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2-13
인공 장기와 신경 보철
인공 장기와 신경 보철 기술은 생명 연장과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의학 기술로, 과학과 공학의 결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이 두 분야는 손상되거나 상실된 신체 부위를 대체하거나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인공 장기는 인간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연구되고 있다. 코뼈, 손가락뼈, 발가락뼈 등의 인공 뼈나 어깨 관절, 팔 관절, 무릎 관절 등의 인공 관절은 물론 힘줄, 근육, 피부 등의 인공 조직이 개발되고 실용화되고 있다. 인공 심장, 인공 신장, 인공 간, 인공 췌장 등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도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연구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신경계가 손상되면 감각 또는 운동 기능의 장애가 발생한다. 신경 보철은 이렇게 손상된 신경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보조해 환자가 잃어버린 감각, 운동, 인지적 기능 등을 되찾도록 돕는 장치를 일컫는다. 인공 눈, 인공 귀, 심장박동 조절 장치, 심부 뇌 자극기, 척수 자극기, 생체 로봇 팔, 마비된 손이나 다리 근육 자극 장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신경 신호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술의 정교화, 신체와의 안정적인 통합, 긴 수명 등이 도전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인공 장기와 신경 보철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와 보청기
코끼리의 뛰어난 청각 능력과 소리 처리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은 생체모방 기술은 보청기 등의 청각 장치의 개발로 연결된다. 코끼리는 20Hz 이하의 초저주파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보다 훨씬 낮은 주파수이며, 멀리 떨어진 곳의 진동과 소리를 감지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코끼리의 큰 귀와 독특한 청각 신경 구조는 멀리 떨어진 음원을 정확히 감지하고 방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끼리는 발바닥과 귀를 통해 지면 진동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도 있다. 코끼리가 바다 밑 지진에 의해 갑자기 발생하는 해일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사슬을 끊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미국 음향학회지』 12월 호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코끼리는 발을 굴러 땅속을 통해 16km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케이틀린 오코넬과 그의 남편 팀 로드웰은 코끼리의 뛰어난 지진 감지 능력을 연구한 행동생태학자로, 코끼리의 진동 감지 메커니즘이 인간의 청각 기술, 특히 보청기 및 진동 기반 청각 장치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코끼리는 발바닥을 통해 여러 방향에서 오는 진동 신호를 통합하고 이를 특정 소리와 연관시킬 수 있는데, 이 능력은 청각 보조 기술에 유용한 개념을 제공한다. 코끼리가 뼈를 통해 진동을 전달받는 방식은 골전도 보청기와 유사하고, 코끼리의 저주파 탐지 능력은 보청기 설계에서 저주파 증폭 기능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코끼리가 진동과 소리를 통합해 분석하는 능력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특정 소리를 강조하는 보청기 기술로 이어졌다.
고래 심장과 페이스메이커
심장 박동의 리듬이 불규칙한 상태를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조절장치인 ‘페이스메이커’로 고칠 수 있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박동하도록 심장 근육에 전극을 부착해 전기 충격을 보내는 의료기기다. 콜롬비아 출신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호르헤 레이놀즈는 1950년대부터 페이스메이커 연구에 뛰어들었다. 1954년부터 1964년까지 외장형 및 내장형 페이스메이커를 만들어 많은 심장병 환자들에 도움을 주었다. 레이놀즈가 전력투구로 연구한 대상은 바로 고래의 심장이다. 레이놀즈는 50여 년에 걸친 연구로 1만 개 이상의 고래 심전도 기록을 확보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는 고래가 생화학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래는 칼슘, 나트륨, 칼륨을 이용해 6~12볼트의 전기를 생산한다. 여기서 레이놀즈는 고래 스스로 전기를 만들고 흐르게 하는 것처럼 사람 심장에 이미 존재하는 전기를 사용하면서 단지 전기의 전도성만 향상시키는 페이스메이커를 고안한다. 레이놀즈는 기존의 페이스메이커와 동일한 전력을 갖는 나노 크기의 탄소 튜브를 개발해, 전지가 필요 없는 의료기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생각으로 조종하는 기계들
신경공학은 사람의 뇌를 조작하는 기술로 뇌의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나, 결국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공학의 대표적 기술이 뇌-기계 인터페이스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이 기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머리에 띠처럼 두른 장치로 뇌파를 모아 컴퓨터로 보내는 방식이다. 컴퓨터는 뇌파를 분석해 동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전극이나 반도체칩을 심는 방식이다. 신경공학의 궁극적 목표는 뇌 보철 장치의 개발일 것이다. 뇌 보철은 뇌의 손상된 부위를 전자 장치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뇌 보철 기술은 뇌 질환 치료에서 더 나아가 더 나은 뇌의 기능 향상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뇌 안에 무선 송수신기가 설치되면 뇌에서 뇌로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 텔레파시가 가능해진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말하지 않고 생각으로 보내는 신호만으로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통신 기계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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