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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특강ㅣ윤여창 교수ㅣ숲의 가치와 지속가능한 숲

 

2024.04.05



 

숲의 가치와 지속가능한 숲


소개받은 윤여창입니다. 멀리서 여기까지 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강의할 내용은 크게 6가지입니다. ‘숲이 무엇인지?’, ‘어떤 숲들이 있나?’ 이 두 가지는 같은 내용이겠죠. 그리고 ‘숲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그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가?’, 그리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은 숲의 어떤 가치를 중시하나?’를 소개해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숲을 가질 수 있을까?’를 내용으로 강의를 할까 합니다.


1. 숲이란 무엇인가?


우선 숲에 정의를 살펴보면 학자들은 “숲은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간 곳, 들어찬 곳.” 이렇게 정의하고 있고요. UN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최소 땅의 10% 이상이 나무로 가려져 있는 토지를 숲이다.”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UN 같은 경우는 숲의 면적을 통계를 잡아서 이것을 가지고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라든지, 온실가스의 저장을 계측하기 위해서 숲의 면적을 통계를 잡고 있습니다.

‘숲은 산림과 같지 않다’라고 보통 얘기합니다. 숲은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가 있는 곳이고, 산은 지형적으로 평지에서 불쑥 튀어나와 있는 곳입니다. 두 가지는 개념적으로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숲을 묶어서 산림이라고 씁니다. 과거 불교에서 ‘산림’은, 여러 곳에 흩어져 공부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한 자리에서 모여서 큰 법회를 열 때, ‘산림이 났다’라고 씁니다. 절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여튼 한자어 산(山)과 수풀 림(林)이 합해서 ‘산림’이라고 했습니다. ‘산림살이’의 산림과 숲을 말하는 산림은 다른 거죠. 그런데 한자는 같이 씁니다. 불교에서 말기에는 산림도 ‘산에 주로 숲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뜻하고, 산에 주로 우리 절들이 있기에 산림이라는 말을 씁니다.

영국의 백과사전 브리테니커(Britannica)에서는 숲을, forest를 “complex ecological system in which trees are the dominant life-form”이라고 합니다. 생태계 중에서 ‘나무가 지배하는 생태계’라고 숲을 정의합니다.

산림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산림자원 조성 및 육성에 관한 법률’ 2조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산림은 다음 각목에 해당한다면서 ‘가. 집단적으로 자라난 입목(立木)․대나무와 그 토지’. 입목은 서 있는 나무로 죽은 나무가 아니고 서서 살아있는 나무를 뜻하죠. 나무가 일시적으로 없어진 토지도 산림으로 하고, 산림 경영을 위해 놓인 길을 임도(林道)라 하는데, 산림에 들어갑니다. 그 안에 있는 암석지(巖石地)와 소택지(沼澤地)도 전부 산림입니다. 산림 안에 연못도 포함되고 계류도 포함됩니다. 꼭 나무만 아니고 산림 안에는 물도 있고 돌도 있습니다. 영국 브리테니커의 정의처럼 그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도 전부 다 숲의 구성원으로 돼 있습니다.

산림이 아닌 토지는 ‘농지, 초지, 주택지, 도로와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입목․대나무와 토지는 제외’합니다. 이런 토지에 있는 농지, 초지, 주택지, 도로에 있는 나무들도 산림이 아닙니다. 가로수는 산림일까요? 아닐까요? 가로수는 산림이 아니에요. 그건 도로에 있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 있는 나무도 지목이 대지로 돼 있어서 산림이 아니죠.

