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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보고 | 남준기 | 가리왕산은 복원 대상이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이유경 기자 2024-06-26


제40회 우이령포럼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남준기  사진 산과자연의 친구
제40회 우이령포럼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남준기. 사진 산과자연의 친구

가리왕산을 살릴 수 있었던 시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가리왕산은 뜨거운 감자였다. 울창하게 뻗은 나무와 한 차례의 올림픽을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고 13만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가리왕산의 나무들은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졌고, 가리왕산은 훌륭한 임상지역으로서 남한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구역에 해당했다.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었던 가리왕산의 나무, 우이령사람들 박준형 국장 제공
스키장 조성 전, 가리왕산 숲의 가치를 알려 주는 나무들

이에 환경단체들은 올림픽 유치 결정 후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평창 관내에서 5개의 대안 지역을 제안했다. 대안지는 모두 알파인활강스키장의 입지 조건을 만족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와 한국스키연맹은 5곳 모두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당시 가리왕산 스키장 종착지 일대 토지는 대부분 가리왕산을 알파인스키장으로 제안한 특정 외지인에게 팔린 상태였고, 토지투기 의혹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가리왕산, 세 번의 기회를 모두 저버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올림픽 경기 분산 개최’를 포함한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일회성 행사로 인해 일어나는 대규모 환경 파괴가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형성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즉 경기장 시설 준비에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일어나는 만큼, 개최지를 분산해도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알파인스키 활강경기는 기존 경기장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 개최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분산 개최를 완강히 거부했다.



2014년, 시민사회단체가 국제스키연맹(FIS)의 알파인스키 활강경기 규칙 조항에서 ‘2RUN 규정’을 찾아냈다. 이는 ‘환경보호나 개최국의 여건상 국제 규격의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이 없는 경우, 고도가 낮은 스키장에서 2번 활강을 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규정이다. 해당 규정을 적용할 시 기존에 만들어진 국내 스키장에서 알파인스키 활강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강원도는 올림픽에 ‘2RUN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며 가리왕산의 벌채를 시작했다.

벌목된 가리왕산의 나무들,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박준형 국장 제공
벌목된 가리왕산의 나무들, 사진 산과자연의친구

강원도는 이때 시민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올림픽이 끝난 뒤, 가리왕산을 복원하겠다.’라는 약속을 내걸었다. 그리하여 2018년 1월, 강원도는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 전면 복원안을 제출했으나, 올림픽이 끝난 뒤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어 시설 철거를 거부하는 중이다. 그렇게 가리왕산의 숙암계곡은 흙과 돌로 메꾸어진 연습용 슬로프가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슬로프에서는 2018년, 2022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친 산사태가 발생했다. 계곡을 메꾼 토석류가 불어난 물에 쓸려 내려갔기 때문이다. 산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강원도는 해당 지역을 다시 슬로프로 복구했다.




가리왕산 복원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였음에도 강원도는 이를 무시했다. 당시 강원지사였던 최문순은 ‘합리적인 복원을 위한 합의 기구’를 재주장했고, 정선군에서는 ‘경기장 시설물 유지’ 및 ‘곤돌라 3년 시범 운행’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가리왕산의 복원은 5년 이상 미뤄졌고, 총리실 주재로 곤돌라(케이블카)를 3년간 운행하되, 이후 시설물 유지 여부는 중앙 정부에서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행된다. 그러자 정선군은 가리왕산 스키장에 ‘국가정원 유치’라는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왔다. 원형 복원이 필요한 유전자원보호림에 정원을 만들라는 것이다. 가리왕산은 원형 복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조하건대, 가리왕산은 복원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스키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 전경, 사진 산과자연의 친구
스키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 전경. 사진 산과자연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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