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황희정 기자
국종성은 1976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과 학사, 석사를 받고 동대학 지구환경과학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 연구센터 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 지구기후변화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포스텍 대학원 환경공학부 교수를 거쳐 2024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급격한기후변화연구소'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구 분야는 '기후변화 메커니즘', '해양-대기 상호 작용 및 엘니뇨 역학', '지구 생지화학'이다. 2015년 APEC 과학상, 2016년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2016년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 2018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22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로 선정됐다.
점진적 기후변화보다 '급격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가 더 많아져
단순히 날씨보다는 기후가 좀 더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1998년 대학원에 들어갈 때 기후를 연구하는 실험실을 선택했다. 1997~1998 엘니뇨가 발생하던 때였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과 중앙 태평양 지역이 평년에 비해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인 엘니뇨를 연구하면서 전체적인 기후변화, 해양, 탄소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후변화 연구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점진적 기후변화다. 대부분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기후는 계속 '점진적으로'만 증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온도 변화나 해수면 상승 등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연구해야 하는데 어렵다. 왜냐하면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발생하지 않았었고, 과거의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것을 구상만 하다가 이제 조금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게 된 것이 ‘급격한기후변화센터’다.
'급격한기후변화센터'를 만들다
연구재단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가 리더사업이다. 지원을 해서 2022년에 '급격한기후변화센터'를 시작했고 센터장으로 있다. 지금은 학생, 박사후연구원, 연구원 포함해서 약 20명 정도가 있다. 해양 수온이 올라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대기 중에 태양 복사 에너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온실 효과에 의해 지구 장파 복사를 흡수한 대기가 다시 에너지를 해수로 보내 주기 때문에 올라간다. 다음으로 특히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같은 에너지가 들어오더라도 해양의 혼합층이 얕아져서 온도가 더 올라가게 된다. 해양의 혼합층은 대기와 바닷물 사이에 에너지가 교환되는 영역으로,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혼합층은 여름에 더 얇아지는 특성이 있고, 혼합층이 얕을수록 수온 상승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혼합층은 더 얕아진다. 물은 온도가 높을수록 가벼워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엘니뇨'는 조금 다른 문제다.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가 없을 때도 항상 있었다. '엘니뇨'의 반대가 '라니냐'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엘니뇨',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라니냐'다. 열대의 바닷물 온도가 엄청 바뀌는데, 열대 바닷물 온도가 바뀌면 전 지구적인 대기순환이 바뀌게 된다. 열대의 바다가 에너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엘리뇨는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은 맞지만, 그냥 단순하게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큰 기후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동 현상이다.
해양은 한번 가열되면 오래 가고, 식는 데도 오래 걸린다
대기 온도 상승과 해양 온도 상승은 차이가 있다. 대기의 온도는 다른 것들에 의해 쉽게 식을 수 있는 반면, 해양은 열 용량이 크기 때문에 한 번 가열이 되면 오래 간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해양이 지구 온난화에 의해 열을 많이 흡수한 상태다. 이게 지속되면 해양이 다시 대기를 데워 주고 육지의 기온까지 영향을 준다. 대기 온도 상승과 해양 온도의 상승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시에 일어나는데, 대기는 빨리 올라가기도 하지만 빨리 식기도 하는 반면, 해양은 천천히 올라가지만 천천히 식는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해양의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있는 생태계가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서식지에 고정되어 있어 이동이 어려운 산호와 같은 식물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 산호 같은 것들은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죽는다. 이걸 백화 현상이라고 한다. 산호가 다 하얗게 떠서 죽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호는 한 번 죽으면 복구가 어렵다. 해양이 고수온이 되면 거기에 썩는 것들도 많이 생긴다. 썩게 되면 미생물들이 산소를 먹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그러면 거기 있는 물고기들이 죽고, 양식장의 피해도 불어난다. 4대강의 녹조라떼를 생각하면 된다.
'온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여,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도 해야
해양 수온 상승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간이 배출한 CO2를 감소시키는 것뿐이다.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 해수면 '온도를 낮추는 것'은 내 생각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 전 지구가 이산화탄소를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유지는 시켜 줘야 한다. 다른 방법이라고 하면 기후공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겠다. 기술로써 해결하는 거다. 예를 들면 지금은 바다에 구름을 많이 만드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구름이 있으면 태양 에너지를 덜 받아 온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제 방법이 없다고 하는 건, 기초적인 기술들은 있지만 효율도 따져야 한다. 돈과 관련된 문제다. 그리고 그 넓은 바다에 구름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니 쉬운 해결책은 현재 없는 상태이고, 그나마 가장 쉬운 해결책이 탄소중립을 빨리 하는 거다.
'기후공학'을 실행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면 정확한 연구가 선행되야
'급격한기후변화연구센터'에서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 비가역적 기후변화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 관심 있는 것은 '기후 공학'이다. 이산화탄소를 캡처해서 저장하는 방법이 있고 태양 복사 에너지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것들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서 이 연구를 하려고 한다. 기후공학 기술을 하게 됐을 때 그게 결과적으로 어떻게 기후를 변화시키고, 지역적으로는 어떤 불평등을 초래할지 등에 대해 정보를 잘 알고 나서 시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기후 과학' 측면에서만 연구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문제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 모형도 연구하고, 이것이 기후변화 예측 모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려고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국가가 결정하지만 국가 정책은 국민 의식에 의해 결정돼
데이터를 직접 보고 있으니 기후변화를 더 빠르게 보고 있는 건 맞다. 개인적으로 기후변화 연구를 하고나서 외부에 강연을 하거나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스스로 더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 일반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탄소를 얼마 배출하면 기온이 얼마 올라가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정보를 좀 더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근 5~6년 사이에 많이 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국가 정책이 다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당연히 국민 의식에 의해 결정 된다. 그러니 모든 국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것이 이 문제의 피해를 줄이는 가장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구도 열심히 하지만 일반 사람들, 대중들이 좀 더 흥미를 갖고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기후변화 문제는 고등학교 때 배운 지구과학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후변화대응은 국가정책에 의해 좌우되고 국가정책은 국민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결국 국민의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