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곽철우
곽철우 박사는 1968년생으로 경남 밀양 출신이다. 1987년 공수특전여단에서 특임대 수중팀에 근무하며 바다를 접했다. 군 작전임무을 수행하기 위한 군사잠수로 잠수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스포츠잠수, 산업잠수, 과학잠수를 겸비한 수중 생태복원 전문가다. 2014년 국립군산대학교에서 「제주도 갯녹음 해역의 바다숲 복원에 관한 연구」로 수산양식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해양 특급 기술자로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환경생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해양환경생태연구소는 바다숲, 해조탄소단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부구를 활용한 해조탄소단지 조성 신기술, 조식동물 섭식제어장치를 이용한 바다숲 복원녹색기술, 혁신기술,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성게의 조식압 감소를 위한 해조류 이식 방법 비교」, 「갯닦기 전후의 해중림초의 해조상과 시험 부착판에서의 해조류 초기 천이」 등의 SCI 논문을 가지고 있다. 저서는 약 700종의 해양생물이 수록된 『해양생태가이드북』이 있고 해양수산 관련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특강을 통해 후진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영진과 울산에 바다숲 단지 조성, 울산 우가 해역 바다숲 조성을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CSI자문위원과 한국해양수산진흥원 평가위원 등 관련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바다식목일, 바다에 해조류를 심다
숲을 가꾸기 위해 나무를 심는 식목일처럼 바다숲을 가꾸기 위해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 '바다식목일 '이다. 2012년 수산자원관리법 제3조의 2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인 2013년부터 해마다 기념한다. 바다식목일은 2012년에 처음 제정되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숲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법정기념일로 바다식목일을 제정했다. 바다숲 복원 관련 국가기념일 제정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2013년 5월 10일 제주도 운진항에서 ‘제1회 바다식목일’ 행사가 개최되었다. 바다식목일이 제정된 결정적 계기는 ‘바다 사막화 현상’ 때문이다. '갯녹음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석회가루가 석출돼 해저 바닥과 생물, 바위 등에 달라붙는 현상이다. 하얀 밀가루를 덕지덕지 붙인 것처럼 석회가루가 달라붙어 있어 ‘백화(白化)’ 혹은 ‘백화현상(白化現象)’이라고도 부른다. '바다 사막화'는 나무 하나 없는 사막처럼 바닷속에 해조류가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숲속 나무와 해조류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조류는 광합성으로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든다. 새우, 물고기, 조개류 등 바다생물의 1차 먹잇감이다. 잘피·모자반·감태·다시마 등의 해조류가 숲처럼 무성하게 자라난 바다숲은 바다생물의 기초 먹이원이자 산란장, 서식장, 은신처이기도 하다.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해양산성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바다숲이 파괴되어 바다생물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사라져 심각한 지구 환경 위기가 도래한다.
국내 바다의 사막화 현상은 확산 중
국내에서 '갯녹음 현상'이 처음 발생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발견된 갯녹음은 이후 1990년대 경상북도 영덕군과 포항·영일만 일대의 동해안까지 확산됐다. 이로 인해 주변 어업 환경과 생태계가 황폐화되어 갔다. 갯녹음을 일으키는 요인인 석회가루의 주 성분은 ‘탄산칼슘(CaCO₃)’이다. 때문에 해저 바닥, 바위, 생물에 달라붙게 되면 수소이온농도가 pH9.5 수준으로 급격히 올라간다. 이는 비누, 유리세정제 수준의 강염기성 물질과 맞먹는다. 쉽게 말해 주변 바닷물이 ‘비눗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바닷물이 염기성으로 바뀌면 pH7~8 수준의 중성 수소이온농도에서 살아가는 해조류는 살 수 없다. 갯녹음 현상이 발생해 해조류가 사라진 주변 해양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결국 하얀색 석회질만 남아 사막이 된다.
