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황희정 기자
권민호는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한뒤,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장기 기후 변동에 대한 연구로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와이대 IPRC(International Pacific Research Center)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2020년부터 근무했다. 2023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 센터장이 되었다. 저서로는 『기후역학교과서』(2017), 『2022년 해양기후 상태와 추세』(공저, 2023), 『2021년 해양기후 상태와 추세』(공저, 2022) 등이 있다.
'장기 기후변동'을 이해하려면 '해양 기후변동성' 이해가 필수
'기상'은 대기의 물리적 현상으로 정의되고, '기후'는 장기적으로 평균한 기상이어서 마치 '기후'는 대기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는 대기와 지연은 물론 해양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해양은 기후변동을 일으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 기후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양의 기후적 변동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기 기후변동'을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해양기후예측센터'에서 해양 기후를 진단하고 상시 예측 시스템 운영
'해양기후예측센터'는 '해양 기후'를 다루는 곳이다. 기후는 일반적으로 해양을 포함하지만,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기후와 구분해 '해양 기후'로 재정의해서 사용하고 있다. '해양 기후'는 해양 환경과 관련된 기후 요소의 장기적인 평균 상태를 의미하며, 해양 환경은 생물을 둘러싼 해양의 물리적, 생화학적 환경을 의미한다. 2021년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설립됐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 해양 빈산소 현상 등 해양 환경은 기후위기 상황이다. '해양기후예측센터'는 해양 기후의 지속적인 감시와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핵심 업무는 정기적인 해양 기후 분석 정보 발간을 통한 해양 기후 진단, 상시 예측 시스템 운영을 통한 해양 기후 계절 전망, 국민 체감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한 '해양 기후 리터러시' 증진을 추진 하고 있다.
해양 수온은 관측 이후 최고로 높은 온도
해양은 기후변동과 연관되어 변화하기 때문에 수온은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에도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에 해양의 수온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런데 과거의 기후변화는 주기가 최소 10만년 이상으로 매우 천천히 변화했었고, 이러한 기후변동은 지구 궤도의 천문학적 변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변화는 과거에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강화된 태풍, 고수온, 집중호우 등 극한 현상들을 동반하고 있어 현재의 기후변화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부른다. 기후를 2주 이상 평균한 대기와 해양의 상태로 정의한다면, 기후는 2주의 주기를 가진 기후 현상도 있고, 엘니뇨와 같은 수년의 주기를 가진 기후 현상도 있다. 이러한 기후변동성을 '자연변동성'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자연변동성'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수온 변화는 자연변동성과 더불어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온실기체 증가에 의한 대기 하층 기온의 상승이 대기-해양 상호작용에 의해 수온도 같이 상승하게 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효과까지 더해져 2023년 발달한 엘니뇨 현상은 전 지구 해양의 수온을 전체적으로 높였다. 특히 2023년 전 지구 평균 표층 해양 수온은 관측 이후 최고값을 경신했다.
해양 수온이 높아져 더 강한 태풍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
해양 수온이 평균적으로 높아지면, 열대 해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강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더 많은 물이 증발해 대기로 수증기가 공급된다. 수증기가 응결할 때 발생하는 열은 태풍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의 강도는 평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특정한 기후환경에서 태풍의 최대 강도는 어느 정도 결정되게 되는데,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이 경계값을 넘어 더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수온이 높아지면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기후에서 발생하는 강한 태풍은 견고한 콘크리트 건물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미래 기후에서는 강화된 태풍에 현재의 구조물들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열팽창에 의해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육빙이 녹아 해수로 유입되어도 해수면이 상승하지만, 해양 수온 증가에 따른 해수면 상승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 현재 기후에서의 해수면 상승의 약 50%정도는 해수온 상승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평양 도서 국가나 해안가 지역의 주요 항구 도시들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인류의 유지 가능한 사회를 위협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
해양의 생물은 수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해양의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바다의 폭염인 '고수온'이 발생하면, 어류 등 해양생물의 치사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어류는 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어장의 위치가 바뀌게 될 것이고, 갇혀 있는 양식어류는 대량으로 폐사하는 일들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올해 동해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제주도에 열대어가 출현한다는 등의 보고가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대기 중에 쌓인 막대한 온실기체(특히 이산화탄소)들은 해양으로 녹아 들어가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탄산이 되는데, 이 탄산으로 인해 해양의 산성도가 더 높아지는 '해양산성화'가 일어나게 된다.
'해양산성화'의 큰 문제는 외골격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조개류나 산호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산호 군락은 해양 생물의 서식 환경이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산호의 멸종은 하위 해양생태계를 파괴해 연쇄적으로 해양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시기 대비 전 지구 지상 기온이 섭씨 2도가 상승하면 전 지구 해양의 산호는 약 99%가 멸절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가역 변화’다. 한번 멸절된 산호는 되돌릴 수 없다. 기후의 심각성은 그 자체도 인류의 유지 가능한 사회를 위협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에 '완화정책'과 '적응정책'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기술 개발 중요해
현재 전 세계 온실기체의 대략 절반은 중국과 미국에 의해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인구수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2위다. 우리나라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즉 전 세계가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크게 기후변화 '완화정책'과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있다. 기후변화 완화정책은 온실기체를 줄여 기후변화의 정도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온실기체를 줄이는 것은 경제 활동과 연관되어 있어 무작정 줄일 수는 없고 적정한 균형이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2050년까지 기후 '넷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후 '넷제로'는 순 온실기체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으로 온실기체의 배출량을 줄이면서 배출되는 온실기체 만큼을 흡수 및 포집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막기 위해 냉각 효과가 있는 에어로솔을 성층권 대기에 뿌리는 등의 기후공학기술도 기후변화 완화정책을 이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이미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에서 기후변화 완화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된 기후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식을 결정하는 기후변화 적응정책 또한 필요하다. 높아진 해수온도에서 새로운 양식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이 기후변화 적응 정책 중 하나다. 이러한 기후변화 적응정책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중요한 방향성이 있다. 그것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 에너지 기술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현재 전 세계가 수행하고 있는 기후 '넷제로' 정책을 이행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민들의 인식이 국가 정책결정의 기반, 해양 기후변화 잘 알리고 싶어
현재 해양기후예측센터에서 해양 기후의 현황은 물론, 해양 기후의 계절 예측 정보도 같이 생산하고 있다. 계절 예측은 한 계절 앞서서 기후를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절 예측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그 정확도는 날씨 예측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계절 예측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계절 기후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해양기후예측센터에서는 생산된 해양기후진단 정보나 계절 기후 예측 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 등을 활용한 정보 서비스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대국민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 결정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위기 상황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데 언론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언론 미디어를 통해 기후변화 상황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해양수온 상승의 심각성에 대해 좀더 많이 알려져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