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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ㅣ곰손, 기후 위기를 건너는 일상 생활기술

 

이유경 기자 2024-06-07



금손과 똥손의 사이, 곰손


수리상점 곰손 제공
수리상점 곰손 제공

'수리상점 곰손'은 수선, 수리 등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생활기술을 알려 주는 대안 상점이다. 기후 위기를 건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망원시장에 위치한 '수리상점 곰손'에는 곰손지기 6명(금자, 깡, 밍키, 성연, 자두, 혜몽)이 있다. 이들은 사비를 들여 곰손을 열었다. 만연한 일회용 문화에 반대하며 끝까지 아껴 쓰고 싶었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돌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다. '곰손'이라는 이름은 '금손'과 '똥손'의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리 생활을 나누자는 의미다.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난 공간, 수리상점

마포구 망원시장의 곰손 매장 전경, 수리상점 곰손 제공
마포구 망원시장의 곰손 매장 전경, 수리상점 곰손 제공

2024년 2월 17일, 수리상점 곰손이 정식 오픈할 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이전에 공간을 이용했던 사람이 각종 쓰레기와 자제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천장까지 쌓아둔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보며 막막했던 마음도 잠시였디. 망가진 공간을 직접 고치고, 버려진 물건 중 고쳐 쓸만한 물건은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무조건 중고로 채우기로 다짐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수리상점 곰손' 안의 모든 물건들은 중고로 채워졌다. 어느덧 쓰레기로 가득했던 가게는 넓고 깔끔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모두 중고로 채워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수리상점 곰손'의 곳곳에는 곰손지기들의 정성과 철학이 녹아 있다.






수리권을 찾아드립니다


초년부터 노년까지 세대와 성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곰손'을 찾는다. '수리권'과 환경을 위해서다. '수리권'은 모든 개인이 모든 물건을 수리하며 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비자 권리를 말한다.


'호우호우(우산 수리)' 워크숍 진행 장면, 수리상점 곰손 제공
'호우호우(우산 수리)' 워크숍 진행 장면, 수리상점 곰손 제공

곰손지기들은 소형 전자제품 자가 수리, 우산과 의상 수선, 그릇 수리 등의 워크숍을 진행한다. 공간을 대여해 주기도 하고, 환경이나 인권과 관련된 강연을 열기도 한다. ‘수리상점 곰손’은 ‘수리하여 사용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공동체’이자,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한 물건을 가능한 오래 쓰는 것이야말로 친환경 라이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 시니어 클럽에서 우산 수리를 가르치던 74세의 곽성규 님은 '호우호우(우산 수리)' 워크숍마다 '수리상점 곰손'과 함께 하는 중이다. 장난감 리페어 데이에는 어린이 친구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집 수리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 사진, 수리상점 곰손 제공
집 수리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 사진, 수리상점 곰손 제공

기후 위기를 건너는 첫 시작, 곰손지기를 찾아주세요


곰손 워크샵에서는 뭐든 고치고 다시 사용하고 새롭게 사용하는 것을 도와준다. 6월에는 우산 수리, 공구 사용법, 재봉틀 모임, 소형 가전제품 수리, 의상 수선과 리폼, 일요 리페어 카페, 아이패드 사용법과 아이폰 배터리 교체 워크숍이 있다. 작가 워크숍과 철학 워크숍도 열린다. 곰손의 하루는 늘 분주하게 돌아간다. 곰손지기들은 워크숍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환경 책을 빌려 읽고 곰손의 공구와 자투리 재료를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등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곰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곰손지기들과 함께 기후 위기의 세상에서 전환의 길을 만들어나갈 회원도 상시 모집 중이다. 오래된 물건뿐 아니라 타인과 모든 생명체의 관계를 가치롭게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수리상점 곰손'에 방문해 보자.


곰손지기들을 만나는 방법: linktr.ee/hi.gomson

곰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gomson_repair


 

곰손지기들로부터의 편지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뜯어보고 간혹 고장 내기도 하는 명랑 중년 곰손지기입니다. 요즘은 다섯 곰손지기들과 함께 수리수선계(^^)에 빠져 있고, 수리할 권리를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의 으뜸지기 역할을 맡아, 안전하고 성평등한 녹색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자급자족 생활기술인, 특히 공구에 능숙한 노년 지구인(할머니?!)이 되는 것도 꿈꾸고 있어요.

- 곰손지기 깡(강희영)-


망원동을 어슬렁거리는 호모 쓰레기쿠스. 제로웨이스트 샵 알맹상점을 운영하며 플라스틱 유해물질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리상점 곰손에서는 수리기술 최약체지만 쓰레기 일이 좋아서 직업이 하나 더 늘어난 덕업일치자입니다.

- 곰손지기 금자(고금숙) -


일상기술의 쓸모를 나누며 정성이 필요한 손기술 ’다닝기법‘으로 바느질 수선을 배우고 기후위기를 건너기 위해 소소한 일상에서 가능한 그래서 작은 실천이 힘이 되는 스스로 리페어의 기쁨을 담당하고 있는 곰손지기 밍키 입니다 ^^

- 곰손지기 밍키(엄민경) -


나사와 드라이버는 일년에 한두번 잡을까말까 했는데 수리상점 곰손의 지기가 된 이후로는 손에 드라이버 마를 날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흙을 만질 줄 모르던 손이 어느새 흙 속의 지렁이를 만나면 반가워하며 향기로운 식물을 거둘 꿈에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흙에서 멀어지고, 내가 가진 물건을 진정으로 소유하지 못하는 삶을 수리하고 모든 이들과 함께 향기롭고 수리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기 위해 양 손에 흙과 드라이버를 쥐어봅니다.

- 곰손지기 성연(박성연) -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에서 비상근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알맹상점의 매니저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살며 보고 듣고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들이 기승전 수리상점 곰손으로 귀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이곳이 가치와 생활과 활동이 모두 결합된 곳이라 그런 듯합니다.

- 곰손지기 자두(정명희) -




영화를 만들다가 얼리어답터와 환경파괴범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환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기계를 수리해서 쓰는 일을 좋아하고, 함께 수리하며 느끼는 연대감을 좋아해요. 다큐멘터리 <쓰레기덕후소셜클럽> <우린일회용이아니니까> <내몸이증거다>를 만들었습니다.

- 곰손지기 혜몽(유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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