유엔에서는 숲의 면적도 정의합니다. 최소한 500㎡ 이상 땅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이 산림이라고 정의합니다. 기후대별로 보면 숲이 가장 많은 곳은 열대 지역입니다. 그리고 아열대 지역까지 합해서 56%입니다. 지구상에서 열대림의 숲이 가장 많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숲의 보존에 관한 국제협약이나 논의에 있어서 열대림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한대림도 중요합니다. 한대림이 27%로 그 다음으로 많죠. 한대림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탄소량이 숲속에 많아서 한대림이 불타면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사는 온대 지역 산림은 16%밖에 안 됩니다.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가 보면 복잡합니다. 여기에는 나무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나무에 기생하는 난, 거머리들이 많이 살고 개미집도 있습니다. 열대우림의 특징은 뿌리가 갈라져서 나무를 지지하는 게 특징입니다. 워낙 나무가 크기 때문에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뿌리가 갈라져서 지지합니다.

학생들을 데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여러 번 실습했는데, 보르네오섬에 가면은 넓은 면적에 있던 열대림을 베고 기름을 얻는 기름 야자수 나무를 심어 관리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서 저렇게 농업 개발을 합니다. 저런 농업 개발이 열대림의 소실에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에콰도르의 안데스산맥에 있는 숲입니다. 에콰도르는 열대 나라이지만 낙엽수가 자라는 건조 지역 산림도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자주 보는 계절마다 빛깔이 변하는 온대 숲입니다. 가장 자주 봐서 숲은 저런 모습이겠거니 하지만 다양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맹그로브숲은 많은 생명들이 살기 때문에 지구상에 있는 숲 중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숲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값이 나가는 숲이 열대 지역 맹그로브숲이라고 생태경제학자들이 얘기합니다.

여기는 핀란드 한대림입니다. 빙하가 녹아 조성된 호수인데 주로 침엽수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엽수가 불에 타거나 벌채되면 빠르게 그 빈 공간에 들어와 사는 자작나무들이 많습니다. 자작나무는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가 밑에서 올라오는 침엽수에게 자리를 내주는 선구수종이라고 합니다. 선구자 나무가 있는데 그 자작나무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오래 못 삽니다. 한 50년에서 기껏해야 100년 살고, 자생 수종들에게 자리를 내주죠. 자작나무를 많이 심는 것은 보기는 좋지만, 생태적으로 그렇게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여기는 제가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을 때 갔던 아프가니스탄입니다. 이곳의 산림을 조성하기 위해서, 원조 사업의 하나로 기술 지원을 하러 다녀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대부분 사막이더라고요. 전 국토의 2%~3% 정도만 숲입니다. 우리나라의 산림 녹화를 보고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요청해서 저희가 가서 도왔습니다.

숲에는 인공적인 숲과 자연적인 숲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인공적인 숲이 많을까요? 자연적인 숲이 많을까요? 자연적인 숲이 더 많습니다. 인공적인 숲은 우리 숲의 3분의 1 정도이고, 자연적인 숲은 3분의 2나 됩니다. 우리는 인공림을 많이 조성했지만, 실패한 인공림이 자연림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자연림이 더 많습니다. 물론 정말 열심히 심었지만 자연의 힘을 사람이 이길 수 없습니다. 인공림을 계속 유지하려면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풀을 깎고, 경쟁이 되는 원래의 나무들을 제거해야 자연보다 인공림이 잘 자랄 수 있게 됩니다. 여기는 라틴아메리카에 인공으로 조성된 티크(Teak) 조림지입니다. 티크가 값어치가 많이 나가는 목재입니다. 원래 티크는 미얀마나 인도에 많이 자랐는데, 중남미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져가 심고 있습니다.

숲은 관리되는 숲과 관리되지 않는 숲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는 관리되는 숲이 많을까요? 관리되지 않는 숲이 많을까요? 관리되지 않는 숲이 많다는 게 중론이군요.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관리되지 않는 숲이 많습니다. 관리된다는 것은 산림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용할지를 계획으로 세워 놓은 것입니다. 이를 산림 경영 계획이라 하는데, 세 가지가 있습니다.

