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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편집인 planet03 플래닛03

김용만|플래닛03 대표 편집인

생태계의 안전과 예측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박정희 회장을 만나다

지난 1월 10일,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의 창간식이 청년문화공간 니콜라오홀에서 열렸다. 한국임업인 총연합회 박정희 회장과 성공회대학교 김경문 총장,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대표, 자연의 벗 연구소 오창길이 사장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해 창간을 축하했다. 플래닛03의 김용만 대표편집인이 창간선언을 하고 있다.

우리의 여정은 이 행성의 주인이 사피엔스가 아님을 각성하면서 시작 합니다.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봅니다. 기후 위기가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이상 변화에 대한 인류의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숲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가치와 생태적가치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숲이 유용하다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갈등과 논쟁을 피해가지 않겠습니다. 주장을 하기보다 귀 기울여 듣고 숲의 지혜로 대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새들이 좌우날개로 균형을 잡고 목표를 향해 날아가듯 중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연구자들의 풍부한 지식과 현장의 활동가들의 다양한 경험을 모아내고 실질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인류의 삶은 숲에서 시작 했습니다. 생명의 출발점인 바다에도 숲이 있습니다. 지구어디에나 숲이 있습니다. 숲안에는 나무와 물과, 흙과 미생물과 수많은 동식물들이 시스템되어있고 인간도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시스템을 복구하고 오류를 제거해야 합니다.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입니다. 그 중  67%가 사유림입니다. 세계는 우리의 산림녹화 역사에 주목합니다. 산림과학과 산림정책, 산림문화를 우리세대가 책임져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서가 아닌 지금 우리를 위해서입니다.  ​미디어는 진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을 소명으로 합니다. 플래닛03은 시민사회, 지역경제, 국가정책, 국제협력을 주요하게 다룰것입니다. 기후,숲,생태 전문 미디어로서 전문역량을 결집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갈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생태계의 안전과 예측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해야한다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 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 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 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기본소득개념을 가져오다

숲에 대한 관심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시대다. 후계 임업인뿐만 아니라 취미 임업인도 생기고 전문 임업인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숲은 절대적 수치로 방치되어 있다. 숲을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숲에 산촌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야 한다.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숲 공간을 만들어야 된다. 그렇게 되려면 도시의 기본 소득 개념을 숲으로 가져와야 한다. 도시에서 사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또는 부족한 만큼을 기본소득으로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에서 나는 임산물을 가지고 식당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의 스타트업 창업지원처럼 ‘농장 창업’ 지원정책이 필요하고, 표고버섯 재배시설을 태양광으로 하겠다고 하면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을 적용해주어야 한다. 이것을 산림경영인 2세 청년들에게 우선 적용해 보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려받은 산을 가지고 숲을 경영하게 하고 성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들이 경영한 숲은 국가 안보, 식량안보, 물의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탄소세 논의를 시작하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탄소세 논의에 산림경영인이 참여하고 있다. 산림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산림경영체 등록을 할 때, 탄소 인증과 같이 탄소세가 맞물려 논의되어야 한다.   탄소거래제가 만들어진다면 산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방치된 숲이 경영되는 숲으로 가려면 산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인증이나 경영계획서를 세우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비용 발생이 탄소세를 받는 산주보다 주변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가 되면 망한다. 정책 수립에 산림경영인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산주 220만은 숲을 지켜온 가디언스다. 숲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위대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산이 방치되었다는 것은 220만 산주들의 삶도 방치되었다는 말이다. 탄소세 논의를 산주들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지구 온도 변화로 세계는 재난의 시대로 가고 있다. 전기가 끊기고 태풍이 지나가는 건 재난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기후 재앙’이다.  그래서 기후 위기는 국가가 대응해야 하는 것이고, 국가는 그것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숲에는 이미 먹을 것이 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자립도 가능하다. 해수면의 변화로 인해 불안한 도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인간은 숲에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많은 노력과 함께 재앙이 되지 않도록 대피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숲경영체험림은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숲은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개념, 새로운 질서에 대해 고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박정희 |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박정희 회장이 직접 경영하는 평창 봉평의 숲은 2023년 12월,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아 산림청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으로 선정 

평창군 봉평면 태기산(1,262m) 자락에 있는 봉평 잣나무 숲은 독림가 박정희 씨의 증조부 때부터 4대에 걸쳐 산림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숲이다. 서당을 하시던 증조부께서는 1907년 전국에서 소나무 씨앗을 구해와 어린 묘목을 기르기 시작했다. 1910년에는 소나무 묘목으로 첫 조림을 하였고, 매년 수확을 낼 수 있는 수종을 찾아 잣나무와 백두산에서 구해온 잎갈나무 씨앗으로 어린 묘목을 길러서 1932년 2차 조림을 실시했다. 3차 조림은 1964~65년에 1차 조림 때 조성한 소나무를 수확하고, 잣나무와 낙엽송을 조림하였다. 또한 1991년에 잣나무로 4차 조림했으며, 1996년에 자작나무로 5차 조림했다.  각 조림 시기는 대를 이어 가족의 출생을 기념하면서 시행되어, 가족들이 숲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책임이 각별하였다.온 가족이 임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가업이 승계되고 있다. 현재에도 지속적인 숲 가꾸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잣나무 숲에는 가슴 높이 지름 50cm 이상인 한 아름 되는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란다.
또한 가슴 높이 지름 120cm에 나이 200년이 넘는 음나무와 가슴 높이 지름 80cm 이상, 높이 20~27m에 달하는 1910년대 조림된 소나무, 1930년대 조림된 잣나무와 잎갈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숲에는 임도와 숲길이 완만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다. 또한 임산물 재배 견학을 비롯하여 아트인아일랜드 리조트 시설에서 산림휴양을 할 수 있는 등 산림복합경영 단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풍치와 경관이 아주 우수하여 영화 〈남한산성〉과 드라마 〈욘더〉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등 명품 숲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정희 아트인아일랜드 봉평 planet03 플래닛03

김용만|플래닛03 대표 편집인

생태계의 안전과 예측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지난 1월 10일,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의 창간식이 청년문화공간 니콜라오홀에서 열렸다. 한국임업인 총연합회 박정희 회장과 성공회대학교 김경문 총장,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대표, 자연의 벗 연구소 오창길이 사장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해 창간을 축하했다. 플래닛03의 김용만 대표편집인이 창간선언을 하고 있다.

김용만 편집인 planet03 플래닛03

우리의 여정은 이 행성의 주인이 사피엔스가 아님을 각성하면서 시작 합니다.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봅니다. 기후 위기가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이상 변화에 대한 인류의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숲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가치와 생태적가치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숲이 유용하다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갈등과 논쟁을 피해가지 않겠습니다. 주장을 하기보다 귀 기울여 듣고 숲의 지혜로 대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새들이 좌우날개로 균형을 잡고 목표를 향해 날아가듯 중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연구자들의 풍부한 지식과 현장의 활동가들의 다양한 경험을 모아내고 실질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인류의 삶은 숲에서 시작 했습니다. 생명의 출발점인 바다에도 숲이 있습니다. 지구어디에나 숲이 있습니다. 숲안에는 나무와 물과, 흙과 미생물과 수많은 동식물들이 시스템되어있고 인간도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시스템을 복구하고 오류를 제거해야 합니다.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입니다. 그 중  67%가 사유림입니다. 세계는 우리의 산림녹화 역사에 주목합니다. 산림과학과 산림정책, 산림문화를 우리세대가 책임져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서가 아닌 지금 우리를 위해서입니다.  ​미디어는 진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을 소명으로 합니다. 플래닛03은 시민사회, 지역경제, 국가정책, 국제협력을 주요하게 다룰것입니다. 기후,숲,생태 전문 미디어로서 전문역량을 결집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갈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생태계의 안전과 예측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희 아트인아일랜드 봉평 planet03 플래닛03

평창군 봉평면 태기산(1,262m) 자락에 있는 봉평 잣나무 숲은 독림가 박정희 씨의 증조부 때부터 4대에 걸쳐 산림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숲이다. 서당을 하시던 증조부께서는 1907년 전국에서 소나무 씨앗을 구해와 어린 묘목을 기르기 시작했다.
1910년에는 소나무 묘목으로 첫 조림을 하였고, 매년 수확을 낼 수 있는 수종을 찾아 잣나무와 백두산에서 구해온 잎갈나무 씨앗으로 어린 묘목을 길러서 1932년 2차 조림을 실시했다. 3차 조림은 1964~65년에 1차 조림 때 조성한 소나무를 수확하고, 잣나무와 낙엽송을 조림하였다. 또한 1991년에 잣나무로 4차 조림했으며, 1996년에 자작나무로 5차 조림했다.  각 조림 시기는 대를 이어 가족의 출생을 기념하면서 시행되어, 가족들이 숲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책임이 각별하였다.
온 가족이 임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가업이 승계되고 있다. 현재에도 지속적인 숲 가꾸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잣나무 숲에는 가슴 높이 지름 50cm 이상인 한 아름 되는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란다.
또한 가슴 높이 지름 120cm에 나이 200년이 넘는 음나무와 가슴 높이 지름 80cm 이상, 높이 20~27m에 달하는 1910년대 조림된 소나무, 1930년대 조림된 잣나무와 잎갈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숲에는 임도와 숲길이 완만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다. 또한 임산물 재배 견학을 비롯하여 아트인아일랜드 리조트 시설에서 산림휴양을 할 수 있는 등 산림복합경영 단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풍치와 경관이 아주 우수하여 영화 〈남한산성〉과 드라마 〈욘더〉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등 명품 숲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정희 회장이 직접 경영하는 평창 봉평의 숲은 2023년 12월,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아 산림청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으로 선정

