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산들생태연구소

​김우성 | 자연과 공생 연구소장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박사수료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김우성 소장 planet03

아내는 저와 산들이의 관찰을 멋진 그림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우아하고 멋집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일도 낭만적이죠. 식물과 곤충과 새의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들만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잘 아는 사람이나 숲해설가, 자연환경해설사 같은 분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네이처링(naturing)이나 모야모(moyamo)처럼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흐름대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해보세요. 그리고 깊은 숲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보세요.

덧) 사진 속 꽃은 유채(Brassica napus)가 아니라 갓(Brassica juncea)인것 같지만 신경쓰지 맙시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저도 잘 모르니까요.

알면 사랑한다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지르는 강입니다. 우리 가족은 태화강 주변에서 살고, 태화강 주변에서 일합니다. 가끔은 카메라나 스케치북, 책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태화강 주변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합니다. 한적한 공간을 만나면 그 곳에 돗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거나, 간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습니다. 산들이의 손을 잡고 주변을 거닐면서 꽃과 새를 보고,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태화강에 피는 갓꽃을 만난 산들이는 신이 났는지 갓꽃을 꺾어 머리에 꽂았습니다.보통 아이들이 머리에 꽂는 꽃의 크기는 아니지만 산들이는 썩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산들생태연구소'는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산과 들의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또한 제 딸 김산들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명칭은 연구소이지만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마당 안 정원과 가까운 공원, 가로수와 도시숲,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과 해외에서 만난 다양한 생태계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숲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망가진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이야기,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담을 예정입니다. 짧은 글과 사진이 여러분을 산과 들로 안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산들이를 따라 걷던 아빠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만났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주인공 뱁새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텃새입니다. 참새만큼 흔하지만 수줍은 성격때문에 늘 덤불속으로 숨어다녀서인지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덤불 옆을 걸을 때 “개개개갯- 개개개갯- 피유- 피유-” 하는 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작은 친구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생태학의 유명한 명제입니다. 우리가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종의 아름다움을 알게되면 이 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 이 작은 친구들이 살아가는 덤불과 키작은 숲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태화강은 새를 구경하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여름에는 백로류를 비롯해 여름 철새를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떼까마귀의 군무를 볼 수 있습니다. 집 가까이에 새를 볼 수 있는 강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새를 관찰하는 행위를 우리는 탐조(探鳥; bird watching)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취미는 아니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대중적인 취미생활입니다. 망원렌즈를 써서 멀리 있는 새를 조심스레 관찰할 수도 있고, 모이통이나 물통을 설치해 새들이 먼저 다가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친구들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켜주세요.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윤희재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윤희재 교수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현재를 이어가야만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가 크지 않고, 저밀저층 개발을 진행한 국가와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고 숲을 많이 만들자고 하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한 평에 3500만 원인 수도권의 땅에 숲을 만들겠다고 100평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35억의 땅에 숲을 만들었다고 기뻐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조경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대안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저영향 개발을 고민한 이유는 대체 가능성에 있다. 아스팔트가 투수 블록으로 대체되더라도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투수 블록의 관리가 조금 더 귀찮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공정 무역 커피를 소비할 때, 커피가 특별히 맛있거나 싸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올바른 세상이 되길 바라며 미각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의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간다는 개념이 이와 같다. 사람이 무조건 편리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이해해서 더 나은 변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무엇이든 한 방에 바뀌는 건 불가능하지만, 교육이든 언론이든 사람의 인식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베란다에 녹색의 공간을 만들다 보면 도시 녹지가 늘어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먼 미래에 빈 집이 늘면 숲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결국 강조되어야 할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공공은 이미 친환경적 방향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으나, 인간의 필요와 예산의 한계에 의해 아직도 불가능한 영역이 너무 많다. 다수의 인식이 변화할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갔으면 한다.

저영향 개발(Low-impact development)을 말하다

남들이 볼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고 보여도 늘 조경의 영역에 있었다.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특성 상 왜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심미적 기능과 그늘 제공과 같은 일차원적 이유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탄소 저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영향 개발이란 무엇인가?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공해나 오염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개발하더라도 영향을 덜 주도록 개발하자는 개념이다. 조경의 관점에서는 수질 오염이나 빗물 유출과 관련해 자주 다루곤 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죽는 이유는 대개 물 때문이다. 종종 가로수의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땅속에 물이 없어서 그렇다. 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딱딱하게 다듬어져 땅 밑에 물이 없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대개 겨울에 얼어 죽는다. 땅속보다 표면이 훨씬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공사가 최우선이었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땐 괜찮았다. 도시와 숲의 경계가 빗물을 저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숲과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도시에는 물이 없어졌다. 도시 기온은 예전보다 훨씬 상승했고 사람이 살기도 불편해졌다. 배수가 하천으로만 집중되어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마다 한강이 범람하는 건 덤이다. 또 예전의 오염은 축사나 공장처럼 점오염원이었으나, 요즘은 도로 전체와 같은 한 군데로 특정하기 어려운 비점오염원이 많다. 그래서 환경 조경에서는 빗물 유출을 순환 구조로 바꾸는 방안이나 비점오염원을 줄이는 방안과 같은 저영향 개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

이제는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저영향 개발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그룹한어소시에이트와 도시건축소도에서 회사 생활을 했으며 도시물환경연구소 소장과 산지보전협회 전문위원, 환경정의 그린인프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전임교수로 최근 저영향 개발과 ESG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무라 마모루

​신코테크노스 대표

기무라 마모루 대표

다음 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넘겨 주자

신코테크노스에는 영업 부서가 없다.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모두가 그 목표 하나로 나아간다. 모든 직원은 궁극적으로 폐기물 순환 에너지 산업의 창업자가 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에 지구를 넘겨줄 수 있도록,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가치와 필요를 향해 영원히 지속되는 기업이었으면 한다. 지금만 보지 말고, 더 먼 미래를 바라보길 바란다. 그렇게 살아온 기무라 마모루 대표는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순환 능력을 기술로 구현하자

소똥을 말려 연료를 쓴다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거대한 공정을 만들어 내면 어떨까. 모든 폐기물에 적용할 기술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은 먹으면 배출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화장실에 가면 휴지를 써야 하고, 생활하면 폐기물이 나온다. 결국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었고, 석유는 본래 동물의 사체에서 나왔다. 이거야말로 지구의 재생 능력이다. 지구의 재생 능력 이상으로 인간이 환경을 더럽히는 게 문제이므로, 지구의 순환 능력을 기술로 구현하면 된다. 유기성 폐기물을 밀폐된 가수분해장치에 넣고 오직 물만을 고온고압아임계상태(1.8~2.5Mpa, 섭씨180~230도)로 만들어 투입하면, 물분자가 유기성 폐기물을 구성단위까지 분해한다. 그 결과로 액체비료와 고형비료가 나오고, 생성된 바이오가스는 다시금 장치를 운영하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투입된 폐기물이 자원화되어 계속 순환하는 방식이 지구의 순환 능력과 닮았다. 다만 지구의 순환 능력을 압축시켜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구현했다.

​인사이트

지구의 순환능력을 기술로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

파타고니아답게

​인사이트

김광현 팀장

파타고니아답게

10년이 흘렀다. 파타고니아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미국 본사에서 만난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진심’이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 명확했다. 모든 경영진과 직원들은 환경 보호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다. 파타고니아의 의사결정은 환경 보호가 기준이다.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에서 자신의 꿈과 가치를 찾는다. 파타고니아의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보다 파타고니아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일하면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파타고니아 사람은 말과 실천이 일치해야 한다. 소박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환경팀은 환경 이슈가 첨예하게 발생하는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 연대하려고 한다. 자발성을 중요시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나 지원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현장에 직접 나가 체험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의 자문을 받아 지원을 한다. 2013년에는 순이익의 10퍼센트인 8억5000만원을 45개의 환경 보호단체에 지원했다. 더 많은 수익을 내서 더 많은 환경보호단체나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싶다. 매출의 1% 지원을 포함해 본사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홀드패스트 컬렉티브), 개방형 기금(홈 플래닛 펀드) 등을 통해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에 더 많이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사람이 되다

산을 오르고 절벽을 타는 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답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백수였다. 산을 좋아하니 산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암벽등반 장비를 파는 편집숍을 해볼까 생각했다. 친구가 파타고니아 제품을 소개해 주었다. 너무 맘에 들었다. 암벽등반가에게 옷과 장비는 생명과 직결된다. 파타고니아의 옷은 암벽등반가에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본 쉬나드의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 초판을 구했다. 감동이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이 암벽등반을 사랑하는 백수였다는 점에게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다. 등반하면서 좋아했던 해암벽에 기둥을 박아 구름 다리가 만들어진 것을 보며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의 고민이 와 닿았다. 28살, 이미 파타고니아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없었다. 파타고니아의 역사, 철학, 가치,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입사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타고니아 '덕질'이 되었다. 낮에는 암벽등반하고, 밤에는 파타고니아를 공부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암벽등반을 하러 스페인에 갔다. 그때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생긴다는 기사가 올라 왔다. 바로 귀국했다. 하지만 한국의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너무 큰 실망을 했다.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철학이 보이지 않았다. ‘소비 지향’적 매장으로 보였다.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 만든 카탈로그의 오역도 눈에 보였고 미국 본사와 비교하는 글을 썼다. 행사에 참여해 후기도 올리고 파타고니아 제품을 분석한 글도 올렸다. 국내에서는 파타고니아 브랜드가 많이 알려진 때가 아니었지만, 블로그에 파타고니아 매니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불편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청년 김광현을 찾았다.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 %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중략)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인사이트

박정희 산림경영인  플래닛03  planet03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planet03 DB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한재각 박사 기후활동가 플래닛03  planet03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  planet03 DB

기후위기시대, 불평등과 정의를 말하다

한재각 |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박정희 산림경영인  플래닛03  planet03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planet03 DB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 %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중략)

Q. 사회학을 전공하였죠.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다. 학생 시절에 사회 운동의 영향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이 생겼고, 과학기술자로서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가진 고유한 의미가 무엇인지, 사회에서 어떤 위치,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공부하고자,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윤 창출과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것을 비판하게 되었고, 과학은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의 안전을 촉진하는 시민을 위한 과학이어야 함을 배웠다. 졸업 즈음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 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참여했다. 이후 과학기술 환경 분야 정책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말년에는 에너지와 기후 분야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 의제라고 생각되어 에너지 정책센터를 개설했다. 1년 뒤 해당 센터의 부설 연구소로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를 개소하여 약 13년 간 연구소장으로 근속했다. 그러다가 공부가 더 필요하여, 과학과 환경을 아우르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Q. 사회 운동이나 시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핵심적인 계기가 있나?

대학생 시절에 한 반핵운동이 있었다. 정치권력들이 핵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만 이해하여,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가득했다. 나아가 핵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누구이며, 왜 시민들의 비판을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었다.

 

Q. 기후정의동맹에서의 '정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과학기술에서 '정의(Justice)'를 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로 발전한 산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누구에게 피해를 야기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 곧 '정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의 방식으로 거의 20조 가까이 되는 R&D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데, 이 금액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이러한 세금이 투자가 되어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혜택과 피해는 실제로 누가 보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대개는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리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환경적 피해나 기본적인 권리와 민주주의 등을 위협 당하는 피해가 있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보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 자체가 과학기술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그 '정의'는 엘리트, 기업, 정부 등 기득권의 의사 결정으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여 사회 전반적인 정향을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재조정될 것이다.

 

Q. 기후 위기에서 '정의'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기술로 자연을 바꾸는 행위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게 바로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를 야기한 가장 큰 힘이 과학기술의 힘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화석연료 기반의 기술은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문제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과학기술, 즉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삶과 경제를 지키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목하고 널리 적용해야 한다. 숲과 그외 여러 가지를 파괴하는 기술을,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숲을 복원하는 기술로 바꿀까. 생태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중요하다.

 

Q. 기후정의동맹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린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멸종 반란’이라는 단체가 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를 제기하며 급진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이다. 이와 비슷한 단체를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2020년 9월 전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온실가스 감축 등을 실행하자고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2021년 3월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때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민주당 점거 농성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후 위기를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후 정부에서 탄소중립 관련 위원회 개설과 탄소중립 선언, 비전, 시나리오 설립 등등의 활동을 이어갔는데, 너무 온건하고 타협적이어서 실제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목표에 부합한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는 그린워싱에 가까운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던 중 가장 먼저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원래 가지고 있던 의문인 ‘기후 위기를 누가 만들었으며 실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가', '책임을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가’를 정의하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했다. 그 행진을 한 사람들이 모이고 발전하여 '기후정의동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기후 위기는 누가 일으키고 누가 가장 피해를 봤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불평등 이야기는 항상 있었다. 말하자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어디며 실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논의에서 다루는 여러 통계 기준들도 함께 이야기했다. 우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 유럽, 이렇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오면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국가적인 통계로 계산할 경우 여러 곤란함이 발생하니 개인 시점의 통계로 전환하여 분석하자는 것이다. 국가적인 통계 관점으로 보자면 현 시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가 단위로 논의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측에서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들을 중국에 설치했기 때문에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자국 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지면 오히려 미국보다 적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난전인 상황이다. 결국 소득이 많으면 지출도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불평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 탄소 불평등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일으키고 누가 피해를 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히 줄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를 대입하여 질문을 하자면 ‘누가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 자체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의하면 녹색성장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성장 전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문제점들을 축소해 나가자는 탈성장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 플래닛03  planet03

조천호 대기과학자 |  planet03 DB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줄여야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끝났다