국가산림기본계획, 지방산림계획, 경영단위별로 만드는 산림경영계획입니다. 산주들은 산림경영계획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와 광역지방단체는 지역산림계획을, 국가는 산림청이 세우는 국가산림기본계획을 세웁니다. 국가산림계획과 지역산림계획은 20년마다 갱신하고, 개인들 또는 국유림 관리소장이 만드는 경영단위별은 10년마다 갱신하게 되어 있습니다. 10년마다 숲의 상황을 어떻게 변했는지 잘 조사 분석해서, 향후 10년 동안 어떻게 산림을 경영하고 이용할지를 세우는 계획이 되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숲은 뭘까요? 숲의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기능, 사회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약간 증진하게 관리하자는 것이 지속가능한 숲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숲의 기능이 유지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 기준이 있습니다. 1994년, 지금부터 30년 전에 Forest Stewardship Council(FSC)이라는 국제 비영리 단체가 출연합니다. 이 단체가 그 기준을 세웠어요. FSC가 세운 기준에 따라 산림경영계획을 살피고, 또 현지 산림 상태가 세운 계획에 따라 잘 이행이 되었는지를 조사해서 판단합니다.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있다면 인증서를 줍니다. 인증서를 받으면, 경영 단위에 무슨 혜택이 있을까요? 인증 받은 숲에서 나오는 목재든지 임산물들에 레벨이 붙습니다. FSC 인증된 임산물이라면 시장에서 우대합니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면서 가꾼 산림에서 나오는 종이나 목재를 쓴다는 표시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쓸 수 있겠다는 말이죠. 혹자는 나무젓가락을 쓰면 나쁘다, 나무 종이컵을 쓰면 나쁘다, 책을 많이 찍으려면 안 좋다고 얘기하지만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있는 숲에서 나온 것을 쓴다면 그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이런 인증 제도를 30년 전에 개발했습니다.

핀란드라든지 스웨덴의 임업 국가에서 FSC와 유사한 인증 제도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좀 어렵지만, PEFC(Programme for the Endorsement of Forest Certification)라고 합니다. 하여튼 산림 인증 제도입니다. 각 국가에서 사정에 따라서 인증 기준을 세우고 인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어떤 기본 원칙들을 공유하고 서로 연계합니다. 현재는 이 조직에 참여하는 나라들이 워낙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FSC의 인증받은 숲은 3억ha 내외이고, PEFC에서 인증한 숲은 1억5000ha 정도됩니다. 이 둘을 합하면 약 5억ha의 숲이 인증됐습니다. 전 세계 약 30억ha 숲이 있는데 그 중에서 6분의 1만 인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인증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숲에는 공익을 위한 숲과 영리 추구를 위한 숲이 있습니다. 산림법에 따르면, 공익용 산지는 임업 생산과 함께 재해 방지, 수원 보호, 자연생태계 보존, 경관 보존, 휴양 증진 등 공익 기능을 위해 필요한 산지로서 산림청장이 지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포함된 숲에는 자연림, 사찰림, 자연공원 그리고 개발제한구역, 산림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구역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익림은 24% 정도됩니다. 나머지 76%는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임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산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소유권도 개인이 가진 숲(사유림), 나라가 가진 숲(국유림), 공동체가 가진 숲(공유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라와 공동체가 가진 숲,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가진 두 가지 숲을 합하면 약 3분의 1입니다. 개인, 기업, 종중이 가진 숲은 3분의 2입니다.

산림청 산하에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 숲에서 나오는 공익적 기능을 환산하면, 연간 260조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액수 중 3분의 2는 사유림에서 나온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략이지만 사유림이 공익에 기여를 많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숲의 가치를 논한다


모든 가치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치가 크게 윤리적인 가치, 물질적인 가치, 존재론적 가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윤리적인 가치는 사람을 포함한 만물의 존재에 대한 또는 그 행태에 대한 선호입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 악인이다, 선인이다, 또는 저 사람의 행동이 나쁘다, 좋다. 어떤 윤리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서 가치를 매길 수 있지요. 물질적인 가치는 사람의 생존과 행복에 얼마큼 기여하는가로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존재론적 가치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존재 가치로 저희 손자를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외손자가 하나, 외손녀가 하나 있는데, 손자와 손녀는 그 존재 자체가 저에게 큰 가치가 있어요.

