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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0만 산주(山主)를 위한 변명


 

김용만 대표 편집인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63.5%는 산림이다. 이중 67.8%는 개인이 소유한 사유림이다. 임야를 가진 산주(山主)는 220만명에 이른다. 국민 23.5%가 산주인 셈이다. 넓은 사유림도 특이하지만 이렇게 산주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 숫자는 매년 5만명씩 늘고 있다.


숲을 개별 소유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산지개혁’이 시작이다. 이전에는 왕의 재산 즉, 국가의 소유였다. 조선총독부 산지개혁의 목적은 조선 산림의 빈틈없는 침탈이었다. 숲은 국가 소유였지만 지역사회가 이용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근대 정책 시행’이라는 미명 아래 숲을 ‘구분 소유’ 체제로 편입시켰다.


대한민국은 황폐화 된 숲을 재건하여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산림 선진국이며, 많은 나라에서 견학을 온다. 산림녹화 하면 흔히 정부와 공무원을 먼저 떠올린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산림의 67.8%는 사유림이다. ‘산림녹화 신화’는 산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아쉽게도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 사유림은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가 맡고 있는 국유림과 공유림은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 예산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사유림은 방치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숲 가꾸기’ 예산이 있어서 산주가 신청하면 지원금이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세금 부담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숲 안에는 물, 흙, 미생물과 수많은 동식물이 있다. 숲이 내주는 맑은 공기로 우리는 숨을 쉰다. 숲이 머금고 있다가 내려 보내는 물을 마시면서 살아간다. 숲 생태계는 우리의 삶을 밑에서부터 받치고 있다. 산림청에서 매년 평가해서 발표하는 숲의 공익 가치는 259조다. 이중 사유림이 166조나 차지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무료로 향유하는 숲의 공익 자원은 상당 부분 사유재산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은 오래전부터 화두였다. 하지만 마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임업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심은 나무를 베지 못하게 실시한 ‘수입목재 무관세’ 정책 때문이라고도 하고, 우리나라 나무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산주들이 숲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지금의 숲을 유지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오랜 연구와 검토 끝에 ‘임업 직불제’가 2022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임업 직불제는 정부가 산림 관리와 보호, 그리고 임업 발전을 위해 임업인에게 직접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환경 보호, 산림 자원의 효율적 이용 촉진, 그리고 임업인의 소득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탄소 배출권’도 다각도로 반영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2023년 임업 직불제의 수혜자는 21,000명이고 금액은 506억원이다. 220만 산주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임업 직불제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여전히 까다롭고 홍보도 미흡한 실정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 또한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뉴질랜드에서는 임업이 시장수익률 4%, 탄소수익률 4%, 직불금 수익률 4%로 합계 12%의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할 것은 우리 산주들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이다. 경영은 ‘규모의 경제’를 기본으로 한다. 한국 사유림의 독특한 역사에서 비롯된 소유구조는 임업을 산업화하는 데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규모 산림을 위탁 받아 체계적으로 관리 운용해 주는 ‘국민 신탁’ 제도의 도입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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