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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화석연료 종료를 위한 인류의 '팀 플레이(team play)'

 

2025-02-20 이담인 기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에서 인도 기후정의 활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기습 피켓시위를 벌였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에서 인도 기후정의 활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기습 피켓시위를 벌였다.

인류의 빛과 그림자가 된 화석연료


화석연료란 지구에 묻혀 있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세월에 걸쳐 화석화된 연료를 일컫는 말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포함된다. 19세기 석탄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화석연료는 오랜 시간 에너지원 분야에서 제왕의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이슈를 거치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전 세계 에너지 사용 비중의 82%(2023년 기준)를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폭발적인 산업 성장을 이끌며 인류에게 풍요를 선물한 화석연료는 근래 들어 악당 취급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phasing out)'을 퇴출시킨 공동선언문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최된 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여러 모로 화제였다.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에서 연달아 열린 점(COP27은 이집트에서 개최됐다)과, 공동선언문에 '화석연료'라는 단어가 명시된 점 때문이었다. 1995년 당사국총회 개최 이래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체로서 화석연료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최종합의문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ing out)'이 아닌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표현을 채택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환경 단체와 대중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사국총회 공동선언문은 198개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초안에 합의하지 않으며 반발을 일으켰고, 결국 합의 불발 사태를 피하려 수정안에 '단계적 퇴출'이라는 확실한 표현 대신 '전환'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상위 20개 화석연료 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3 차지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었고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 특히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환경단체 기후책임성연구소(CAI)와 공동으로 펴낸 2017년판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 데이터베이스(DB)'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는 100개의 화석연료 생산 기업에서 나왔으며, 상위 20개 화석연료 기업이 전 세계 배출량의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위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그러나 거대하고 막강한 화석연료 산업의 아성, 그리고 산업에 얽힌 여러 주체들의 카르텔은 서로를 탓하거나 각종 로비로 책임을 회피하며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2017년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 데이터베이스(DB)' 보고서는 산업혁명 이후 160년간 총 923억 기가톤의 탄소가 배출됐으며, 100개 기업이 총 배출량의 52%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생산·공급해 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사진 보고서 그래프 캡처
2017년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 데이터베이스(DB)' 보고서는 산업혁명 이후 160년간 총 923억 기가톤의 탄소가 배출됐으며, 100개 기업이 총 배출량의 52%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생산·공급해 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사진 보고서 그래프 캡처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개인에게 책임 전가하는 기업들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그린워싱'(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마케팅 전술)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 2005년 글로벌 석유기업 BP(British Petroleum)이 ‘탄소 발자국’ 개념을 대중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개념은 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동시에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희석시키는 전략적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2023년 BP는 '넷제로 계획'을 발표하며 청정 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2배 이상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당해 영국의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스 애드(Influence ad)'에 녹색 에너지 투자 관련 광고를 위해 80만 파운드(약 14억5천만원)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정유기업 에쓰오일(S-OIL)의 '자전거 라이딩 캠페인' 사례를 꼽으며 대표적인 책임 전가 유형이라 비판한 바 있다. 그린피스가 자체 조사를 통해 기업들의 그린워싱 게시물을 유형별로 판별한 결과, '책임 전가' 유형 비중이 40%에 달했다.


에쓰오일이 2022년 진행한 '자전거 타GO 줄이GO 늘리GO' 캠페인. 사진 에쓰오일 홈페이지
에쓰오일이 2022년 진행한 '자전거 타GO 줄이GO 늘리GO' 캠페인. 사진 에쓰오일 홈페이지

그린피스가 펴낸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워싱 전략을 남용한 국내 기업의 40%가 '책임 전가' 유형을 채택했다. 사진 보고서 캡처
그린피스가 펴낸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워싱 전략을 남용한 국내 기업의 40%가 '책임 전가' 유형을 채택했다. 사진 보고서 캡처



화석연료 산업과 정치권의 유착


화석연료 기업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다. 2015년 환경문제 탐사보도 매체 인사이드 클라이밋(ICN)에 따르면 미국 굴지의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수십 년 전부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가스 감축 정책을 방해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기후위기 과학을 부정하는 연구를 후원하거나 '개인의 탄소 발자국'과 같은 개념을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논점을 흐렸다. 미국 화석연료 기업들은 정치권이 화석연료의 문제점을 비판하거나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연방 선거에 약 6억달러(약 8조6천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2021년, 많은 국가들이 유엔(UN)이 5년마다 발간하는 '기후변화 보고서'(IPCC 보고서) 작성과 관련해 각종 로비를 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호주, 인도, 일본 등의 정부, 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빨리 줄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문건을 UN에 제출했다. 문건 수는 3만2000건을 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의 팀 플레이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대중의 변화 요구는 점점 높아지는 데 반해 화석연료 기업의 강력한 로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지속되는 화석연료 의존, 기후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변화를 저해하고 있다. COP28에서조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국들의 경제 상황을 최우선시하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석연료와 기후위기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기업과 정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개인과 시스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뿌리처럼 얽혀 있다. 다행히 주요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업들의 탄소 절감 노력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변화의 과도기가 도래했다. 법과 정책이라는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권이 화석연료 퇴출에 더욱 적극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화석연료 퇴출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발판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반하는 시대적 숙명이자, 변화에서 비롯되는 불편함과 생소함을 기꺼이 감수해야만 하는 개인들의 과제다. 화석연료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위해 인류의 '팀 플레이(team play)'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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