이것은 이용하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거죠. 그래서 크게 봐서 이용에서 나오는 가치가 있고, 이용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게 있죠.

현재는 이용하지 않지만 후세가 이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정이품송처럼 후세를 위해서 잘 보존해서 넘겨줘야 할 유산 가치가 있습니다. 선택 가치는 지금 현재는 이용할 수가 없어요. 제가 바쁘고 어떤 조건이 안 돼서, 그렇지만 미래에 내가 덜 바쁘고 어떤 사정이 허락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용하지 않지만 미래에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가치로 두는 것이죠. 이를 옵션 가치라고 합니다. 미래에 아이슬란드의 빙하를 한번 구경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빙하가 없어진다면, 그 옵션은 없어지는 거잖아요? 빙하의 존재가 그 자체로 옵션으로서 가치가 있죠.

이용 가치는 시골에 저희 산에 밤나무를 심었는데 매년 가을에 밤을 수확해서 먹죠. 소비해서 없어지는 거예요. 밤은 소비해서 없어지는, 소비적 이용 가치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용 가치는 여기서 나옵니다.

지난 주말에 제가 동강에 가서 동강할미꽃을 봤어요. 그때 우리 회원 중에 한은실 님과 이혜숙 님이 함께했어요. 이혜숙 님이 동강할미꽃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제가 찍었어요. 저렇게 자기가 좋아하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를 찍어주는 것, 이런 것들은 소비가 안 되죠. 내가 찍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못 찍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비소비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게 저렇게 전체 이용 가치를 합하면 총가치가 나옵니다. 이렇게 가치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2-1. 숲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나?


숲에서 나오는 가치는 크게 봐서 아까 당산, 명상의 공간, 경치는 존재 가치나 문화 서비스에서 그 가치가 발생하는데 주로 마음에서 나옵니다. 동물의 서식지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기후 조절, 토사 유출 방지, 홍수 조절, 맑은 생활 환경은 나와 가족과 사회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식품, 연료 채취, 목재 생산, 맑은 물은 먹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쓰이죠.


2-2. 숲의 가치는 이용을 통해서 드러난다


대부분 숲의 가치는 이용을 통해 드러납니다. 숲의 가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왜냐면 생활 여건이 변화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 있고, 기존 수요 중 일부의 가치가 적어진다거나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완도에 가면 ‘구계등’이라는 아주 훌륭한 방풍림 마을 숲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숲 뒤편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바람의 피해를 막으려고 숲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집을 튼튼히 지어서 안전하게 살더라고요. 방풍 기능은 가치가 줄었습니다. 함양 상림에서는 과거에 개천 범람으로 농토나 가옥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변에 숲을, ‘상림’을 만들어 홍수를 방지했습니다. 요새는 제방을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기에 홍수에 대한 염려가 없어졌습니다. 숲의 홍수 방지 서비스가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는 화석연료가 들어오기 전에는 주로 나무를 때서 온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과거에는 산주들이 산을 다 갖고 있어서, 힘없는 동네 상민들은 나무를 해다 때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양반들이 차지하지 않은, 멀리 떨어진 산을 ‘동네 산’으로 정하고 현감의 인정을 받아 관리했습니다. 이 관리를 위해서 ‘송계(松契)’라는 계를 만들었습니다. 동네 산에서 나무를 해서 주로 연료로 썼는데, 연료 혁명이 일어납니다. 더 이상 나무를 쓰지 않고 공탄, 전기, 가스처럼 화석연료로 대체되었습니다. 더 이상 동네 사람들이 그 마을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때지 않고 방치하게 되어서 지금은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시대 상황에 따라서 수요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어서 가치가 변합니다.


