보가 불가분의 것이라고 천명했다.

윤효원의 지구와 정치

2007년의 푸틴, 2024년을 경고하다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IndustriALL Global Union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박진희의 먹거리정의 

논, 아름다운 생물다양성의 보고

초여름 밤, 논이 있는 풍경

대학생 때, 한동안 답사 모임에 가입해 답사를 다닌 적이 있다. 주로 문화유산을 보러 다녔는데, 화순 운주사로 가는 일정 중 모임 회원인 K님의 고향 구례에 들르게 되었다. 구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랭이논을 보게 되었는데, 경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논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세월이 흘러 귀농하게 되고, 논농사도 짓게 되었다. 우리는 해마다 우렁이 농법의 농사를 지었는데 우렁이를 논에 넣어 주는 날에는 아이들도 신이 나서 논으로 뛰어나왔다. 모판에 볍씨를 넣어 모를 키우는 일도, 이앙기가 논을 다니며 모내기를 하는 모습도, 황금 들판으로 논이 일렁이는 것도, 추수하는 광경도 모두 그림처럼 예뻤다. 추수를 마치고 나면 벼가 있던 자리마다 새들이 내려앉는다. 태풍이 몰아쳐서 벼가 누우면 어쩌나 걱정하는 날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논을 보고 있노라면 사계절이 아름답게 흘러갔다. 다랭이논에 반하고, 논농사를 해본 사람이어서 그런지 6월로 접어든 농촌에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는 논이라고 생각한다. 모내기를 마치고 잔잔히 물이 고여있는 논으로 산이 비치고, 하늘이 비치고 저녁에는 달과 별이 내려앉는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컹컹하고 어느 집 개 짖는 소리까지 울리면 초여름 농촌의 밤 풍경은 어느 노래 가사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습지로서 논, 그 생태적 중요성

물을 안고 있는 논은 습지이다.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는 논습지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논습지 결의안은 논습지에서 나오는 수생 동식물이 농촌에 영양소를 공급하며, 부적절한 수자원 관리, 자연적 수로변경, 외래종을 포함한 새로운 생물의 도입, 유해한 화학물질의 다량 사용, 부적절한 논의 용도 변경 등이 논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므로, 논을 주변의 자연습지 및 강과 연결해 통합 관리하는 것을 당사국 협력 사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에 이 결의안 채택이 쉽지 않았다는 뉴스가 보도되곤 했는데 결국 채택된 것을 보면 습지로서의 논의 생태적 중요성이 결코 무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은 기후 위기 시대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학자들은 농법에 따라 논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어떤 공동체와 학교에서는 논농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어글리어스(Uglyus), 못생겨도 괜찮아

어글리어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푸드 리퍼브 기업이다.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한다고 표현한다. 어글리어스가 구출한 농산물은 지금까지 152만4292Kg이고 이로 인해 아낀 플라스틱은 20만8508개, 절감한 탄소는 91만1374Kg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형 유통 체인 내의 관리 편의를 위해, 균일하고 깨끗한 농산물들이 정상품으로 분류돼 시장으로 나온다. 나머지는 규격 외 농산물로 분류되는데, 이 규격 외 농산물들은 맛도 영양도 정상품과 다름없지만 크기가 조금 작거나 크거나 개성이 있다는 이유로 적절한 판로를 찾기 어렵다. 어글리어스는 규격 외 농산물들이 폐기되지 않고 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 판로를 잃은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수매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친환경 생산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땅을 늘려가며, 플라스틱 없는 포장으로 친환경 패키징을 추구한다. 고객들에게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채소 보관법과 레시피도 함께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감도 올리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도 사용하자, 푸드 업사이클링과 푸드 리퍼브

이러한 식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가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과 ‘푸드 리퍼브(Food Refurb)’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화장품, 주스, 스낵 등과 같은 새로운 가공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부 공장에서 나온 식물 찌꺼기로 쿠키나 에너지바를 만들고 못난이 농산물인 흠집 난 복숭아 등을 원료로 활용한 화장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푸드 리퍼브’는 크기가 작거나 못생기고 흠집이 나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못난이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판매,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푸드 리퍼브는 음식(food)과 '새로 꾸민다'는 뜻인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합성어로, 상품 가치는 떨어져도 사용에 문제 없다면 정상가보다 더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유통하자는 개념을 식품에 적용했다. 이러한 푸드 업사이클링, 푸드 리퍼브 시스템은 식품 손실을 막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농가도 못난이 농산물을 바로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수입 증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계속되는 기후 위기로 자연이 위협받는 이 시기에 가치소비는 자원의 낭비를 막는 동시에 판매자와 소비자, 자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국내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식품의 낭비는 기후 위기와 직결되는 문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1/3이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버려진다고 한다. 수확 전후로 폐기된 농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량 낭비는 어마어마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 위기를 심화하고, 기후 위기는 식량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 데이터베이스를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0년~2022년 평균 19.5%에 불과했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580만톤, 유통 및 가공 중 버려지는 양까지 포함하면 약 770만톤이다. 연간 식품 소비량의 1/4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e)는 2050년에 인구가 2010년 대비 10억 증가 시 식량이 56% 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도 2배 크기의 농경지가 더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숲을 늘려 탄소 흡수를 늘려야 할 시기에, 농경지를 늘리기 위해 숲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가치소비

어글리어스(Uglyus), 못생겨도 괜찮아

38 사설 | '커먼스'의 귀환

48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생태위기, '공진화'에서 답..

