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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헌법재판소 승소는 기후 대응의 시작이다

 

2025-02-13 최민욱 기자


기후 헌법소원 심판 선고일인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후 헌법소원 심판 선고일인 2024년 8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승소


지난 2024년 8월 29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승소 판결이자,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헌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청소년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주도하고 19세 미만 청소년 61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이 소송은, 2020년 3월 첫 제기 이후 4년 5개월 만에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기후위기의 원인인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려면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불충분하면 그만큼 미래의 부담이 가중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헌법적 사실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명확히 한 것이다.


감축목표가 없다는 것은 과소보호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배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핵심 내용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만을 규정하고 있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연간 감축목표가 없다는 점이 과소보호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현재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 만들어야


헌재는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법의 계속 적용을 명령했다. 이는 위 조항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킬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 이전에 그나마 존재하는 정량적인 중간 목표마저 사라지는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다. 2026년 2월 28일이라는 시한을 앞두고, 2025년은 정부가 실질적인 법 개정 준비와 함께 국제적 의무이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헌재가 제시한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충족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법 개정을 위한 정부협의체와 전문가 구성 필요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부문별 감축 잠재량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연간 감축목표 설정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전문가 자문단 구성도 시급하다. 기후과학, 에너지정책, 산업전환,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감축목표의 적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헌재가 지적한 '미래 세대에 대한 과중한 부담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한 감축경로 설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 마련


헌재는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계, 시민사회, 노동계 등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많은 우리나라의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산업계와의 협의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공청회, 토론회 등 다양한 형태의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수렴된 의견을 법안에 반영하는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감축목표 이행에 따른 경제적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취약 계층과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헌재 결정 반영한 새로운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


법 개정과 별개로 정부는 2025년에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특히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갱신 및 UN 제출이 중요하다. 현재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담고 있는 NDC는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갱신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주요국과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개도국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중요한 선례 남겼으나 끝이 아닌 시작


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5년 네덜란드의 우르헨다(Urgenda) 판결을 시작으로,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후변화법 헌법불합치 결정, 벨기에의 기후소송 승소, 최근 스위스 여성·노인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서의 유럽인권재판소 승소판결 등으로 이어지던 기후소송의 흐름이 마침내 아시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의 결정은 독일의 판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국민의 기본권 침해만을 위헌사유로 인정했으나, 한국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배'까지 인정했다. 이는 향후 아시아 각국의 기후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수첩 |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의 주요 쟁점과 과제


쟁점 ① 배출량 누적을 고려한 감축목표 설정 체계 필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헌법재판소는 "배출량의 누적을 고려하면서 감축량의 진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감축목표 설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년도 목표(Single-year target)'와 '다년도 목표(Multi-year target)' 중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단년도 목표의 경우 2035년, 2040년, 2045년 등 특정 연도의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다년도 목표는 일정 구간별로 구간 전체 또는 평균적인 감축비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한편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2050년 마이너스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쟁점 ②  산업계의 현실적 어려움과 기후위기 대응의 균형점을 찾아야

감축목표 설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행수단의 실효성 확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확대 등 NDC 달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는 현재의 감축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기후행동등은 2018년까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해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불리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감축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산업계의 현실적 어려움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 쟁점이다.


과제 ① 헌재 결정을 기반으로 한 기후정책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재조정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65% 감축, 2045년 탄소중립, 2050년 마이너스 배출을 법제화했다. 미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RE100을 선언하며 글로벌 탄소배출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8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는 적극적인 감축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헌재 결정을 기반으로 한 기후정책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재조정이 필요하다.


과제 ②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파리협정의 '진전의 원칙'에 따라 각국의 감축목표는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무역 장벽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 베르켈 변호사가 언급했듯이, 한국의 기후소송 승소는 아시아 전역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이번 소송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한제아 학생이 "미래 세대라고 불리지만 지금 여기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듯이, 기후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과제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 2026년 2월까지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은 완성이 아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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