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0 최민욱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 재생에너지 설치량 중 80% 이상이 태양광이라고 보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Renewables 2024' 보고서에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약 2.7배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규 재생에너지 설치량 중 80% 이상이 태양광이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누적 설치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안팎으로 증가했으며, 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은 10% 내외, 해상풍력은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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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wables 2024 보고서의 이 표는 2021년 기준 주요 부문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 준다. 왼쪽에 건물, 산업, 농업, 운송으로 네 개의 부분을 나누어 비교했다. 막대그래프 중 파란색 막대는 전력 소비 비율(Electricity Share)을 나타내고 노란색 막대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Renewable Electricity Share)이다. 네 개 부문의 총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예를 들면 건물 부문의 전력 소비 비율은 2011년 21.8%에서 2021년 23.8%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2011년 5.4%에서 2021년 8.8%로 증가했다. 막대 길이가 길수록 해당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부문에서 전력 소비 비율과 재생에너지 비율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운송 부문은 여전히 전력과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는 꾸준히 확산 중이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조치는 2025년을 기점으로 한층 강화된다.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입찰제도와 장기 계약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 등 정책적 유인을 강화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제조 역량과 투자 확대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전력망 확충과 환경영향평가 문제 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은 각국의 정책 지속성, 그리드 투자의 속도, 관련 기술 혁신(차세대 태양광·풍력·그린수소·ESS 등)이 어떤 형태로 결합되느냐에 따라 성장 곡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와 더불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계획 대비 상향 조정했다. 또한 2025년 이후 에너지 수요 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관련 정책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과 산림청도 풍력·태양광 시설 설치 시 환경영향평가 및 산림 훼손 최소화 기준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24년에 공표한 2023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9.67%를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중 태양광이 절반 이상(55%)을 담당한다. 2024년 9월에는 기업과 지자체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에 참여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하는 시범 사업이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다양한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점차 다원화·고도화되고 있다. 다만 계통 확충 및 전력시장 구조 개선, 지역사회 수용성 확보,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둘러싼 환경 이슈 등이 뒤따라야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
태양광 분야에서는 고효율·고내구성 셀과 모듈 개발이 활발하다. 기존 실리콘 기반 셀 효율이 20% 초·중반대에 머무르던 것에서 최근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을 통해 30%대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다. 또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솔루션이 확산되고 있다. 패널을 건물 외장재로 활용함으로써 도심 건물에서도 추가 부지 부담 없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리튬이온을 넘어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VFB),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소재가 주목을 받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국내 기업들이 공동 연구 중인 장주기 ESS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 안정화를 높이는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풍력 분야에서도 해상풍력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해상풍력은 설치단가가 높지만, 더 큰 터빈(15MW급 이상) 개발과 부유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특히 유럽 연안을 중심으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전수되어, 한국은 서해·남해 일부 해역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에너지의 경우, ‘그린수소’ 생산 단가가 아직 높지만, 태양광·풍력 전력 잉여분을 활용해 물 전기분해로 수소를 생산·저장·운송하는 모델이 제시되면서 미래 에너지 공급원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IPCC와 IEA가 모두 2030년대 이후에는 수소가 산업·수송 분야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관련 기술 투자와 실증 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프라와 그리드 구축의 도전 과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전력의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망(그리드)의 확충과 스마트 그리드 도입이 필수적이다. IEA가 2024년 발표한 'World Energy Investment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 증가에 맞춰 전력망 투자 또한 매년 10~15%씩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송전망 개선, 지역 간 전력 교환 등을 추진해 간헐적 전원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의 경우, 전력 계통 혼잡 지역이 점차 늘어나며 일부 해상풍력·태양광 단지가 완공 후에도 인허가 지연, 계통 연결 지점 부족으로 가동률을 제때 높이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밀집 지역의 송전망 강화, 스마트 변전소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거나, 산림 훼손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문제가 불거지는 등 복합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이 높아질수록 ‘덕 커브(Duck Curve)’ 현상처럼 전력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를 보면, 낮 동안 풍부한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 가격이 급락했다가 해가 진 뒤 급격히 전력 수요가 증가해 화력발전 등 다른 자원을 긴급 투입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산 전원, 수요관리(DR), 계통운영방식 개선 등이 필수적이다. 한국도 유사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ESS 구축, 피크 수요 시간대 요금제 개편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 중이다.
결국 인프라와 전력망 구축 문제는 단순히 선로 확장이나 ESS 설치를 넘어, 전력 시장 제도 개선, 환경·주민 수용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송배전망 설계부터 계통 운영, 재생에너지 개발 지점 선정, 주민 참여 모델 구축 등이 연계적으로 작동할 때,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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