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9-06
국내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집회·행진에는 환경 분야 집회와 시위로는 최대 인원이었던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을 건너뛴 뒤 2022년과 2023년 서울시청 등 도심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는 각각 약 3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첫 기후정의행진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열렸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행진에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정당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늘었다. 매년 9월은 '글로벌 기후시위'가 열리는 시기다. 9월 셋째 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연례 유엔총회 또는 기후정상회담을 즈음해 전 세계 기후운동가들이 시위를 조직하면서 유래되었다.
2019년, 최초의 기후위기비상행동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2019년 9월 23일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 대응해 전 세계 기후 파업이 조직됐고, 국내는 '921기후행동'이 조직되었다. 앞에 숫자는 기후행동이 열리는 날짜를 의미한다. 330여 단체가 ‘기후위기비상행동’ 이름으로 연대했다. 서울 대학로에 약 5000명이 모였다. 서울 외 10여 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첫째, 기후위기 진실을 직시하라, 둘째,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하라, 셋째, 온실가스 배출제로 추진하라, 넷째, 지금 당장 기후정의 실현하라를 외쳤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신발 퍼포먼스로 대체되었고, 2021년에는 500명으로 참가자를 제한해 진행되었다.
2022년, 924기후정의행진, “기후 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2022년 9월 24일,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의 제안으로 결성된 ‘9월기후정의행동 조직위’의 주최로 서울에서 3만5000명의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코로나 이후로 다시 시작된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다. 이때 기후정의선언은 세 가지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 파괴 체제를 종식한다. 기후위기의 직접적이고 가장 주요한 원인은 화석연료의 채굴과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며, 화석연료산업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 축적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려는 기업들은 지속적이고 급속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기후위기를 낳음을 지적했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장낸다. 기후위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며,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기업의 이윤 추구, 부유한 최상위 계층의 막대한 부에 기반한 투자와 소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이미 시작된 그리고 되돌리기 힘든 기후 재난에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경험하게 될 이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정책으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처지에 있는 이들, 즉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위기 해결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논의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
2023년 9월 23일 2시에 세종대로에서 시작된 923기후정의행진의 슬로건은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다. 이때 다섯 가지 핵심 요구는 이와 같다. 첫째, 기후 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둘째,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 셋째,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을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넷째,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다섯째,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였다.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이번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의 슬로건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이다. 이 슬로건 아래 3대 기조는 이와 같다. 첫째, 기후위기, 기후 재난 속에서 우리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선 싸움을 더욱 너르고 단단하게 조직하자. 이상기후는 모두가 겪을지 몰라도, 기후 재난은 이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불평등이 곧 재난이다. 둘째,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와 윤석열 정부의 핵진흥 정책에 맞서 탈핵, 탈화석연료 그리고 공공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향한 대중 투쟁을 시작하자. 셋째, 오직 돈벌이를 위해, 생태계 파괴외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4대강 개발사업들에 맞선 투쟁을 하자. 907기후정의행진 경로는 강남대로~역삼역~선릉역~삼성역이다. 강남은 한국 자본주의의 첨단을 상징하는 곳이고 삼성전자, GS칼텍스, 포스코, 구글코리아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뿜어내며 천문학적 이윤을 축적하는 대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우리는 수만 명의 시민들의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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