과학은 증거를 제시하고, 그 증거들 사이의 균형, 여러 갈래의 증거들이 보여주는 일관성을 다룬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증거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 과학이 될 수 없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논쟁은 과학에서 이미 끝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와 경제로 이동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있고 사람이 초래하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이 유일한 가치였던 인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만들어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급상승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단어는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 위기(crisis), 붕괴(breakdown)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고,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표기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부정하는 그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 (climate sceptic)에서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분명한 우리 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구별하기 위해 기후변화보다는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구에 외부로 들어오는 것은 태양에너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런데 에너지가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를 않는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반드시 그만큼 우주로 빠져나가야 되는데 우리 사람들이 배출하는, 태운 화석연료로 인해 나온 온실가스가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열을 못 나가게 잡는다. 현재 이 온실가스가 약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5개가 터지는 에너지를 우주로 못 가게 잡고 있다.  하루에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43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수준의 열이다. 이런 굉장한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해서 빙하가 녹고, 땅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실제로 대기가 따뜻해지게 만드는 열기는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기후위기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예측불허’이다. 과학자들은 데이터에 근거해 예측을 하는데, 인류는 지금 예상치 못한 가뭄, 예상치 못한 폭우, 예상치 못한 한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25억명에서 80억명으로 늘었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도나 올랐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빙하기에 빙기 사이 지질학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때)로 변하는 1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4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속도가 25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면 승용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갑자기 2500㎞로 달린 것이다.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1도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는 크기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봐야한다. 지난 100만 년 동안에는 빙기와 간빙기가 10만 년 주기였다. 사람이 변화시킨 게 아니라 자연 스스로가 변한 속도다. 그때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된 속도가 1000년에 1도다. 이 속도를 못 쫓아 가는 고산식물이나 양서류 등 약한 생물들부터 하나하나 멸종된다. 계속 진행되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류도 위험해진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토가 줄게 되면 그 땅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들이 되살아난다. 그러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2001년도 IPCC 3차 보고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은 완전히 인간 활동 때문’ 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과학은 원인을 밝혀내고 대응 체계를 굳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후 위기라고 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있는 위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일어난 위험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것이다.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둔감할 수 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언론의 역할, 교육의 역할, 정부의 역할에 따라 미리미리 이야기해 주고 대비 하지 않으면 막아낼 방법이 없다. 역으로 인간이 만약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인식하고 해결해낸다면 이건 인류사적으로 굉장한 도약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폭염일수가 많아지고 가뭄이 들고 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많아진다는 것은 ‘지구 조절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태양에너지로 온기를 보장하고 햇빛으로 광합성을 해서 이 모든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존 해, 80억 인구가 먹고 살고 있다. 식량이라고 하는 것은 기후에 의존해서 생산이 된다. 기온이 올라가 물이 부족해지고, 가뭄이 늘면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해양이 산성화되고,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 먹거리와 관련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게 되면 돈을 갖고 있다고 해서 식량을 마음껏 수입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중략)

​플래닛03 주식회사

본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72-2 타워갤러리 7층

지사: 경기도 시흥시 동산길33, 숲 1976

신문등록번호 경기-아53860|출판 제2023-000129

발행인 박수영|편집인 김용만|대외협력총괄 박성미|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진아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maill to: planet03.forest@gmail.com 

이용약관

플래닛03  planet03

Q. 사회학을 전공하였죠.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다. 학생 시절에 사회 운동의 영향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이 생겼고, 과학기술자로서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가진 고유한 의미가 무엇인지, 사회에서 어떤 위치,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공부하고자,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윤 창출과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것을 비판하게 되었고, 과학은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의 안전을 촉진하는 시민을 위한 과학이어야 함을 배웠다. 졸업 즈음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 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참여했다. 이후 과학기술 환경 분야 정책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말년에는 에너지와 기후 분야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 의제라고 생각되어 에너지 정책센터를 개설했다. 1년 뒤 해당 센터의 부설 연구소로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를 개소하여 약 13년 간 연구소장으로 근속했다. 그러다가 공부가 더 필요하여, 과학과 환경을 아우르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Q. 사회 운동이나 시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핵심적인 계기가 있나?

대학생 시절에 한 반핵운동이 있었다. 정치권력들이 핵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만 이해하여,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가득했다. 나아가 핵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누구이며, 왜 시민들의 비판을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었다.

 

Q. 기후정의동맹에서의 '정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과학기술에서 '정의(Justice)'를 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로 발전한 산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누구에게 피해를 야기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 곧 '정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의 방식으로 거의 20조 가까이 되는 R&D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데, 이 금액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이러한 세금이 투자가 되어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혜택과 피해는 실제로 누가 보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대개는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리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환경적 피해나 기본적인 권리와 민주주의 등을 위협 당하는 피해가 있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보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 자체가 과학기술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그 '정의'는 엘리트, 기업, 정부 등 기득권의 의사 결정으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여 사회 전반적인 정향을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재조정될 것이다.

 

Q. 기후 위기에서 '정의'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기술로 자연을 바꾸는 행위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게 바로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를 야기한 가장 큰 힘이 과학기술의 힘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화석연료 기반의 기술은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문제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과학기술, 즉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삶과 경제를 지키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목하고 널리 적용해야 한다. 숲과 그외 여러 가지를 파괴하는 기술을,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숲을 복원하는 기술로 바꿀까. 생태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중요하다.

Q. 기후정의동맹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린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멸종 반란’이라는 단체가 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를 제기하며 급진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이다. 이와 비슷한 단체를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2020년 9월 전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온실가스 감축 등을 실행하자고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2021년 3월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때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민주당 점거 농성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후 위기를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후 정부에서 탄소중립 관련 위원회 개설과 탄소중립 선언, 비전, 시나리오 설립 등등의 활동을 이어갔는데, 너무 온건하고 타협적이어서 실제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목표에 부합한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는 그린워싱에 가까운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던 중 가장 먼저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원래 가지고 있던 의문인 ‘기후 위기를 누가 만들었으며 실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가', '책임을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가’를 정의하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했다. 그 행진을 한 사람들이 모이고 발전하여 '기후정의동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기후 위기는 누가 일으키고 누가 가장 피해를 봤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불평등 이야기는 항상 있었다. 말하자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어디며 실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논의에서 다루는 여러 통계 기준들도 함께 이야기했다. 우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 유럽, 이렇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오면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국가적인 통계로 계산할 경우 여러 곤란함이 발생하니 개인 시점의 통계로 전환하여 분석하자는 것이다. 국가적인 통계 관점으로 보자면 현 시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가 단위로 논의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측에서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들을 중국에 설치했기 때문에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자국 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지면 오히려 미국보다 적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난전인 상황이다. 결국 소득이 많으면 지출도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불평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 탄소 불평등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일으키고 누가 피해를 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히 줄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를 대입하여 질문을 하자면 ‘누가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 자체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의하면 녹색성장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성장 전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문제점들을 축소해 나가자는 탈성장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한재각|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기후위기의 시대,

불평등과 정의를 말하다

​인사이트

한재각 박사 기후활동가 플래닛03  planet03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  planet03 DB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끝났다

과학은 증거를 제시하고, 그 증거들 사이의 균형, 여러 갈래의 증거들이 보여주는 일관성을 다룬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증거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 과학이 될 수 없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논쟁은 과학에서 이미 끝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와 경제로 이동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있고 사람이 초래하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이 유일한 가치였던 인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만들어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급상승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단어는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 위기(crisis), 붕괴(breakdown)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고,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표기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부정하는 그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 (climate sceptic)에서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분명한 우리 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구별하기 위해 기후변화보다는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구에 외부로 들어오는 것은 태양에너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런데 에너지가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를 않는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반드시 그만큼 우주로 빠져나가야 되는데 우리 사람들이 배출하는, 태운 화석연료로 인해 나온 온실가스가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열을 못 나가게 잡는다. 현재 이 온실가스가 약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5개가 터지는 에너지를 우주로 못 가게 잡고 있다.  하루에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43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수준의 열이다. 이런 굉장한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해서 빙하가 녹고, 땅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실제로 대기가 따뜻해지게 만드는 열기는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기후위기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예측불허’이다. 과학자들은 데이터에 근거해 예측을 하는데, 인류는 지금 예상치 못한 가뭄, 예상치 못한 폭우, 예상치 못한 한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25억명에서 80억명으로 늘었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도나 올랐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빙하기에 빙기 사이 지질학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때)로 변하는 1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4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속도가 25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면 승용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갑자기 2500㎞로 달린 것이다.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1도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는 크기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봐야한다. 지난 100만 년 동안에는 빙기와 간빙기가 10만 년 주기였다. 사람이 변화시킨 게 아니라 자연 스스로가 변한 속도다. 그때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된 속도가 1000년에 1도다. 이 속도를 못 쫓아 가는 고산식물이나 양서류 등 약한 생물들부터 하나하나 멸종된다. 계속 진행되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류도 위험해진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토가 줄게 되면 그 땅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들이 되살아난다. 그러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중략)

조천호|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기후위기시대,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인사이트

조천호 대기과학자 플래닛03  planet03

조천호 대기과학자 |  planet03 DB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한 시대 

생태 파괴가 미래를 파괴한다

2013년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민간 싱크 탱크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녹색당을 포함하여 녹색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녹색전환연구소가 만들어졌다. 본인 또한 기후나 에너지 쪽에서 일해 왔고 녹색 정치, 녹색 전환 정책을 구체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어서 연구소에 참여했다. 합류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활동했다. 1996년 녹색연합에서 아시아 지역 환경이나 민주주의 문제를 화두로 대학생들과 함께 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필리핀 수빅에서 봤던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미군 기지가 철수한 장소에 사람들이 터를 잡았는데,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여기서 현재의 생태의 파괴가 다음 미래 세대까지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프로그램 종료 후 녹색연합 회원에 가입했다.

전국 17,000명에게 묻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13년 한국 사회의 녹색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구소다. 국가 정책의 전환, 지역의 전환, 그리고 삶의 전환.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두고 대안 정책을 만들고자 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 상당히 밀접하게 협력해서 연구한다는 점이다. 17개 광역 지역을 돌며, 각 시도에 사는 시민들이 모였고, 우리 지역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공감해 10가지 정책 보고서 17건을 펴냈다. 지난 해에는 17개 지역의 녹색 일자리 이슈 페이퍼를 만들었다. 더 들어가서 충남, 전남, 광주, 경기도는 각 지역마다 200여 쪽의 녹색 일자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17개 광역시도에 각 천 명씩 17,000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기후위기를 보는지 그 인식을 조사했다. 보통 싱크 탱크는 수도권에 집중하는데, 녹색전환연구소는 광역과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할 정책이나 방향을 생성하는 데 집중해서 알리고 또 도움 되는 일들을 찾고 있다.

​(중략)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지역에너지 전환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전)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보

​(전) 서울에너지공사 비상임 이사

유권자를

​찾아가다

​인사이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  planet03 DB

지금 우리는 석유를 먹으며 살고 있다

평화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밥을 자본화시켰다. 다국적 기업이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고가로 판다. 이게 녹색혁명이고 GMO다. 빵 한 조각은 열배의 석유가 들어간다. 밀을 재배하기 위한 농기계의 연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그 밀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농약을 뿌릴 때도, 농약을 만들때도 석유가 사용되며, 제빵 과정에서도 기계를 돌리기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유통 과정에서도 이동 수단 유지를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가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석유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인류세 중 포유류의 무게 중 30%가 사람이다. 66%가 가축이고 나머지는 고작 3%다. 생태계는 피라미드형태인데 지금은 명백하게 역피라미드의 형태다. 이것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석유다. 석유가 받쳐주고 있어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고갈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없다. 석유가 모자라면 석유 값이 치솟을 것이고 더불어 식량 값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이 식량 위기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다양성은 현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식당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맛있는 것을 계속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된다. 다양성이 사라져 식량 위기가 닥칠 미래에, 저 아이는 어떻게 살게 될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계에는 우성인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숲에서는 검은 색이었던 꽃이 극지대로 가면 생존을 위해 하얀 색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인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 우리의 삶도 변화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양성을 없앤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 있는 몇 만 마리의 돼지 중 정자를 제공하는 돼지는 얼마 없다. (국립축산과학원_축진듀록돼지인공수정센터보급및활용현황)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하늘다람쥐는 이제 보기 힘들다. 골프장 때문에 서식지가 단절되어 근친 교배로 인해 다양성이 사라지자 결국 전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물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의 로키 산맥에서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 1년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아몬드 재배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비가 내리지 않아 석유를 사용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르고 많이 생산하기 위해 아몬드의 품종을 획일화시켰다. 한국의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사과의 품종을 개량한다면 오히려 사과의 유전자는 다양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성을 없애 버린 개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인간이 계산한 방식으로 단일화된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 다양성을 잃어버린 자연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석유가 고갈되어 식량 위기가 오면, 기댈 수 있는 곳을 잃어버려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 인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없다.

​(중략)

박병상

60+ 기후행동 상임대표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박병상 소장은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 박사다. 박병상 대표가 집필한 저서로 『녹색의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조곤조곤 생태정의 이야기』 등 15권에 이른다. 공저까지 합치면 50권이 넘는다. 1990년대 초 『녹색평론』을 접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소장,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60+기후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인사이트

박병상 생물학박사 생태운동가 플래닛03  planet03

박병상 60+기후행동 상임대표 |  planet03 DB

늑대와의 약속을 지키다

부산이 고향인 한상훈 박사는 낚시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을 배웠다. 동물을 좋아해 부산 사직동물원을 자주 찾았다. 늑대를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늑대를 사랑하게 된 열살 소년은 의대 대신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경희대 생물학과 80학번, 입학하자마자 원병호 교수를 찾아갔다. 조류학자인 원 교수는 포유류 공부를 하고 싶다면 국내에는 전문가가 없으니 유학을 가라고 조언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포유동물학회와 100년이 넘는 포유동물연구소가 있는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 박사는 대학강단이 아닌 환경부를 선택했다.

 

황소개구리와의 전쟁

1997년, 정치적, 경제적 충격이 IMF라면, 생태환경적 충격은 황소개구리 소탕 작전이다. 한 박사가 환경부의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근무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 농가 소득을 올리려는 새마을운동의 한 가지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었던 식용개구리가 전국으로 퍼져 국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었다. 환경부가 나서서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국민이 황소개구리를 잡았다. 1998년 황소개구리는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 1호로 지정되었다. 2012년 대한민국에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생태통로(eco-corridor)를 만들다

1998 년 한박사는 지리산 시암재에 '생태통로'를 만드는데 참여했다. 생태통로(eco-corridor)는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이다. 도로건설 등으로 동물들이 지나 다니던 길이 끊어진 곳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생태통로 설치는 본격화 되었고, 현재 국내 생태통로는 2017년 기준 전국 415개소에서 설치·운영 중이다.