김우성의 생태포럼

도파민 제로시티(Zero-City), 영양군

경상북도 영양군이 화제입니다. 3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이라는 채널에서 제작한 영상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편이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고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되었습니다. 영상에 관한 논란과 별개로 경상북도 영양군에 관해 찾아볼 만한 여행기가 적어 2022년에 다녀온 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양군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아내님께서는 영양군에서 숲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내님의 출장과 별개로 조금 더 깊이 영양을 느끼기 위해 여름휴가 동안 영양군에 머물렀습니다. 디지털 세상과는 조금 떨어져 자연을 즐기고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울산에서 영양군의 숙소까지 내비게이션을 찍고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늦어 해가 진 이후에 영양면으로 진입하게 됐는데, 가로등 없는 꼬부랑 산길이 반겨주었습니다. 어두운 산길 운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없는 점은 편했습니다. 밤길 운전이 아니라면 운전 환경은 나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영양군에는 고속도로와 4차로, 철로가 없습니다. 신호등도 3개뿐이라고 합니다. 천천히 달리거나 잠시 길가에 차를 멈추고 경치를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박진희

'음식시민'의 탄생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음식시민'은 진정한 먹거리 행동 교육으로 탄생한다

먹거리는 인간 생존에 있어 매우 필수적이며, 그러하기에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간의 권리이다. 또한 음식과 식생활은 인류가 이룩해 온 거룩한 문화이다. 식량 보장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권리라는 사실, 농업농촌을 이해하고, 공정한 먹거리 체계와 바른 식생활은 무엇인지, 식문화를 어떻게 즐겨야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고유의 식문화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식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농업의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을 받고, 성장하고, 이에 맞는 행동으로 지속가능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우리는 ‘음식 시민’이라고 한다. ‘음식 시민’이 탄생하는 먹거리 교육이 필요하다. ‘음식 시민’에게 먹거리는 생명의 근원이며, 관계이고, 사회이고, 즐거움이다. 교육자 존 듀이는 교육은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행함으로 배우는 것이다. 먹거리 교육은 사람들이 먹거리 문제를 인식하고,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더 나은 먹거리 체계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어야 한다. 음식 시민이 탄생하는 교육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일상으로 번져가기를 희망해본다.

'무엇을 먹을까'와 '어떻게 먹을까'는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겠지만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밥상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가족들의 대화 속에서 인간의 도리와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일.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이 일어나는 장이었기에 밥상머리 교육이라 불렸다. 나는 밥상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중 하나가 먹을 것과 관련된다. 형제자매가 다섯이나 되기에 함께 나누어 먹는 법과 먹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웠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음식을 맛보았다. 제철에 나는 음식 중 반드시 아이들에게 먹여야 할 목록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것도 어릴 적 밥상머리 교육 덕분이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먹을 것을 귀히 여기는 시대도 아니고, 제철 음식에 기대어 사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먹는 것은 인간의 삶과 건강에 매우 중요한 척도이기에 무엇을 먹을까와 어떻게 먹을까는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먹거리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법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제정되어 있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나 교육의 진행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

*어메니티(amenity): 어떤 지역의 장소, 환경, 기후가 주는 쾌적성. '농촌 어메니티'는 농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탄소중립 로컬기업으로 가는 길

마을기업이나 공동체 창업은 여전히 특산물의 생산,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과 관광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나 특산품이 들어간 00빵을 먹고, 000 체험을 하는 비슷한 구조의 사업들이 넘쳐난다. 이걸 통해 소멸 위험에 맞서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는 장밋빛 계획만 앞세운다.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전국의 주요 작물이 바뀌어왔다. 사과하면 대구였지만 어느새 장수, 청송이 사과 주산지가 되었고, 이제는 평창 등 강원권이 사과 주산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복숭아의 주산지도 수십년 동안 바뀌었다. 어류 자원도 바뀌었고, 산림자원도 바뀌어간다. 그런데 여전히 농산어촌 로컬기업은 현재의 주요 작물에 기대는 사업 공정만을 선보인다. 산림 기반 사업은 치유만을 강조한다. 이제 농산어촌 공동체 기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로컬기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기업이 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농산촌 기업이니 당연히 자연친화적이라거나 농촌을 위하는 기업으로 생각해 달라고 한다면, 대기업의 그린워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농어촌 기업은 지속가능할까?

정부는 건물과 분쟁만 남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공동체 창업 지원 절차를 세분화했다, 예비, 신규, 재지정, 고도화 등 성장단계별로 지원을 구분하고, 단계별 심사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했다. 사업을 결심한 마을공동체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투입되어 주민들간 토론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의견이 공동의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도록 한다. 농림어업을 배경으로 하니 사업 내용의 주요 분야는 유통, 가공이 되지만 체험과 관광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사업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받고,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다. 사업 공간이 기획되고, 디자인된다. 설계를 검토하고, 공사가 시작된다. 구성원 중 누군가는 공동체 창업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열심히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업은 마을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1590여개에 이른다. 다른 공동체 창업 사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족히 수만개가 될 것이다. 잘사는 농산어촌을 만드는 목적을 가진 농산어촌 창업의 기본 전제는 당연히 농산어업의 유지와 발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창업된 농산어촌 기업은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다

농산어촌에 살다 보면 창업의 기회가 수시로 찾아온다. 농림어업의 소득은 적고, 공동체성은 살아있다고 판단되니 마을이나 영농조합과 같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이 아주 많다. 그러나 평생 농사만 지어본 농민과 농촌의 주요 인구 구성원인 고령자들이 창업을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이러한 창업 지원 사업은 종국에는 건물만 남는 일이 많았고, 지원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 분쟁을 겪는 공동체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농가 경영체를 만드는 지원 사업이나 마을 단위 사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 농산어촌지역개발사업, 관광두레사업, 산림일자리 발전소 사업, 산촌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자율어업공동체 선정 및 육성, 어촌뉴딜 300. 농산어촌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박진희

탄소중립 농산촌 기업은 탄생 가능할까?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특별기고

1978년 경기 연천 출생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1997)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97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수료(2003)
스웨덴 룬드대 환경 경영·정책 대학원 석사 졸업(200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2017)
서울대 법과대학 환경법전공 박사 졸업(2021)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선임연구원(2005~2007)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2007~2014)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2017~2018)
기후솔루션 이사(2018~2022)
플랜1.5 공동대표 겸 이사(2022~2023.11)

박지혜변호사민주당인재1호 planet03 플래닛03

박 지 혜

변호사 | 민주당 인재1호 

현실의 정치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양적인 성장 신화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지난해 11월 17일, 전 세계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구 표면 온도가 일시적이지만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06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23년은 세계기상기구의 174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표로 정하였던 1.5도 지지선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에 주목하고 회복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세계 에너지 기구를 비롯한 많은 전문기구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빠른 퇴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전 세계 시민사회가 그에 걸맞는 강도 높은 대책을 소리 높여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이러한 변화에 관한 정치적 합의는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를 담은 합의문이 진통 끝에 겨우 통과되었을 정도입니다.

저는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시민사회에서 활동해 온 변호사입니다. 그간 국가의 미온적인 기후정책을 바꾸어 내기 위해 청소년들을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함께 기후 운동을 해왔으며, 석탄발전 감축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국의 석탄발전 지역 주민들,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전국적인 탈석탄 캠페인을 조직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는 기업 내부에서 이러한 지구의 위기에 주목하고 기업의 고유 역량을 더 나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사를 조직하는 사회책임경영(CSR) 담당자로 살았습니다.

제가 환경과 기후 위기 대응을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를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추구하여 온 끊임없는 양적인 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우리 삶의 이정표를 바꾸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항상 그러한 마음으로 꿋꿋이 이 길을 걸어왔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공감하고 빠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사회의 “변화” 또한 더디게 일어나는 현실에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국회에 들어와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과연 현실의 정치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컸습니다. 하지만, 저의 결론은 무엇보다 현실의 정치가 기후 위기에 더 주목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사는 방식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현실의 정치라면, 정치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10월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습니다. 2021년 9월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였으며 2030년 국가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의 이행은 무척 더디기만 합니다.

