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독일 기후 공약 ② | 독일 보수정당의 기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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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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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8 이상호
독일 기민당/기사련은 기존 연립정부의 급진적 기후 보호 정책을 비판하며 에너지 가격 인하,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활용 확대 및 제한적 원자력 재가동을 주장했다. 자민당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유예하고, 시장 원리에 따라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통해 기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며 정부 개입 축소를 강조했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및 원자력 중심 정책 복귀를 요구하며, 모든 기후 관련 정책과 세금 폐지를 내걸었다. 특히 AfD는 독일이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박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정책보좌관, 민주노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24년 9월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산학협력단 부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후 보호 정책의 속도 조절을 원하는, 기민당/기사련
독일의 보수정당 기민당/기사련은 기존 신호등 연합정부가 이념적이고 관료적 접근 방식에 기반한 기후 보호 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한다. 이에 따라 이번 연방선거에서 전기난방 중심의 건물에너지법 등 일부 법률과 관련된 기존 조치를 철회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사민당과 마찬가지로 기민당과 기사련은 과도하게 상승한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풍력 및 태양광 외에, 지열, 수력, 바이오에너지 및 재생 가능한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재생에너지원 확충과 함께, 전력망 및 저장시설의 확대를 통해 에너지 공급량을 증가시켜서 전기세를 인하하고 전력망 요금을 낮추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민당 소속 전임 메르켈 수상 시절 완전 폐쇄로 결정되었던 원자력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선택지로서 원자력”이 선거공약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민당 수상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기민당과 기사련은 독일이 20년 내에 기후 중립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제한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기후를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 도구라고 평가한다. 이산화탄소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은 소비자와 산업계에 환원되고,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온실가스 피해자와 취약계층에게 기후 보너스(Klimabonus)라는 이름으로 수당을 지급할 것을 공약화하고 있다.
한편 기후 보호를 위한 교통 정책에 있어서 기민당과 기사련은 자동차 중심의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기 때문에,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 운행 금지 조치와 고속도로 속도 제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출퇴근 근무자에 대한 수당 면제 조치는 찬성하는 반면, 물류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거래세 인상과 탄소 배출 부과금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사민당과 녹색당 등 진보정당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대중교통카드 독일 티켓(Deutschlandticket)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공약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개입 보다는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자민당
자민당은 대내외적 조건 변화로 인해 기존에 독일이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달성 시기를 연기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 중인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공약에서도 기후 보호 정책의 핵심적 정책 수단으로 언급하고 있다. 매년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고 배출권 거래를 통해 형성된 이산화탄소 거래가격이 온실가스가 가장 저렴하게 감축될 수 있는 곳에서 더 낮아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량 규제는 물론, 기후 보호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다른 규제까지도 철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민당은 국가 차원의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은 독일이 설정하고 있는 2045년 기후 목표 달성을 유럽연합 목표 년수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독일 기업들에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여유 시간을 제공하고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 수십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자민당은 에너지 전환 등에 필요한 기술 적용은 국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2035년부터 적용되는 내연기관 자동차 사용 금지 조치, 그리고 고속도로 속도 제한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후 보호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번 연방선거에 가장 주목받은 정당이 바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다. 이들은 난민 추방 등 이민자 정책에서 극단적 쇼비니즘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 정책과 관련해서도 공론화되고 증명된 사실조차 부정하는 근본주의적 입장을 여지없이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기후 보호 정책 그 자체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주장한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다른 정당의 기존 기후 보호 정책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소위 재생 가능한 에너지라고 칭하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에 대해 아직까지도 확실한 환경 정합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화석연료 시스템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선거공약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파손된 노르드 스트림(Nord-Stream) 파이프라인을 복원하여 재가동하고, 탈석탄위원회가 결정한 채탄의 단계적 폐지를 철회하고 석탄 발전소의 추가적 확장을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원자력 발전의 복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기존 시설에 대한 보조금을 유지하여 재가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독일을 위한 대안'은 교통 분야에서 전기차를 우대하는 현재의 정책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한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고속도로 차량 속도 제한 조치에 반대하고, 독일 티켓(Deutschlandticket)의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인간에 의해 발생했다는 과학계의 입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여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기후 보호를 위한 모든 정책과 세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독일을 위한 대안'은 미국의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독일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할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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