동감댐 건설을 반대하다

1997년 건설교통부는 댐 건설 예정지로 영월의 동강 유역을 지정했다. 1998년 생태조사를 위해 방문한 한 박사는 동강의 어라연을 조사하면서 댐건설은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 마침 동강댐 건설 반대 시위가 있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곳은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댐을 건설하면 안 된다는 한 박사의 발언이 기사회되고 한 박사는 환경부를 떠나야 했다. 이후 동강으로 향한 한 박사는 동강의 비경과 자연생태적 가치를 알려주고 환동운동가에게는 현장체험 경험을 제공하는 자연학교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지역 주민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운동으로 2000 년 6 월 5 일 환경의 날에 김대중 대통령은 댐 건설 계획 취소를 발표했다. 동강댐의 백지화는 개발의 가치보다 자연보존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최초의 사례다.

​(중략)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전)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전)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전)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인간도 

​야생동물이었다

한상훈 소장은 동물학자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이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일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장,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국제자연보존연맹 종보존위원회 두루미전문가그룹의 한국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지구상에 사라진 동물들』, 『한반도의 자연 환경과 야생동물』, 『한국의 개구리(공저)』, 『한국의 포유류(공저)』, 『백두고원(공저)』  등이 있다.

​인사이트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planet03 DB

위대한 유산

어릴 때 산 곳이 인천 부평이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노란 개나리가 100미터가 되고 배나무가 30그루가 되고 밤나무는 15그루가 있었다. 5월이 되면 은방울 꽃의 그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부자였다. 이런 부를 누렸던 것은 아버지의 가난 덕분이었다. 우리집도 아니었고 땅 한평도 없어지만 집 뒤의 산이 다 정원이었다. 다들 담장 친 자기 집 뿐이었지만 어마어마 넓은 산의 아름다움을 누렸다. 부(富)는 소유가 아니라 누리는 자의 몫이다. 어릴 때 흙과 자연, 꽃, 곤충과 가까이 있었던 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아버지의 가난이 가장 큰 위대한 유산이다. 뒷산 꼭대기가 거대한 공동묘지였다. 거기에는 큰 무덤도 있고 작은 무덤도 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죽어서 오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랐다. 죽음과 친했다. 내가 무언가 남겨야 하고,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이유다. 생명에 대한 것을 그때 배웠다. 한의대를 가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항상 수석이었다. 서울대 법대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많은 것을 가진 친구였다. 그런데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신장 투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죽었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이 울어 본 적이 없다. 생명과 죽음이 내 손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당시 양을 키우고 있었는데 문득 하나님을 위해 인생을 살아야겠다. 죽은 친구의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신대를 갔다. 어릴때 가톨릭의 영성과 개신교의 자유분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모두 안녕하신가요?

쓰레기 시멘트는 2006년부터 매달려왔다. 시멘트업계에서 정정 보도 소송을 걸어 왔다. 재판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것이 있다. 하나는 '라돈'이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환경부 기준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논문과 실험 데이터에서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 시멘트만으로 집을 짓는 곳은 없다. 시멘트에 물을 섞어 콘크리트로 만들면 전혀 새로운 물질이 된다. 라돈 방출량이 20~30배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전세계에서 시멘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국민 1인 당 시멘트 소비량이 0.91톤이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전부 0.3톤밖에 안 된다. 심각한 생명에의 위협이다. 다른 하나는 시멘트 공장 주변의 주민들의 건강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물질이 나오면 암모니아와 합성이 돼서 구름기둥이 만들어진다. 이 기둥이 흐르면서 아래쪽에 스모그를 만든다. 천식과 폐 질환을 가져 온다. 시멘트협회에서 소송을 걸어 온 덕분에 하나는 국민의 생명을 위한 재판, 또 하나는 시멘트 공장 주변의 사는 주민의 생명을 위한 재판, 두 개가 지금 진행 중이다. 매우 감사하다. 공부를 더 하게 되었고,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에 놓인 일들을 해결하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월급대신 고소장만 받았다. 처음 1999년 영월에서 서강 쓰레기매립장 반대할때부터 이미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여러가지를 겪었다. 시간을 걸렸지만 지금까지 다 승소했다. 아직 진행중인 재판이 두 건 있다.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의 논문이 있고 데이타가 있다. 무엇보다 사진이 있다.

​(중략)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 연구소 상임대표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시민기자

나의 소명은

​생명을 지키는 것

최병성은 초록별생명평화 연구소와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이다.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2011), 『나는 시민기자다』(2013),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2015),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2023)를 저술했다.

​인사이트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상임대표 |  planet03 DB

과학 다이버의 꿈을 이루다

어릴 때 바닷가에 살았다. 늘 바다 생물과 친숙했다. 집 앞에 작지만 맑은 도랑이 있었는데 생물들이 많이 살았다. 생물학과에 가서 1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 생각 한 것이 생물학과를 다니고 물을 좋아하니 해양생물학을 해보자 싶었다. 헌책방에서 '해양생물학'과 '해양학' 원서를 사다가 군대에서 읽었다. 제대하자마자 1979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부터 해양연구소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시험을 쳐서 과학기술원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됐다. 살면서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꿈꾸던 해양생물학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해양생물학은 기본적으로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다루는 분야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미경이나 데이터가 아니라 생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에 정말 많이 들어갔다. 과학 연구를 위해 다이빙하는 사람을 과학 다이버(scientific diver)라고 한다. 세계수중연맹(CMAS)이라는 국제수중기구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과학 다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과학 다이버를 인증받은 것이 자랑스럽다.

 

생태계의 가치를 아는 정치인

지금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1984년부터 근무했다. 1986년 안산으로 옮긴 연구소 앞에 시화호가 있었다. 시화호는 1987년,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담수호가 필요하다고 바다를 막기 시작한 인공호수다. 당시 한국 사회는 습지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연안 습지(갯벌)가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시화호는 바다가 내륙으로 만입해 있어서 생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수산물의 가치나 습지의 고유 가치를 제대로 따지면 개발보다 가치가 훨씬 크다. 1994년 완공되었는데 당시 하늘에서 보면 완전히 새카맣게 썩은 호수였다. 공장 폐수로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어류와 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호수’였다. 개선 방법은 내가 볼 때 바닷물로 희석시키는 것뿐이었다. 결국 정부는 바닷물을 막은 지 3년여 만에 갑문을 열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기 시작했다. 인공습지 조성, 생태계 모니터링이 있었는데 시민 참여가 정말 컸다. 지금 시화호는 수질의 90%정도를 회복한 상태로 보인다. 그때, 세상 일은 결국 정치인이 결정한다는 걸 알았다. 생태계를 잘 아는 누군가가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없었다. 그래서 20년 근무하던 연구원을 그만뒀다. 국회에 들어가 해양 환경 정책을 바꿔보고 싶었다. 국회에 들어가서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을 만들었다.

​(중략)

제종길

해양생태학자

​(전)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

(전)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

(전)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바다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

제종길 박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일했다.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환경기자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도시와 자연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2010년 한국 생태관광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를 2014년까지 맡았다. 2014년 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년 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 2002),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 (2002) 등이 있다.

​인사이트

제종길 해양생태학자 |  planet03 DB

유권자를 찾아가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  planet03 DB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지역에너지 전환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전)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보
​(전) 서울에너지공사 비상임 이사

생태 ​​파괴가 미래를 파괴한다

2013년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민간 싱크 탱크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녹색당을 포함하여 녹색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녹색전환연구소가 만들어졌다. 본인 또한 기후나 에너지 쪽에서 일해 왔고 녹색 정치, 녹색 전환 정책을 구체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어서 연구소에 참여했다. 합류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활동했다. 1996년 녹색연합에서 아시아 지역 환경이나 민주주의 문제를 화두로 대학생들과 함께 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필리핀 수빅에서 봤던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미군 기지가 철수한 장소에 사람들이 터를 잡았는데,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여기서 현재의 생태의 파괴가 다음 미래 세대까지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프로그램 종료 후 녹색연합 회원에 가입했다.

 

전국 17,000명에게 묻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13년 한국 사회의 녹색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구소다. 국가 정책의 전환, 지역의 전환, 그리고 삶의 전환.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두고 대안 정책을 만들고자 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 상당히 밀접하게 협력해서 연구한다는 점이다. 17개 광역 지역을 돌며, 각 시도에 사는 시민들이 모였고, 우리 지역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공감해 10가지 정책 보고서 17건을 펴냈다. 지난 해에는 17개 지역의 녹색 일자리 이슈 페이퍼를 만들었다. 더 들어가서 충남, 전남, 광주, 경기도는 각 지역마다 200여 쪽의 녹색 일자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17개 광역시도에 각 천 명씩 17,000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기후위기를 보는지 그 인식을 조사했다. 보통 싱크 탱크는 수도권에 집중하는데, 녹색전환연구소는 광역과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할 정책이나 방향을 생성하는 데 집중해서 알리고 또 도움 되는 일들을 찾고 있다.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  planet03 DB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숲의 생태계를 배웠고,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야생동물을 다루는 연구실에서 공부했다.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야생동물의 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이다.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박병상 생물학박사 생태운동가 플래닛03  planet03

 박병상 60+기후행동 상임대표 |  planet03 DB

박병상

60+ 기후행동 상임대표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소장은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 박사다. 박병상 대표가 집필한 저서로 『녹색의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조곤조곤 생태정의 이야기』 등 15권에 이른다. 공저까지 합치면 50권이 넘는다. 1990년대 초 『녹색평론』을 접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소장,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60+기후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

1800년대 후반 생태계의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라는 개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식지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적정 개체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야생동물 서식 환경의 모든 세부적인 부분들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동물들의 적정 개체수 파악도 어렵다. 인간이 숲 근처에서 농사를 지어 식량을 생산하면 야생동물은 이 공간에 침입해 먹이를 얻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간이 겹쳐지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특정 종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우리는 보전(conservation)이라는 방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반대로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우리는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벚나무는 도시생태계 안에서 자연상태보다 수백배 혹은 그 이상 높은 밀도로 존재한다. 벚나무와 인간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벚나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중대형 포유류의 경우는 다르다. 고라니나 멧돼지등은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도시에 나타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라니와 멧돼지의 밀도에 대한 연구는 없다. 정확한 개체수와 밀도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중대형 포유류의 정확한 밀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적정 밀도를 설정하고 관리를 통해 인간과 동물과의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환경계획에 야생동물에 대한 데이타 반영

전국 자연환경 조사, 동계동시센서스, 도요물떼새 조사, 멸종위기종 조사등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비오톱 지도라든가 야생동물 서식지와 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의 분포와 서식지 정보를 다양한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원청개구리는 환경부에서 분포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그 존재를 모른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기도 하고, 도시 계획에 의해 서식지가 훼손되기도 한다.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에 관한 데이터만 가지고 있는 것은 종의 보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환경계획이나 국토계획에 멸종위기종에 관한 데이터가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생물종의 서식지 보전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석유를 먹으며 살고 있다

평화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밥을 자본화시켰다. 다국적 기업이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고가로 판다. 이게 녹색혁명이고 GMO다. 빵 한 조각은 열배의 석유가 들어간다. 밀을 재배하기 위한 농기계의 연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그 밀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농약을 뿌릴 때도, 농약을 만들때도 석유가 사용되며, 제빵 과정에서도 기계를 돌리기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유통 과정에서도 이동 수단 유지를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가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석유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인류세 중 포유류의 무게 중 30%가 사람이다. 66%가 가축이고 나머지는 고작 3%다. 생태계는 피라미드형태인데 지금은 명백하게 역피라미드의 형태다. 이것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석유다. 석유가 받쳐주고 있어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고갈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없다. 석유가 모자라면 석유 값이 치솟을 것이고 더불어 식량 값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이 식량 위기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다양성은 현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식당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맛있는 것을 계속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된다. 다양성이 사라져 식량 위기가 닥칠 미래에, 저 아이는 어떻게 살게 될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계에는 우성인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숲에서는 검은 색이었던 꽃이 극지대로 가면 생존을 위해 하얀 색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인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 우리의 삶도 변화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양성을 없앤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 있는 몇 만 마리의 돼지 중 정자를 제공하는 돼지는 얼마 없다. (국립축산과학원_축진듀록돼지인공수정센터보급및활용현황)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하늘다람쥐는 이제 보기 힘들다. 골프장 때문에 서식지가 단절되어 근친 교배로 인해 다양성이 사라지자 결국 전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물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의 로키 산맥에서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 1년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아몬드 재배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비가 내리지 않아 석유를 사용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르고 많이 생산하기 위해 아몬드의 품종을 획일화시켰다. 한국의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사과의 품종을 개량한다면 오히려 사과의 유전자는 다양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성을 없애 버린 개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인간이 계산한 방식으로 단일화된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 다양성을 잃어버린 자연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석유가 고갈되어 식량 위기가 오면, 기댈 수 있는 곳을 잃어버려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 인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없다.

​(중략)

인간도 야생동물이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planet03 DB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전)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전)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전)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동물학자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이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일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장,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국제자연보존연맹 종보존위원회 두루미전문가그룹의 한국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지구상에 사라진 동물들』, 『한반도의 자연 환경과 야생동물』, 『한국의 개구리(공저)』, 『한국의 포유류(공저)』, 『백두고원(공저)』  등이 있다.

​늑대와의 약속을 지키다

부산이 고향인 한상훈 박사는 낚시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을 배웠다. 동물을 좋아해 부산 사직동물원을 자주 찾았다. 늑대를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늑대를 사랑하게 된 열살 소년은 의대 대신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경희대 생물학과 80학번, 입학하자마자 원병호 교수를 찾아갔다. 조류학자인 원 교수는 포유류 공부를 하고 싶다면 국내에는 전문가가 없으니 유학을 가라고 조언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포유동물학회와 100년이 넘는 포유동물연구소가 있는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 박사는 대학강단이 아닌 환경부를 선택했다.