 

지난 2023년 4월 정부는 2030년까지의 연도별 감축 목표는 제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부담을 최대한 뒤로 미루었습니다. 2024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예산은 오히려 줄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실종된 가운데 태양광 보급 속도 역시 더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퇴보하는 현실에 제동을 걸고, 우리가 세운 큰 목표들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시 정치가 힘을 내야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더 귀 기울이고, 한발 앞서 미래를 대비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저의 이러한 진심이 더 많은 분들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많은 분들이 현실 정치에서 저와 같은 뜻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스마트농업을 적극지원하겠다는 윤석렬대통령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온도조절기능을 작동해보고있다_대통령 실사사진기자단

매일 저녁 TV 생활정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농촌의 여러 지역과 먹거리를 소개한다. 각 채널마다 재밌고 호기심이 동하게, 농촌의 일상을 '활력 넘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농촌을 콘텐츠로 다양하게 소비하는 것일 뿐, 농촌의 실생활상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가깝다. 현재 농촌의 실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고령화, 기후변화, 소멸이다.

원자력과 화력이 키우는 농산물을 먹으며,​지구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

특별기고 | 박진희

고령인 농부가 ‘스마트 농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마트 농업이라고 하면 온습도가 통제되는 하우스에서 농산물을 수확하는 풍경이나 드론이 논밭을 날고 있는 풍경을 상상한다. 하지만 스마트 농업은 종자의 생산, 가공부터 생산, 수확, 출하, 유통, 소비까지 농업 가치 사슬 전반에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농업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다. 도구의 사용이 기계의 사용으로, 그리고 기술적 진보로 이어졌다. 농사는 땅의 힘으로, 하늘에 맡기는 것에서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농업 후계 자녀가 있다면 모를까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AI 기술이 적용되는 스마트 농업을 농촌의 고령인구가 배워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막대한 초기 비용의 투자와 불안정한 시스템, 혹은 더욱 발전하는 기술 진보로 더 많은 자본이 계속 투입되는 것을 평범한 농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이다.

아내님께서 일하시는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의 마당에 카누가 생겼습니다. 백년숲은 태화강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카누를 힘들게 트럭에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성인 두 사람이 카누를 들고 강까지 걸어가서 살짝 강물에 담그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천천히 노를 저으면 됩니다. 목수님께서 배를 잘 만드셨는지 좌우로 흔들림도 거의없고 꽤 안정적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천천히 노를 저으며 물을 보고, 강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꽃을 봅니다. 강변에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강변 위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 황조롱이를 봅니다. 아무런 막힘 없이 끝없이 펼쳐진 강 위의 하늘을 봅니다. 카누를 타고 새로운 지점에 가면 우리는 새로운 풍경을 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중에 배가 있습니다. 한강에는 광나루, 마포나루, 서빙고나루, 동작나루, 노들나루 등이 있었고, 현재 한강 주변의 지명에서도 옛 나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거나 강의 상류와 하류를 오르내렸습니다. 이제는 32개의 한강다리 위로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넙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타고 강의 상류와 하류를 이동합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오가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배를 교통수단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가의 영역에서 배는 여전히 낭만적이고 또한 즐거운 활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소수이지만 카누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정박지에 세워 둔 요트는 부의 상징입니다. MBC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회자되고 있고, 아저씨들은 베란다에서 로잉머신을 타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는 아직 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planet03 DB

planet03 DB

새로운 지점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사람들입니다

글 사진|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생태포럼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탑니다

​특별기고

박지혜변호사민주당인재1호 planet03 플래닛03

박지혜

변호사 | 민주당 인재1호

1978년 경기 연천 출생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1997)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97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수료(2003)
스웨덴 룬드대 환경 경영·정책 대학원 석사 졸업(200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2017)
서울대 법과대학 환경법전공 박사 졸업(2021)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선임연구원(2005~2007)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2007~2014)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2017~2018)
기후솔루션 이사(2018~2022)
플랜1.5 공동대표 겸 이사(2022~2023.11)

기후미식러를 기다리며

지금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기후위기 시대이다. 기후위기 시대,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미식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 것일까? 자연과 사람에게 이롭고, 생산과정이 공정하며, 유전자 조작이 일어나지 않고, 전통적인 농축어업 방식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것, 지역농업과 로컬푸드를 옹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향하며, 전통방식의 식생활을 지지하는 활동, 식량권을 중요하게 여기며, 음식을 통한 사회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을 우리는 슬로푸드 운동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탄소 중립의 개념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이를 기후미식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미식의 관점에서 농업환경을 조성하고 먹거리 관계망을 해석하며, 식생활 교육과 활동을 할 대중적 전문가가 탄생해야 한다. 기후 미식을 설계하고 가르칠 기후미식가가 필요하다. 별다섯 개의 식당이 되기보다 기후미식 식당이 되고 싶은 사회를 제시하고, 먹방러가 아니라 기후미식러를 만들어갈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먹거리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해본다.

박진희

전환시대, 그리고 기후미식가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메뉴가 한없이 증식하는 시대

나는 50대이다. 어릴 적 깨작깨작 먹는다고 어른들에게 혼난 기억이 여러 번이다. 먹는 것은 늘 귀했으므로 고봉밥을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으면 ‘고놈 참 잘 먹는구나’하고 칭찬을 받았다. 물론 편식을 해서도 안 된다. 누가, 무엇을 주건 간에 남기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것이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 먹을 것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였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패스트푸드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햄버거를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어야 했다. 많이 먹어본 사람처럼 피자를 먹고, 스파게티도 포크에 둘둘 말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세계화의 추세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사회인이 되었을 때에는 햄버거도, 피자도, 스파게티도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쌀국수, 또띠야 같은 음식들도 스스럼없이 먹는 시대, 아는 메뉴가 한없이 증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도 그 시대를 충분히 누리며 세상 모든 음식을 알고 있는 듯 먹고 마시며 살았다.

1981년 정부는 농가에 어린 곰, 웅담, 피, 가죽을 수출하라며, 곰을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을 허용하며 권장했다. 곰은 잡식성이고 아무거나 먹일 수 있으니 키우기도 쉽다고 했다. 이름하여 농가 소득 진작을 위한 특수가축 사육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여러 농가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곰을 수입해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 수요는 예상보다 없었고,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동물보호에 대한 국내외 여론이 높아지면서 1985년 정부는 곰의 수입을 금지했다.

1993년 한국은 멸종위기종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협약’(CITES)에 가입했다. 1999년 사육곰의 관리부처를 농림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특수가축 사육 권장에 따라 곰을 사육해 온 농가들에는 아직 팔리지 않은 곰이 남아 있었다. 번식하여 어린 곰이 태어나기도 했다. 정부는 사육된 곰들에게 적용할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 법은 10살이 넘은 곰의 웅담을 채취해 도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0살 넘어 웅담을 빼내고 도축되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곰에게 튜브를 꽂아 쓸개즙을 채취하기도 했다. 웅담 외 다른 용도로 곰을 키울 수 없지만 불법 도축 후 한 마리 수천만원을 받고 곰고기를 판매하는 농가도 있었다. 쓸개즙을 채취당한 곰은 별도의 처치 없이 그대로 오물투성이 사육장에 방치되었다. 곰은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국제멸종위기야생동물로 규정되어있지만 여전히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이 가능하고, 그래서 불법 도축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육 농가와 사육되고 있는 곰,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상황의 지속이라니!

멸종위기종이지만, 도살이 가능하다?

묵묵하고 우직한 사람을 우리는 곰 같다고 말한다. 단군 신화 속 곰이 삼칠일 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동화가 원작이라는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는 우리 모두의 친구라도 되는 듯 마냥 귀엽다. 때론 우직하고, 때론 귀엽고, 곰 발바닥 놀이가 있을 정도로 곰은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곰은 빠르며, 실제로 만나면 생사를 가르는 무서운 동물이다. 무엇보다 곰은 멸종위기종이다. 동물원에 갇혀서 자유를 잃어버린 것 말고, 곰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 싶겠다. 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곰은 웅담 채취를 위해 좁고 오물이 가득한 비위생적인 시설에 갇혀 사육되어 왔다.

40여년 동안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웅담을 채취당한 곰

드디어 곰은 잘못된 사육 정책과 보식 문화에서 벗어났다. 사진_동물자유연대(www.animals.or.kr) 제공

박진희

동물 사육은 동물 복지와 먹거리 윤리에 근거해야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현실의 정치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양적인 성장 신화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지난해 11월 17일, 전 세계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구 표면 온도가 일시적이지만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06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23년은 세계기상기구의 174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표로 정하였던 1.5도 지지선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에 주목하고 회복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세계 에너지 기구를 비롯한 많은 전문기구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빠른 퇴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전 세계 시민사회가 그에 걸맞는 강도 높은 대책을 소리 높여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이러한 변화에 관한 정치적 합의는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를 담은 합의문이 진통 끝에 겨우 통과되었을 정도입니다.

