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5 이담인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진화함에 따라 AI 관련 산업이 에너지 소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의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것이 밝혀지며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AI 개발과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관련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AI 기술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GPT 모델 훈련에 약 500여톤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최근 AI 모델의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GPT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약 500여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되며, 이는 뉴욕에서 런던까지 600번 비행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AI 시스템이 점점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하며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티에이치 챈 공중보건대학원과 캘리포니아대학교 필딩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공동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량은 지난 6년 사이 3배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탄소 배출량은 AI 모델의 확산과 함께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여지가 높은 만큼, 기업들이 친환경적으로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AI 연산 최적화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 줄일 수 있어
AI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기업들은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AI 모델의 훈련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최적화하는 것이다. 엔비디아(NVIDIA)의 연구에 따르면 AI 연산 최적화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AI 모델의 경량화 및 알고리즘 개선도 전력 소비를 낮출 수 있다. 기존의 대규모 언어 모델들보다 현저히 적은 비용으로 개발됐다고 알려진 중국의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기업들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하는 전략 필요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 과정 중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단계인 ‘훈련’ 단계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AI 연구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은 지역의 데이터센터 활용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며, 태양광, 풍력 발전과 연계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저감 효과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AI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도
AI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AI는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국 기상이변과 자연 재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으며, 실시간 위성 이미지와 기상 데이터를 결합한 AI 모델은 산불, 홍수, 태풍 등의 재난 발생 가능성을 분석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추적 및 분석해 각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 최적화를 도울 수도 있다.
제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탄소배출량 줄일 수 있어
기업들이 생산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AI를 통해 수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제조업에서는 AI 기반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방지할 수 있으며, 유통업에서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100% 재생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AI를 활용한 에너지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AI를 이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도 적용 중이다. 고성능 GPU와 AI 가속기를 활용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GeForce RTX 50 시리즈는 이전 세대보다 성능이 2배 향상되었으면서도 전력 소비량은 50% 이상 절감되는 성과를 보였다. AI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기술 지원을 위한 민관 협력 필수
AI 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부문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기술을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친환경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AI-반도체 이니셔티브’처럼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구 개발 프로그램이 AI 기술의 상용화 및 실질적 적용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후 예측 시스템,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에너지 최적화 기술 등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하는 흐름은 친환경적 AI 생태계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적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류 공동 노력이 필요
AI 기술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것이기에 에너지 소비 증가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AI 모델 개발,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서 에너지를 다량 소모하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방안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기후 예측을 통한 재난의 사전 예방, 에너지 최적화 등의 방면에서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AI 기술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과 기술 개발이 함께 진행되어야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친환경적 AI 생태계 구축을 전사 미션으로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AI의 지속가능한 진화는 인류 공동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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