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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김소리 변호사 | 법을 바꿔야 모두가 산다

 

김소리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와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현재 관악구 봉천동에서 '법무사무소 물결'과 동네서점 '밝은책방'을 운영 중이다. 동물권 관련 변호사 단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에서 동물권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5-02-12 이담인 기자

밝은책방에서 인터뷰 중인 김소리 변호사.
밝은책방에서 인터뷰 중인 김소리 변호사. 사진 planet03 DB

채식(菜食)이 시작점, 동물권에 눈뜨다


어릴 적 누구나 그렇듯 아무것도 모르고 고기를 먹었다. 먹으면서 '과영양의 시대인데 우리가 맘대로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어렴풋이 있었다. 2019년 우연히 뉴욕 여행에서 동물권 단체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반려견 ‘로마’를 입양하면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자연스럽게 채식을 지향하며 '동물권'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로


변호사가 된 뒤 약 6년간 송무 업무를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물음이 들었다. 고민 끝에 고용 변호사를 관두고 평소 하고 싶었던 동네서점 '밝은책방'과 개인 법무사무소를 차려 본격적으로 동물권 관련한 활동을 시작했다. 동물권 관련 연구 등을 수행하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에서 공보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는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에 속해 동물권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헌법소원에서 고래가 청구인이 될 수 있을까?


2023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변과 민변에서 함께 활동하던 김도희 변호사가 ‘고래를 해양생태계 대표 청구인으로 넣자’는 제안을 했다. 오염수 방류는 해양생물에게도 직격탄이므로 해양생태계 대표격으로 고래를 청구인으로 넣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이나 자연을 원고로 하여 소송한 선례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기각되었기 때문에 될까 싶었다. 그래도 ‘되든 안 되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법을 찾아봤다.


헌법은 최후의 보루, ‘넓은 해석’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소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헌법소원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는 동물이 법적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헌법은 애초에 추상적인 규범이고 또 추상성을 지향한다. 해석의 여지를 좁혀 놓으면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은 해석의 범위가 넓은 규범이다. 기본권주체의 범위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헌재는 기본권의 주체성을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은 국가가 ‘국민’에 부여하는 권리다. 그러나 헌재는 일정한 경우 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사람이 아닌 법인에게도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 규범에서 권리성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헌법 문언인 국민을 넘어서서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 헌법 안에서 동물이나 자연의 권리를 도출해 낼 수 있다면 고래에게도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저희 주장이다. 헌법은 일반 법률과 달리 해석의 여지가 넓고 개방적이기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고, 그 특징이 아주 중요하다. 흔히 헌법재판소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그런 만큼 문헌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법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관련된 소송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문제를 법 영역에서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인간이 인간만 생각해서는 살 수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 중심적으로 살다가는 모두 죽을 것이다. 인간 말고도 지구에 너무나 다양한 존재들이 있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민법 체계를 놓고 본다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동물의 비물건화’로 바꾸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므로 정말 큰 의미를 가진다.

법원의 결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법이 그만큼 중요한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기후 재앙에서 자연과 동물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서 가장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와 창구를 반드시 만들어 법적 지위를 부여해 자연과 동물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동물이 생명체로서 인간이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도록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은 외국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인정되는 추세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동물에게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거나 동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헌법에 명문화함으로써 동물보호에 대한 인간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 10년이 흘렀다. 판결도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관심이 판결을 바꾼다


고래를 청구인으로 넣은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굉장한 주목을 받아서 놀랐다. 민변 내부에서도 생각보다 고래가 화제가 되어 신기해 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동물,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소송 판결이 진행된 2024년에 공개 변론이 열렸다.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을 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공개 변론을 연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관심 덕에 결국 일부나마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얻어낸 것이라고 본다. 모든 사회 문제라는 게 시민들의 관심이 없으면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기후소송과 동물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생업이 바쁘시겠지만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단체를 찾아보시고, 캠페인이나 소송 등의 활동에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신다면 큰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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