소나무 숲이 어떻게 농경사회를 지탱했는가? 우선 조선 시대를 살펴보면 우리는 다른 답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사회였습니다. 그걸 이제 구체적으로 여러분들께 하나하나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1910년도 한일병합이 되기 전에 조선통감부는 3월부터 7월까지 조선 전역의 산림에 대해서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수종 구성은 어떤가 예를 들면 구체적인 건 못 밝히더라도 활엽수인가, 소나무인가, 소나무 외의 침엽수인가를 밝혀냈습니다. 조선 시대 누가 어떤 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1910년 숲이라는 게 단숨에 자라지도 않고 단숨에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에 저 기록을 통해서 이른바 조선 말기의 산림 상황이 어떠한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아주 큰 용량의 디지털 자료를 뽑아서 낸 겁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자료를 가지고 아주 재미나는 데이터를 도출해냈어요. 그래서 가운데 있는 것은 소나무 숲의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거고, 저것은 언어 지도로 앞에 보여 드렸던 지도를 가지고 조선 시대 때 어떤 숲이 있었다 하는 걸 보여 드리는 거고, 그다음에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은 활엽수들은 산악지방과 북한지방에 북쪽지방에 많이 있더라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부 지방, 해안가, 북부 지방의 해안가 지방, 개마고원 일대를 낳아 주고는 전부 다 초록색의 소나무 숲이 차지하고 있다 하는 것도 여러분들은 보실 수가 있습니다. 소나무 숲은 고지대를 제외하고는 한반도 저지대의 대부분에 분포하고 있었다라고 다시 한 번 정리를 드릴 수가 있죠. 2002년에 정치영 선생이 조선 후기의 인구를 지역별로 분류를 한 그 인구 밀도를 나타낸 맨 왼쪽의 지도는 해안가 주변의 지역들이 인구가 밀집하고 또 남부지방의 곳곳이 인구가 밀집함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서 경작지 면적도 해안가 주변과 남부지방에 경작지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거하고 유사하게 소나무 숲들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 경작지 주변 남부지방 해안가 곳곳에 다 분포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 시대 소나무 숲이 어디에 있었고 어느 지역에 있었다 하는 것을 이제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의 인구 비율은 1678년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의 26%가 살았고 1726년의 경우에는 약 25% 정도가 살았다고 통계에 나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구의 4분의 3은 소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에서 살아왔다고도 거칠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조선 사회의 농경사회를 지탱한 임산자원은 대부분 소나무 숲이었다. 물론 다른 나무도 썼죠. 그렇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농경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작지가 있어야 되고 조선은 건국대 570여만 명의 인구가 차츰차츰 늘어나서 1700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늘어나는 입의 수만큼 경작지가 늘어야 되고, 그 경작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토양 비옥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임상 유기물 이른바 우리가 낙엽이라고 일컫는, 또는 떨어진 가지 낙지라고 일컫는, 또는 잎 이런 것들을 끌어 모아서 퇴비를 만들어야 됩니다. 불을 뗀 재와 사람의 똥, 가축의 똥오줌을 가지고 퇴비를 만들어서 지력을 유지해야 되죠. 그래서 인가나 마을 주변의 숲들은 점차 계속해서 임상 유기물을 끌어와 쓰다보니까 산림토양이 나빠졌습니다. 나빠진 산림토양에서는 일반 활엽수들은 자랄 수 없고,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활엽수 숲은 점차 도태되고 점차 주변의 숲은 소나무 숲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렇게 소나무 단순림 구조가 되었다고 설명을 드릴 수가 있겠죠. 그래서 조선은 건국하자마자 소나무와 관련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합니다. 왜? 재정을 뒷받침하는 세곡 운반선은 소나무로 만든 좋은 선이었습니다. 오늘날엔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 세금도 내고 다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고속도로도 없었고 기차도 없었습니다. 오직 국가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길은 각 지역마다 각 농민이 낸 쌀이라는 세금을 강이나 바다를 통해서 배로 실어올 수 있으니까, 국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조운선, 세곡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선재를 확보하는 것이 나라의 건강한 재정을 위해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세곡 운반선은 다른 나무로는 못 만들었어요. 오직 소나무로만 만들었어요. 두 번째 외침을 맞는 전남은 거북선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소나무로 만든 전선과 판옥선이었습니다. 국가의 재정, 국가의 안정, 이걸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소나무였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세 번째로 건축재도 마땅한 것이 조선에 이르러서는 없었습니다. 고려 시대 때만 하더라도 느티나무나 다른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썼지만 이제 인가 주변의 굵은 활엽수들은 이미 다 베어 사용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은 주변에 있는 소나무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려 말부터는 대부분의 궁궐 건축재는 무엇으로 가지고 썼다? 소나무로 건축재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소나무가 없으면 궁궐조차도 옳게 지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조선은 강력하게 소나무 보호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은 주자 성리학의 통치 이념으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가능하면 주자 가례를 백성들한테 주지시키고자 했습니다. 그 중에 중요한 것이 유교식 매장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죽음을 관과 곽에 넣어서 땅에 매장하게끔 하는 것을 국가에서 강력한 정책으로 시행했는데 그 관제는 오직 소나무만 쓰게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것들에 있어서 다른 천 가지 종류의 나무들이 조선반도에 자라고 있었을망정 다른 나무는 이와 같은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직 소나무만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는 걸 먼저 머릿속에 그려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조선의 개국과 더불어 세종은 ‘송목양성병선수호 조건’이라고 해서 소나무를 가지고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아주 강력한 규정을 만듦으로 해서 1808년까지 주요한 산림과 관련된 법령들은 대부분 소나무와 관련되었음도 같이 기억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 시대의 산림 정책은 오직 소나무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다.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고 다산 정약용이 한 이야기입니다. 공조산림조의 조선의 산림은 오직 소나무 한 가지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이야기처럼 소나무 정책은 조선 초기부터 소나무를 함부로 벨 수 없는 나무입니다. 금송 또는 송금, 베지 말아야 할 소나무를 지키자는 말입니다. 또는 소나무 행정, 송정 모두 의송지지라든지 연해금산이라든지 의송산이라든지 송전이라든지 봉산을 지정한 이 모든 것들이 소나무 중심이었습니다. 왜? 배를 만들고 궁궐을 만들고 관자로 쓰기 위해서 입니다.

숲과 한국 문화

전영우|국민대학교 명예교수

2024.02.02

배재수|산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정책의 이슈 :산림자원의 장기변화를 중심으로

​​특강 후기 인터뷰

​​금요특강

숲 아카데미

대학민국 최고 산림학자들에게 듣는 숲 아카데미

2024.01.05~04.05|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

1.    농경사회를 지탱한 소나무 숲

2.    소나무가 농경사회에 끼친 영향

그럼 이렇게 써 왔던 조선의 소나무 숲은 어떻게 변했는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우선 인구가 많은 한양에서부터 헐벗기 시작한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임진왜란과 또 잠시 뒤에 병자호란이 끝난 이후부터는 도성 내외 산림이 민둥산이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1710년에 이르러서는 도성의 사산, 백악산, 인왕산, 남산, 타락산, 이 네 개의 산들이 전부 다 헐벗어서 민둥산으로 변해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서 한반도 산림이 대부분 수탈되고 산림자원이 다 날아갔다고, 저부터도 그렇게 처음에는 배웠습니다. 일제가 수탈해 간 것도 일부 있지만은 그 일은 1700년대부터 조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이 기회에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플래닛03 아카이브

vol.08

해양생태계가 살아야 지구가 산다

최중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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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정당별 '기후공약'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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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

제종길 박사

vol.05

인간도 야생동물이였다

한상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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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찾아가다

이유진 소장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 대표

장동용

시흥갯골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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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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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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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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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영향 개발(Low-impact development)을 말하다

남들이 볼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고 보일지라도 늘 조경의 영역에 있었다.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특성 상 왜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심미적 기능과 그늘 제공과 같은 일차원적 이유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탄소 저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영향 개발이란 무엇인가?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공해나 오염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개발하더라도 영향을 덜 주도록 개발하자는 개념이다. 조경의 관점에서는 수질 오염이나 빗물 유출과 관련해 자주 다루곤 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죽는 이유는 대개 물 때문이다. 종종 가로수의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땅 속에 물이 없어서 그렇다. 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딱딱하게 다듬어져 땅 밑에 물이 없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대개 겨울에 얼어 죽는다. 땅속보다 표면이 훨씬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공사가 최우선이었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땐 괜찮았다. 도시와 숲의 경계가 빗물을 저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숲과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도시에는 물이 없어졌다. 도시 기온은 예전보다 훨씬 상승했고 사람이 살기도 불편해졌다. 배수가 하천으로만 집중되어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마다 한강이 범람하는 건 덤이다. 또 예전의 오염은 축사나 공장처럼 점오염원이었으나, 요즘은 도로 전체와 같은 한 군데로 특정하기 어려운 비점오염원이 많다. 그래서 환경 조경에서는 빗물 유출을 순환 구조로 바꾸는 방안이나 비점오염원을 줄이는 방안과 같은 저영향 개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그룹한어소시에이트와 도시건축소도에서 회사 생활을 했으며 도시물환경연구소 소장과 산지보전협회 전문위원, 환경정의 그린인프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전임교수로 최근 저영향개발과 ESG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사이트

윤희재 교수ㅣ이제는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저영향 개발

6월 5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유엔 산하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치되었다.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한 날로, 각국은 법정 기념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정부, 기업의 다채로운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언듯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해 전 지구인이 한마음인 듯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이 아니다. 수많은 과학 데이터가 가리키는 압도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를 ‘기후 위기론’자들의 사기극이자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올해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의 유력한 당선 후보자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비중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다.

 

미국 국민 4명 중 1명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당선을 원하는 트럼프 후보가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공공연하게 외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인구통계 숫자가 있다고 하겠다. 같은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 보자. 트럼프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상황이 미국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설

‘기후 음모론’의 음모

특별인터뷰

식물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발견하는 '삶'

식민지에서 가져온 식물의 기록. 식물세밀화

식물세밀화의 전통이 유쾌하지는 않다. 식물세밀화는 식민지로부터 온갖 진귀한 식물, 동물들을 가져와 기록으로 남기면서 시작되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를 통해 대제국을 꾸리던 대항해의 시기였다. 마리 앙뚜아네트가 살았던 시대, 프랑스의 피에르 조셉 루드테(Pierre Joseph Redoute)라는 작가가 식물의 거의 모든 걸 그렸다. 내가 영국에서 활동한 이유는 식물세밀화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내 그림을 영국에서 한번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실력도 알고, 더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싶어서 영국 보태니컬아트 협회에 가입했다. 내가 첫 번째 한국인 정회원이었다.

작은 화분에서 피어난 새순이 가르쳐 준 것

식물을 그린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치유도 많이 된다. 식물 그림을 시작할 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스스로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해 무척 방황했다.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뛰쳐나가 갑자기 공부한다, 사업한다 하니 주변 분들이 걱정이 많았다. 어머니가 식물을 진짜 많이 키우셨는데, 어느 날, 제라늄이라는 식물을 봤다. 새순이 올라올 때 입사귀가 뭉쳐져 나온다. 잎의 가장자리가 펼쳐지며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그 어린, 아기 손 같은 그 새순이 마치 신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이 작은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도 살기 위해 이렇게 새순을 내는데 나도 한번 더 살아 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진짜 미친듯이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미친듯이 그렸다. 지금도 거의 작업실에서 먹고 살고 있다. 이 작업이 다행히 나와 너무 잘 맞고 무척 행복해서 지금은 여한이 없다.