저는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시민사회에서 활동해 온 변호사입니다. 그간 국가의 미온적인 기후정책을 바꾸어 내기 위해 청소년들을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함께 기후 운동을 해왔으며, 석탄발전 감축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국의 석탄발전 지역 주민들,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전국적인 탈석탄 캠페인을 조직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는 기업 내부에서 이러한 지구의 위기에 주목하고 기업의 고유 역량을 더 나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사를 조직하는 사회책임경영(CSR) 담당자로 살았습니다.

제가 환경과 기후 위기 대응을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를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추구하여 온 끊임없는 양적인 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우리 삶의 이정표를 바꾸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항상 그러한 마음으로 꿋꿋이 이 길을 걸어왔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공감하고 빠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사회의 “변화” 또한 더디게 일어나는 현실에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국회에 들어와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과연 현실의 정치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컸습니다. 하지만, 저의 결론은 무엇보다 현실의 정치가 기후 위기에 더 주목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사는 방식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현실의 정치라면, 정치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10월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습니다. 2021년 9월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였으며 2030년 국가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의 이행은 무척 더디기만 합니다.

 

지난 2023년 4월 정부는 2030년까지의 연도별 감축 목표는 제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부담을 최대한 뒤로 미루었습니다. 2024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예산은 오히려 줄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실종된 가운데 태양광 보급 속도 역시 더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퇴보하는 현실에 제동을 걸고, 우리가 세운 큰 목표들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시 정치가 힘을 내야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더 귀 기울이고, 한발 앞서 미래를 대비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저의 이러한 진심이 더 많은 분들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많은 분들이 현실 정치에서 저와 같은 뜻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저녁 8시 30분, 우리 집 거실의 전등이 꺼졌습니다. 다른 많은 곳의 전등도 함께 꺼졌습니다. 어스아워(Earth hour)입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 부터 9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어스아워는 한 시간 동안 전등을 끔으로써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자는 약속입니다. 2007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된 어스아워는 현재 190여 개국, 7,000여 개 도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자연보전 캠페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전안내나 단체대화방을 통해 미리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이제는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도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참여한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고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산서울타워, 프랑스의 에펠탑, 대만의 타이베이 101,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같은 주요 랜드마크 또한 최소한의 조명을 남긴채 전면 소등에 참여합니다.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어스아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명을 끄고 산책을 가거나 주변 사람들과 조용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어스아워를 보냅니다. 

어스아워, 전등을 끄고 생명의 빛을 켜는 한시간

특별기고

어스아워(Earth hour)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김우성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 산다. 도시민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귀농하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을 못 들어 줄쏘냐 하고, 2008년 거의 한 해를 가족 여행처럼 귀농지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2009년 3월, 장수군으로 귀농할 것을 결정했다. 지역만 결정하고 어디서 살아야 할지, 둘러보아도 찾기가 어려웠는데 지금 사는 집과 인연이 닿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집을 산 뒤에 남편은 가족 중 제일 먼저 장수로 내려가 이사 올 준비와 농사 준비를 했다. 나와 아이들, 시어머니는 4월 초에 이사했다. 남편은 강원도 평창 출신이고,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뉴스에서 보아 왔던 3월의 농촌은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따뜻한 봄바람이 일고, 들녘에 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봄꽃나무가 사방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는데 고랭지인 장수에는 아직 추운 바람이 일었다.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에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를 연재 했다.

특별기고

오, 나의 오색찬란 감자님!

​박진희

사람들이 장수는 4월에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고 했다. 난방은 10월에서 다음 해 4월까지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 우리는 추운 곳으로 왔구나! 우리가 산간 지역으로 귀농했다는 실감이 났다. 귀농을 했지만 막상 농사일을 하려고 하니, 나는 농사일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그러니 무슨 일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감자의 고장,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남편은 달랐다. “감자를 심을 준비를 해야지!” 남편은 아이들과 내가 아직 장수로 내려오기 전에 감자 심을 준비를 해 두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보다 몇 해 앞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웃들은 무슨 농사를 준비하고 있나 보았더니 모두 감자였다.

귀농을 결심하다

감자를 심다

사진 : 박진희 제공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나 교육의 진행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

*어메니티(amenity): 어떤 지역의 장소, 환경, 기후가 주는 쾌적성. '농촌 어메니티'는 농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마을기업이나 공동체 창업은 여전히 특산물의 생산,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과 관광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나 특산품이 들어간 00빵을 먹고, 000 체험을 하는 비슷한 구조의 사업들이 넘쳐난다. 이걸 통해 소멸 위험에 맞서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는 장밋빛 계획만 앞세운다.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전국의 주요 작물이 바뀌어왔다. 사과하면 대구였지만 어느새 장수, 청송이 사과 주산지가 되었고, 이제는 평창 등 강원권이 사과 주산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복숭아의 주산지도 수십년 동안 바뀌었다. 어류 자원도 바뀌었고, 산림자원도 바뀌어간다. 그런데 여전히 농산어촌 로컬기업은 현재의 주요 작물에 기대는 사업 공정만을 선보인다. 산림 기반 사업은 치유만을 강조한다. 이제 농산어촌 공동체 기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로컬기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기업이 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농산촌 기업이니 당연히 자연친화적이라거나 농촌을 위하는 기업으로 생각해 달라고 한다면, 대기업의 그린워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탄소중립 로컬기업으로 가는 길

농산어촌 기업은 지속가능할까?

정부는 건물과 분쟁만 남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공동체 창업 지원 절차를 세분화했다, 예비, 신규, 재지정, 고도화 등 성장단계별로 지원을 구분하고, 단계별 심사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했다. 사업을 결심한 마을공동체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투입되어 주민들간 토론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의견이 공동의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도록 한다. 농림어업을 배경으로 하니 사업 내용의 주요 분야는 유통, 가공이 되지만 체험과 관광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사업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받고,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다. 사업 공간이 기획되고, 디자인된다. 설계를 검토하고, 공사가 시작된다. 구성원 중 누군가는 공동체 창업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열심히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업은 마을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1590여개에 이른다. 다른 공동체 창업 사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족히 수만개가 될 것이다. 잘사는 농산어촌을 만드는 목적을 가진 농산어촌 창업의 기본 전제는 당연히 농산어업의 유지와 발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창업된 농산어촌 기업은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특별기고

탄소중립 농산촌 기업은 탄생 가능할까?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농산어촌에 살다 보면 창업의 기회가 수시로 찾아온다. 농림어업의 소득은 적고, 공동체성은 살아있다고 판단되니 마을이나 영농조합과 같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이 아주 많다. 그러나 평생 농사만 지어본 농민과 농촌의 주요 인구 구성원인 고령자들이 창업을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이러한 창업 지원 사업은 종국에는 건물만 남는 일이 많았고, 지원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 분쟁을 겪는 공동체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농가 경영체를 만드는 지원 사업이나 마을 단위 사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 농산어촌지역개발사업, 관광두레사업, 산림일자리 발전소 사업, 산촌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자율어업공동체 선정 및 육성, 어촌뉴딜 300. 농산어촌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다

소득 편차에 따른, 녹지 불평등

도시의 녹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된 도시공원을 비롯해 길가의 가로수, 공동주택의 식생 공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도시의 나무와 숲 같은 녹지는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서비스이자 생태계 서비스이다. 이런 녹지가 도시 안에 사는 모두에게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고가의 아파트 밀집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 다시 말해 소득 구조에 따라 지역간 편차를 보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원도심보다 신도시에서, 연립주택 밀집지보다 아파트 밀집지에서 도시공원이 가깝고, 식생 분포가 높다.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는 도시공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식생 분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국민들이 녹지 환경에 만족한다고?

다른 이들은 삶에서 얼마나 자연환경에 만족하며 살아갈까? 국민 삶의 질을 평가하는, 통계청의 여러 지표 중에 ‘녹지환경만족도’가 있다. ‘녹지환경만족도’는 생활환경이 제공하는 주관적 웰빙의 정도를 측정해 만든 지표로, 현재 사는 곳의 녹지 환경이 좋다고 체감하는 인구의 비율이다.

2022년 기준 우리 국민의 녹지 만족도는 59.1%인데, 농촌 사람들의 녹지환경만족도는 68.7%, 도시 사람들의 만족도 57.1%로 조사되었다. 2021년 기준 전국의 도시화율은 90.7%이다. 지금 도시화율은 이보다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 산다. 대한민국 90% 이상의 국민, 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녹지 환경에 만족하는 편이니, 대한민국의 녹지 수준은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역 학생들과 함께 가꾼, 마당의 식물 밭 | 박진희 제공

높은 산중에 집이 있어, 숲에 둘러싸여 산다. 푸른 나무, 돌아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풀. 푸르름 속에 살고 싶어 십수년 전 농촌에 이사 왔다. 아이들은 마을 숲과 키다리 수풀 사이를 뛰어놀며 자랐다. 벌이 날아드는 정원을 가꾸겠다고 마당에 꽃과 나무를 열심히 심었다. 지역 학생들과 함께 꽃과 채소를 심는 밭을 일구기도 했다. 푸르름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만족했고, 날마다 숲을 마주하는 일상이니 자연환경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사는 셈이다.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박진희

특별기고

우리가 녹지 빈곤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

김호 교수 planet03 플래닛03

김 호

​​한국기후변화학회 | 회장

전문가의 담론에서 대중화하는 것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Planet03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제까지 누려온 것들을 전혀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의 관점에서 각종 기술과 제도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큰 목소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기술위주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자연기반 해법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하기에는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근본적으로는 현인류의 모든 것을 돌아보고 우리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제까지 비교적 소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던 이러한 담론들을 우리의 절박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대중화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때에 planet30의 창간은 오랜 사막 여행 중에 찾은 오아시스 같은 소식입니다. 잡지의 무궁한 발전을 온 마음을 모아 기원합니다.

