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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ㅣ알맹상점ㅣ알맹이만 팔아요

 

황희정 기자 2024-06-13

사진: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서울역점) 전경, Planet03 DB

한국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알맹상점은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으로 이름 그대로 알맹이만 판매한다. 포장 없는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며 고객들이 빈 용기를 가져와 세제, 화장품, 먹거리 등을 담아 가는 방식의 제로웨이스트샵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친환경, 다회용품과 같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안적인 것들이 전시, 판매되는 공간이다.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가 공동대표로 2020년에 알맹상점 망원점, 2021년에 알맹상점 서울역점(리스테이션)이 오픈해 총 두 점포가 운영 중이다. 알맹상점은 알맹이 상품 판매만 국한하지 않는다.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을 회수해 재활용 혹은 재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 역할도 하고, 다양한 환경 관련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사진: 알맹상점 내부 모습, Planet03 DB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환경운동


알맹상점의 경우 2021년 망원점 한 곳에서만 리필을 통해 세제, 화장품, 차와 원두 등을 담는 100밀리미터 크기 용기 약 7만5000개의 사용을 줄였다. 또한 재활용이 어려운 일반팩, 커피 찌꺼기, 실리콘, 운동화 끈 등을 월마다 500킬로그램씩 수거해 연간 6톤을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낸다. 2020년 초에는 무포장 네트워크 조사단 활동, 2020년 8월~12월에 브리타 필터(수돗물 정화 필터) 어택, 2021년 1월~6월엔 1, 2차 화장품 포장재 어택, 2021년부터 지금까지는 리필스테이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2021년 5월부터 ‘멸.종.위기’ 캠페인(멸균팩, 종이팩 위기 탈출) 등을 펼쳐 왔다. 쓰레기,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시민 참여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 알맹상점의 박현희 매니저, Planet03 DB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지점에서 2022년 6월부터 2년째 근무하는 박현희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기록적인 장마와 코로나 끝에 흘러 들어온 알맹상점


2020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장마가 이어졌던 때가 환경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그때 기후 위기에 대해 실감하게 됐고, 처음 시작한 게 채식이었다. 육식 산업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여러 방향으로 공부하고 자료도 찾아봤다. 코로나 시기가 겹치다 보니 일회용 쓰레기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가 줄여 봤자’라고 생각했다가, 이게 너무 소극적이고 소시민적인 생각이 아닌가 해서 마음을 고쳐먹고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내 삶에 적용해 갔다. 마스크나 일회용 화장솜 등을 다회용으로 바꾸는 등 개인적으로 활동을 이어 가며 꾸준히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다가 ‘알맹상점’까지 흘러오게 됐다.


다양한 캠페인 참여와 기업과의 협업


알맹상점은 다양한 캠페인들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에게 참여나 실천을 독려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공공 음수대 관련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 음수대 확충과 음수대의 관리를 위한 시민 모니터링단을 꾸려 사실을 확인해 보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함께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나도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서 진짜 목소리도 냈다. 사람들도 확실히 쓰레기를 줄였고, 기업도 쓰레기를 줄일 체계를 짜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아로마티카, 닥터브로너스, 도브 등 환경에 관심이 큰 기업들도 알맹상점과 함께한다. 한국에서 말통(벨브에 연결된 10~20L 대형 통)에 세제를 담아서 판매하는 일이 전무후무했을 때 아로마티카, 닥터브로너스 등의 기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활용의 아이러니


알맹상점 내부를 보면 자원순환 커뮤니티 회수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회수 받는 것 중에서 병뚜껑이 많은데, 이게 공공 음수대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들은 선별장 작업자들이 다 손으로 골라낸다. 굉장히 빠른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은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작업이 어렵고 힘들다 보니 재활용이 잘 되지 않고 버려지기 일쑤다. 그런 작은 플라스틱도 고품질로 재활용될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이라 제로웨이스트샵, 업사이클링샵 등에서 수요가 있다.

아쉬운 점은, 여기에 동참하는 뜻은 잘 알겠는데, 플라스틱 병뚜껑을 한 망태기씩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다. 사실 쓰레기를 줄이려고 제로웨이스트샵을 만들었는데, 쓰레기를 줄이지 못해 나오는 플라스틱을 우리에게 가져오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줄이고자 하는 마음을 알기에 일단은 받고 있다. 상점에서 쓰레기 말고 재활용 용기도 받고 있다. 손님들에게 6개씩 받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쌓이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재활용 용기도 사실 손님들이 자기 용기를 가져와서 거기에 리필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사실 받을 필요가 없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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