 

황소개구리와의 전쟁

1997년, 정치적, 경제적 충격이 IMF라면, 생태환경적 충격은 황소개구리 소탕 작전이다. 한 박사가 환경부의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근무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 농가 소득을 올리려는 새마을운동의 한 가지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었던 식용개구리가 전국으로 퍼져 국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었다. 환경부가 나서서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국민이 황소개구리를 잡았다. 1998년 황소개구리는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 1호로 지정되었다. 2012년 대한민국에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생태통로(eco-corridor)를 만들다

1998 년 한박사는 지리산 시암재에 '생태통로'를 만드는데 참여했다. 생태통로(eco-corridor)는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이다. 도로건설 등으로 동물들이 지나 다니던 길이 끊어진 곳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생태통로 설치는 본격화 되었고, 현재 국내 생태통로는 2017년 기준 전국 415개소에서 설치·운영 중이다.

나의 소명은 생명을 지키는 것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상임대표 |  planet03 DB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 연구소 상임대표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시민기자

최병성은 초록별생명평화 연구소와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이다.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2011), 『나는 시민기자다』(2013),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2015),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2023)를 저술했다.

​위대한 유산

어릴 때 산 곳이 인천 부평이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노란 개나리가 100미터가 되고 배나무가 30그루가 되고 밤나무는 15그루가 있었다. 5월이 되면 은방울 꽃의 그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부자였다. 이런 부를 누렸던 것은 아버지의 가난 덕분이었다. 우리집도 아니었고 땅 한평도 없어지만 집 뒤의 산이 다 정원이었다. 다들 담장 친 자기 집 뿐이었지만 어마어마 넓은 산의 아름다움을 누렸다. 부(富)는 소유가 아니라 누리는 자의 몫이다. 어릴 때 흙과 자연, 꽃, 곤충과 가까이 있었던 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아버지의 가난이 가장 큰 위대한 유산이다. 뒷산 꼭대기가 거대한 공동묘지였다. 거기에는 큰 무덤도 있고 작은 무덤도 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죽어서 오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랐다. 죽음과 친했다. 내가 무언가 남겨야 하고,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이유다. 생명에 대한 것을 그때 배웠다. 한의대를 가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항상 수석이었다. 서울대 법대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많은 것을 가진 친구였다. 그런데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신장 투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죽었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이 울어 본 적이 없다. 생명과 죽음이 내 손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당시 양을 키우고 있었는데 문득 하나님을 위해 인생을 살아야겠다. 죽은 친구의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신대를 갔다. 어릴때 가톨릭의 영성과 개신교의 자유분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모두 안녕하신가요?

쓰레기 시멘트는 2006년부터 매달려왔다. 시멘트업계에서 정정 보도 소송을 걸어 왔다. 재판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것이 있다. 하나는 '라돈'이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환경부 기준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논문과 실험 데이터에서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 시멘트만으로 집을 짓는 곳은 없다. 시멘트에 물을 섞어 콘크리트로 만들면 전혀 새로운 물질이 된다. 라돈 방출량이 20~30배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전세계에서 시멘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국민 1인 당 시멘트 소비량이 0.91톤이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전부 0.3톤밖에 안 된다. 심각한 생명에의 위협이다. 다른 하나는 시멘트 공장 주변의 주민들의 건강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물질이 나오면 암모니아와 합성이 돼서 구름기둥이 만들어진다. 이 기둥이 흐르면서 아래쪽에 스모그를 만든다. 천식과 폐 질환을 가져 온다...

바다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

제종길 해양생태학자 |  planet03 DB

제종길

해양생태학자
​(전)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
(전)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
(전)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제종길 박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일했다.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환경기자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도시와 자연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2010년 한국 생태관광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를 2014년까지 맡았다. 2014년 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년 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 2002),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 (2002) 등이 있다.

과학 다이버의 꿈을 이루다

어릴 때 바닷가에 살았다. 늘 바다 생물과 친숙했다. 집 앞에 작지만 맑은 도랑이 있었는데 생물들이 많이 살았다. 생물학과에 가서 1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 생각 한 것이 생물학과를 다니고 물을 좋아하니 해양생물학을 해보자 싶었다. 헌책방에서 '해양생물학'과 '해양학' 원서를 사다가 군대에서 읽었다. 제대하자마자 1979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부터 해양연구소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시험을 쳐서 과학기술원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됐다. 살면서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꿈꾸던 해양생물학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해양생물학은 기본적으로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다루는 분야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미경이나 데이터가 아니라 생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에 정말 많이 들어갔다. 과학 연구를 위해 다이빙하는 사람을 과학 다이버(scientific diver)라고 한다. 세계수중연맹(CMAS)이라는 국제수중기구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과학 다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과학 다이버를 인증받은 것이 자랑스럽다.

 

생태계의 가치를 아는 정치인

지금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1984년부터 근무했다. 1986년 안산으로 옮긴 연구소 앞에 시화호가 있었다. 시화호는 1987년,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담수호가 필요하다고 바다를 막기 시작한 인공호수다. 당시 한국 사회는 습지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연안 습지(갯벌)가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시화호는 바다가 내륙으로 만입해 있어서 생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수산물의 가치나 습지의 고유 가치를 제대로 따지면 개발보다 가치가 훨씬 크다. 1994년 완공되었는데 당시 하늘에서 보면 완전히 새카맣게 썩은 호수였다. 공장 폐수로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어류와 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호수’였다. 개선 방법은 내가 볼 때 바닷물로 희석시키는 것뿐이었다. 결국 정부는 바닷물을 막은 지 3년여 만에 갑문을 열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기 시작했다. 인공습지 조성, 생태계 모니터링이 있었는데 시민 참여가 정말 컸다. 지금 시화호는 수질의 90%정도를 회복한 상태로 보인다. 그때, 세상 일은 결국 정치인이 결정한다는 걸 알았다. 생태계를 잘 아는 누군가가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없었다. 그래서 20년 근무하던 연구원을 그만뒀다. 국회에 들어가 해양 환경 정책을 바꿔보고 싶었다. 국회에 들어가서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을 만들었다.

인간과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

1800년대 후반 생태계의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라는 개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식지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적정 개체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야생동물 서식 환경의 모든 세부적인 부분들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동물들의 적정 개체수 파악도 어렵다. 인간이 숲 근처에서 농사를 지어 식량을 생산하면 야생동물은 이 공간에 침입해 먹이를 얻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간이 겹쳐지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특정 종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우리는 보전(conservation)이라는 방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반대로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우리는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벚나무는 도시생태계 안에서 자연상태보다 수백배 혹은 그 이상 높은 밀도로 존재한다. 벚나무와 인간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벚나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중대형 포유류의 경우는 다르다. 고라니나 멧돼지등은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도시에 나타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라니와 멧돼지의 밀도에 대한 연구는 없다. 정확한 개체수와 밀도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중대형 포유류의 정확한 밀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적정 밀도를 설정하고 관리를 통해 인간과 동물과의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환경계획에 야생동물에 대한 데이타 반영

전국 자연환경 조사, 동계동시센서스, 도요물떼새 조사, 멸종위기종 조사등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비오톱 지도라든가 야생동물 서식지와 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의 분포와 서식지 정보를 다양한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원청개구리는 환경부에서 분포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그 존재를 모른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기도 하고, 도시 계획에 의해 서식지가 훼손되기도 한다.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에 관한 데이터만 가지고 있는 것은 종의 보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환경계획이나 국토계획에 멸종위기종에 관한 데이터가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생물종의 서식지 보전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략)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줄여야

이종구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숲의 생태계를 배웠고,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야생동물을 다루는 연구실에서 공부했다.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야생동물의 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이다.

​인사이트

이종구 국립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 |  planet03 DB

아무리 약을 먹어도 조절이 안 되는 환자를 위하여

'완전한 비건'이라기에는 좀 유연한 편이다. 적당한 선에서 동물성이 없다는 식품으로 골라 먹고, 혹시 음식에 들어가 있어도 동물성 식재료만 빼고 먹는 유연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은 '비건 지향'이라고 말한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과는 또 다르다고 한다. 플렉시테리언은 가끔 고기도 먹는데, 본인 같은 경우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고, 먹을 게 정 없으면 음식에서 채소만 건져 먹는 식이란다. 어찌 되었든 이런 식습관들은 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플렉시테리언이 동물성 식품을 50% 줄이면 비건의 절반 정도의 효과를 내는 거라서 그런 사람이 둘이면 비건 한 명만큼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적으로 맡은 환자들을 치료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는 환자들이 '아무리 약을 먹어도 조절이 안 된다.'고 말할 때 의사가 환자들에게 해 줄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했다. 의사로서 회의감이 들었고 점차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그즈음 황성수 신경외과 전문의가 쓴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밥채식』을 읽었다. 책에서는 3~4주만에 체중이 쭉 빠지고 혈압이 떨어졌다고 나온다. 책에서 나온 식사법을 본인의 진료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직접 몸에 실험해 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식단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시작 후 체중이 6~7㎏ 빠졌고 겨울철에 겪었던 비염이나 축농증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정말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

정말 사람을 고치고 싶으면 본인 몸에 실험할 수밖에 없다. 의사인 본인이 직접 환자들에게 권한 대로 실행해 보기도 했다.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 운동을 열심히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건강하게 먹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몸 상태를 스스로 잘 알아야 했다. 의사가 경험 없이 말하면 환자들은 변하지 않는다. 이의철 전문의는 "사람들을 정말 건강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한다. 급성 질환자와 달리 만성 질환자들이 그냥 약만 먹고 지내면, 점점 다른 질병들이 더 붙고 먹는 약의 종수도 늘어나게 된다. 약의 부작용도 심해지고 장기들도 망가지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그걸 뻔히 알면서 예방할 방법을 환자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의사라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 혼자 잘 사는 건, 진짜 잘 사는 게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 TV에서 방송하는 만화영화를 보려고 집 근처 계단을 서둘러 올라가는 데, 어떤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있었다. 만화영화를 볼 욕심에 모른 체하고 지나쳤는데, 만화를 보는 내내 그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한다. '도왔어야 했는데' 하는 당시 심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나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데 나만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더라도 기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한다. 

​(중략)

이의철

차의과학대 통합전의학대학원 겸임교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기후위기와
기후미식

이의철은 전문의다. 직업환경의학 및 생활습관의학 전문의다. 14년 전부터 식물성 식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과 차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기후미식』(2022), 『채식하는 이유』(2022, 공저),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2021), 『비거닝』(2020, 공저) 등이 있다.

​인사이트

이의철 전문의 |  planet03 DB

완전한 비건'이라기에는 좀 유연한 편이다. 적당한 선에서 동물성이 없다는 식품으로 골라 먹고, 혹시 음식에 들어가 있어도 동물성 식재료만 빼고 먹는 유연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은 '비건 지향'이라고 말한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과는 또 다르다고 한다. 플렉시테리언은 가끔 고기도 먹는데, 본인 같은 경우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고, 먹을 게 정 없으면 음식에서 채소만 건져 먹는 식이란다. 어찌 되었든 이런 식습관들은 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플렉시테리언이 동물성 식품을 50% 줄이면 비건의 절반 정도의 효과를 내는 거라서 그런 사람이 둘이면 비건 한 명만큼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적으로 맡은 환자들을 치료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는 환자들이 '아무리 약을 먹어도 조절이 안 된다.'고 말할 때 의사가 환자들에게 해 줄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했다. 의사로서 회의감이 들었고 점차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그즈음 황성수 신경외과 전문의가 쓴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밥채식』을 읽었다. 책에서는 3~4주만에 체중이 쭉 빠지고 혈압이 떨어졌다고 나온다. 책에서 나온 식사법을 본인의 진료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직접 몸에 실험해 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식단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시작 후 체중이 6~7㎏ 빠졌고 겨울철에 겪었던 비염이나 축농증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조절이 안 되는 환자를 위하여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이의철

인사이트

​기후위기와 기후미식

홍수열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경기도 자원순환위원회 위원

 

쓰레기 문제의 답은
생태적 앎에 있다

홍수열 박사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부터 자원순환사회연대 플라스틱위원장, 2019년부터 경기도 업사이클 운영협의회 위원, 경기도 자원순환위원회 위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2021년부터 녹색서울시시민위원회 위원, 2018년~2022년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자원순환분과 위원이었다. 현재는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이자 1인 연구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에서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4년째 진행 중이며,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2022, 공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2020)를 썼다.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와 우리 사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이트

홍수열 박사 |  planet03 DB

순환경제는 아주 세심한 물질흐름에 대한 관리다

우리의 목표는 순환경제다. 물질소비는 두 가지 문제를 방생시킨다. 자원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자원고갈의 문제, 자원의 채굴과 소비로 인해 발생되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문제다. 이 상태로 우리의 물질소비가 계속 진행되면 우리 인간의 문명 뿐만 아니라 지구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 지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인간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우리의 물질 소비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물질 이용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물질소비의 양을 줄이면서, 천연 자원의 채굴이 아닌 재생자원 중심의 자원 조달 순환 공급망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존의 자원순환이 단순히 쓰레기 관리 단계에서 재생자원의 공급을 좀 더 늘리자는 쪽에 치우쳐 있었다고 하면, 순환경제는 재생 자원의 공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물질을 소비하는 산업 분야별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을 의미한다. 물질이 순환하는 경제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매우 거대한 기획이 되는 것이다. 가능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순환경제는 우리가 가야 할 목표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탄소중립으로 가지 않을 것인가? 순환경제는 이 지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야 하는 목표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게 과정이다.

(중략)

쓰레기 문제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당시만 해도 쓰레기 문제는 하나의 독립된 연구 분야가 아니었다. 다른 환경문제나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하나 정도 걸쳐주는 식으로 쓰레기 문제를 다루다보니 깊은 고민들이 없었다. 특히 시민들과 정부, 지자체와 기업들을 연결시켜 주는 통합적인 전문가가 없었다. 서로 얘기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다. 2019년 쓰레기 대란 이후로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반 시민들 중에도 쓰레기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전반적인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쓰레기 문제는 파고들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비 생활 전체가 모두 쓰레기 문제와 연결된다. 페트병 문제라고 하더라도 음료 페트병 문제와 화장품 페트병 문제는 다르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로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끝이 없다. 석유화학, 철강, 섬유, 시멘트와 같은 산업 분야별로 생기는 쓰레기 문제도 모두 다르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또 하나의 통합된 주제로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 하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역량을 가지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이 분야에서 연구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더 많아져야 하고, 우리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

전) 국립세종수목원 초대원장

​전) 국립수목원 원장

식물주권의 기초를 다지다

이유미 박사는 식물분류학자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석사, 동 대학에서 식물분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수목원 연구사로 시작해 원장이 되었다. 국립세종수목원이 만들어질 때는 초대원장이 되었고 2대 원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로 활동 중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문화재 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내 마음의 들꽃 산책』(2021), 『우리 나무 백가지』(2015, 개정), 『내 마음의 나무 여행』(2012),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2011), 『한국의 야생화』(2010),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2004),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과사전』(2005) 등이 있다.