2-3. 숲 이용 역사


숲 이용의 역사를 살펴보면, 둥지에서 시작해 사냥감, 연료, 건축용재를 얻고, 토사 유출 방지까지 숲이 합니다. 최근 경관 휴양처, 기후변화, 치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둥지로서 쓰임을 살펴봅니다. ‘단군왕검이 태백산, 지금의 묘향산에 신시를 세웠다’고 전합니다. 숲속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단군왕검이 숲에 세웠기에 우리는 숲속에서 살던 민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숲속에서 나왔기에 숲에 가서 단군왕검이 천신에게 제사를 지낸 것처럼, 요즘 동네 사람들이 산신이나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남았습니다. 동네에 ‘당산 숲’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원주 신림면입니다. 이 신림(神林) 때문에 신림면이라는 지명이 생겼고, 이 신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서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3월 30일, 9월 9일에 동네 사람들이 제사를 지냅니다. 제 고향 동네도 여전히 동네 정자나무 아래서 동네 제사를 지냅니다.

다음으로 숲에서 식량, 연료, 임산물을 얻습니다. 최근 중요하게 대두되는 게 물입니다. 숲의 생태계 서비스 중에서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이 물입니다. 숲을 잘 관리하면 10%에서 15% 정도 더 많은 물을 쓸 수 있습니다. 소나무나 낙엽송을 심을 때보다 참나무를 잘 관리하면 10%에서 15% 정도의 물이 더 내려옵니다. 봄, 가을 갈수기 때 아주 유용합니다. 필리핀 이프가오 지역은 계단식 논에 농사를 짓는데, 이를 위해서 전통적으로 논 위쪽에 있는 숲을 잘 보존해 왔습니다. 제가 2008년 북한 방문길에 평양에서 묘왕산까지 국도 1번 고속도로를 달리며 찍은 사진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다 헐벗었죠. 그래서 산에서 하천으로 내려오는 물의 양이 농사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동력을 써서 물을 관개한다고 들었습니다.

영주 부석사입니다. 고려 시대 건축 당시 목재로 느티나무를 썼다고 합니다. 이후 산에 느티나무가 없어져서 건축물 목재로 소나무를 썼다고 합니다. 느티나무가 소나무보다 훨씬 재질이 좋고 오래 갑니다.

강효영 등이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시 숲에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우울 정도가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숲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3. 생태계 서비스: 새로운 개념


이런 것들을 전부 통칭해서 ‘숲의 생태계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생태계 서비스는 인간의 복지에 기여하는 자연의 편익이다’라는 말로 바꿔 씁니다. 영어로 NCP(nature’s contribute to people)라고 합니다. 이게 새로운 용어예요. 국제기구 IPBES에서 저걸 쓰기로 결정해서, ‘생태계 서비스’보다는 NP, NCP가 정책 결정자들이 쉽게 쓸 용어입니다.

2019년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지구상 모든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해서 백서를 발표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자연으로부터 받는 생태계 서비스가 감소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문제입니다. 감소는 주로 환경 조절 서비스가 감소하는 데 기인하며, 대신해서 물질 공급은 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량이나 목재는 더 많이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생태계가 더 파괴되어서 그런지, 생태계 환경 지원 서비스가 줄어듭니다. 이 환경적 서비스가 줄어들면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사회적 적응 능력을 확장해야 되는데 비용이 발생합니다. 사회적 적응 능력을 확장하려면 첫째 협력할 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생태계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거는 강원도 평창 봉평에 있는 어느 캠프장입니다. 숲속에 이 캠프장을 지어 놓고 주말에 사람들이 와서 쉬면서 생태계 서비스를 몸에 담고 돌아가서 창조적인 일을 합니다. 이것이 새로운 임업, 생태계 서비스 임업입니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도시를 탈출해서 시원한 곳에서 쉬는 것입니다.