Q: 처음과 비교하면 지금의 생활은 좀 어떻게 달라졌어요?

빈: 채식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육식 산업이 동물을 착취하는 모습과 직면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동물을 위해 채식하고 있다. 채식에도 층위가 나뉘는데, 그런 이유로 나는 육류, 유제품, 달걀, 해물을 모두 섭취하지 않는 ‘비건’이 되었다. 솔직히 채식한 뒤로 위염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무렴 육식을 즐기던 때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엄청난 차도를 보이진 않는다. 이제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류마티스 약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채식이 비교적 건강할 수는 있지만, 나는 정크 푸드를 사랑하는 비건이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제일 좋아하는 비건 푸드는 파파존스 그린잇 비건 피자와 제로 펩시이다. 이름만 들어도 불건강하지 않나? 산채 나물 비빔밥이나 곰치 장아찌 같은 것들을 매일 해 먹을 기력도 재력도 없다. 이렇게 말했지만 요즘 좀 건강히 먹으려고 다시 노력 중이다. 일을 때려치우고 쉬는 동안 건강을 회복하려 보약을 지었다. 적어도 보약 먹는 동안은 밀가루도 끊고 탄산음료도 끊으려 한다. 그렇다고 진짜 산채 나물을 무치진 않는다. 그냥 샐러드를 사 먹는다. 아, 밀가루를 끊으려니까 대체육을 거의 못 먹게 되어 좀 슬프다. 콩고기에 밀가루가 그렇게 많이 함유되는지 몰랐다.

린: 이게, 완벽주의적 성향이 더해졌다. 기왕 쓰레기 줄이는 김에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면 환경도 좋고 나도 좋을 것 같아 그냥 제로웨이스트하고 있다. 책도 구매하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수세미 대신 천연 수세미를 잘라 사용하고, 직장에서 홀로 다회용기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뭐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다 보니 저절로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물건도 그냥 안 산다. 어차피 버는 돈도 적다. 내 직업군은 연봉이 높지 않다. 뭐 2030 청년들이 그러하듯 나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처지다. 중소기업청년 전세 대출이 아니면 독립도 못하는 처지인데, 뭘 사서 지구한테 미안해지기보다, 그냥 안 사고 통장도 맘도 편한 게 좋다. 그리고 난 오래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도 그만 좀 버렸으면 좋겠다.

 

원: 빈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독서를 좋아하는데 패스트 패션에 대한 책을 읽었고, 그게 얼마나 인류에게 해가 되는지 배웠다. 새 옷을 염색하기 위해 사용하는 염료가 바다를 염색할 정도이다. 아마 구글에 검색하면 나올 거다. 유행이 지났다고 버려지는 옷들의 1할만이 구제 옷이나 업사이클링, 진짜 기부로 새 삶을 얻고 나머지는 그냥 지구에 쌓인다. 그 이후로는 그냥 옷을 사는 빈도도 줄었다. 꼭 사야 한다면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지만 새 옷을 사지는 않는다. 성장기도 끝나서 옷을 살 구실도 남지 않았다. 옷이 생각보다 잘 해지지도 않는다. 6년 전 스위스에서 산 구제 청치마는 아직도 새 옷 같다.

Q: 어쩌다 채식하고, 쓰레기 안 만들고, 새 옷을 안 사게 되었어요?

채식주의자 빈: 시작은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선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고,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만성 위염을 앓았다. 위염의 끝은 식도염이라고 하였나, 위액이 식도를 타고 올라 오는 고통을 겪다 2019년 봄에 건강식을 결심했다. 너무 세속적이고 뻔한가? 원래 사람은 자기 안위부터 시작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채식을 건강과 연관 짓는 경향이 있어 나도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했다.

 

쓰레기 배출량 0에 도전하는 린: 다르지 않다. 나 또한 뻔한 사연의 소유자다. 결벽증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게 청결은 제1의 문제이다. 당연히 쓰레기가 싫었다. 옛날에는 짜장면 먹고 그릇을 밖에 내두면 수거해갔지만 이젠 배달 음식 한 번 먹으려 하면 쓰레기가 끝이 없다. 마라탕이 유행이지 않나? 마라탕 배달받아 봐라. 흰 일회용 용기에 빨간 마라 기름이 닦일 때까지 닦고 햇볕에 말려야 한다. 뚜껑도, 국물 흘리지 말라고 덮은 랩도, 그거 시켰다고 주는 짜사이와 설탕 뿌린 땅콩 용기들도 다 정리 대상이다. 그럴 바에는 집에 있는 야채와 곡물로 한 끼 뚝딱 해 먹고 설거지하는 게 편하다. 집안일 해보면 알겠지만, 일회용기에 묻은 양념 닦는 것과 그냥 접시 닦는 것 사이의 난도는 천지 차이다. 분리수거 감이 늘어나는 건 보너스다. 그래서 배달 음식 안 먹는 것부터 시작했다.

 

빈티지 러버 원: 민망하지만 난 원래 빈티지를 사랑했다. 뭐 거창하게 환경을 생각해서 빈티지 옷을 사 입기 시작한 건 아니다. 무채색 옷을 입으면 영혼이 죽는다. 물론 오늘은 나름 인터뷰라고 카라가 달린 단정한 회색 옷을 입긴 했다. 보통은 초록, 보라, 분홍 옷을 즐겨 입는다. 그리고 그런 디자인이 빈티지 의류에 많았을 뿐이다. 아, 내가 해외 유학을 했단 사실도 한몫한다. 새 옷을 사는 것보다 헌 옷을 사는 게 더 쌌고, 질도 좋았다. 프로필 사진에서 입은 초록 상의도 외국에서 대충 싸게 건진 허름한 구제이다.

특별대담

지구에 대한 소소한 대화

한국과 독일이 주민과 함께 만든 산주협업체

기조 강연을 한 김종관 박사는 한독기구소장으로서 온 산과 산골마을을 누비며 산주협업체를 조직하고 운영했다. 양산 하북면 통도사 들머리에 현장사업소를 차린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한독기구)는 1975년 여름부터 1976년 말까지 울주군 두서면 전체와 상북면 소호리 산림을 조사했다. 흙과 지형을 파악하는 입지조사와 나무의 상태를 알아보는 육림조사는 독일의 폰 크리스텐 박사가 기술자문을 했다.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분교 강당에서 2024년 5월 30일, 31일 양일간 ‘한독숲포럼’이 진행됐다. 한독숲(울주 소호리 참나무숲)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호리 산 192번지의 5.9ha면적의 숲으로, 1974년 조림되었다. 포럼의 주제는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이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에서 주최 및 주관하고 산림청, 울산광역시에서 후원, 한독임우회,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서울대학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호분교, 백년숲사협에서 기획, 한독숲포럼 운영위원회(생태공동체연구모임 꼼지콤, 초록숲기획, 나무극장,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그루터기제작소, 스케치더네이처, 백년숲사협)에서 운영한 이번 포럼은 투어, 개막, 축사, 기조 강연, 패널 토론, 종합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한새롬 백년숲협동조합 이사장의 개회를 시작으로 김수환 백년숲협동조합대표의 개회사가 있었다. 남성현 산림청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서범수 울산울주군 의원이 축사했다. 기조 강연으로는 ‘기후 위기·지방시대, 우리나라 숲의 미래상’이라는 주제로 김종관 前한독산림사업소장이 발표했다. 패널 토론은 ‘한독숲을 통해 그리는 숲과 지역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강오 前한국임업진흥원 원장이 좌장, 김관호 산림정책과 과장과 정연용 울산 녹지정원과 과장이 정부 측, 박정희 임업인총연합회장, 이인세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장, 구자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산 지역청년활동가가 민간 측으로 참여했다.