​인사이트

이뮤미 박사 |  planet03 DB

사라지는 식물들, 그리고 돌발병원균들

평생 식물을 찾으러 다녔다. 연구자로 열심히 뛸 때는 희귀한 식물을 찾으러 1년 중 반을 산과 들에서 살았다. 머릿속에 이때쯤 한라산 무슨 자락에 복수초가 피어 있고, 지금 설악산 어디쯤 바람꽃이 필 때라는 예상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 벚꽃축제 시즌인데 올해는 벚꽃이 안 펴서 난리다. 작년에는 너무 빨리 펴서 난리였다. 벚꽃 피는 시기도 예측을 못한다. 벌, 나비와 같은 폴리네이터까지 생각하면 기후위기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의 핫스팟이었는데 지금은 키 작은 대나무로 덮여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리는 구상나무는 정말 인기가 많다. 그런데 지금 거의 사라지고 있다. 돌발병원균, 돌발해충들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다. 그 균과 곤충이 예전에 없었던 게 아니다. 그동안 자연 속에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서로 조화롭게 살았는데 기후 이상으로 균형이 깨지면서 돌발병원균, 돌발해충으로 변해버린 거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만들다

식물학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식물을 연구하는 게 식물학인데, 세상에 정말 많은 게 식물이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식물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데이터를 쌓아 왔다. 그것을 기반으로 응용을 해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워낙 빨리 발전하다 보니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게 취약했다. 내가 평생 일했던 국립수목원에서 산림 자원에 대한 기초 조사를 정말 오랫동안 공들여 해 오고 있다.

식물이 자원이다. 식물 주권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식물이냐, 아니냐를 알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그 식물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기록이다. 이게 증거가 되는 표본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다 타버리고 없었다. 그래서 이 식물이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표본판을 만들고 우리나라 식물 주권의 기초가 되는 일들을 했다. 당시 한국은 식물명조차 정리가 거의 안 돼 있었다. 식물명을 제대로 이름 붙이는 것은 식물학의 시작이다. 그래서 분류학회와 국가가 함께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만들었다. 멸종식물보존사업, 보존연구도 오래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사라지는 식물들을 찾아내고 정리하고 보존하고, 또 자생지에서 사라진 것들은 복원하는 일, 이런 기반에 해당되는 일을 정말 많이 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머리로 인식하고 가슴을 움직여 행동으로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과를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의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9년에 전 세계 530명의 필자를 총괄하는 편집장을 맡아 『동물행동학 백과사전』(개정판)을 편찬했다. 그는 『다윈의 사도들』, 『다윈 지능』,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공부』, 『통섭의 식탁』 등 수많은 명저가 있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2020년부터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을 운영하고 있다.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남겨 주고 있다.

​인사이트

최재천 교수 |  planet03 DB

뉴노멀(New Normal)을 넘어 업노멀(Up Normal)로, 더 나은 일상을 향해

학자의 입장에서 온갖 데이터들을 다 들여다보면, 지금은 명백한 기후 위기 상황이다. 일반인들은 데이터보다는 날씨의 변화로 느낄 것이다. 이제 느낌에서 끝나지 말고 머리로 인식하고 가슴을 움직여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때다. 지금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를 인식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심각하고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까지는 아직 못 간 것 같다. 그걸 어떻게든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가 도움이 좀 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거 우리가 자연한테 너무 막 하다가 우리가 되돌려 받는 건 아닌가' 하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근거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퍼졌다. 현재 그걸 이어가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쉽다. 우리 시민의식이 시민행동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사실 그래서 맡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어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담당하는 위원회였다. 코로나 때, 남에게 피해를 줄까 마스크를 벗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이 어려움을 겪고 벗어나면 우리 사회가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세상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진짜 괜찮은 일상, 뉴노멀(New Normal)을 넘어선 업노멀(Up Normal), 더 나은 일상, 더 개선된 일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일은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표를 내고 두부 자르듯이 끝나버렸다.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제인구달 연구소, 또는 생명다양성재단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편지 형식의 시론을 썼다. 동강댐 건설을 하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김대중 대통령이 글을 읽고, 동강댐 건설 전면 백지화를 결정하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갑자기 환경운동하는 분들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가 됐다. 졸지에 동양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로 등록하고, 4대강 개발 반대 선봉에 섰다. 온갖 수난을 다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다. 제인 구달 박사가 2~3년에 한 번씩 한국에 와 주는 건, '제인구달연구소' 지부를 우리나라에 만들라는 의미였다. 한국은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외국 지부를 돕는 데 회의적이었다. 우리 것도 아닌데 남의 나라 것을 왜 우리가 해 주냐는 분위기였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그러면 단체를 먼저 만들고 그 단체를 제인구달연구소의 지부로 역할하게 하자는 거였다. '생명다양성재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패착이었다. 이 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개인 자격으로 공익재단을 운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후원금이 들어와야 직원들 월급이라도 줄 텐데,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싫었지만 기업인에게 부탁도 해 봤는데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은 자체 재단이 있었다. 기업이 우리 재단에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기업의 재단이 발주하는 용역을 하나 얻는 게 거의 끝이었다. 재단 운영이 어려워지던 중에 누가 말도 안 되는 조언을 했다. 유튜브를 해서 돈을 벌어 재단을 운영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아이고 참 별소리를 다 한다고 하면서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일단 시작했다. 사실 유튜브에서 받는 돈은 몇 푼 안 된다. 그런데 구독자 분들 중에 저 사람이 왜 저런 일을 하는지를 파악한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십시일반 재단에 후원해 준 것들이 모여서 제법 큰 돈이 됐다. 이제는 재단이 굶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 너무 고맙다.

우리의 목표는 순환경제다. 물질소비는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자원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자원 고갈의 문제, 자원의 채굴과 소비로 인해 발생되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문제다. 이 상태로 우리의 물질소비가 계속 진행되면 우리 인간의 문명 뿐만 아니라 지구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 지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인간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우리의 물질 소비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물질 이용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물질소비의 양을 줄이면서, 천연 자원의 채굴이 아닌 재생자원 중심의 자원 조달 순환 공급망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존의 자원순환이 단순히 쓰레기 관리 단계에서 재생자원의 공급을 좀 더 늘리자는 쪽에 치우쳐 있었다고 하면, 순환경제는 재생 자원의 공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물질을 소비하는 산업 분야별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을 의미한다. 물질이 순환하는 경제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매우 거대한 기획이 되는 것이다. 가능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순환경제는 우리가 가야 할 목표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탄소중립으로 가지 않을 것인가? 순환경제는 이 지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야 하는 목표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게 과정이다. 순환경제는 자연의 물질 흐름을 닮자는 것이다. 순환경제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연결이다. 

순환경제는 아주 세심한 물질흐름에 대한 관리다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경기도 자원순환위원회 위원

홍수열

인사이트

​쓰레기 문제의 답은 생태적 앎에 있다

남들이 볼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고 보여도 늘 조경의 영역에 있었다.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특성 상 왜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심미적 기능과 그늘 제공과 같은 일차원적 이유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탄소 저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영향 개발이란 무엇인가?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공해나 오염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개발하더라도 영향을 덜 주도록 개발하자는 개념이다. 조경의 관점에서는 수질 오염이나 빗물 유출과 관련해 자주 다루곤 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죽는 이유는 대개 물 때문이다. 종종 가로수의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땅속에 물이 없어서 그렇다. 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딱딱하게 다듬어져 땅 밑에 물이 없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대개 겨울에 얼어 죽는다. 땅속보다 표면이 훨씬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공사가 최우선이었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땐 괜찮았다. 도시와 숲의 경계가 빗물을 저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숲과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도시에는 물이 없어졌다. 도시 기온은 예전보다 훨씬 상승했고 사람이 살기도 불편해졌다. 배수가 하천으로만 집중되어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마다 한강이 범람하는 건 덤이다. 또 예전의 오염은 축사나 공장처럼 점오염원이었으나, 요즘은 도로 전체와 같은 한 군데로 특정하기 어려운 비점오염원이 많다. 그래서 환경 조경에서는 빗물 유출을 순환 구조로 바꾸는 방안이나 비점오염원을 줄이는 방안과 같은 저영향 개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저영향 개발(Low-impact development)을 말하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윤희재

인사이트

이제는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저영향 개발

숲과 사람 사이에 수목원과 정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민들이 이러한 수목원과 정원을 좀 더 친밀하고 가깝게 느끼고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목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수목원은 인력, 소재, 연구, 교육, 자원의 보존 등에 있어 많은 일을 하는 꼭 필요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수목원을 1년에 한 번 꽃 구경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마다 피는 꽃이 다르고 잎이 나는 게 다르니, 자주 와서 식물을 가까이하면서 내 삶이 초록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자연은 어느 날은 영감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평화이기도 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돌려주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시선을 조금 더 가까이하면 식물은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며, 우리의 친구가 돼 줄 거라고 생각한다.

숲과 사람 사이에 수목원과 정원이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

전)국립세종수목원 초대원장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이유미

인사이트

식물주권의 기초를 다지다

학자의 입장에서 온갖 데이터들을 다 들여다보면, 지금은 명백한 기후 위기 상황이다. 일반인들은 데이터보다는 날씨의 변화로 느낄 것이다. 이제 느낌에서 끝나지 말고 머리로 인식하고 가슴을 움직여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때다. 지금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를 인식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심각하고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까지는 아직 못 간 것 같다. 그걸 어떻게든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가 도움이 좀 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거 우리가 자연한테 너무 막 하다가 우리가 되돌려 받는 건 아닌가' 하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근거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퍼졌다. 현재 그걸 이어가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쉽다. 우리 시민의식이 시민행동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사실 그래서 맡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어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담당하는 위원회였다. 코로나 때, 남에게 피해를 줄까 마스크를 벗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이 어려움을 겪고 벗어나면 우리 사회가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세상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진짜 괜찮은 일상, 뉴노멀(New Normal)을 넘어선 업노멀(Up Normal), 더 나은 일상, 더 개선된 일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일은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표를 내고 두부 자르듯이 끝나버렸다.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뉴노멀(New Normal)을 넘어 업노멀(Up Normal)로, 더 나은 일상을 향해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최재천

인사이트

머리로 인식하고, 가슴을 움직여 행동으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다. 느낌이 너무 컸다. 깨끗한 물 같은 책이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읽으라고 추천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필사까지 하라고 한다. 내가 뭐라고 이런 것까지 요구하나 싶지만 감수하고 권한다. 지금은 이제 다들 미리 알고 온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책을 필사해서 보내오기도 한다. 어떤 학교 선생님은 담임 맡은 반 학생들에게 필사하게 하고 그것을 보내온다. 일일이 학생들에게 티셔츠를 한 장씩 그려서 보내준다. 매년 한두 번은 교실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작업실에는 전국에서 보내온 <나무를 심은 사람>의 필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장 지오노의 단편소설로 황무지에 40년 동안 매일 나무를 심은 한 노인의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나 황무지는 숲이 되고, 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넘쳐 나는 마을이 생긴다. 모두 놀라워했지만 노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에 알려지는 일에 관심이 없던 노인은 매일 나무만 심었다. 전쟁이 나도 나무를 심었고,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그 순간에도 나무를 심었다. 심은 나무가 죽어도 좌절하지 않고 또 심었다. 한 사람의 노력이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노인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깊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필사를 하면 그 감동은 더 커진다. 필사는 그가 택한 실천적 행동의 시작이다. 세계젹인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데릭 백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아 영화를 제작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린 디자이너

전)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학장

​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디자인전문위원

윤호섭

인사이트

호모사피엔스의 자존심, everyday eARThday!

시화호의 오늘을 보면서 내일을 진단하고 싶다. 시화호를 UN이 말하는 2030 공동목표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의 거점으로 만들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어떤 희망들이 있는가? 생태학의 발달로 연안습지 내지 갯벌을 그대로 보전·이용함이 간척보다 훨씬 생태적이며 경제적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강의 댐을 허물 듯이, 간척지의 둑을 허물고 바닷물을 들여 바다로 되돌리는 ‘역간척’ 내지 갯벌복원이 시작되었다. 울돌목[명량] 해역에서도 과거 일제강점기 법령으로 1960년대에 간척되었던 혈도 간척지에 대한 역간척 목소리가 높다. 시화호도 절반의 성공에 머물지 말고 온전한 역간척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력발전시설 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자연과 사람을 본다”는 안목에서 방조제를 허물고 바다로 되돌리는 역사를 감행해야 한다. 그러면 연안어업이 살아나고 도시를 전전하는 주민들이나 그 후예들이 돌아올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도시자연관광을 넘어 생태문화관광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조력발전만 빼고 기존의 첨단복합단지는 역간척으로 외려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시화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자연환경 국민신탁 대표

전재경

인사이트

시화호의 지속가능한 내일

윤호섭

그린디자이너

전)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학장

전)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디자인전문위원

전) 대전 엑스포 디자인 전문위원

호모사피엔스의 자존심, everyday eARThday! 

윤호섭은 1943년생으로 서울사대부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 대학졸업후 합동통신사(현 오리콤)의 광고기획실 아트디렉터가 되었다. 1976년, 대우 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1982년부터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에서 제자들을 만나기 시작해 28년간 함께 공부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디자인전문위원(1982), 대전 엑스포 디자인 전문위원(1990), 세계 잼버리 대회 (1991), 삼성그룹 기업광고 크리에이티브 자문 (1994), 광주 비엔날레 등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펩시콜라의 ‘펩시’ 한글 글꼴 도안은 그의 작품이다.