갯녹음 현상의 원인 제공자는 ‘인간’이다. 매립, 간척에서 발생한 부유물, 주변 공사, 자원 채취 등의 산업 활동에서 유입된 석회질이 갯녹음 현상을 일으킨다. 특히 ‘콘크리트’는 갯녹음 현상의 주범이다. 콘크리트의 주 원료인 시멘트의 성분 중 63%는 석회석과 탄산칼슘이다. 때문에 항구나 부두 건설 등의 작업 시 대규모 시멘트가 바다로 유입되면 연안 내 탄산칼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해 갯녹음 현상이 가속화되고 주변 해조류지대가 파괴된다.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위기’가 갯녹음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물에 잘 녹지 못한 탄산칼슘이 해저 바닥과 바위에 가라앉아 달라붙기 때문이다. 성게 등 바다숲을 파괴하는 생물종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갯녹음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한 결과 제주 연안에서 갯녹음 발생 면적은 1998년 2931ha에서 2003년 4541ha로 5년 전보다 10.9% 증가했다. 갯녹음 현상을 완전히 해결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때문에 해초와 해조류를 다수 심는 것이 현재 바다 사막화를 억제할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억제하듯 말이다.
기업이 바다숲 조성에 관심 갖기 시작해
전남 완도군은 신지면 동고리 일대에 해조류 ‘잘피’를 연안에 심는 행사를 했다. 효성그룹은 2027년까지 해초와 해조류를 이식해 ‘효성 바다숲’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포스코(POSCO)는 2020년 울릉도 남부 남양리 앞바다에 인공 바다숲을 조성했다. 인공어초 트리톤 100기와 트리톤 블록 750개를 동원해 조성했다. 트리톤은 바다숲 가장자리에 설치돼 해조류가 생장하는 곳이다. 트리톤 블록은 어류의 서식처 및 산란장 역할을 한다. 포스코가 만든 바다숲은 울릉군으로 이관됐다. 조성된 바다숲에 해조류와 치어가 붐비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 지자체로 관리를 옮긴 것이다. 울릉군에 따르면 바다숲 조성 뒤 남양리 바다숲의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 생체량이 조성 초기 대비 4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 해조류 출현 종수는 초기 10종에서 현재 18종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기업들이 바다숲 조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녹색 자갈(Green Gravel)’ 사업도 시도하고 있다. 녹색 자갈은 실험실에서 작은 돌에 다시마 번식체를 심은 다음, 바다에 이 자갈을 심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어린 다시마는 자갈에서 떨어져 나와 암초에 달라붙어 성장하게 된다. 스쿠버 다이빙 기술이나 잠수 장비 없이 자갈을 바다에 뿌리기만 해도 해초를 심을 수 있어 매우 넓은 바다숲 복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다숲 복원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바다는 여러 난제가 있다. 우선 기후 영향으로 태풍과, 고수온, 그리고 생물들에 의한 섭식이 발생한다. 그냥 생각만으로는 바다숲 조성이 어렵다. 더욱이 탄소중립을 위한 '해조탄소단지' 조성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우선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바다숲 복원을 통한 해조탄소단지 조성 사업이 시작
우리나라 해안선은 면적에 비해 상당히 길다. 동, 서, 남, 제주, 그리고 독도를 연장하면 중국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긴 해안선을 갖고 있다. 해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우리 연구소는 백화현상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영진 해양의 백화현상으로 수중 생명체가 사라지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이를 섭식하는 생물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해조를 먹고사는 대표적인 생물들은 소라, 전복, 성게 등이다. 해조류에 물고기들은 알을 낳고 어린 물고기들이 숨기도 한다. 총체적으로 해조류가 없으면 바다는 죽어간다고 봐야 한다. 영진의 경우는 해조류가 완전히 사라졌다. 백화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우리는 수중을 해조탄소단지로 복원하고 있다. 1년생 해조류를 암반에 고리를 달아 복원한다. 해양수산부에서 인증된 신기술을 최초로 적용해보고 있다. 여기서 길러 낸 어미 해조류에서 포자가 방출되어 주위로 확산되게 하는 기술이다. 어미 해조류는 1년을 생장해야 해조 포자가 방출된다. 7월에 시공된 해조류가 현재까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이식된 해조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적응하고 있다. 해조탄소단지 조성이 성공하기를 염원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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