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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반도 그린공동체' 기반의 산림 협력

최종 수정일: 1일 전

2025-04-22 김성희 기자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남북 모두 산림의 기후 대응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산림은 탄소 흡수원일 뿐 아니라 재난 완충, 생물다양성 보전, 에너지·식량 안보까지 포괄하는 자연기반 해법이다. 북한은 산림 복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땔감 의존과 에너지 부족으로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남북 협력을 통한 산림 복원은 탄소 감축, 평화 구축, 국제기후 외교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남과 북을 넘어 지구를 살리는, '남북숲' 살리기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의 안전보장, 사회적 형평성, 국제적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힌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다. 그 전략의 중심에,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산림’이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무를 심는 일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기후 행동이다. 한반도의 숲을 지키는 일은, 남과 북을 넘어 지구를 살리는 연대의 시작이다. 산림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중심에 둔 남북 협력은 경제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도 달라진다. 막혀 있는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남북 산림 협력을 제안한다.

남북한 산림 현황의 과거와 미래. 사진 한국임원진흥원
남북한 산림 현황의 과거와 미래. 사진 한국임원진흥원

뜨거워지는 한반도, 산림 협력으로 공동 대응


기상청에서 발간한 “북한기상 30년”에 따르면 북은 같은 기간 동안 평균기온이 8.9℃로, 이전보다 0.4℃ 상승했다. 남쪽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 남쪽은 최근 10년간 0.36℃/10년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북한은 0.45℃/10년으로 1.3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반도 북부 지역의 기후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기후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더운 한 해였으며,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과 비교했을 때 지구 평균기온은 1.6도 상승했다. 한반도도 지난 30년간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남쪽의 과거 30년 기후 평년 값 통계를 확인해 보면 1991~2020년 기준으로 연 평균기온은 12.8℃로, 1981~2010년 대비 0.3℃ 상승했다.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은 남과 북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며 달성할 수 있는 공동의 과제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극심한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의 재난을 동반하며 이는 남북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 북이 최근 재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계절별 기후 요소 연평균값을 나타내고 있다.(1991년~2020년, 27개 지점 평균). 사진 북한기상 30년보 도표 발췌
북한의 계절별 기후 요소 연평균값을 나타내고 있다.(1991년~2020년, 27개 지점 평균). 사진 북한기상 30년보 도표 발췌


산림 보전을 국제 탄소시장과 연계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완화(mitigation)'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탄소 흡수원 확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산림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탄소 예산 확보에 결정적인 수단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산림을 활용한 탄소 흡수 전략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통해 훼손된 산림과 습지 복원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UN 산하 REDD+ 제도를 통해 개도국 산림 보전을 국제 탄소시장과 연계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한반도 역시 뒤쳐질 수 없다. 특히, 한반도는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산지로 구성돼 있어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산림 조성에 성과 내고 있는 북


남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이 필요하고, 북은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남은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구조로 탄소 흡수원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북은 에너지 부족과 산림 훼손으로 기후위기에 남북은 모두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홍수, 산사태 등 재난이 늘어나고 대형화되고 있다. 북도 2009년과 2013년 '기후리스크 지수'에서 각각 세계 2위와 7위에 오를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위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북은 2015년부터 ‘산림복구전투’라는 이름 아래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전국 단위의 조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KDI가 발표한 위성영상 분석에 따르면, 그해를 기점으로 북한의 산림 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약 47만ha에 달하는 산림을 새로 조성했으며, 전체 목표 면적의 28.3%를 1년 만에 달성했다.

평안남도 삼화동에서 산비탈지 뙈기밭에 나무를 심어서 황폐지를 복구했다. 사진 KDI 북한경제리뷰
평안남도 삼화동에서 산비탈지 뙈기밭에 나무를 심어서 황폐지를 복구했다. 사진 KDI 북한경제리뷰