​인사이트

윤호섭  교수

산다는 것,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책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서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진정한 가치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건,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이 해 낸 기막힌 생각들이 문장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다. 장 지오노를 비롯해 영감을 준 분들에게 한없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생태맹(生態盲)’이라는 말이 있다. 지식은 있고 환경의식이 없는 사람, 생태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면서 생태맹이 되면 안 된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대단한 발견도 아니다.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생각하면 된다.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린 생각할 수 있다. 철학과 성찰의 영역이다. 인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생각에서 나온다. 이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자존심이다. 숨 쉬고 마시고 살아야 하는 자연이 오염되면 독성이 생긴다. 공존해야 하는데 우리가 해를 끼치고 있었다면 멈춰야 한다. 기본적이 도리이고 기초적인 윤리의 문제다. 만물의 영장이 이걸 생각하지 못하면 안 된다. 실감하면 된다. 받아들이는 너그러움, 윤리적 책임감이 교육되어야 한다. 지구가 지금 아프다는 걸 알면 미룰 일이 아니다. 지식인은 다 안다. 각자 할 거 하자. 대안을 묻지 말고 찾아서 하자. 다 알면서 모른척 하지 말자. 이것은 호모사피엔스의 자존심 문제다.

최대한 줄이자

그린디자인의 덕목 중에 ‘maximum minimize’, ‘maximum reduction’이라는 것이 있다.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제로다. 2000년 첫 개인전, 주제는 ‘옷, 우표, 낙엽’으로 했다. 집에 있는 티셔츠를 모두 거실에 가져다 쌓아봤다. 티셔츠만 63장이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으로도 평생 충분하니까 이제 옷을 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나의 후손들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로 상업사진 스튜디오에 옷들을 다 가져가서 하나씩 입고 사진을 찍어 남겼다. 그중 하나를 골라 포스터로 만들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장롱 속에 옷을 쌓아 두고 살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옷을 구매한 적이 없다. 포스터도 인쇄하지 않았다. 공해를 유발하는 인쇄 공정을 피하고 주제 정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백 장의 포스터를 직접 신문지 위에 그렸다. 지금도 그는 작업실 앞에 있는 빵집의 빵종이에 위에 그림을 그린다.

인사동 티셔츠 퍼포먼스

2002년부터 매년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한 달에 한 번 인사동을 간다. 이전에는 매주 갔다. 비가 와도 간다. 인사동 티셔츠 퍼포먼스를 보려고 지방에서도 온다. 티셔츠에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준다. 손수건에도 그려주고 모자에도 그려준다. 티셔츠에 ‘제돌이’를 많이 그려주었다. 제돌이는 2013년 먹이를 쫓다 그물에 걸려 전시동물이 되었다.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는 3년만에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10년 넘게 돌고래를 그려온 그는 제돌이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제돌이를 만나러 갔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제돌이를 그려 보여주었다. 제돌이가 그림에 입맞춤을 했다. 그날의 감동을 그는 잊을 수가 없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

전) 법무부 참사 및 전문위원

전) 한국법제연구소연구위원 및 연구본부장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법무부 참사 및 전문위원(1981~1990),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본부장(1990~2014), 사회자본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글로벌환경경영 겸임교수, 생명회의 공동대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논문으로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법률적 접근 방안」, 「국정 패러다임의 법 정책학적 성찰」 등이 있다.

전재경 박사

시화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시화호의 오늘을 보면서 내일을 진단하고 싶다. 시화호를 UN이 말하는 2030 공동목표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의 거점으로 만들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어떤 희망들이 있는가? 생태학의 발달로 연안습지 내지 갯벌을 그대로 보전·이용함이 간척보다 훨씬 생태적이며 경제적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강의 댐을 허물 듯이, 간척지의 둑을 허물고 바닷물을 들여 바다로 되돌리는 ‘역간척’ 내지 갯벌복원이 시작되었다. 울돌목[명량] 해역에서도 과거 일제강점기 법령으로 1960년대에 간척되었던 혈도 간척지에 대한 역간척 목소리가 높다. 시화호도 절반의 성공에 머물지 말고 온전한 역간척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력발전시설 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자연과 사람을 본다”는 안목에서 방조제를 허물고 바다로 되돌리는 역사를 감행해야 한다. 그러면 연안어업이 살아나고 도시를 전전하는 주민들이나 그 후예들이 돌아올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도시자연관광을 넘어 생태문화관광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조력발전만 빼고 기존의 첨단복합단지는 역간척으로 외려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시화호는 바다인가 땅인가?

시화호를 바라보면 희망과 우울함이 동시에 보인다. 시화호는 해수유통으로 살아났는가? 조력발전소와 갈대습지공원 등이 눈에 띈다. 지금 시화호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보다 근원적으로 시화호는 바다인가, 땅인가? 희망과 우울함의 교차는 적절한 비유이다. 하늘에서 보는 검은색 호수는 비관스러웠다. 해수유통으로 호수면의 색깔이 바뀌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시화호 주변의 첨단복합단지(MTV)와 호텔 그리고 캠핑장 등이 들어서는 현상을 보면 시화호는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 조력발전소를 견학하는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갈대습지공원에서는 소생태계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간척으로 생겨난 수백만평의 공룡알화석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화호는 온전히 살아난 것이 아니다. 수면의 물이 소통된다고 하여 수중 생태계가 복원된 것은 아니다. 과거 관로를 통하여 호수 가운데로 배출된 폐수의 잔해들이 여전히 바닥에 침전되어 있다. 시화호는 공유수면을 간척하고 방조제를 쌓았기 때문에 육상(내수면)으로 변했다. 해수가 유통된다고 하여 바다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법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면 그렇다.

​인사이트

​시화호의 지속가능한 내일

박현

서울대 객원교수

전) 위스콘신 대학교 박사

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산림생태학 석사, 위스콘신대학교 토양학과 토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2023년 2월까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근무했다. 연구사로 시작해 연구관, 과장, 부장을 거쳐 2021년~2023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을 지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국회기후변화포럼에 참여했으며 탄소중립위원회 시민탄소교실 강사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의 객원교수로 있다. 학교에서 강의는, 산림 비전공자들이 숲을 제대로 알아서 사회에 나아가 숲 관리자를 후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산림 전공자들이 융・복합적으로 익혀서 미래 산림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저서로는 『연구사색』(2023), 『토양으로 읽는 세상』(2023) 등이 있다.

박현 교수

탄소통조림 역할과 동시에 ​수익 창출 공간으로 활용해야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지표면 아래 잠겨 있던 화석연료를 지표 위 대기권으로 끌어내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인 데 있다. 나무와 숲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 ‘나무와 숲을 활용한 산업’이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한다면 소위 환경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나무가 있으니 그냥 잘라서 쓰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쓸모 있게 고품질의 나무로 육성해서 탄소통조림 역할을 제대로 하게 활용하자는 것이다. 수확기 이전의 숲은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발휘하게 해서 수익을 창출할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ESG가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모든 산업은 환경산업, 환경 친화적인 산업이어야 한다. 이런 틀로 가면 산업발전과 기후 위기 극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 방법은 ‘탈탄소’를 지향해야 한다. 탄소를 포집, 저장, 활용하는 CCSU(Carbon Capture, Storage and Utilization) 기술이 실용화되기를 기대한다.

숲과 토양을 함께 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선배들의 노력으로 온 산야가 푸르다. 하지만 워낙 황폐한 여건 위에 피복을 입혀 놓은 상태라 나무들이 오랫동안 잘 자라기 어렵다. 영양분이 별로 없는 토양 위에서 나무들이 지금껏 커왔지만, 이제 그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할 이산화탄소의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 울창한 숲이지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은 젊은 숲에 비해 적을 수 있다. 숲을 전공한 사람들조차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나무도 나이가 들면 점차 성장이 둔화되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에서는 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와 같이 토양에 양분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조성된 숲에서는 이 현상이 훨씬 빨리 나타난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나라 숲을 관리하는 방향을 이야기할 때 나무를 수확할 적절한 시기를 산림 전공자가 우선 이해해야 했다. 산림 전공자가 아닌 환경보존론자를 이해시키는 건 더 어렵다. 시민탄소교실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황폐한 토양 문제를 포함해 차근차근 설명하면, 나이든 숲은 수확하고 젊은 숲을 새로 조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보람이 있었다.

​인사이트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대안

이돈구

서울대 명예교수

전) 세계산림연구기관 기관연합회 회장

전) 29대 산림청장

 

어릴 적부터 물리학을 좋아했던 그는, 산림청이 생길 예정이고, 임학을 전공하면 취직이 쉬울 것이라는 형들말을 듣고 산림과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와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임학을 전공하며 관심사가 생물과 생태로 바뀌었다.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은사인 현신규 박사의 제안으로 귀국 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 전문직원이 되었다. 1981년 11월, 서울대학교 조교수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명예교수다. 2011년 산림청장에 임명되어 2년 2개월간 일하였다. 산을 사랑하고, 산을 닮아 미소가 선한 산림학계의 영원한 스승, 이돈구 교수를 만났다.

이돈구 교수

산에게 주는 것 없이 오직 얻고만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숲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었다. 2000년대 들어서 숲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산 인구가 연간 3,000만 명이고, 숲 가까이에 있는 주거지가 인기다. 세대별로 숲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목재 생산이라는 숲의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 세대는 휴양, 생물다양성 등에 관심이 있어 ‘나무 베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이런 관심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산에게 주는 것 없이 오직 얻고만 있다는 점이다. 숲의 선진국이라 부르는 독일,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일본, 미국, 캐나다 국민들은 정말로 산과 숲을 아끼고 가꾸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 외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도 숲을 잘 가꾸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스웨덴 천연 원시림에는 자전거도 타고 갈 수 없고, 말을 타거나 걸어서만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우, 남의 산에 무단 출입하며, 임산물(열매, 산채, 버섯, 산도라지, 산삼 등)을 마구 채취하는 사람이 많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산에서는 등산로 이용을 없애고 케이블카만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등산로와 케이블카를 모두 운영하며 이중 훼손이 일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뿐인가, 등산로 외의 길을 이용하며 자연을 훼손할 때도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인공 숲의 비율이 높으나, 계획적인 목재 생산과 효율적인 산길 운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훼손도가 현저히 낮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도 배웠으면 한다.

20년 만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

일본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세계인들은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산림녹화를 성공시킨 유일한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는 1973년부터 1988년이라는, 20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숲은 숲 선진국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수종의 다양성이 높다. 다른 온대 지역 국가와 비교했을 때 고유 수종이 많아 병, 해충에 강하고 산이 많아 굴곡진 모습이 아름답다. 임업 선진국들은 대개 평지가 많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단일 수종의 숲이 많아 해충과 자연재해에 더 약하다.

우리의 숲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외래종의 도입이다. 처음 산림녹화를 시작했을 당시, 한국 토양이 매우 척박했기에 고유 품종을 심어도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래서 외국에서 도입한 수종을 교잡시켜 좋은 특성만 갖는 품종을 만들어 심기도 하였다. 그 예로 리기테다소나무(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잡종 소나무)와 은수원사시나무(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잡종 포플러)가 있다. 이때 심은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오리나무류가 약 50년 동안 한국의 녹화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고유 수종인 참나무류, 소나무류에 밀려 자연 쇠퇴하는 중이다. 성공의 또 하나의 요인은 한국 사회가 나무 땔감 대신 구공탄 등의 대체 연료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무를 베지 않아 보존될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 시기로 정부 주도 아래, 많은 주민이 협동과 봉사 정신으로 녹화 산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인사이트

지산지수 지수지인(知山知水 知樹知人)

윤여창

서울 종합과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전) 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산림과학회장

 

서울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에서 임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하게 된 이후에야 산에 관심을 가졌고, 학자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숲에 대해 연구했다. 숲을 공부하다 보니 학자로서 가진 관심을 넘어 시민으로서 흥미와 애정이 생겨났다. 서울대학교 교수를 하던 80년대부터 숲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소통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환경정의라는 단체가 생겼다. 1998년, 생명의 숲 공동운영위원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의 회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자연과공생연구소 이사장이다.

윤여창 교수

숲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역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30% 이하, 경기도에서는 절반 이하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건 안 될 일이다. 요즘은 수도권 인근의 숲을 훼손하여 골프장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개발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손해가 크다. 오히려 지금은 그린벨트 지역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반대로 강원도나 경상북도와 같은 개발이 덜 된 지방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수도권보다 훨씬 크다. 숲을 보전하고 숲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광역적인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개발이 많이 된 지역에서는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에 돈을 지불하여 숲 자원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겠다. 이런 정책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당장 가능한 노력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곳곳에 식물을 심는 일이다.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 경제가 활발한 한국에서는 식물을 심어 녹지를 만드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숲처럼 큰 면적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학교, 관공서, 집, 건물 옥상, 건물 외벽의 담쟁이, 주차장의 잔디와 같이 비가 잘 스며들게 하고 열섬 현상을 줄여 주며 공기를 맑게 하는 식물의 존재가 도시민의 삶에 얼마나 큰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우리의 도시는 숲이 없는 실패작이며, 또는 실패의 과정에 들어가는 중이다

숲에서 이득만을 얻겠다는 관점은 위험하다. 숲이 숲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상태, 경제 물질의 지속적 생산이 가능한 정도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생태적 건전성이라고도 하고 지속가능성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숲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숲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산촌인들에게 일거리와 소득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생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개발을 이루어야 한다. 상대적이겠지만, 한국의 수도권 지역은 이런 균형 있는 개발에 모두 실패했다. 우리의 도시는 숲이 없는 실패작이며, 그린 벨트를 해제하며 더 큰 실패의 과정에 들어가는 중이다.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요인이 나무 땔감의 대체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주민이 묘목을 생산하면 국가가 구매하고, 묘목 재배에 대한 비용도 국가가 부담했다는 점에서 국가와 개인이 함께 성공시킨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부터 국가는 나무를 심을 때가 아니라, 나무를 자르고 재조림할 때 돈을 지불했다. 이를 재조림 보조금이라고 한다. 이는 숲의 조성과 성장에 장애물이 되었다. 100년 동안 자랄 나무를 40년만에 자름으로써 가치가 떨어지는 나무를 생산하는가 하면, 땅의 비옥도와 생물다양성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이전 정권부터 더 강화되었다. 어린 나무의 탄소 포집률이 더 뛰어남으로, 나무를 빨리 베고 어린 묘목을 심는 것이 탄소중립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정책에는 함정이 있다. 어린 나무가 탄소를 더 많이 포집하지만, 이 탄소가 완전히 흡수되어 땅에 고정되기 전에 나무를 베기 때문이다. 탄소가 축적된 상태에서 나무를 베면 축적된 탄소는 대기 중으로 올라간다. 어린 나무를 심고 금방 베어내는 체계 속에서는 탄소 배출 사이클 순환 속도가 더 빨라질 뿐이다.