환경 조절 서비스에 큰 가치를 둡니다. 우리가 숲을 지속가능하게 경영 관리하려면 여러 환경 조절 서비스, 물질 서비스, 비물질 서비스를 한 데 아울러 가치를 매기고, 사회적으로 가치가 가장 많이 나올 수 있게 조합을 짜야 합니다. 조합을 짜는 게 중요한데, 생명 지지에서 시작해서 물질 공급으로 왔다가 환경 조절 쪽을 갔다가 지금은 문화, 생명 지지 쪽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임산물이 시장에서 거래된 경우는 거래 가격으로 평가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첫째로 대체재 가격을 씁니다. 대체재 가격의 예를 들겠습니다. 녹색댐 서비스를 한다고 할 때, 녹색댐 서비스를 대신하려면 댐을 지어야 합니다. 댐을 짓는 건설 비용과 유지 비용이 녹색댐 서비스의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대체 비용법’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이 많이 평가했습니다.

둘째로 ‘기회 비용’입니다. 생태계 서비스가 상실될 때 우리가 지불해야 될 비용이 있습니다. 나무가 다 없어져서 산이 헐벗으면 홍수가 납니다. 홍수가 나서 농사가 어려우면 농산물이 적게 나옵니다. 요즘 사과값이 뜁니다. 지구 온난화로 사과의 재배 적지가 변경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출하량이 줄어들어서입니다. 이런 게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불해야 할 기회 비용입니다.

셋째로 지불의사액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대체재나 기회 비용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때, 즉 존재 가치나 생명 유지 서비스처럼 대체 비용을 구할 수 없을 경우는 사람들한테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그 가치를 얼마큼 두고 있는지를 우리가 끄집어내서 평가하는 것입니다. 가상 시장을 설정하고 그런 상황에서 특정 생태계를 소비하기 위해서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물어봅니다. 세 가지 방법을 씁니다.

2010년에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물어봤어요. 산림의 공익 가치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국토 보존를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조사자들이 설문 구성을 좀 잘못한 것 같아요. 국토 보존에 산사태도 포함돼야 하는데 빠졌습니다. 하여튼 국토 보존과 산사태는 중요합니다. 산림과학원의 평가액은 260조 원인데 대체 비용법을 썼고 그래서 좀 과대 평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흡수 저장 기능은 과대 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이 환경 조절 서비스와 문화 서비스가 가장 많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유진채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숲의 생태계 서비스 유지 증진을 위해서 얼마큼 세금을 더 내겠느냐’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수원함양 기능에 대해서 가장 많은 돈을 내겠다’라고 답이 나왔고, 다음으로 생활 환경 형성입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 등이 바람에 날려 이동하는 비사(飛沙)의 방지 등이 생활 환경에 해당합니다. 생물 다양성은 좀 낮습니다. 연구자들마다 방법론이 달라서 어떤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4. 지속가능한 숲


지속가능한 숲을 아까 말씀드렸듯이 생태적인 건전성, 경제적 건정성, 사회적 안전성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를 아울러서 숲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과 지표를 온대 지역 국가들이 모여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몬트리올 프로세스(Montreal-process)라는 국제 약속입니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소속돼 있습니다. 회원국가로 거기에서 생태계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생물 다양성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성 및 활력, 토양 및 수자원의 보존과 유지, 그리고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해야 된다고 합니다.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한 산림의 기여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연간 40GT(기가톤) 정도되는데 이 중 29%가 탄소 동화 작용을 하는 녹색 생물에 의해서 흡수된다고 합니다. 육상생태계에서는 숲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숲에서 생산 능력을 계속 유지해야 됩니다. 숲에서 난 임산물 중에 목재 생산량은 이렇게 늘고 있습니다. 연료재와 산업용재가 있는데, 연료재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좀 쓰지만 연료재 증가 속도보다는 공업국가에서 쓰는 산업용재 사용량이 많이 늘고 있죠. 이런 것들이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인데, 이런 것들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게 숲의 경제적인 지속가능성입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사회에다가 주는 경제사회적인 서비스로 환경 조절 서비스와 문화 서비스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게 경제적인 프레임워크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산림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인 보장 제도를 구축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는 산림이 됩니다.