강변에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강변 위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 황조롱이를 봅니다. 아무런 막힘 없이 끝없이 펼쳐진 강 위의 하늘을 봅니다. 카누를 타고 새로운 지점에 가면 우리는 새로운 풍경을 봅니다.

아내님께서 일하시는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의 마당에 카누가 생겼습니다. 백년숲은 태화강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카누를 힘들게 트럭에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성인 두 사람이 카누를 들고 강까지 걸어가서 살짝 강물에 담그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천천히 노를 저으면 됩니다. 목수님께서 배를 잘 만드셨는지 좌우로 흔들림도 거의없고 꽤 안정적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천천히 노를 저으며 물을 보고, 강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꽃을 봅니다.

새로운 지점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이제는 32개의 한강다리 위로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넙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타고 강의 상류와 하류를 이동합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오가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배를 교통수단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가의 영역에서 배는 여전히 낭만적이고 또한 즐거운 활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소수이지만 카누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정박지에 세워 둔 요트는 부의 상징입니다. MBC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회자되고 있고, 아저씨들은 베란다에서 로잉머신을 타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는 아직 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중에 배가 있습니다. 한강에는 광나루, 마포나루, 서빙고나루, 동작나루, 노들나루 등이 있었고, 현재 한강 주변의 지명에서도 옛 나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거나 강의 상류와 하류를 오르내렸습니다.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생태포럼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탑니다

이동근 교수 planet03 플래닛03

이동근

국회 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서울대 교수

​플래닛03 주식회사

본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72-2 타워갤러리 7층

지사: 경기도 시흥시 동산길33, 숲 1976

신문등록번호 경기-아53860|출판 제2023-000129

발행인 박수영|편집인 김용만|대외협력총괄 박성미|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진아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maill to: planet03.forest@gmail.com 

이용약관

플래닛03  planet03

1978년 경기 연천 출생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1997)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97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수료(2003)
스웨덴 룬드대 환경 경영·정책 대학원 석사 졸업(200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2017)
서울대 법과대학 환경법전공 박사 졸업(2021)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선임연구원(2005~2007)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2007~2014)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2017~2018)
기후솔루션 이사(2018~2022)
플랜1.5 공동대표 겸 이사(2022~2023.11)

김호 교수 planet03 플래닛03

​김 호

한국기후변화학회 | 회장

전문가의 담론에서 대중화하는 것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Planet03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제까지 누려온 것들을 전혀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의 관점에서 각종 기술과 제도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큰 목소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기술위주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자연기반 해법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하기에는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근본적으로는 현인류의 모든 것을 돌아보고 우리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제까지 비교적 소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던 이러한 담론들을 우리의 절박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대중화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때에 planet30의 창간은 오랜 사막 여행 중에 찾은 오아시스 같은 소식입니다. 잡지의 무궁한 발전을 온 마음을 모아 기원합니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을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이들을 위한 서식지를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그러했습니다. 시민사회의 전문가들과 혁신적인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서울그린트러스트 운동을 펼쳤습니다. 서울에 새로운 녹지들을 만들고, 기존의 녹지들을 연결했습니다. 성동구의 거대한 공간을 서울숲으로 만들어냈고, 조성과 관리의 과정을 시민과 함께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숲을 만들고 운영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화포천이 그러했습니다. 경상남도 김해의 화포천은 2000년 이후 상류에 공장들이 난립하면서 심하게 오염됐습니다. 습지에는 냉장고와 가구, 폐타이어 같은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졌습니다. 지역 주민과 김해시는 화포천을 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무현 대통령도 함께했습니다. 화포천 습지는 이제 황새나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습지보호지역이 되었습니다. 

도시는 인간의 서식지, 동식물의 서식지도 보호해야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에는 버려진 철길을 숲으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가 확장되고 더 넓은 선로가 필요해짐에 따라 기존 선로는 그 쓰임을 다합니다. 사람들은 기차가 다니던 길을 탄소를 고정하고,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생물의 서식지가 되어줄 도시숲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과 기업이 숲을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6.5km, 13.4ha의 땅에 꽃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린 나무가 크게 자라 그늘을 드리우게 될 가까운 미래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가족과 함께 평지의 숲길을 걷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나무가 자라는 시간을 함께합니다. 철도로 이어지던 길은 이제 평지의 숲길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숲길을 천천히 걷게 되었고, 기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갈 때는 보지 못했던 숲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과 기업이 동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의 한독숲,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생태포럼

조개와 물고기가 죽어버린 강가에서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1978년 경기 연천 출생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1997)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97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수료(2003)
스웨덴 룬드대 환경 경영·정책 대학원 석사 졸업(200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2017)
서울대 법과대학 환경법전공 박사 졸업(2021)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선임연구원(2005~2007)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2007~2014)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2017~2018)
기후솔루션 이사(2018~2022)
플랜1.5 공동대표 겸 이사(2022~2023.11)

이동근 교수 planet03 플래닛03

​이동근

국회 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서울대 교수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혁신적인 해결방식에 대한 토론을 촉진

플래닛03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국회 기후변화포럼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여러분의 비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력에 감탄과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새로 창간하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플래닛03과 같은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가 가진 중요성은 자명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의식과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플래닛03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혁신적인 해결방식에 대한 토론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여러 환경지표에서 기후변화의 증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대형화되는 산불과 잦아지는 태풍,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합니다. 플래닛03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전문적이고 균형잡힌 보도를 제공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미디어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플래닛03의 창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 긴 여정에 전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혁신적인 해결방식에 대한 토론을 촉진

플래닛03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국회 기후변화포럼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여러분의 비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력에 감탄과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새로 창간하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플래닛03과 같은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가 가진 중요성은 자명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의식과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플래닛03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혁신적인 해결방식에 대한 토론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여러 환경지표에서 기후변화의 증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대형화되는 산불과 잦아지는 태풍,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합니다. 플래닛03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전문적이고 균형잡힌 보도를 제공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미디어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플래닛03의 창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 긴 여정에 전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도시에 삽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7%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도시화율은 9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살까요? 사람들은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현관 바닥은 흙 먼지와 낙엽 부스러기로 계속 지저분해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끝없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지네에 물리거나, 가끔 쥐를 잡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편의점은 너무 멀고, 좋은 식당을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대중교통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자가용 없이는 이동이 어렵습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문화적인 혜택을 찾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찾아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반면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은 점점 도시 밖으로 밀려납니다. 도시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적고, 작은 하천은 복개천이 되어 땅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금자리도 활동공간도 모두 부족합니다. 도시는 인간이 아닌 종들이 살아가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살아가는 작은 곤충들이 있고, 꽤 다양한 종의 새들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갑니다. 길고양이도 도시에 잘 적응한 동물입니다. 최근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도심 하천에서 수달을 만났다는 목격담 또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삽니다. 동물들은 어떨까요?

planet03 DB​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연재칼럼

​우리 곁의 동물들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오, 나의 오색찬란 감자님!

그러니 무슨 일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감자의 고장,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남편은 달랐다. “감자를 심을 준비를 해야지!” 남편은 아이들과 내가 아직 장수로 내려오기 전에 감자 심을 준비를 해 두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보다 몇 해 앞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웃들은 무슨 농사를 준비하고 있나 보았더니 모두 감자였다.

사진: 박진희 제공

사람들이 장수는 4월에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고 했다. 난방은 10월에서 다음 해 4월까지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 우리는 추운 곳으로 왔구나! 우리가 산간 지역으로 귀농했다는 실감이 났다. 귀농을 했지만 막상 농사일을 하려고 하니, 나는 농사일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감자를 심다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 산다. 도시민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귀농하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을 못 들어 줄쏘냐 하고, 2008년 거의 한 해를 가족 여행처럼 귀농지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2009년 3월, 장수군으로 귀농할 것을 결정했다. 지역만 결정하고 어디서 살아야 할지, 둘러보아도 찾기가 어려웠는데 지금 사는 집과 인연이 닿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집을 산 뒤에 남편은 가족 중 제일 먼저 장수로 내려가 이사 올 준비와 농사 준비를 했다. 나와 아이들, 시어머니는 4월 초에 이사했다. 남편은 강원도 평창 출신이고,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뉴스에서 보아 왔던 3월의 농촌은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따뜻한 봄바람이 일고, 들녘에 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봄꽃나무가 사방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는데 고랭지인 장수에는 아직 추운 바람이 일었다.