​인사이트

​​생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

이창재

충북대학교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

전)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박사

​​​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이창재 원장은 서울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 31년간 산림청에서 근무했다. 남부지방산림청장,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림 분야 전문관, 해외자원협력관, 산림자원국장, 제21대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제2대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충북대학교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창재 교수

인류 문명이 훼손한 지구 절반의 숲을 복원하면 된다

숲도, 환경도 우리는 미래 세대의 것을 지금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우리 아들, 우리 손자라고 생각하면 더 실감나고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불, 재난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눈 앞에서 벌어지기 전까지는 내 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기후 문제가 정치 어젠다로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희망을 말하고 싶다.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라는 책에서 저자는 인류가 그동안 살아오며 겪었던 그 많은 어려운 일들을 다 해결했다고 말한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인류가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산림에도 희망이 있다. IPCC 기후변화보고서에서 산림은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감축한다. 우리 도시에 잘 적응하기까지 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 이후로 지금까지 인류는 숲의 절반 정도를 훼손했다. 이걸 복원하면 된다.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 프로그램을 만들다

산림 분야 국제 협력을 할 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헐벗은 산을 복원한 경험이 있다. 개도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개도국의 산림 복원 녹화 협력 시스템을 갖추는 게 주요 이슈였다. 산림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가 있는 곳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다. 이곳과 MOU를 맺고 한화로 약 5억원 정도 기부해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중에는 프랑스, 독일도 출연해서 꽤 커졌고 지금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렸었다. 그때도 같은 취지로 우리의 복원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산림생태계복원이니셔티브(FERI: Forest Ecosystem Restoration Initiative)'를 만들었다. FAO와 한 것만큼 활발하지는 않아도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산림청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우선순위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외국의 이러한 요구들이 많아서 산림자원국장, 해외자원협력관을 하는 동안 활발하게 교류하며 일했다.

​인사이트

천천히 서둘러라

김정인

중앙대 명예교수

전) 미네소타대학교 환경경제학 박사

​전) 국가기후환경회의

1985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자원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네소타대학교에서 환경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다.

김정인 교수

탄소경제가 개인에게도 경제적 이득이라는 사고가 확산되어야

국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탄소 경제는 적은 비중이어도 개인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고 있다. 일반 국민이 민간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이용하여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탄소중립포인트 제도가 있다. 가정, 기업, 학교, 공공기관, 아파트 단지에서 에너지(전기・수도・도시가스・지역난방)를 절약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에코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그런데도 관심도가 낮다. 탄소경제가 개인에게 와닿게 이런 제도를 더욱 확대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지역화폐와의 연계나 기부 등의 국민 운동도 좋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과 탄소경제는 더 이상 남의 사정이 아닌 나의 사정, 나의 문제이다. 이런 사고가 탄소 배출과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 사고를 통해 필요함을 인지하고 직접 행동하는 모습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탄소 배출은 시장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도

탄소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다수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보다 먼저,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단축해야 한다.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일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편리와 이익을 위해 탄소 배출 문제를 등한시한다. 눈앞의 편리함으로 외면하기에는 탄소 문제가 경제적 상황과도 직결되어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나타날 GDP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후 위기로 인해 GDP의 1~3%의 타격을 받을 것이며 선진국의 경우에도 1.3%가량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손실을 배제하더라도, 국제 시장에서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국가들에게 탄소 배출은 결과적으로 시장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동시에, 탄소 배출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세'가 생겨났다.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재무 정보를 공시해야 하고, 세계 기업들은 RE100과 같은 캠페인으로 묶이고 있다.

​인사이트

탄소경제가 개인에게도 이득임을 알려가야

산을 오르고 절벽을 타는 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답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백수였다. 산을 좋아하니 산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암벽등반 장비를 파는 편집숍을 해볼까 생각했다. 친구가 파타고니아 제품을 소개해 주었다. 너무 맘에 들었다. 암벽등반가에게 옷과 장비는 생명과 직결된다. 파타고니아의 옷은 암벽등반가에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본 쉬나드의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 초판을 구했다. 감동이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이 암벽등반을 사랑하는 백수였다는 점에게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다. 등반하면서 좋아했던 해암벽에 기둥을 박아 구름 다리가 만들어진 것을 보며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의 고민이 와 닿았다. 28살, 이미 파타고니아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없었다. 파타고니아의 역사, 철학, 가치,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입사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타고니아 '덕질'이 되었다. 낮에는 암벽등반하고, 밤에는 파타고니아를 공부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파타고니아 사람이 되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

김광현

인사이트

파타고니아 답게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지표면 아래 잠겨 있던 화석연료를 지표 위 대기권으로 끌어내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인 데 있다. 나무와 숲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 ‘나무와 숲을 활용한 산업’이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한다면 소위 환경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나무가 있으니 그냥 잘라서 쓰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쓸모 있게 고품질의 나무로 육성해서 탄소통조림 역할을 제대로 하게 활용하자는 것이다. 수확기 이전의 숲은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발휘하게 해서 수익을 창출할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ESG가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모든 산업은 환경산업, 환경 친화적인 산업이어야 한다. 이런 틀로 가면 산업발전과 기후 위기 극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 방법은 ‘탈탄소’를 지향해야 한다. 탄소를 포집, 저장, 활용하는 CCSU(Carbon Capture, Storage and Utilization) 기술이 실용화되기를 기대한다.

탄소통조림 역할과 동시에 수익 창출 공간으로 활용해야

서울대 객원교수

전) 위스콘신대학교 박사

​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박현

인사이트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대안

일본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세계인들은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산림녹화를 성공시킨 유일한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는 1973년부터 1988년이라는, 20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숲은 숲 선진국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수종의 다양성이 높다. 다른 온대 지역 국가와 비교했을 때 고유 수종이 많아 병, 해충에 강하고 산이 많아 굴곡진 모습이 아름답다. 임업 선진국들은 대개 평지가 많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단일 수종의 숲이 많아 해충과 자연재해에 더 약하다.

우리의 숲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외래종의 도입이다. 처음 산림녹화를 시작했을 당시, 한국 토양이 매우 척박했기에 고유 품종을 심어도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래서 외국에서 도입한 수종을 교잡시켜 좋은 특성만 갖는 품종을 만들어 심기도 하였다. 그 예로 리기테다소나무(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잡종 소나무)와 은수원사시나무(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잡종 포플러)가 있다. 이때 심은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오리나무류가 약 50년 동안 한국의 녹화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고유 수종인 참나무류, 소나무류에 밀려 자연 쇠퇴하는 중이다. 성공의 또 하나의 요인은 한국 사회가 나무 땔감 대신 구공탄 등의 대체 연료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무를 베지 않아 보존될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 시기로 정부 주도 아래, 많은 주민이 협동과 봉사 정신으로 녹화 산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20년 만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

서울대 명예교수

전)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 회장

​전) 29대 산림청장

이돈구

인사이트

지산지수 지수지인(知山知水 知樹知人)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태 구성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공간이다. 근본적으로 숲은 인간에게 삶의 공간이자 서식 공간이다. 이런 기준에서 인류의 삶은 숲에서 살던 때와 숲에서 살지 않을 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시대에서 인류의 생존이 숲에 달려 있음은 자명하지만, 숲에 살지 않는 지금도 인류의 생존은 숲에 달려 있다. 숲은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숲은 임업인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재료나 목재 등의 물질 자원을 제공한다. 요즘에는 숲이 휴양이나 관광 서비스 같은 비물질 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제로 삼척에서 큰 산불이 있었을 때 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임업종사자나 산촌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은 숲을 통해 이로운 가치를 얻는다. 숲은 물을 저장하고, 공기를 맑게 한다. 바다 근처의 숲은 바람과 염분 피해를 줄인다. 숲이 없는 도시에서 숲의 자원이 더욱 중요하다. 녹지 공간이 없는 도심에서는 열섬 현상이 더욱 강해진다. 숲이 변하면 숲의 서비스도 변한다. 인류는 숲과 함께 변화하며 여러모로 숲에게 빚을 지고 있다.

숲에 살지 않아도 인류의 생존은 숲에 달려 있다

서울종합과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전) 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산림과학회장

윤여창

인사이트

생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

산림 분야 국제 협력을 할 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헐벗은 산을 복원한 경험이 있다. 개도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개도국의 산림 복원 녹화 협력 시스템을 갖추는 게 주요 이슈였다. 산림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가 있는 곳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다. 이곳과 MOU를 맺고 한화로 약 5억원 정도 기부해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중에는 프랑스, 독일도 출연해서 꽤 커졌고 지금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렸었다. 그때도 같은 취지로 우리의 복원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산림생태계복원이니셔티브(FERI: Forest Ecosystem Restoration Initiative)'를 만들었다. FAO와 한 것만큼 활발하지는 않아도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산림청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우선순위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외국의 이러한 요구들이 많아서 산림자원국장, 해외자원협력관을 하는 동안 활발하게 교류하며 일했다.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 프로그램을 만들다

충북대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

전)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박사

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이창재

인사이트

천천히 서둘러라

탄소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다수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보다 먼저,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단축해야 한다.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일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편리와 이익을 위해 탄소 배출 문제를 등한시한다. 눈앞의 편리함으로 외면하기에는 탄소 문제가 경제적 상황과도 직결되어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나타날 GDP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후 위기로 인해 GDP의 1~3%의 타격을 받을 것이며 선진국의 경우에도 1.3%가량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손실을 배제하더라도, 국제 시장에서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국가들에게 탄소 배출은 결과적으로 시장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동시에, 탄소 배출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세'가 생겨났다.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재무 정보를 공시해야 하고, 세계 기업들은 RE100과 같은 캠페인으로 묶이고 있다.

탄소 배출은 시장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도

중앙대 명예교수

전) 미네소타대학교 환경경제학 박사

전) 국가기후환경회의

김정인

인사이트

탄소경제가 개인에게도 이득임을 알려가야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전) 서울대 산림정책학 박사

저서: [조선후기 산림정책사]  역서: [조선의 임수], [한국근대임정사]

배재수 원장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산림역사 전문가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정책연구과장, 미래산림전략연구부장을 역임하고 2023년 2월부터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산림정책사』, 연구신서로 『조선후기 산림과 온돌: 온돌 확대에 따른 산림황폐화』(2020), 『일제강점기 산림정책과 산림자원의 변화: 빈약한 산림자원, 과도한 목재생산』(2021), 『광복 이후 산림자원의 변화와 산림정책: 녹화 성공과 새로운 도전』(2022) 등을 썼으며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서로는 『한국근대임정사』, 『조선의 임수』 등이 있다.

배재수 원장

조선촉독부보다는 많이 알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6층에는 박사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서고가 있었다. 옛날부터 거기 들어가고 싶었다. 박사 학생증을 들고 6층 서고에 가서 임업 분야 쪽에 가보니 책장에 책이 가득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총독부의 명의로 우리나라의 산림과 임업에 관련된 문화와 책을 이미 그렇게 많이 써 놓은 것이다. 쭉 내용을 보는데, 내가 1920~1930년대 조선총독부보다도 우리나라 산림에 대해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그 책을 빌려간 사람이 1980년이었나 그랬다. 그래서 내가 진짜 이거는 한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조선총독부보다는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산림역사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 후 일본어를 배우고 책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4명의 사람들과 함께 번역한 『조선의 임수』, 하기노 토시오의 『조선, 만주, 대만 임업 발달사론』 등이 있다.

탁원한 연구자가 탁원한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나를 소개할 때 '산림역사를 전공한 연구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박사연구원, 연구사, 연구관, 과장, 부장, 원장까지 연구자로서 걸어야 하는 모든 길을 걸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원장은 공모로 뽑는다. 면접을 보는데, 심사위원장의 마지막 질문이 “탁월한 연구자가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이렇게 대답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우리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연구를 이해할 수 있고 연구자를 동료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제일 좋지만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기관을 운영하는 능력일지 모르겠다.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기관을 운영할 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연구자 출신의 원장이기 때문에 산림과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원의 연구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지 동료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인사이트

지금부터, 나로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이창국

서울탄소중립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징검다리 교육 공동체 상임이사

중랑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이창국은 충남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과학교사로 36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3년 대학원에서 환경생태학을 공부했다.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강남구청 교육정책자문관, 60+기후행동의 운영위원장, 동부교육시민모임 창립대표 등을 맡았다. 현재는 서울탄소중립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중랑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동부교육시민모임 대외협력국장으로 있다. 생태적 민주 시민 양성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재생농업에 집중하면서 생태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이창국 이사장

노년, 장년, 청년이 연대하다

'60+기후행동'에 '노장청 연대’라는 것이 있다. 노년, 장년, 청년이 연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실험적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구공탄 모임'은 공유부엌에서 탄소배출로부터 자유로운 식탁을 아홉 번에 걸쳐 꾸며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6번 했고 7번째에 '빅웨이브' 소속 청년 비건 활동가들이 함께하기로 했다. 기후위기소송, 유아소송이 있을 때도 함께 연대하고 참여한다. 두산과 기후소송을 했던 청년기후긴급행동가 2명을 지지하는 일도 했고, 유아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의 소송에 함께 방청하기도 했다. '60+기후행동'에 참여하는 노년 세대는 독재 정권 하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때 세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일구는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건 불행한 이야기다. 이런 책무를 다음 세대인 30, 40대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빠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세상을 결정하게 하고 우리는 참견이 아닌 조언 정도만 하는 게 맞다. 그들을 주체로 세우는 노력을 우리가 게을리해서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앞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결정하고 행동하고 우리는 어슬렁 행동만 해 주면 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60+기후행동, 노년세대의 '어슬렁 시위'

2022년 9월 30일에 '60+기후행동'의 '모두모임'의 초대를 받았다. 운영위원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023년 3월부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 나중에 운영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60+기후행동' 운영위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준비하는 역할을 했다. 2024년 1월까지 했다. 일단 노인들이니 무서울 게 없다. 우리는 무서울 게 없는 나이고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도 질 수 있는 나이다. 자식도 다 키워 놨고 막말로 감옥에 가도 상관 없는 노인들이다. 그동안 우리 세대가 한국 사회가 이렇게 고도 성장하는 데 많은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회복할 수 없는 환경을 물려 준 책임도 있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것이 '60+기후행동'이다. 다만 노년 세대로서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어슬렁 행동'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어슬렁 행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냈다. 포스코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에 가서 어슬렁 시위를 하는 거다. 행동은 어슬렁인데 이걸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굉장히 기획력이 탄탄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현재는 약 170여명이 회비를 내며 활동 중이고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600여명이 된다. 계속 회원이 늘고 있다.