이런 생태계 서비스들의 가치를 일일이 평가해서 상대적인 가치가 높은 것을 중심으로 조합할 때 사회에 가장 큰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생태계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그 연구를 했습니다.

숲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은 숲에 이해가 걸린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할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해가 걸리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산주, 산촌 주민, 도시인, 임산물을 원료로 하는 산업, 시민단체, 정부, 국제사회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협력을 해야 됩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이 국가, 산주, 주민, 산업, 도시민, 환경보호단체들이 서로 협력해서 합의 내지는 협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 합의 중 하나가 생태계 서비스에 대해 지불을 하는 지불제입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생물다양성법에 따라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보호 지역에만 한정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호 지역은 전체 산림 중에서 17% 정도됩니다. 나머지 80% 이상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환경부의 제도는 한계를 가지고 있죠.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바이더와 받는 베네피셜이 같을 때는 필요 없습니다. 상류 지역 산에 사는 사람들이 생태계를 잘 관리해서 생태계 서비스를 하류 지역 사람들에게 줍니다. 특히 상수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깨끗한 물이 나오게 숲을 잘 관리합니다. 그러면 서울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더 많이 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서울 사람들이 강원도나 충청북도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가 필요합니다.

뉴욕시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태계 서비스를 보호 지역만 하고 있고, 여기서 난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 이용 부담금을 받아서, 환경부가 직접 경영할 수 있는 땅을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을 사지 않고 농지를 사고 있어요. 그게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생태계 서비스는 주로 사유림에서 많이 나오는데, 환경부는 사유림 소유자들에게는 1원도 안 주고 농지를 사서 거기에 직접 나무를 심고 있어요. 문제입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도입해 놓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현황입니다.

그래서 제가 연구를 했어요. 퇴임 전에 마지막으로 지도한 제자 이지은과 함께 연구했습니다. 우리나라 산주들에게 물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를 더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나라에서 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상을 얼마나 해 주면 산주들이 수용할지를 물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산주들은 낙엽송처럼 목재 생산에 유리한 나무들을 주로 심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인공적으로 심을 게 아니라 참나무처럼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들로 바꿔서, 인공림을 자연림으로 복원하면 숲의 공익적 서비스가 더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서 물이 더 많이 나온다든지, 탄소를 더 많이 고정한다든지 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얼마를 보상받기를 원하는지 물었더니, 1헥타르당 1년에 18만 원씩 주면 된다는 답을 했습니다. 벌채 시기를 연장할 경우에는 생물 다양성이 늘어나고,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해서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50년을 더 연장하는 옵션으로 계약하면 1년에 21만 원을 주면 되겠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건 국제학술지 지속가능성이라는 학술지에 작년에 기고해서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장하기는커녕 더 빨리 잘라야 되겠다고 합니다. 산림청은 정책을 세워서 자연림을 인공림으로 바꾸기 위해서 수종 갱신을 해야 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보상을 받아서 숲을 더 잘 관리하고 사회에 기여하게 할지, 이런 쪽으로 산주를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은 자연림을 벌채하고, 아직 자라고 있는 나무를 벌채하고, 다시 새로 나무를 심을 때 1헥타르당 약 900만 원을 주고 있습니다. 900만 원은 18만 원을 40년 내지 50년 동안 줄 수 있는 돈입니다. 그 900만 원을 주지 않고, 대신 1년에 18만 원에서 21만 원을 산주들에게 주면 더 많은 생태계 서비스를 사회로 돌려줄 산주들이 많습니다. 제가 연구를 통해서 이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듯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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