현장취재

한-독 산림협력 50주년 기념 [한독숲 포럼] 성황리 개최

폰 크리스텐 박사와 독일 임업사 에르하르트가 양산사무소에서 함께 산주협업체를 꾸리는 일을 도왔다. 국공유림보다 사유림이 훨씬 많고(현재 전체 산림의 67%) 각 산주가 가진 사유림 면적이 아주 작은(평균 면적 1.9ha), 우리 산의 특징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불가피했다. 1년을 뛰어다닌 끝에 1977년 12월 서하리, 소호리 협동체가, 1978년 내하리, 1979년 차리, 구량리 협동체가 꾸려졌다. 김종관 박사는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서하·내와·차리의 산주들이 똘똘 뭉쳐 독일과 우리나라 산림전문가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소득 사업도 진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울주에서 만들어진 산주협업체 모델은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되어 250여 곳에 산주협업체가 생겼고 우리나라의 숲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악한 인간들이 운전하는 멸망행 특급 열차

“인간은 나아지지 않아요.” 윤태진 작가가 몇 번이고 강조했다. 순자의 성악설을 확신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성선설을 믿는 나는 부끄럽게도 할 말이 없었다. 환경과 생태적 관점에서는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7, 럭키야’를 외치던 때가 무색하게 세계 인구는 벌써 80억을 찍었고, 자본주의는 끝없이 소비를 부추기며, 인간은 계속해서 환경을 망칠 것이다. 역사와 신념과 어쩌고 저쩌고를 논해 봤자 인류가 끝없는 개발과 환경오염으로써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만큼만 환경을 위한다고 했다. 환경 단체에 3만원을 기부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하루 덜 쓰는 등 최소한의 변명과 실천 정도만 마련했을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 결과가 기후 위기로 나타났다.

1초에 수천만 개씩 물건이 생산되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인공물이 썩는 것을 볼 수 없다.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병, 하다못해 종이까지도 100년 안에 썩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우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윤태진 작가가 중학생일 적, 기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물건이 1초에 수천만 개씩 생산되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에 관한 공포가 느껴졌다. 물건은 언젠가 버려질 텐데 그 많은 물건을 그럼 어찌한단 말인가? 버려진 물건이 길게 늘여 저 우주까지 닿는 상상도 했다. 물건의 여정과 그 끝을 알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에 전화를 걸었다. 보통 단체 단위의 견학을 요청받는데 개인의 견학 요청은 처음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마침 쓰레기가 적게 들어오는 시기이니 안내해 주겠다 하여 경기도의 한 쓰레기 처리장과 재활용 분류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쓰레기가 차곡차곡 분류되어 나란히 올라가야 할 레일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결국 아무렇게나 뭉쳐진 채로 던져질 뿐이었다. 강조하지만 쓰레기가 적게 들어온 날이었다. 명절에는 말 그대로 천장까지 쓰레기가 쌓여 공간의 여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집게에 잡혀 분쇄기로 들어가 태워지는 것 외에 방도가 없어 보였다. 귀찮다고 투덜거리며 페트병의 라벨지를 떼고, 색색별로 쓰레기를 분류하고, 깨끗이 씻어 내버려 봤자 현실은 한 데 섞여 태워질 운명이라니 그동안의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카페에서 친구가 빨대를 들고 오면 ‘거북이 살려라.’, ‘북극곰 어떡할래?’ 따위의 농담을 하곤 한다. 인류는 마치 기후 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외치지만, 그래도 우리는 눈앞의 편리함에 이끌린다. 내일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북극곰과 거북이와 꿀벌과 인류가 다 같이 죽어가도 우리 인간들은 로켓배송을 이용하고, 19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플라스틱 용기에 받아 출근한다.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으로서 윤태진 작가가 말하였다. “해냈어요, 멸망”

지오북

 『해냈어요, 멸망』 저자 윤태진을 만나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초록색 숲 가까이 살게 되었을까요? 조선 시대의 숲은 지금보다 더 울창했을까요? 사실 우리가 지금처럼 초록의 숲과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우리는 울창한 숲보다 황폐한 숲 가까이에서 산 역사가 훨씬 깁니다. 1910년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일대의 사진을 보면 산에 나무가 거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30년대 경북 김천시 조마면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1950년대 부산 인근의 숲에도 나무가 없습니다. 

왜 산에 나무가 없을까요?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집의 터를 정할 때 배산임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물과 가까워야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농사도 짓고, 나아가 교통로로 쓰거나 물고기도 잡는 등 생활 전반에 이용할 수 있었을 테니 임수의 중요성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배산은 왜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가혹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북서계절풍을 막아줄 수 있는 지형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겨울 뿐 아니라 여름에도 매일 산에서 연료를 얻어야 했습니다. 매일 산에서 땔감을 가져와야 요리와 난방을 위한 열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과 가까운 곳에서 살았고, 그 결과 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황폐해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국토 면적의 60%가 넘는 산림이 민둥산에 가까웠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비가 내리면 흙탕물이 흘러내려와 하천 바닥에 쌓이면서 하천이 얕아지고, 자주 홍수가 발생해 농사가 망하고,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우리는 황폐한 숲을 초록숲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산림청을 설립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창밖으로 초록색 풍경을 봅니다. 소파에 앉아 거실 창밖으로, 혹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초록색 숲을 봅니다. 문을 나서면 정원과 가로수를 만나고 조금 더 걸으면 공원과 도시숲을 만납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교외의 큰 숲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0% 이상은 초록 숲입니다. 우리는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초록색 숲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숲

생태포럼

국제 질서 불안정의 다섯 가지 이유

2007년 2월 푸틴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분명히 드러냈고, 러시아 외교 정책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연설에서 그는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국제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 세계(unipolar world)를 지적했다. 푸틴은 단극 세계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일 권력 중심의 세계는 위험하고 불안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전 이후 국제 관계의 협력적 톤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미국의 단일 패권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외교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비판하며, 이라크와 발칸반도에서 한 군사 개입을 예로 들며, 통제되지 않은 군사력 사용이 지속적인 분쟁과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뮌헨안보회의 연설

“우리는 협력에 열려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의 모든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석유 추출의 최대 2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기업이 서방 국가의 주요 경제 부문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세요. 그런 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7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연설의 일부다. 그는 서방이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글로벌 경제 관계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러시아는 이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연설에서 푸틴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지정학적 전개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오늘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리는 균형이 분명히 파괴되고 있음을 봅니다. … [인권을 준수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고, 우리는 이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러한 간섭이 민주주의 국가의 발전을 전혀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의존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연설에서 푸틴은 1990년 5월 17일 브뤼셀에서 있었던 만프레트 뵈르너 NATO 사무총장의 연설을 상기시켰다.

     

“당시 그는 ‘우리가 독일 영토 밖에 나토 군대를 배치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소련에게 확고한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그 보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윤효원의 지구와 정치

2007년의 푸틴, 2024년을 경고하다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IndustriALL Global Union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윤효원

대학민국 최고 산림학자들에게 듣는 숲 아카데미

2024.01.05~04.05|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

​​금요특강

숲 아카데미

소나무 숲이 어떻게 농경사회를 지탱했는가? 우선 조선 시대를 살펴보면 우리는 다른 답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사회였습니다. 1910년도 한일병합이 되기 전에 조선통감부는 3월부터 7월까지 조선 전역의 산림에 대해서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수종 구성은 어떤가 예를 들면 구체적인 건 못 밝히더라도 활엽수인가, 소나무인가, 소나무 외의 침엽수인가를 밝혀냈습니다. 조선 시대 누가 어떤 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1910년 숲은 단숨에 자라거나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저 기록을 통해 조선 말기 산림 상황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아주 큰 용량의 디지털 자료를 뽑아서 낸 겁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자료를 가지고 아주 재미난 데이터를 도출했어요. 가운데 것은 소나무 숲의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거고, 저것은 언어 지도로 앞에 보여 드렸던 지도를 가지고 조선 시대 때 어떤 숲이 있었는가를 보여 주고,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은 활엽수들은 산악지방과 북한지방에 북쪽지방에 많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남부 지방, 해안가, 북부 지방의 해안가 지방, 개마고원 일대가 전부 초록색 소나무 숲이 차지한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소나무 숲은 고지대를 제외하고는 한반도 저지대의 대부분에 분포하고 있었다고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죠.