귀농을 결심하다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식품의 쓰레기화 막는 사회로 나아가야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계획 등의 기구는 지난해 5월 ‘2023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2억5800만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식량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은 식량 손실이다. 식량 손실은 전 세계 생산량의 30%로 추산된다. 13%는 수확 후 소매업에 이르는 공급망에서 손실되고, 17%는 가정, 식품 서비스 및 소매업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사라진다. 이런 식량 손실의 주요 원인은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식량 위기의 원인, 식량 손실 30%

지난 2021년 7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의 한 노동자가 음식물 쓰레기 저장소에 떨어져 생을 달리했다. 깊이 3m의 저장소. 음식물 쓰레기는 마치 늪과 같아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를 구하기 위해 크레인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는 무사하지 못했고, 그를 구하려 애쓰던 동료도 저장고에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지난 2023년 4월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적재함에 끼어 어느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이런 사망사고를 관련 회사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음식물 쓰레기 생산자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생산자

김우성ㅣ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특별기고

어스아워(Earth hour)

planet03 DB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저녁 8시 30분, 우리 집 거실의 전등이 꺼졌습니다. 다른 많은 곳의 전등도 함께 꺼졌습니다. 어스아워(Earth hour)입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어스아워는 한 시간 동안 전등을 끔으로써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자는 약속입니다. 2007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된 어스아워는 현재 190여 국, 7000여 도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자연보전 캠페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전 안내나 단체 대화방을 통해 미리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이제는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도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참여한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산서울타워, 프랑스의 에펠탑, 대만의 타이베이 101,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같은 주요 랜드마크 또한 최소한의 조명을 남긴 채 전면 소등에 참여합니다.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어스아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명을 끄고 산책을 가거나 주변 사람들과 조용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어스아워를 보냅니다. 

어스아워, 전등을 끄고 생명의 빛을 켜는 한 시간 

가로수는 우리가 문을 열고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초록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에게 소중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도시에 초록의 싱그러움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도로와 인도를 분리함으로써 우리의 이동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고마운 가로수의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을까요? 봄입니다. 나무를 심는 계절이고, 또한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보통 우리는 나무들이 잎을 틔우기 전에 가지치기를 합니다. 가지치기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 메타세콰이어들은 ‘가지치기'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러실거면 그냥 깔끔하게 자르시죠.” 

“이래도 살아요.” 

저 나무들은 저 자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무의 미래를 예상해 보겠습니다. 일부는 죽을테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다시 가지를 뻗겠지만 가지가 자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껍질이 찢어지면서 가지도 떨어질겁니다. 상처부위로는 계속 빗물이 들어가면서 나무 속은 계속 썩어들어갈겁니다. 결국 아름답지 않게 된 나무들은 다시 베어지게 됩니다. 나무를 베는 예산은요? 다친 나무를 보며 함께 다친 사람들의 마음은요? 돈과 시간을 들여 우리 주변을 망치는 일들을 이제는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planet03 DB​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생태포럼

나무는 사람이 죽입니다

2022년 아내님께서는 영양군에서 숲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내님의 출장과 별개로 조금 더 깊이 영양을 느끼기 위해 여름휴가 동안 영양군에 머물렀습니다. 디지털 세상과는 조금 떨어져 자연을 즐기고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울산에서 영양군의 숙소까지 내비게이션을 찍고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늦어 해가 진 이후에 영양면으로 진입하게 됐는데, 가로등 없는 꼬부랑 산길이 반겨주었습니다. 어두운 산길 운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없는 점은 편했습니다. 밤길 운전이 아니라면 운전 환경은 나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영양군에는 고속도로와 4차로, 철로가 없습니다. 신호등도 3개뿐이라고 합니다. 천천히 달리거나 잠시 길가에 차를 멈추고 경치를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상북도 영양군이 화제입니다. 3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이라는 채널에서 제작한 영상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편이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고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되었습니다. 영상에 관한 논란과 별개로 경상북도 영양군에 관해 찾아볼 만한 여행기가 적어 2022년에 다녀온 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양군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생태포럼

도파민 제로시티(Zero-City), 영양군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동물 사육은 동물 복지와 먹거리 윤리에 근거해야

박진희

1981년 정부는 농가에 어린 곰, 웅담, 피, 가죽을 수출하라며, 곰을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을 허용하며 권장했다. 곰은 잡식성이고 아무거나 먹일 수 있으니 키우기도 쉽다고 했다. 이름하여 농가 소득 진작을 위한 특수가축 사육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여러 농가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곰을 수입해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 수요는 예상보다 없었고,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동물보호에 대한 국내외 여론이 높아지면서 1985년 정부는 곰의 수입을 금지했다.

드디어 곰은 잘못된 사육 정책과 보식 문화에서 벗어났다

사진_동물자유연대(www.animals.or.kr) 제공

40여년 동안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웅담을 채취당한 곰

묵묵하고 우직한 사람을 우리는 곰 같다고 말한다. 단군 신화 속 곰이 삼칠일 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동화가 원작이라는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는 우리 모두의 친구라도 되는 듯 마냥 귀엽다. 때론 우직하고, 때론 귀엽고, 곰 발바닥 놀이가 있을 정도로 곰은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곰은 빠르며, 실제로 만나면 생사를 가르는 무서운 동물이다. 무엇보다 곰은 멸종위기종이다. 동물원에 갇혀서 자유를 잃어버린 것 말고, 곰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 싶겠다. 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곰은 웅담 채취를 위해 좁고 오물이 가득한 비위생적인 시설에 갇혀 사육되어 왔다.

멸종위기종이지만, 도살이 가능하다?

1993년 한국은 멸종위기종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협약’(CITES)에 가입했다. 1999년 사육곰의 관리부처를 농림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특수가축 사육 권장에 따라 곰을 사육해 온 농가들에는 아직 팔리지 않은 곰이 남아 있었다. 번식하여 어린 곰이 태어나기도 했다. 정부는 사육된 곰들에게 적용할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 법은 10살이 넘은 곰의 웅담을 채취해 도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0살 넘어 웅담을 빼내고 도축되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곰에게 튜브를 꽂아 쓸개즙을 채취하기도 했다. 웅담 외 다른 용도로 곰을 키울 수 없지만 불법 도축 후 한 마리 수천만원을 받고 곰고기를 판매하는 농가도 있었다. 쓸개즙을 채취당한 곰은 별도의 처치 없이 그대로 오물투성이 사육장에 방치되었다. 곰은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국제멸종위기야생동물로 규정되어있지만 여전히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이 가능하고, 그래서 불법 도축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육 농가와 사육되고 있는 곰,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상황의 지속이라니!

지금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기후위기 시대이다. 기후위기 시대,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미식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 것일까? 자연과 사람에게 이롭고, 생산과정이 공정하며, 유전자 조작이 일어나지 않고, 전통적인 농축어업 방식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것, 지역농업과 로컬푸드를 옹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향하며, 전통방식의 식생활을 지지하는 활동, 식량권을 중요하게 여기며, 음식을 통한 사회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을 우리는 슬로푸드 운동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탄소 중립의 개념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이를 기후미식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미식의 관점에서 농업환경을 조성하고 먹거리 관계망을 해석하며, 식생활 교육과 활동을 할 대중적 전문가가 탄생해야 한다. 기후 미식을 설계하고 가르칠 기후미식가가 필요하다. 별다섯 개의 식당이 되기보다 기후미식 식당이 되고 싶은 사회를 제시하고, 먹방러가 아니라 기후미식러를 만들어갈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먹거리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해본다.

기후 미식러를 기다리며

나는 50대이다. 어릴 적 깨작깨작 먹는다고 어른들에게 혼난 기억이 여러 번이다. 먹는 것은 늘 귀했으므로 고봉밥을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으면 ‘고놈 참 잘 먹는구나’하고 칭찬을 받았다. 물론 편식을 해서도 안 된다. 누가, 무엇을 주건 간에 남기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것이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 먹을 것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였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패스트푸드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햄버거를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어야 했다. 많이 먹어본 사람처럼 피자를 먹고, 스파게티도 포크에 둘둘 말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세계화의 추세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사회인이 되었을 때에는 햄버거도, 피자도, 스파게티도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쌀국수, 또띠야 같은 음식들도 스스럼없이 먹는 시대, 아는 메뉴가 한없이 증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도 그 시대를 충분히 누리며 세상 모든 음식을 알고 있는 듯 먹고 마시며 살았다.