​인사이트

노년세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

이용철

전교조 기후정의위원장

서울에서 30년 넘게 생물교과 중등교사로 일했다. 현재 전교조 기후정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용철 교사

아이들이 움직이면, 교사들도 변한다

이론가들은 갈등 끝에 '생태전환교육'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기후행동 365'를 조직해 교사, 학생, 보호자가 함께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의무로 환경 교육을 행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환경 교육을 하라고 공문을 내리는, 상명 하달의 시스템으로 인해 자발적 실천이 미미하다. '탄소중립 학교'도 사실상 모범 사례가 없다. 다수의 사람이 작은 공간에 모이는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탄소중립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학교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고 노력했으나, 시행된 학교는 많지 않다. 광주의 사립학교에서 채식 선택 급식제가 이루어지는 성과가 있었지만 공립 학교에서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변화가 계속해서 나타나리라 믿는다. 최근 학생들이 헌법재판소에 기후소송을 걸었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교사들도 변화하고 실천할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원래는 지금 가장 기온이 온화하고 푸르른 날이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서 5월에 행사도 많다. 그런데 당장 요즘만 봐도 그렇지 못하다. 더웠다가 쌀쌀했다가 기온이 들쭉날쭉하고 장마처럼 비가 며칠씩 내리기도 한다. 여름의 홍수도 심해졌다. 수도권에서 홍수로 고생할 때, 전라남도에서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뉴스로만 기후 변화를 접할 뿐, 마치 남의 일처럼 기후 위기를 접한다. 몇몇 사람들은 ‘어른들이 걱정해야 할 일을 아이들에게 넘길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다. 그러면, 학생들은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환경 위기를 간접적으로만 알 뿐이다. 조금만 덥고, 조금만 추워도 빵빵한 냉난방을 요구하는 모습이 현실이다.

​인사이트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후행동

나를 소개할 때 '산림역사를 전공한 연구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박사연구원, 연구사, 연구관, 과장, 부장, 원장까지 연구자로서 걸어야 하는 모든 길을 걸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원장은 공모로 뽑는다. 면접을 보는데, 심사위원장의 마지막 질문이 “탁월한 연구자가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이렇게 대답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우리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연구를 이해할 수 있고 연구자를 동료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제일 좋지만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기관을 운영하는 능력일지 모르겠다.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기관을 운영할 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연구자 출신의 원장이기 때문에 산림과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원의 연구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지 동료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탁월한 연구자가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전) 서울대 산림정책학 박사

​저서: [조선후기 산림정책사], 역서: [한국근대임정사][조선의 임수]

배재수

인사이트

지금부터, 나로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원래는 지금 가장 기온이 온화하고 푸르른 날이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서 5월에 행사도 많다. 그런데 당장 요즘만 봐도 그렇지 못하다. 더웠다가 쌀쌀했다가 기온이 들쭉날쭉하고 장마처럼 비가 며칠씩 내리기도 한다. 여름의 홍수도 심해졌다. 수도권에서 홍수로 고생할 때, 전라남도에서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뉴스로만 기후 변화를 접할 뿐, 마치 남의 일처럼 기후 위기를 접한다. 몇몇 사람들은 ‘어른들이 걱정해야 할 일을 아이들에게 넘길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다. 그러면, 학생들은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환경 위기를 간접적으로만 알 뿐이다. 조금만 덥고, 조금만 추워도 빵빵한 냉난방을 요구하는 모습이 현실이다.

기후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전교조 기후정의위원장

이용철

인사이트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후행동

2022년 9월 30일에 '60+기후행동'의 '모두모임'의 초대를 받았다. 운영위원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023년 3월부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 나중에 운영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60+기후행동' 운영위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준비하는 역할을 했다. 2024년 1월까지 했다. 일단 노인들이니 무서울 게 없다. 우리는 무서울 게 없는 나이고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도 질 수 있는 나이다. 자식도 다 키워 놨고 막말로 감옥에 가도 상관 없는 노인들이다. 그동안 우리 세대가 한국 사회가 이렇게 고도 성장하는 데 많은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회복할 수 없는 환경을 물려 준 책임도 있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것이 '60+기후행동'이다. 다만 노년 세대로서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어슬렁 행동'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어슬렁 행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냈다. 포스코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에 가서 어슬렁 시위를 하는 거다. 행동은 어슬렁인데 이걸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굉장히 기획력이 탄탄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현재는 약 170여명이 회비를 내며 활동 중이고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600여명이 된다. 계속 회원이 늘고 있다.

60+기후행동, 노년세대의 '어슬렁 시위'

서울탄소중립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중랑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이창국

인사이트

노년세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

양기석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1999년 사제로 서품받은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현재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으로 생태환경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농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이다. 2008년 미리내 성지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계기로 내부 부패를 넘어 환경 사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이 생기고 환경 이해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양기석 신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앞으로 수원 교구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 발전소를 최대한 많이 짓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생각보다는 느리지만 2년 전에 비하면 꽤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어느 순간 물꼬가 트이듯, 가치관이 변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오면 사회 전체의 실천에 굉장한 속도가 붙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탈핵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래 세대에게 감당 불가능한 부담을 주는 시설과 방식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런 관심과 활동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성경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황금률이라는 게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는 말씀이다.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 성경의 근본 정신이다.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작은 것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누군가를 해치거나 하는 것보다 오히려 살리고 성장시키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 생활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돌고 돌아 나의 고통이 된다

우리 일상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이다. 그런데 서울, 인천, 경기도와 같은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소각장 정도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는 거의 에너지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 정작 이러한 에너지는 인구도 적고, 에너지 사용도 크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발전소가 건설된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침해받는다.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진폐증을 앓고,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다. 발전소가 세워진 땅에서는 다른 사업을 할 수 없으므로, 본래의 생업을 이어 나갈 권리까지 박탈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고 보니 발전소가 지어진 땅의 주인은 대부분 수도권 주민들이었다. 발전소 입지에 따른 이익은 수도권 지주들이 갖고, 경작권을 잃은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의 침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때도 동일하다.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와 대도시의 사람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이런 희생을 당연시한다. 지금의 구조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 생활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결국 돌고 돌아 나의 고통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인사이트

신부님의 탄소중립 시간표

우리 일상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이다. 그런데 서울, 인천, 경기도와 같은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소각장 정도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는 거의 에너지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 정작 이러한 에너지는 인구도 적고, 에너지 사용도 크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발전소가 건설된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침해받는다.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진폐증을 앓고,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다. 발전소가 세워진 땅에서는 다른 사업을 할 수 없으므로, 본래의 생업을 이어 나갈 권리까지 박탈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고 보니 발전소가 지어진 땅의 주인은 대부분 수도권 주민들이었다. 발전소 입지에 따른 이익은 수도권 지주들이 갖고, 경작권을 잃은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의 침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때도 동일하다.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와 대도시의 사람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이런 희생을 당연시한다. 지금의 구조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 생활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결국 돌고 돌아 나의 고통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 생활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돌고 돌아 나의 고통이 된다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양기석

인사이트

신부님의 탄소중립 시간표

소똥을 말려 연료를 쓴다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거대한 공정을 만들어 내면 어떨까. 모든 폐기물에 적용할 기술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은 먹으면 배출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화장실에 가면 휴지를 써야 하고, 생활하면 폐기물이 나온다. 결국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었고, 석유는 본래 동물의 사체에서 나왔다. 이거야말로 지구의 재생 능력이다. 지구의 재생 능력 이상으로 인간이 환경을 더럽히는 게 문제이므로, 지구의 순환 능력을 기술로 구현하면 된다. 유기성 폐기물을 밀폐된 가수분해장치에 넣고 오직 물만을 고온고압아임계상태(1.8~2.5Mpa, 섭씨180~230도)로 만들어 투입하면, 물분자가 유기성 폐기물을 구성단위까지 분해한다. 그 결과로 액체비료와 고형비료가 나오고, 생성된 바이오가스는 다시금 장치를 운영하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투입된 폐기물이 자원화되어 계속 순환하는 방식이 지구의 순환 능력과 닮았다. 다만 지구의 순환 능력을 압축시켜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구현했다.

지구의 순환 능력을 기술로 구현하자

신코테크노스 대표

기무라 마모루

인사이트

지구의 순환능력을 기술로

안창희

이오테크노스 대표

안창희 대표는 공학도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환경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환경 관련 공부를 해 왔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 수많은 한국 NGO들과 함께 그 현장에 있었다. 어느 날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봤던 풍경이 떠올랐다. 그곳이 한국의 20년 후, 25년 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환경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보다 훨씬 뒤쳐진 개발도상국임을 깨달았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시민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것이 창업한 이유다. 이오테크노스의 '이오'는 Eco(생태), Environment(환경), Energy(에너지), Economy(경제), Earth(지구)라는 '다섯 개의 E'를 뜻한다. 지구를 중심에 두고 모든 E가 동양의 오행사상처럼 순환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오테크노스는 순환 에너지 경제, 폐기물의 소각과 매립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꾼다. 

안창희 대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할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1.5도’이다. 1.5도가 올라가면 지구는 자체의 자정 능력을 상실한다. 실제로 온도 상승의 속도는 계산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래 세대에게 악몽 같은 세상, 위험한 세상, 불안한 일상을 물려줄 순 없지 않은가.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늘 처음을 주저한다. 그래도 요즘은 그 처음에 거의 다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오테크노스의 가수분해장치와 유화장치가 한국에서 첫 발을 내딛을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폐기물 처리 분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세상을 만들게 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하고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적어도 1.5도가 오르지 않도록. 딱 하나만의 뿌리라도 잡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패러다임의 대전환, 폐기물은 에너지 자원이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를 지적하고 논쟁하는 것도 필요하나,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방안을 내놓고 현실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기후 관련 분야가 많지만,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것이 폐기물 분야라고 생각했다. 매일 쏟아지는 폐기물을 에너지 문제와 연결할 수 있다면 환경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은 20세기에 통하던 패러다임이다.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소각하지 않는 방법을 고안하면, 매립도 필요 없다. 폐기물이 자원이고 자원이 에너지라는, 하나의 순환적 폐기 방식이 있어야 한다. 폐기물은 결국 유기물이다. 유기물은 에너지 자원이 된다. 다만 유기물 각각의 모습이 다르다 보니, 이런 유기물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폐기물 산업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폐기물 처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다.

​인사이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이정모 관장

올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

이정모 관장은 2019년, 2020년, 2021년, 총 3년 동안 꾸준히 '인간이 등장한 이후, 가장 더웠던 20년이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매년마다 답은 '최근의 20년'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가 기후를 측정하기 시작한 시기는 1880년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다. 지구의 기온을 표시한 여러 년도의 지도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는 점점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파랄수록 시원하고, 빨갈수록 더워졌다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이어졌다. 뉴스에서는 늘 '올 여름이 역사상 가장 뜨겁다.'라고 말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올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는 뜻도 된다.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

이정모 관장은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며 강의를 열었다. 우리가 정말 화성에 가서 살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이정모 관장의 말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정모 관장은 화성 거주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전에, 지구의 상황을 먼저 짚었다. 지구 온난화와 열대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통계를 덧붙였다. 10년 단위로 묶었을 때, 한반도의 겨울이 얼마나 줄었는지, 반대로 여름은 얼마나 늘었는지,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얼마나 올랐는지 많은 숫자가 화면을 채웠다. 이정모 관장은 어릴 적, 추석에는 스웨터를 입었는데 요즘 추석에는 반팔을 입는다는 비유가 있었다.

​인사이트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를 지적하고 논쟁하는 것도 필요하나,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방안을 내놓고 현실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기후 관련 분야가 많지만,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것이 폐기물 분야라고 생각했다. 매일 쏟아지는 폐기물을 에너지 문제와 연결할 수 있다면 환경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은 20세기에 통하던 패러다임이다.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소각하지 않는 방법을 고안하면, 매립도 필요 없다. 폐기물이 자원이고 자원이 에너지라는, 하나의 순환적 폐기 방식이 있어야 한다. 폐기물은 결국 유기물이다. 유기물은 에너지 자원이 된다. 다만 유기물 각각의 모습이 다르다 보니, 이런 유기물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폐기물 산업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폐기물 처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다.

패러다임의 대전환, 폐기물은 에너지 자원이다

이오테크노스 대표

안창희

인사이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이정모 관장은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며 강의를 열었다. 우리가 정말 화성에 가서 살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이정모 관장의 말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정모 관장은 화성 거주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전에, 지구의 상황을 먼저 짚었다. 지구 온난화와 열대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통계를 덧붙였다. 10년 단위로 묶었을 때, 한반도의 겨울이 얼마나 줄었는지, 반대로 여름은 얼마나 늘었는지,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얼마나 올랐는지 많은 숫자가 화면을 채웠다. 이정모 관장은 어릴 적, 추석에는 스웨터를 입었는데 요즘 추석에는 반팔을 입는다는 비유가 있었다.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이정모

인사이트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