2002년에 정치영 선생이 조선 후기의 인구를 지역별로 분류해 인구 밀도까지 나타낸 지도를 보면, 해안가 주변 지역들의 인구가 밀집하고 또 남부지방의 곳곳이 인구가 밀집함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경작지 면적도 해안가 주변과 남부지방에 있음을 나타냅니다. 놀랍게도 그와 유사하게 소나무 숲들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 경작지 주변 남부지방 해안가 곳곳에 다 분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 시대 소나무 숲이 어디에 있었고 어느 지역에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의 인구 비율은 1678년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의 26%가 살았고 1726년의 경우에는 약 25% 정도가 살았다고 통계에 나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구의 4분의 3은 소나무와 밀접한 지역에서 살아 왔다고도 거칠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조선 사회의 농경사회를 지탱한 임산자원은 대부분 소나무 숲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나무도 썼죠. 그렇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농경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작지가 있어야 됩니다. 조선은 건국 시기 인구가 570여만 명에서 차츰 늘어나서 1700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늘어나는 입의 수만큼 경작지가 늘어야 되고, 그 경작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토양 비옥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임상 유기물, 이른바 낙엽, 낙지(떨어진 가지), 잎을 끌어 모아서 퇴비로 만들어야 합니다. 불을 뗀 재와 사람의 똥, 가축의 똥오줌을 가지고 퇴비를 만들어서 지력을 유지해야 되죠. 그래서 인가나 마을 주변의 숲들은 점차 계속해서 임상 유기물을 끌어다 쓰게 되고, 결국 산림토양의 질이 나빠졌습니다. 나빠진 산림토양에서는 일반 활엽수들은 자랄 수 없고,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활엽수 숲은 점차 도태되고 점차 주변의 숲은 소나무 숲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렇게 소나무 단순림 구조가 되었다고 설명을 드릴 수가 있겠죠.

숲과 한국 문화

전영우|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습지로서 논, 그 생태적 중요성

물을 안고 있는 논은 습지이다.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는 논습지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논습지 결의안은 논습지에서 나오는 수생 동식물이 농촌에 영양소를 공급하며, 부적절한 수자원 관리, 자연적 수로변경, 외래종을 포함한 새로운 생물의 도입, 유해한 화학물질의 다량 사용, 부적절한 논의 용도 변경 등이 논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므로, 논을 주변의 자연습지 및 강과 연결해 통합 관리하는 것을 당사국 협력 사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에 이 결의안 채택이 쉽지 않았다는 뉴스가 보도되곤 했는데 결국 채택된 것을 보면 습지로서의 논의 생태적 중요성이 결코 무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은 기후 위기 시대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학자들은 농법에 따라 논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어떤 공동체와 학교에서는 논농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초여름 밤, 논이 있는 풍경

대학생 때, 한동안 답사 모임에 가입해 답사를 다닌 적이 있다. 주로 문화유산을 보러 다녔는데, 화순 운주사로 가는 일정 중 모임 회원인 K님의 고향 구례에 들르게 되었다. 구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랭이논을 보게 되었는데, 경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논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세월이 흘러 귀농하게 되고, 논농사도 짓게 되었다. 우리는 해마다 우렁이 농법의 농사를 지었는데 우렁이를 논에 넣어 주는 날에는 아이들도 신이 나서 논으로 뛰어나왔다. 모판에 볍씨를 넣어 모를 키우는 일도, 이앙기가 논을 다니며 모내기를 하는 모습도, 황금 들판으로 논이 일렁이는 것도, 추수하는 광경도 모두 그림처럼 예뻤다. 추수를 마치고 나면 벼가 있던 자리마다 새들이 내려앉는다. 태풍이 몰아쳐서 벼가 누우면 어쩌나 걱정하는 날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논을 보고 있노라면 사계절이 아름답게 흘러갔다.

다랭이논에 반하고, 논농사를 해본 사람이어서 그런지 6월로 접어든 농촌에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는 논이라고 생각한다. 모내기를 마치고 잔잔히 물이 고여있는 논으로 산이 비치고, 하늘이 비치고 저녁에는 달과 별이 내려앉는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컹컹하고 어느 집 개 짖는 소리까지 울리면 초여름 농촌의 밤 풍경은 어느 노래 가사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밖에서 보는 논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논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도 아름답다. 개구리, 두꺼비, 장구애비, 잠자리, 실지렁이, 우렁이, 왜가리 등 수없이 많은 생물들이 논에 기대어 살아간다. 사람도 논에 기대어 사니 논은 그야말로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이다.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논, 아름다운 생물다양성의 보고

어글리어스(Uglyus), 못생겨도 괜찮아

어글리어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푸드 리퍼브 기업이다.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한다고 표현한다. 어글리어스가 구출한 농산물은 지금까지 152만4292Kg이고 이로 인해 아낀 플라스틱은 20만8508개, 절감한 탄소는 91만1374Kg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형 유통 체인 내의 관리 편의를 위해, 균일하고 깨끗한 농산물들이 정상품으로 분류돼 시장으로 나온다. 나머지는 규격 외 농산물로 분류되는데, 이 규격 외 농산물들은 맛도 영양도 정상품과 다름없지만 크기가 조금 작거나 크거나 개성이 있다는 이유로 적절한 판로를 찾기 어렵다. 어글리어스는 규격 외 농산물들이 폐기되지 않고 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 판로를 잃은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수매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친환경 생산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땅을 늘려가며, 플라스틱 없는 포장으로 친환경 패키징을 추구한다. 고객들에게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채소 보관법과 레시피도 함께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감도 올리고 있다.

식품의 낭비는 기후 위기와 직결되는 문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1/3이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버려진다고 한다. 수확 전후로 폐기된 농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량 낭비는 어마어마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 위기를 심화하고, 기후 위기는 식량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 데이터베이스를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0년~2022년 평균 19.5%에 불과했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580만톤, 유통 및 가공 중 버려지는 양까지 포함하면 약 770만톤이다. 연간 식품 소비량의 1/4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te)는 2050년에 인구가 2010년 대비 10억 증가 시 식량이 56% 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도 2배 크기의 농경지가 더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숲을 늘려 탄소 흡수를 늘려야 할 시기에, 농경지를 늘리기 위해 숲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가치소비

어글리어스(Uglyus), 못생겨도 괜찮아

현장취재

6월 '환경의 날' 특집ㅣ중랑학생 기후행진

2024년 6월 5일, 국제 환경의 날을 맞이해 중랑구 6개의 혁신학교 학생회가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2024 중랑학생기후행진’ 행사를 개최했다. 6개 학교는 4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주간을 맞아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등교 맞이 캠페인, 기후 위기 플래시몹, 기후 소송 관련 전시, 환경 실천 행사 등을 다양하게 운영해 왔다. 학생들이 직접 모여 기획한 ‘중랑학생기후행진’에서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신현중학교에서 망우역까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구호를 외쳤다. 이날의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15:30~16:00)는 신현중학교 중앙 정원에서 진행되었다. 저마다의 생각을 적은 피켓을 들고 모여 앉아 6개 학교 학생 회장이 공동으로 작성한 ‘중랑학생기후행동선언’을 낭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행진 전 몇몇 학생들은 북극곰 코스튬과 공연 의상을 입고 기후 위기 심각성을 담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으며,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 힙합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vol.04

유권자를 찾아가다

이유진 소장

vol.03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박병상 소장

vol.02

기후위기시대,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조천호 박사

vol.01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박정희 회장

지금 바로 플래닛03 사이트에서 기후 숲 생태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플래닛03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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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03 아카이브

vol.04

이유진 소장|유권자를 찾아가다

vol.03

박병상 소장|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vol.02

조천호 박사|기후위기시대.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vol.01

박정희 회장|숲의 가치가 변하고있다.."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플래닛03 주식회사

본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72-2 타워갤러리 7층

지사: 경기도 시흥시 동산길33, 숲 1976

신문등록번호 경기-아53860|출판 제2023-0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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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약관

플래닛03  planet03

​지오북

『녹색 계급의 출현』ㅣ아직도 녹색이 되지 못한 인간들이여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 저, 『녹색 계급의 출현』을 읽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문제를 논할 때 종종 좌파냐는 질문을 듣는다. 변화와 안정 중에서는 변화를 선호하면서 월급받고 살아가는 노동자이기에 좌파라고도 답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환경 문제가 좌우와 무슨 연관이 있나 싶다. 인류 생존의 문제를 논하는데 좌우나 따지고 있을 거냐는 반문은 아니다. 정치생태학의 위상을 알지 못할 뿐이다.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들이 생태 보전을 논하므로 우파인가? 새롭게 형성된 히피들이 관심을 가지므로 좌파인가? ‘가치소비’에 더 많은 돈이 소요되므로 부르주아 계급이 더 가까운가? ‘기후 약자’가 결국 사회적 약자와 동일하니, 무산자 계급에 더 가까운가?