메뉴가 한없이 증식하는 시대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박진희

특별기고

전환시대, 그리고 기후미식가

밭을 날고 있는 풍경을 상상한다. 하지만 스마트 농업은 종자의 생산, 가공부터 생산, 수확, 출하, 유통, 소비까지 농업 가치 사슬 전반에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농업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다. 도구의 사용이 기계의 사용으로, 그리고 기술적 진보로 이어졌다. 농사는 땅의 힘으로, 하늘에 맡기는 것에서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농업 후계 자녀가 있다면 모를까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AI 기술이 적용되는 스마트 농업을 농촌의 고령인구가 배워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막대한 초기 비용의 투자와 불안정한 시스템, 혹은 더욱 발전하는 기술 진보로 더 많은 자본이 계속 투입되는 것을 평범한 농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이다.

고령인 농부가 ‘스마트 농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매일 저녁 TV 생활정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농촌의 여러 지역과 먹거리를 소개한다. 각 채널마다 재밌고 호기심이 동하게, 농촌의 일상을 '활력 넘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농촌을 콘텐츠로 다양하게 소비하는 것일 뿐, 농촌의 실생활상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가깝다. 현재 농촌의 실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고령화, 기후변화, 소멸이다.

스마트농업을 적극지원하겠다는 윤석렬대통령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온도조절기능을 작동해보고있다_

대통령 실사사진기자단

​특별기고 | 박진희 

원자력과 화력이 키우는 농산물을 먹으며,지구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에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를 연재 했다.

특별기고

식품의 쓰레기화 막는 사회로 나아가야

​박진희

식량 위기의 원인, 식량 손실 30%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계획 등의 기구는 지난해 5월 ‘2023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2억5800만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식량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은 식량 손실이다. 식량 손실은 전 세계 생산량의 30%로 추산된다. 13%는 수확 후 소매업에 이르는 공급망에서 손실되고, 17%는 가정, 식품 서비스 및 소매업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사라진다. 이런 식량 손실의 주요 원인은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생산자

지난 2021년 7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의 한 노동자가 음식물 쓰레기 저장소에 떨어져 생을 달리했다. 깊이 3m의 저장소. 음식물 쓰레기는 마치 늪과 같아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를 구하기 위해 크레인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는 무사하지 못했고, 그를 구하려 애쓰던 동료도 저장고에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지난 2023년 4월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적재함에 끼어 어느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이런 사망사고를 관련 회사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음식물 쓰레기 생산자로 살아가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의 폐기 문제

우리가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부르는 이형 생산물, 크기가 작은 농산물은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폐기된다. 농산물의 상품성은 모양과 크기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상품성이 없는 농산물은 팔리지 않는다. 가공을 한다 해도 헐값에 가공생산자에게 넘기게 되거나, 자가 가공시 오히려 비용 투입이 많아진다. 그러니 농부 입장에서는 밭에서 갈아버리는 편이 그나마 돈을 덜 쓰게 되는 일이 되고 만다. 울며 겨자 먹기로 농산물을 키운 생산자 스스로 농산물을 폐기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 농부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을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이들을 위한 서식지를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그러했습니다. 시민사회의 전문가들과 혁신적인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서울그린트러스트 운동을 펼쳤습니다. 서울에 새로운 녹지들을 만들고, 기존의 녹지들을 연결했습니다. 성동구의 거대한 공간을 서울숲으로 만들어냈고, 조성과 관리의 과정을 시민과 함께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숲을 만들고 운영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화포천이 그러했습니다. 경상남도 김해의 화포천은 2000년 이후 상류에 공장들이 난립하면서 심하게 오염됐습니다. 습지에는 냉장고와 가구, 폐타이어 같은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졌습니다. 지역 주민과 김해시는 화포천을 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무현 대통령도 함께했습니다. 화포천 습지는 이제 황새나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습지보호지역이 되었습니다. 

도시는 인간의 서식지, 동식물의 서식지도 보호해야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에는 버려진 철길을 숲으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가 확장되고 더 넓은 선로가 필요해짐에 따라 기존 선로는 그 쓰임을 다합니다. 사람들은 기차가 다니던 길을 탄소를 고정하고,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생물의 서식지가 되어줄 도시숲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과 기업이 숲을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6.5km, 13.4ha의 땅에 꽃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린 나무가 크게 자라 그늘을 드리우게 될 가까운 미래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가족과 함께 평지의 숲길을 걷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나무가 자라는 시간을 함께합니다. 철도로 이어지던 길은 이제 평지의 숲길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숲길을 천천히 걷게 되었고, 기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갈 때는 보지 못했던 숲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과 기업이 동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생태포럼 | 김우성

조개와 물고기가 죽어버린 강가에서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박진희

우리가 녹지 빈곤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특별기고

다른 이들은 삶에서 얼마나 자연환경에 만족하며 살아갈까? 국민 삶의 질을 평가하는, 통계청의 여러 지표 중에 ‘녹지환경만족도’가 있다. ‘녹지환경만족도’는 생활환경이 제공하는 주관적 웰빙의 정도를 측정해 만든 지표로, 현재 사는 곳의 녹지 환경이 좋다고 체감하는 인구의 비율이다.

2022년 기준 우리 국민의 녹지 만족도는 59.1%인데, 농촌 사람들의 녹지환경만족도는 68.7%, 도시 사람들의 만족도 57.1%로 조사되었다. 2021년 기준 전국의 도시화율은 90.7%이다. 지금 도시화율은 이보다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 산다. 대한민국 90% 이상의 국민, 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녹지 환경에 만족하는 편이니, 대한민국의 녹지 수준은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소득편차에 따른, 녹지 불평등

도시의 녹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된 도시공원을 비롯해 길가의 가로수, 공동주택의 식생 공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도시의 나무와 숲 같은 녹지는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서비스이자 생태계 서비스이다. 이런 녹지가 도시 안에 사는 모두에게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고가의 아파트 밀집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 다시 말해 소득 구조에 따라 지역간 편차를 보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원도심보다 신도시에서, 연립주택 밀집지보다 아파트 밀집지에서 도시공원이 가깝고, 식생 분포가 높다.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는 도시공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식생 분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국민들이 녹지 환경에 만족한다고?

높은 산중에 집이 있어, 숲에 둘러싸여 산다. 푸른 나무, 돌아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풀. 푸르름 속에 살고 싶어 십수년 전 농촌에 이사 왔다. 아이들은 마을 숲과 키다리 수풀 사이를 뛰어놀며 자랐다. 벌이 날아드는 정원을 가꾸겠다고 마당에 꽃과 나무를 열심히 심었다. 지역 학생들과 함께 꽃과 채소를 심는 밭을 일구기도 했다. 푸르름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만족했고, 날마다 숲을 마주하는 일상이니 자연환경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사는 셈이다.

지역 학생들과 함께 가꾼, 마당의 식물 밭 | 박진희 제공

글 사진|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생태포럼

나무는 사람이 죽입니다

가로수는 우리가 문을 열고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초록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에게 소중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도시에 초록의 싱그러움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도로와 인도를 분리함으로써 우리의 이동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고마운 가로수의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을까요? 봄입니다. 나무를 심는 계절이고, 또한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보통 우리는 나무들이 잎을 틔우기 전에 가지치기를 합니다. 가지치기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 메타세콰이어들은 ‘가지치기'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러실거면 그냥 깔끔하게 자르시죠.” 

“이래도 살아요.” 

저 나무들은 저 자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무의 미래를 예상해 보겠습니다. 일부는 죽을테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다시 가지를 뻗겠지만 가지가 자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껍질이 찢어지면서 가지도 떨어질겁니다. 상처부위로는 계속 빗물이 들어가면서 나무 속은 계속 썩어들어갈겁니다. 결국 아름답지 않게 된 나무들은 다시 베어지게 됩니다. 나무를 베는 예산은요? 다친 나무를 보며 함께 다친 사람들의 마음은요? 돈과 시간을 들여 우리 주변을 망치는 일들을 이제는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planet03 DB

우리는 도시에 삽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7%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도시화율은 9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살까요? 사람들은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현관 바닥은 흙 먼지와 낙엽 부스러기로 계속 지저분해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끝없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지네에 물리거나, 가끔 쥐를 잡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편의점은 너무 멀고, 좋은 식당을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대중교통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자가용 없이는 이동이 어렵습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문화적인 혜택을 찾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찾아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반면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은 점점 도시 밖으로 밀려납니다. 도시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적고, 작은 하천은 복개천이 되어 땅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금자리도 활동공간도 모두 부족합니다. 도시는 인간이 아닌 종들이 살아가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살아가는 작은 곤충들이 있고, 꽤 다양한 종의 새들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갑니다. 길고양이도 도시에 잘 적응한 동물입니다. 최근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도심 하천에서 수달을 만났다는 목격담 또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삽니다. 동물들은 어떨까요?

