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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 중국 철학자 | 심학(心學)의 성립, 모우쫑산 4


2025-03-20 윤지산

 

외세 대항의 세 양상을 소개하고 중국 철학자 슝스리의 '심학(心學)' 사상이 성립되는 배경을 살핀다. 량차차오, 량수밍의 문제의식을 이어서, 슝스리는 '과학으로는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며, 인간 본성은 도덕적이라며 공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지산

퇴락한 고가에서 묵 가는 소리와 대나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선조의 유묵을 통해 중국학을 시작했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깊이를 더했다. 한양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 인민대학(人民大學) 등지에서 공부했다.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한비자 스파이가 되다』 등을 썼고, 『순자 교양 강의』,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 『어린 왕자』 등을 번역했다. 또 『논어』, 『도덕경』, 『중용』을 새 한글로 옮겼다. 바둑에 관심이 많아 〈영남일보〉에 기보 칼럼을 연재했다. 대안 교육 공동체, 꽃피는 학교 등 주로 대안 교육과 관련한 곳에서 강의했다. 현재 베이징에서 칩거하며 장자와 들뢰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사회 저변에 흐르는 무의식을 탐구한다.

 

외세에 대항하는 세 가지 양태


외세의 파도가 거셀 때, 혼란기 지식인의 대응 양상 크게 세 가지이다. 전통을 고수하려는 복고파 혹은 척화파, 국내와 국외를 절충하려는 중체서용파(中體西用派) 또는 동도서기파(東道西器派), 학문을 포함해 문화 전반을 수입하자는 전반서화파(全般西化派) 혹은 개화파(開化派)로 대별할 수 있다. 이 셋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전략 측면에서 조금씩 공유한 부분도 있고 또 목표는 한결같이 한 지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거나 그들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다. 아무튼, 이 얼개가 그 사람의 삶의 행보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슝스리의 『신유식론(新唯識論)』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슝스리는 보수적 성격이 강한 복고파이다. 서양 과학과 철학에 맞설 중국의 고유한 사상을 확증하고 선양하려고 해서이다. 서양 제국주의가 침략하기 이전,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서양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었다. 억지가 아니라 사실도 그랬다. 문화적, 경제적 수치를 비교하면 한 수가 아니라 몇 수가 차이가 난다. 산업혁명 전후로 상황은 역전된다. 과학과 기술, 나중에 자본까지 결합하면서 서양은 전대미문의 문화를 이룩한다. 이는 세계사 흐름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경험적 사실이기도 하다. 한 문명은 흥망성쇠를 반복한다. 맹자(孟子)의 표현을 빌리면 “일치일란(一治一亂)”이다. 한 문명이 정점이 달할 때, 주변부에서 소리 없이 다음 문명을 준비한다. 인류의 의도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자연 섭리가 그렇게 진행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사후적 결과에서 추론한 것이라서 그렇다.


두 차례 아편 전쟁, 청일 전쟁에서 잇달아 패배의 쓴맛을 보자, 중국 전체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자탄과 회의가 쏟아진다. 그래서 천두슈(陣獨秀, 1880~1942)는 『신청년(新靑年)』에서 피를 토하면 외친다.


“배, 열차, 비행기, 전화, 전기, 화학 같은 부분에서만 중국이 서양에 뒤친 것이 아니다. 중국의 전통 사상도 서양만 못하며 요즘 사회에와는 맞지도 않다. (『신청년』 1권 4호)”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歐遊心影錄)』


중국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이런 흐름의 정점을 찍은 것이 5·4운동(1919년)이다. 개화파의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렇게 개혁파가 득세하는 순간에도, 다른 한쪽에서 달리 대안을 준비하는 흐름도 있었다. 5·4운동이 전국을 강타할 때,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가 『구유심영록(歐遊心影錄)』을 조용히 발표한다. 량치차오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을 여행하고 쓴 글이 『구유심영록(歐遊心影錄)』이다.


잠깐 발음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유럽’과 서명 ‘歐(구)’가 잘 연결되지 않는 분도 계시리라.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구라파(歐羅巴)’라는 단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구라파’는 ‘유럽’의 중국식 음역이다. ‘歐’의 중국 발음 ‘ōu’이다. 따라서 ‘歐羅巴’를 중국 발음대로 읽으면 ‘europe’가 비슷하게 들린다. 우리 조상께서 ‘歐’의 원음을 몰랐을 리 없는데, ‘歐’를 ‘구’를 읽는 바람에 우리도 답습하게 된 것이다. 원음과 음역을 충실히 따라가면 ‘유라파’라고 읽어야 한다.


량치차오는 전쟁의 참상을 보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그동안 추종했던 서양 문명의 한계를 본 것이다. 그가 남긴 일성이다.


“파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폭력이 자연계의 폭력보다 더 심하고, 문명인의 폭력이 야만인의 폭력보다 더 심하다(比起破坏的程度来, 反觉得自然界的暴力, 远不及人类, 野蛮人的暴力,又远不及文明人哩).”


과학은 만능이 아니다


이제까지 만능 해결사 같았던 ‘과학’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이 인류 문명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오히려 전쟁 같은 비문명적, 반인륜적 사건을 초래했고, 참상은 이전보다 더 잔혹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나아가 과학기술만으로 삶의 문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파악한다. 이 주장은 량수밍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또 다른 논쟁을 예고한다. 과학과 현학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과현논전(科玄論戰)’이라고 한다. 주요 사안은 ‘인생과 우주 전체’를 설명하는 데 어떤 학문적 체계가 더 유효하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마음을 과연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가? 사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정답이 없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의 구조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해석했다고 전제하더라도, 그것으로 과연 ‘인간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인간의 마음은 원자로 환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달리 말하면, 원자의 조합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철학사의 해묵은 과제이므로 성급히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의 부분인가? 아니면 인간은 자연계에서 여타 물질과 다른 독특한 존재론적 위상을 갖는가? 이와 같은 물음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답을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


량수밍은 량차차오의 입장에 동의한다. 량수밍은 량차차오의 문제의식을 수용은 했으나, 북경대학교 교수를 그만두고 유교적 이상향을 실현할 향촌 건설 운동에 매진했기 때문에 학문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바통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개진하는 것은 슝스리였다. 그는 우선과 과학과 철학을 구분한다.


“과학은 외부존재를 가정하므로, 그 법칙은 외부의 존재에 있으며, 그 법칙을 탐구하려면 반드시 객관적 방법을 써야 한다. 과학은 지식의 학문이다. 철학은 우주, 생명, 진리, 인식이 서로 통하므로 하나로 보고, 안과 밖을 애초부터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은 스스로 반성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증명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수양의 학문이라고 한다(『십력어요(十力语要)』).”


이 주장을 요약하면, 과학으로는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인간의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슝스리는 이를 도덕성 본성에서 찾는다. 인간을 인간이게끔 근본적 실체 혹은 본체는 인간의 본성이며, 그 본성은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이 사유는 멀리 공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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