“자연을 보호하자”는 호소는 사회 갈등을 낳는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호소는 사회 갈등을 줄이거나 끝내기는커녕 반대로 사회 갈등을 늘렸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자연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대륙과 온갖 층위에서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많은 갈등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연은 통합을 고취하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한다. (녹색 계급의 출현, 12p)하는 것이다. 자연은 통합을 고취하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한다. (녹색 계급의 출현, 12p)

‘한약 먹어서 고기 먹지 말래요’, ‘요즘 건강식 해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채식에 반감을 표하지 않지만 환경과 동물을 생각한다고 말하면 득달같이 유난이라는 반응과 온갖 비난이 돌아온다. 첨부한 밈(meme)을 보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크푸드를 먹고, 담배를 피고, 술 취하러 가는 것은 괜찮지만 채식을 하면 뼈가 삭고 세상에 큰 위협이 닥친다.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비슷하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엔 모두가 동의하지만, 예전 직장에서 일회용품 쓰지 말자고 건의했을 때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당장 사는 것도 힘든데 일회용품 하나 안 쓰는 게 환경에 얼마나 도움될 것 같냐는 말이다. 어차피 개인의 노력은 세상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기업이랑 국가가 알아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사회적 변화를 쌍수 들고 환영하진 않는다.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작 되었을 때, 먹다 나갈 건데 왜 머그컵에 주냐는 사람부터 종이 빨대는 질감이 더러우니 플라스틱 빨대를 내놓으라는 사람까지 온갖 진상을 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고작 몇 년 불편했을 뿐인데, 현 정권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백지화했다.

가치소비

곰손, 기후 위기를 건너는 일상 생활기술

'수리상점 곰손'은 수선, 수리 등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생활기술을 알려주는 대안상점이다. 기후 위기를 건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망원 시장에 위치한 '수리상점 곰손'에는 곰손지기 6명(금자, 깡, 밍키, 성연, 자두, 혜몽)이 있다. 이들은 사비를 들여 곰손을 열었다. 만연한 일회용 문화에 반대하며 끝까지 아껴 쓰고 싶었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돌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다. '곰손'이라는 이름은 '금손'과 ' 똥손'의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리 생활을 나누자는 의미다.

2024년 2월 17일, 수리상점 곰손이 정식 오픈할 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이전에 공간을 이용했던 사람이 각종 쓰레기와 자제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천장까지 쌓아둔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보며 막막했던 마음도 잠시, 망가진 공간을 직접 고치고 버려진 물건 중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목표로 나아갔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무조건 중고로 채우기로 다짐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수리상점 곰손' 안의 모든 물건들은 중고로 채워졌다. 어느새 쓰레기로 가득했던 가게는 넓고 깔끔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15 긴급진단 | 택배쓰레기, 지구를 덮치다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

장동용

시흥갯골사회적협동조합

​이환열

시흥에코센터 센터장

전병석

크리에이터

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최명애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

김정섭

문경자연생태박물원 학예사

김레베카

서울환경연합 가로수시민연대

엄삼용

(사)동서강보존본부 이사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홍수열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

​정주연

다시입다 연구소 대표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이창재

충북대학교 초빙교수

이의철

차의과학대학교 겸임교수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씨앗팀

대학교예술극장 아르코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이영미

​식물식평화세상 대표

​신원섭

충북대학교 교수

류호경 | 박경아 | 염은성

​배곧주민자치회

김우성

자연과 공생 연구소장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ㅌ

산림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정책 이슈

배재수

국립 산림과학원 원장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제종길

해양생태학자/박사

이강오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손요환

고려대학교 교수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김정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김현우

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 대표이사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Nathaniel Anderson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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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흐름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는 2006년 미국 지방조례가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타마쿠아 자치구에서 폐광의 유독 폐기물이 강과 지하 대수층에 유출되어 오염되었는데, 갱도가 탄광 회사의 사유지라 오염을 막을 법적 권리가 없었던 일이 있었다. 이에 지역 공동체가 “생태계는 규정을 집행할 목적에 한해 ‘사람’으로 보며 자치구와 거주자들은 자연공동체와 생태계를 대변할 원고적격을 갖는다.”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세계 최초로 구체적 자연물(왕거누이 강)에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2017년, 인도 우타라칸드 주 고등법원은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의 법적 권리를 인정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강고트리 빙하, 야무노트리 빙하에도 법인격을 인정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2004년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도룡뇽 소송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 현행법에는 자연물에 당사자 적격을 부여하는 법이 없어 자연의 권리가 인정된 바가 없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산에는 산의 권리, 나무에는 나무의 권리가 있다

신부이자 생태학자였던 토마스 베리는 2001년 '지구법(Earth Jurisprudence)' 개념을 제창했다. 베리는 저서 『위대한 과업』에서 “현재의 법 체계는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의 지질학적 구성 요소와 생물학적 요소에도 각각의 적절한 존재 양식과 기능적 역할을 고려한 법적 권리를 제공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베리가 말하는 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연적 실체도 지구 공동체 역할을 실현할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기본 권리는 “자연체계 안에서 구성 요소들이 자신들의 기능과 역할을 실현할 수 있는 서식지와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는 2001년 회의에서 ‘지구법학의 열 가지 원리’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 핵심 요소는 ‘존재할 권리’, ‘서식할 권리’, ‘지구의 진화에 참가할 권리’다. 이 3개의 명제는 전 세계의 '자연의 권리론'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강에는 강의 권리, 산에는 산의 권리, 곤충에게는 곤충의 권리가 있는 것이다.

자연도 소송을 할 수 있고, 환경단체는 자연물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윌리엄 O. 더글러스 대법관이 1972년 시에라클럽 사건에서 주장한 소수의견이 지구법의 선례로 일컬어진다. 시에라클럽 사건은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세쿼이아 국유림지에 있는 미네랄 킹 계곡에, 스키장을 건설하려는 월트디즈니사의 개발계획승인처분에 대한 위법성을 다투는 데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원고적격인지가 쟁점이 된 일이다. 그때 더글러스 대법관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법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스톤의 의견서를 근거로 자연물도 원고적격을 가지며, 환경단체가 자연물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톤 교수는 법적 권리 인정 요건에 기반해 자연물도 마찬가지로 후견인이나 보호자 또는 수탁자를 지정해 행위할 수 있으며,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이익을 가지며 그 침해를 인식할 수 있고, 자연물을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스톤 교수의 주장에 깊이 동감한 사람이 바로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다.

특별취재

지구법, 인간 중심 세계관에서 지구 중심 세계관으로

대학민국 최고 산림학자들에게 듣는 숲 아카데미

2024.01.05~04.05|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

​​금요특강

숲 아카데미

국가산림정책이라고 해서 국가와 산림을 첫 장으로 잡아봤어요. 막상 해 보니, 나름 의미가 있고 연구자들도 꽤 많더라고요. 소제목을 “문명, 국가 그리고 숲”으로 잡았습니다.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샤토 브리앙이 얘기했던, “문명 앞에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라는 말은 꽤 알려졌습니다. 문명은 어쨌든 사람들이 모이고, 이 사람들을 통치하는 권력이 생기고, 사람들이 살 영토가 필요합니다. 이게 국가의 3요소입니다. 그래서 국가와 산림에 “문명, 국가 그리고 숲”을 제목으로 잡아도 되겠다고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류 문명이 발생한 이후 지구 산림의 반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기 보시는 게,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2020년 발표한 지구상 육지 면적 중 산림 면적입니다. 면적 비율로 30~32%가 되고요. 그걸 아마 2배하면 숲이 약 80억ha 정도 있다고 추정합니다. 2009년 세계자원연구소에서 추정한 건데, 2015년 다른 학자의 연구를 보니, 본수로 지구의 그 나무를 계산해서 문명 이후에 얼마나 사라졌나를 추정한 분이 있더라고요. 그 분은 46%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대체로 문명이 발응하면서 나무든 숲이든 반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숲의 서사시(A Forest Journey)』의 저자인 존 펄린(John Perlin)은 메소포타미아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서유럽, 미국까지 목재가 없었으면 저런 문명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로마나 그리스를 다녀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온통 돌하고 벽돌만 있었잖아요. 토마스 베리 신부는 우리 시대가 생태문명 시대로 전환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죠. 지난해에 『토마스 베리 평전(Thomas Berry)』(파스카)이 나왔더라고요.