글 사진|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생태포럼

우리 곁의 동물들

파타고니아 옷은 아내 님의 일상과 함께합니다

왜 옷 만드는 회사가 옷은 안 만들고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걸까요? 기업의 사회적 참여는 왜 중요할까요?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활동들이 기업의 성장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다행히도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이 반드시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파타고니아가 이야기하는 환경 보호, 공정한 노동, 안전한 일자리 같은 가치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고,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입니다. 훌륭한 인재를 파타고니아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투자자에게 호감을 얻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로의 투자 붐을 촉발했습니다. 자산운용사로서의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환경과 사회에 관한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가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며 자본시장에 방향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 또한 아주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시민사회의 전문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여러 주체들과 함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옷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매일 저 옷을 입고 일했습니다

아내 님께서 사랑하시는 파타고니아는 꽤 이상한 브랜드입니다. 옷을 파는 회사가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기를 쓰고 파타고니아를 사 입고 있습니다. 월스트리의 금융계 종사자들이 유니폼처럼 입어서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은 노동자(Patagonia vested worker)'라는 단어가 일반명사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를 비롯한 직원 인터뷰를 보면 이게 의류 회사 관계자의 인터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사람들은 은은하게 미쳐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저는 환경단체의 활동가로 2년 정도 일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도 파타고니아 관계자들은 꽤나 환경에 진심입니다.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옷에 그러한 가치를 담기도 하지만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전 세계 환경단체의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달곰 친구들, 우이령 사람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해 사용해 왔습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없는 40대의 아저씨는 아내가 주는 옷을 잘 입습니다. 이 옷이 예쁘다는 아내의 말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저씨의 잘못이니까 조용히 받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 옷의 문제는 예쁜가 안 예쁜가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안에 입은 흰 티셔츠에 자꾸 옷의 부스러기가 묻어났습니다. 초록색 옷을 입으면 초록색 부스러기가, 노란색 옷을 입으면 노란색 부스러기가 묻어났습니다. 이상한 색의 옷이 자꾸 이상한 색의 부스러기를 뿜어냅니다. 가방에 묻고, 자동차 안전벨트에 묻고, 의자에 묻었습니다.

“박사 님, 이거 옷이 실시간으로 분해되고 있는데요? 이게 맞아요?”

아내 님께서는 그제서야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원단을 만들고, 오래 입고, 헤지면 고쳐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매순간 분해되고 있는 옷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아니었지만 저는 순종적인 남편이니까, 아내 님의 말씀에 토를 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아, 이 옷 마음에 안 든다'

아내 님은 항상 아름다우시지만 저는 저 옷이 아름답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글 사진|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생태포럼

당근마켓을 통해 옷장으로 들어온 파타고니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나 교육의 진행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

*어메니티(amenity): 어떤 지역의 장소, 환경, 기후가 주는 쾌적성. '농촌 어메니티'는 농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마을기업이나 공동체 창업은 여전히 특산물의 생산,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과 관광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나 특산품이 들어간 00빵을 먹고, 000 체험을 하는 비슷한 구조의 사업들이 넘쳐난다. 이걸 통해 소멸 위험에 맞서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는 장밋빛 계획만 앞세운다.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전국의 주요 작물이 바뀌어왔다. 사과하면 대구였지만 어느새 장수, 청송이 사과 주산지가 되었고, 이제는 평창 등 강원권이 사과 주산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복숭아의 주산지도 수십년 동안 바뀌었다. 어류 자원도 바뀌었고, 산림자원도 바뀌어간다. 그런데 여전히 농산어촌 로컬기업은 현재의 주요 작물에 기대는 사업 공정만을 선보인다. 산림 기반 사업은 치유만을 강조한다. 이제 농산어촌 공동체 기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로컬기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기업이 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농산촌 기업이니 당연히 자연친화적이라거나 농촌을 위하는 기업으로 생각해 달라고 한다면, 대기업의 그린워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탄소중립 로컬기업으로 가는 길

농산어촌 기업은 지속가능할까?

정부는 건물과 분쟁만 남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공동체 창업 지원 절차를 세분화했다, 예비, 신규, 재지정, 고도화 등 성장단계별로 지원을 구분하고, 단계별 심사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했다. 사업을 결심한 마을공동체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투입되어 주민들간 토론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의견이 공동의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도록 한다. 농림어업을 배경으로 하니 사업 내용의 주요 분야는 유통, 가공이 되지만 체험과 관광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사업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받고,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다. 사업 공간이 기획되고, 디자인된다. 설계를 검토하고, 공사가 시작된다. 구성원 중 누군가는 공동체 창업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열심히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업은 마을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1590여개에 이른다. 다른 공동체 창업 사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족히 수만개가 될 것이다. 잘사는 농산어촌을 만드는 목적을 가진 농산어촌 창업의 기본 전제는 당연히 농산어업의 유지와 발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창업된 농산어촌 기업은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특별기고

탄소중립 농산촌 기업은 탄생 가능할까?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농산어촌에 살다 보면 창업의 기회가 수시로 찾아온다. 농림어업의 소득은 적고, 공동체성은 살아있다고 판단되니 마을이나 영농조합과 같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이 아주 많다. 그러나 평생 농사만 지어본 농민과 농촌의 주요 인구 구성원인 고령자들이 창업을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이러한 창업 지원 사업은 종국에는 건물만 남는 일이 많았고, 지원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 분쟁을 겪는 공동체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농가 경영체를 만드는 지원 사업이나 마을 단위 사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 농산어촌지역개발사업, 관광두레사업, 산림일자리 발전소 사업, 산촌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자율어업공동체 선정 및 육성, 어촌뉴딜 300. 농산어촌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다

왜 옷 만드는 회사가 옷은 안 만들고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걸까요? 기업의 사회적 참여는 왜 중요할까요?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활동들이 기업의 성장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다행히도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이 반드시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파타고니아가 이야기하는 환경 보호, 공정한 노동, 안전한 일자리 같은 가치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고,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입니다. 훌륭한 인재를 파타고니아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투자자에게 호감을 얻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로의 투자 붐을 촉발했습니다. 자산운용사로서의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환경과 사회에 관한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가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며 자본시장에 방향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 또한 아주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시민사회의 전문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여러 주체들과 함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아내 님께서 사랑하시는 파타고니아는 꽤 이상한 브랜드입니다. 옷을 파는 회사가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기를 쓰고 파타고니아를 사 입고 있습니다. 월스트리의 금융계 종사자들이 유니폼처럼 입어서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은 노동자(Patagonia vested worker)'라는 단어가 일반명사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를 비롯한 직원 인터뷰를 보면 이게 의류 회사 관계자의 인터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사람들은 은은하게 미쳐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저는 환경단체의 활동가로 2년 정도 일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도 파타고니아 관계자들은 꽤나 환경에 진심입니다.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옷에 그러한 가치를 담기도 하지만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전 세계 환경단체의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달곰 친구들, 우이령 사람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해 사용해 았습니다

​아내 님은 항상 아름다우시지만 저는 저 옷이 아름답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없는 40대의 아저씨는 아내가 주는 옷을 잘 입습니다. 이 옷이 예쁘다는 아내의 말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저씨의 잘못이니까 조용히 받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 옷의 문제는 예쁜가 안 예쁜가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안에 입은 흰 티셔츠에 자꾸 옷의 부스러기가 묻어났습니다. 초록색 옷을 입으면 초록색 부스러기가, 노란색 옷을 입으면 노란색 부스러기가 묻어났습니다. 이상한 색의 옷이 자꾸 이상한 색의 부스러기를 뿜어냅니다. 가방에 묻고, 자동차 안전벨트에 묻고, 의자에 묻었습니다.

“박사 님, 이거 옷이 실시간으로 분해되고 있는데요? 이게 맞아요?”

아내 님께서는 그제서야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원단을 만들고, 오래 입고, 헤지면 고쳐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매순간 분해되고 있는 옷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아니었지만 저는 순종적인 남편이니까, 아내 님의 말씀에 토를 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아, 이 옷 마음에 안 든다'

김우성 |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생태포럼

당근마켓을 통해 옷장으로 들어온 파타고니아

김우성의 생태포럼

대나무의 재발견

어린이들은 신록과 들꽃이 가득한 짧은 봄을 만끽합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보냈습니다. 친구들과 개울에서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를 찾아 헤매거나 운동장 구석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가끔 곧게 뻗은 나뭇가지라도 발견할 때면 칼싸움을 하거나 자치기를 하면서 나뭇가지가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놀았습니다. 가장 좋은 나무는 대나무였습니다. 대나무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손에 가시가 박히지도 않으며, 주변의 대나무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가까운 대숲에서 얻은 대나무로 조리와 바구니를 짜고, 담장을 엮고, 낚시대를 만들었습니다. 대나무는 가볍고, 튼튼하고, 다루기 쉬워 건축재, 가구재를 비롯해 농기구와 생활도구 등 우리 삶 전반에 넓게 쓰였습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지역에는 반드시 대나무를 재료로 쓰는 물건이 발달된 문명이 있습니다. 식기, 장신구 뿐 아니라 무기의 영역에도 대나무가 활용됩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나무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대나무로 만들던 많은 것들은 이제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나무는 가볍고, 매끄럽고, 튼튼하며, 냄새가 좋은 소재입니다. 언젠가 대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대나무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날이 올까요?

대나무로 만들던 많은 것들은 이제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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