북의 조림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나무를 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난방과 취사에 쓸 연료의 대체재 공급, 지역 단위의 에너지 시스템 구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같은 생활 기반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 복구는 단순한 녹지 확충을 넘어, 주민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평안남도 상차동 야산 공동묘지에 숲이 훼손돼서 맨땅과 바닥 흙이 그대로 넓게 드러난 모습. 사진 KDI 북한경제리뷰
평안남도 상차동 야산 공동묘지에 숲이 훼손돼서 맨땅과 바닥 흙이 그대로 넓게 드러난 모습. 사진 KDI 북한경제리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남북 협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한반도는 물리적으로 연결된 공간인 만큼, 북쪽의 문제는 곧 남쪽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에 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 여파는 남에도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임진강은 남북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으며, 전체 유역 중 63%는 북, 37%는 남에 걸쳐 있다. 이 강의 상류에 위치한 북은 황강댐과 4월5일댐을 통해 약 3.9~4.9억㎥에 달하는 물을 관리하고 있어 방류 시 남쪽 하류 지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2009년 9월, 북의 황강댐의 예고 없는 대규모 방류로 남쪽에서는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북의 환경 문제가 남쪽의 생명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남북 협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제사회는 물론, 정부가 주도적으로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북한 홍수 피해 현황. 사진 KEI 북한환경리뷰
북한 홍수 피해 현황. 사진 KEI 북한환경리뷰

산림은 비정치적 협력 분야로 '산림평화' 개념 중요해


산림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갈등을 상대적으로 비껴갈 수 있는 비정치적 협력 분야로,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산림평화’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복원 사업에 그치지 않고, 생태적 연결을 통해 신뢰를 쌓고 평화를 증진하는 새로운 협력의 메커니즘이다. 2018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자연 생태계의 복원과 보호를 위한 환경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며, 특히 산림 분야에서의 협력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북은 국제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2030년까지 자체적으로 16.4% 감축이 가능하며, 국제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최대 40.25%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이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보여주며, 국제적 틀 속에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보여 준다.

북한이 UN에 제출한 2030 NDC는 당초 8.0% 감축이었다가, 16.4% 감축으로 강화됐다. 사진 UNFCC보고서
북한이 UN에 제출한 2030 NDC는 당초 8.0% 감축이었다가, 16.4% 감축으로 강화됐다. 사진 UNFCC보고서

남북 간 산림 협력은 탄소 흡수원 확대와 재해 예방이라는 실질적인 기후 대응 수단이 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생태계 복원이라는 지속가능한 비전으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산림 연결은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 회복과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제적으로도 기후변화협약(UNFCCC)과 생물다양성협약(CBD)을 함께 실현하려는 이중 목표 전략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산림협력은 그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남북 협력,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파리협정 제6.2조에 기반한 남북 협력이 한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의 이경희 책임연구원은 ‘신기후체제 하에서 남북 기후변화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제6.2조가 국가 간 국제이전감축실적(ITMO)을 통해 감축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남북 협력 사업에 적용할 경우 전략적 활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총 2억9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며, 이 중 3750만 톤은 해외 감축사업을 통해 채울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협력 중인 국가는 베트남, 몽골, 가봉 등으로 협력 대상이 제한적이고, 사업 추진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감축 여력이 크고 감축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남북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이를 제6.2조 기반의 국제 협력 사업으로 연계할 경우, 한국의 NDC 이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파리협정 제6.2조를 활용한 남북탄소시장 협력 연구. 사진 보고서
파리협정 제6.2조를 활용한 남북탄소시장 협력 연구. 사진 보고서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국외산림탄소축적증진(REDD+) 사업을 추진할 경우, 비용 대비 높은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타난다. 이 사업을 통해 최대 1억6150만 tCO₂의 감축이 가능하며, 한국이 절반을 할당 받을 경우 약 8080만 tCO₂를 한국의 NDC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 전체 감축 목표의 약 27.8%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며, 북한 또한 NDC 달성을 통한 이익이 이루어진다. 남북 협력이 한국의 기후외교, 에너지 안보, 탄소시장 전략에 있어 단순한 개발 지원을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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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그린공동체' 기반의 산림 협력 추진


한반도 그린공동체 기반 성천강 분수계 산림 협력 적용 예시. 사진 국토연구원
한반도 그린공동체 기반 성천강 분수계 산림 협력 적용 예시. 사진 국토연구원

한반도의 산림 복원은 단순한 녹화 사업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재난 재해 완화, 나아가 에너지와 식량 안보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의 새로운 틀로서 역할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이 제안한 ‘한반도 그린공동체’ 구상은 이러한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산림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산림 조성은 물론 임농복합경영, 재생에너지 보급, 일자리 전환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전략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우선협력지역으로 제시된 성천강 분수계는 과도한 산지 개간으로 인해 홍수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식량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산사태와 홍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복원 시범 모델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성천강 분수계 서부 지역은 풍부한 바람을 활용한 풍력발전, 마전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사업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산업 육성, 재해 회복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다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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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7시간 전

나무를 심은 일은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기후행동 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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