국가산림정책의 수립과정과 실행구조

이창재|충북대학교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

우리는 창밖으로 초록색 풍경을 봅니다. 소파에 앉아 거실 창밖으로, 혹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초록색 숲을 봅니다. 문을 나서면 정원과 가로수를 만나고 조금 더 걸으면 공원과 도시숲을 만납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교외의 큰 숲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0% 이상은 초록 숲입니다. 우리는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초록색 숲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왜 산에 나무가 없을까요?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집의 터를 정할 때 배산임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물과 가까워야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농사도 짓고, 나아가 교통로로 쓰거나 물고기도 잡는 등 생활 전반에 이용할 수 있었을 테니 임수의 중요성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배산은 왜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가혹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북서계절풍을 막아줄 수 있는 지형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겨울 뿐 아니라 여름에도 매일 산에서 연료를 얻어야 했습니다. 매일 산에서 땔감을 가져와야 요리와 난방을 위한 열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과 가까운 곳에서 살았고, 그 결과 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황폐해졌습니다.

우리는 창밖으로 초록색 풍경을 봅니다. 소파에 앉아 거실 창밖으로, 혹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초록색 숲을 봅니다. 문을 나서면 정원과 가로수를 만나고 조금 더 걸으면 공원과 도시숲을 만납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교외의 큰 숲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0% 이상은 초록 숲입니다. 우리는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초록색 숲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생태포럼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숲

포항 영일지구 사방사업

기획특집

지구법, 인간 중심 세계관에서 지구 중심 세계관으로

자연도 소송을 할 수 있고, 환경단체는 자연물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윌리엄 O. 더글러스 대법관이 1972년 시에라클럽 사건에서 주장한 소수의견이 지구법의 선례로 일컬어진다. 시에라클럽 사건은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세쿼이아 국유림지에 있는 미네랄 킹 계곡에, 스키장을 건설하려는 월트디즈니사의 개발계획승인처분에 대한 위법성을 다투는 데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원고적격인지가 쟁점이 된 일이다. 그때 더글러스 대법관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법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스톤의 의견서를 근거로 자연물도 원고적격을 가지며, 환경단체가 자연물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톤 교수는 법적 권리 인정 요건에 기반해 자연물도 마찬가지로 후견인이나 보호자 또는 수탁자를 지정해 행위할 수 있으며,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이익을 가지며 그 침해를 인식할 수 있고, 자연물을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스톤 교수의 주장에 깊이 동감한 사람이 바로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다.

산에는 산의 권리, 나무에는 나무의 권리가 있다

신부이자 생태학자였던 토마스 베리는 2001년 '지구법(Earth Jurisprudence)' 개념을 제창했다. 베리는 저서 『위대한 과업』에서 “현재의 법 체계는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의 지질학적 구성 요소와 생물학적 요소에도 각각의 적절한 존재 양식과 기능적 역할을 고려한 법적 권리를 제공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베리가 말하는 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연적 실체도 지구 공동체 역할을 실현할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기본 권리는 “자연체계 안에서 구성 요소들이 자신들의 기능과 역할을 실현할 수 있는 서식지와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는 2001년 회의에서 ‘지구법학의 열 가지 원리’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 핵심 요소는 ‘존재할 권리’, ‘서식할 권리’, ‘지구의 진화에 참가할 권리’다. 이 3개의 명제는 전 세계의 '자연의 권리론'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강에는 강의 권리, 산에는 산의 권리, 곤충에게는 곤충의 권리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산림학자들에게 듣는 숲 아카데미

2024.01.05~04.05|매주 금요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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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특강

소나무 숲이 어떻게 농경사회를 지탱했는가? 우선 조선 시대를 살펴보면 우리는 다른 답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사회였습니다. 그걸 이제 구체적으로 여러분들께 하나하나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1910년도 한일병합이 되기 전에 조선통감부는 3월부터 7월까지 조선 전역의 산림에 대해서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수종 구성은 어떤가 예를 들면 구체적인 건 못 밝히더라도 활엽수인가, 소나무인가, 소나무 외의 침엽수인가를 밝혀냈습니다. 조선 시대 누가 어떤 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1910년 숲이라는 게 단숨에 자라지도 않고 단숨에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에 저 기록을 통해서 이른바 조선 말기의 산림 상황이 어떠한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아주 큰 용량의 디지털 자료를 뽑아서 낸 겁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자료를 가지고 아주 재미나는 데이터를 도출해냈어요. 그래서 가운데 있는 것은 소나무 숲의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거고, 저것은 언어 지도로 앞에 보여 드렸던 지도를 가지고 조선 시대 때 어떤 숲이 있었다 하는 걸 보여 드리는 거고, 그다음에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은 활엽수들은 산악지방과 북한지방에 북쪽지방에 많이 있더라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영우|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숲과 한국 문화

전환의 복잡성

생태 위기에서 어떤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환경 관련 정책은 특정한 계층의 생계 위기나 복지모델의 위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불평등 해결을 위한 생활 수준의 향상은 물질적 착취를 전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환경과 불평등을 고려하며 제안되는 여러 가지 대안들은 종종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적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고민들간의 마주침과 경합은 가까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전환운동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매년 진행되는 기후정의행진에는 노동조합, 환경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동물권운동단체 등 서로 다른 집단들이 참여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

'정의로운 전환', 어떤 전환을 만들까?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leaving no one behind’) 전환

이러한 경합들 속에서 생태 위기에 대해 어떤 방향성과, 나아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담론 중 하나로 ‘정의로운 전환’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등장했고, 이후 기후 위기 담론과의 결합을 거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의 주요한 원칙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2010년 COP 16과 2012년 Rio+20 UN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으며, 국제노동기구(ILO), 유엔환경계획(UNEP)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의 참여와 함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전문에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 

 

“당사자들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응 조치에서 비롯된 여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행동, 대응 및 영향이 지속가능한 발전 및 빈곤 퇴치에 대한 공평한 접근과 본질적으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며, (중략) 국가적으로 규정된 발전 우선순위에 따라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한다.”

전환의 복잡성

생태 위기에서 어떤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환경 관련 정책은 특정한 계층의 생계 위기나 복지모델의 위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불평등 해결을 위한 생활 수준의 향상은 물질적 착취를 전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환경과 불평등을 고려하며 제안되는 여러 가지 대안들은 종종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적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고민들간의 마주침과 경합은 가까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전환운동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매년 진행되는 기후정의행진에는 노동조합, 환경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동물권운동단체 등 서로 다른 집단들이 참여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

'정의로운 전환', 어떤 전환을 만들까?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leaving no one behind’) 전환

이러한 경합들 속에서 생태 위기에 대해 어떤 방향성과, 나아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담론 중 하나로 ‘정의로운 전환’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등장했고, 이후 기후 위기 담론과의 결합을 거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의 주요한 원칙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2010년 COP 16과 2012년 Rio+20 UN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으며, 국제노동기구(ILO), 유엔환경계획(UNEP)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의 참여와 함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전문에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 

 

“당사자들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응 조치에서 비롯된 여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행동, 대응 및 영향이 지속가능한 발전 및 빈곤 퇴치에 대한 공평한 접근과 본질적으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며, (중략) 국가적으로 규정된 발전 우선순위에 따라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한다.”

특별​인터뷰

식물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발견하는 '삶'

송은영 작가는 식물세밀화가다. 식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림과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2016년 영국 SBA 보태니컬아트 3개 부문 수상, 2017년 영국 SBA 보태니컬아트 스트라스모어상 수상, 2019년 영국 SBA 보태니컬아트 CBM을 수상했다. SBA(The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한국인 최초 정회원이며, SBA 펠로우로 활동 중이다. 저서 『식물이라는 세계』(2024), 『식물세밀화가가 사랑하는 꽃 컬러링북』(2021), 『매거진 G: 2호』(공저, 2021), 『기초 보태니컬 아트』(2019)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보태니컬 아트 대백과』(2023)가 있다. 현재 보태니컬 아티스트 ‘미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식민지에서 가져온 식물의 기록. 식물세밀화

식물세밀화의 전통이 유쾌하지는 않다. 식물세밀화는 식민지로부터 온갖 진귀한 식물, 동물들을 가져와 기록으로 남기면서 시작되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를 통해 대제국을 꾸리던 대항해의 시기였다. 마리 앙뚜아네트가 살았던 시대, 프랑스의 피에르 조셉 루드테(Pierre Joseph Redoute)라는 작가가 식물의 거의 모든 걸 그렸다. 내가 영국에서 활동한 이유는 식물세밀화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내 그림을 영국에서 한번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실력도 알고, 더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싶어서 영국 보태니컬아트 협회에 가입했다. 내가 첫 번째 한국인 정회원이었다.

작은 화분에서 피어난 새순이 가르쳐 준 것

식물을 그린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치유도 많이 된다. 식물 그림을 시작할 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스스로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해 무척 방황했다.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뛰쳐나가 갑자기 공부한다, 사업한다 하니 주변 분들이 걱정이 많았다. 어머니가 식물을 진짜 많이 키우셨는데, 어느 날, 제라늄이라는 식물을 봤다. 새순이 올라올 때 입사귀가 뭉쳐져 나온다. 잎의 가장자리가 펼쳐지며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그 어린, 아기 손 같은 그 새순이 마치 신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이 작은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도 살기 위해 이렇게 새순을 내는데 나도 한번 더 살아 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진짜 미친듯이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미친듯이 그렸다. 지금도 거의 작업실에서 먹고 살고 있다. 이 작업이 다행히 나와 너무 잘 맞고 무척 행복해서 지금은 여한이 없다.

현장취재

서울 생태전환교육 한마당

2024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 월드컵 공원에서는 ‘생태전환교육 한마당’ 행사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초·중·고 학생과 교원, 학부모, 시민 등 총 470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제52주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6월을 생태전환교육의 달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추진한다. 이번 행사는 ‘생태전환교육이 바꾸는 일상, 생태시민이 지키는 미래’라는 주제로 체험활동과 영화 상영, 기후행동 실천인증, 공연 등이 있었다.

다양한 체험, 전시, 실천행동들 이루어져

행사는 체험전시마당, 탐험마당, 영화마당, 행사마당, 실천인증 총 5가지로 구성되었다. 체험전시마당은 평화광장에서 교사, 학생 기후행동 365 및 기관(기업) 운영 체험 및 전시 부스, 생태전환교육 북웨이브, 우리 학교 생태전환교육 공모전 수상작 전시로 이루어졌다. 탐험마당은 에너지 드림센터에서 에너지교육, 기후변화교육을 진행했다. 영화마당은 메가박스에서 교장(교감) 대상 생태환경영화(고래와 나, 2024 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를 상영했다. 행사마당은 유니세프 광장에서 기후예술공연(버스킹), 기후 퍼포먼스(웨이스트 버스터즈, 어린왕자와 기후행동 365), 공모전 시상식, 기후행동 365 자유발언대가 있었다. 실천인증으로는 다회용기 사용, 쓰레기 되가져 가기 등이 진행됐다.

교사·학생 24팀, 기관·기업 65팀 모두 참여해

교사·학생 기후행동 365가 운영하는 체험·전시 부스에서는 ‘동부 온(溫) 우리 지역의 수질을 측정해요’, ‘친환경 고체치약 & 자전거 발전기로 솜사탕 만들기’, ‘탄소는 줄이고 숲은 늘리고’, ‘지구를 살리는 줄넘기’, ‘버려지는 커피박으로 귀여운 생활용품 만들기’, ‘재생에너지 탐험! 나만의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지구를 살리는 못난이 농산물-고구마 경단 만들기, 탄소중립 비건 샌드위치 만들기’ 등 24팀이 참여해 진행됐다. 기관·기업이 운영하는 체험·전시 부스에서는 수퍼빈, 공릉꿈마을협동조합, 금천GC생태포럼, 뱅카사회적협동조합, 시립문래청소년센터, 신구대학교식물원,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환경보건분과, 그린피스, 전교조 서울지부, 사이숲협동조합, 한살림서울 식생활교육센터, 기상기후 인재개발원, 서대문고 행복그린센터, 에코피스아시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 65팀이 참여 및 진행했다.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 저, 『녹색 계급의 출현』을 읽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문제를 논할 때 종종 좌파냐는 질문을 듣는다. 변화와 안정 중에서는 변화를 선호하면서 월급받고 살아가는 노동자이기에 좌파라고도 답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환경 문제가 좌우와 무슨 연관이 있나 싶다. 인류 생존의 문제를 논하는데 좌우나 따지고 있을 거냐는 반문은 아니다. 정치생태학의 위상을 알지 못할 뿐이다.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들이 생태 보전을 논하므로 우파인가? 새롭게 형성된 히피들이 관심을 가지므로 좌파인가? ‘가치소비’에 더 많은 돈이 소요되므로 부르주아 계급이 더 가까운가? ‘기후 약자’가 결국 사회적 약자와 동일하니, 무산자 계급에 더 가까운가?

지오북

『녹색 계급의 출현』ㅣ아직도 녹색이 되지 못한 인간들이여

“자연을 보호하자”는 호소는 사회 갈등을 낳는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호소는 사회 갈등을 줄이거나 끝내기는커녕 반대로 사회 갈등을 늘렸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자연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대륙과 온갖 층위에서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많은 갈등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연은 통합을 고취하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한다. (녹색 계급의 출현, 12p)

‘한약 먹어서 고기 먹지 말래요’, ‘요즘 건강식 해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채식에 반감을 표하지 않지만 환경과 동물을 생각한다고 말하면 득달같이 유난이라는 반응과 온갖 비난이 돌아온다. 첨부한 밈(meme)을 보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크푸드를 먹고, 담배를 피고, 술 취하러 가는 것은 괜찮지만 채식을 하면 뼈가 삭고 세상에 큰 위협이 닥친다.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비슷하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엔 모두가 동의하지만, 예전 직장에서 일회용품 쓰지 말자고 건의했을 때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당장 사는 것도 힘든데 일회용품 하나 안 쓰는 게 환경에 얼마나 도움될 것 같냐는 말이다. 어차피 개인의 노력은 세상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기업이랑 국가가 알아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사회적 변화를 쌍수 들고 환영하진 않는다.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작 되었을 때, 먹다 나갈 건데 왜 머그컵에 주냐는 사람부터 종이 빨대는 질감이 더러우니 플라스틱 빨대를 내놓으라는 사람까지 온갖 진상을 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고작 몇 년 불편했을 뿐인데, 현 정권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백지화했다.

가치소비

곰손, 기후 위기를 건너는 일상 생활기술

'수리상점 곰손'은 수선, 수리 등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생활기술을 알려주는 대안상점이다. 기후 위기를 건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망원 시장에 위치한 '수리상점 곰손'에는 곰손지기 6명(금자, 깡, 밍키, 성연, 자두, 혜몽)이 있다. 이들은 사비를 들여 곰손을 열었다. 만연한 일회용 문화에 반대하며 끝까지 아껴 쓰고 싶었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돌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다. '곰손'이라는 이름은 '금손'과 ' 똥손'의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리 생활을 나누자는 의미다.

2024년 2월 17일, 수리상점 곰손이 정식 오픈할 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이전에 공간을 이용했던 사람이 각종 쓰레기와 자제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천장까지 쌓아둔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보며 막막했던 마음도 잠시, 망가진 공간을 직접 고치고 버려진 물건 중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목표로 나아갔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무조건 중고로 채우기로 다짐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수리상점 곰손' 안의 모든 물건들은 중고로 채워졌다.

현장취재

6월 '환경의 날' 특집ㅣ서울 생태전환교육 한마당

2024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 월드컵 공원에서는 ‘생태전환교육 한마당’ 행사가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초·중·고 학생과 교원, 학부모, 시민 등 총 470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제52주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6월을 생태전환교육의 달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추진한다. 이번 행사는 ‘생태전환교육이 바꾸는 일상, 생태시민이 지키는 미래’라는 주제로 체험활동과 영화 상영, 기후행동 실천인증, 공연 등이 있었다.

다양한 체험, 전시, 실천행동들 이루어져

행사는 체험전시마당, 탐험마당, 영화마당, 행사마당, 실천인증 총 5가지로 구성되었다. 체험전시마당은 평화광장에서 교사, 학생 기후행동 365 및 기관(기업) 운영 체험 및 전시 부스, 생태전환교육 북웨이브, 우리 학교 생태전환교육 공모전 수상작 전시로 이루어졌다. 탐험마당은 에너지 드림센터에서 에너지교육, 기후변화교육을 진행했다. 영화마당은 메가박스에서 교장(교감) 대상 생태환경영화(고래와 나, 2024 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를 상영했다. 행사마당은 유니세프 광장에서 기후예술공연(버스킹), 기후 퍼포먼스(웨이스트 버스터즈, 어린왕자와 기후행동 365), 공모전 시상식, 기후행동 365 자유발언대가 있었다. 실천인증으로는 다회용기 사용, 쓰레기 되가져 가기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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