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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도심 싱크홀 증가와 홍수 위험, 지하수는 안녕한가

최종 수정일: 3월 31일

2025-03-25 김성희 기자

 

전 세계 지반 침하의 70% 이상이 지하수 과잉 개발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도심지 싱크홀 증가와 홍수 위험을 가중시킨다. 한국에서도 노후 상·하수도관 문제로 지반 침하 사고가 잇따르지만, 예방 조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생수 산업이 성장하면서 지하수의 공공성 논란이 커지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관리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화 싱크홀 포스터.  사진 나무위키
영화 싱크홀 포스터. 사진 나무위키

땅이 무너지는 경고, 싱크홀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땅이 꺼지는 ‘싱크홀’ 사고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00개가 넘으며,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건수는 216건으로 확인된다.

지반침하는 주로 물(지하수)에 잘 녹는 석회암 토양에서 발생하므로 화강암과 편마암 지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싱크홀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주요 원인으로는 신도시 건설, 지하 공간의 과도한 개발, 상·하수도의 노후화와 지하수 유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총 1176건 중 매설물 손상이 680건(57.8%)으로 가장 많았고, 그중 하수관로 538건(45.7%), 상수관로 97건(8.2%), 기타매설물 45건(3.8%)이었다. 다음으로 다짐(되메우기) 불량이 203건(17.3%), 공사 부실이 87건(7.4%)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부분 도심에서 일어나는 싱크홀 사고의 주된 원인은 상·하수도관 노후와, 그로 인한 누수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번 명일동 사고 지역을 ‘지반침하 우려 지역’으로 분류해 왔으며, 사고 원인을 하수관 손상과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인한 지반 약화 가능성으로 보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하수 과잉 개발이 장기적으로 지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한 도심 내 싱크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인구가 몰린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도 직결된다. 지하 공간의 과도한 개발이 도시 지반의 붕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지역별 싱크홀 발생 현황. 사진 국토교통부
최근 10년간 지역별 싱크홀 발생 현황. 사진 국토교통부

세계 70%의 지반 침하 원인, 지하수에 있다


지하 공간의 개발에 이어, 지하수의 과도한 개발은 장기적으로 대규모 지반침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릴수록 지하 공간은 비게 되고, 지탱하던 수분과 압력이 사라지면서 지표면이 점차 가라앉는다. 스페인 지질광업연구소와 유네스코 산하 국제침하연구팀이 공동으로 발표한 사이언스(Science)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지반 침하의 약 70% 이상이 지하수의 과도한 취수에서 발생'한다고 분석됐다. 지금까지 약 34개국, 200여 개 지역에서 지하수 취수에 따른 지반 침하 사례가 보고됐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도시화, 농업지 확장,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등이 지목된다. 특히, 침하가 발생한 지역의 절반 이상은 홍수 위험 지역과 중복되며 공통적으로 저지대의 평탄한 지형, 점토 기반의 연약한 지반, 건조한 기후, 지하수 재충전 부족의 특성을 보인다.

해안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반 침하로 인한 영향이 해수면 상승보다 최대 10배 이상 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침수와 염해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2040년까지 지구 지표면의 약 8%에 해당하는 1200만km²가 지반침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한국 면적의 120배,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크기에 해당한다. 또한 침하와 홍수 위험이 중첩된 고위험 지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이 같은 지반침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번 가라앉은 지반은 복원되지 않으며 도로 파손, 건물 균열, 상하수도관 누수, 도심 내 침수 등 도시 전반의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 지반침하 위험 지역. 아래는 북미와 중국의 지반침하 위험 지역을 확대한 지도. 빨간색이 가장 위험이 높은 지역. 사진 『사이언스』 
세계 지반침하 위험 지역. 아래는 북미와 중국의 지반침하 위험 지역을 확대한 지도. 빨간색이 가장 위험이 높은 지역. 사진 사이언스 
 



지하수는 누구의 것인가: 공동 자원의 사유화


지하수는 우리 땅의 빈 공간을 채워 지반을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동시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국에 약 169만 개의 지하수 시설이 운영되며, 전체 이용량 중 농어업용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농촌 지역에서는 지하수가 생명선이다.

최근 몇 년간 지하수가 ‘공공의 물’이 아닌 ‘상품의 원천’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2023년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조7400억 원을 넘어섰고, 2024년 3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는 약 620개 수원지가 있다. 현재 약 200여 개 생수 브랜드가 생수를 생산 중인 점을 감안하면 수원지 하나 당 3~4개 브랜드가 식수를 제조하기 위해 지하수를 파고 있는 상황이다. 생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 귀중한 공공 자원이 실질적으로 ‘무상’에 가깝게 기업들의 손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지하수법」에는 지하수 사용량에 따라 적절한 대가를 부과하는 ‘사용료’나 ‘수자원세’ 개념이 없다. 「먹는물관리법」상 수질개선부담금 제도가 존재하긴 하나, 이는 지하수 자체의 취수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수질 오염’ 가능성에 대비한 명목에 불과하다. 『워터저널』 기사에 따르면 실질적인 수질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결국 기업들은 국민 모두의 자산인 지하수를 거의 공짜로 가져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인데, 이는 마치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 모습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생수 산업이 20년간 7배 성장한 동안 수질개선부담금은 14% 증가하는 데 그쳐, 공공 자원의 공정한 이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액 변화 추이. 사진 『워터저널』
수질개선부담금 부과액 변화 추이. 사진 『워터저널』

수돗물 vs 생수 …  우리는 어떤 물을 선택해야 할까?


현재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아리수’라는 수돗물을 고도 정수 처리해 공급 중이며, 오존과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방식으로 물 맛과 안전성을 모두 높이고 있다. 또한 정수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수질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아리수'는 수질 면에서 생수보다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 공공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포켓 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는 “수질에 문제가 없어도 수돗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라고 응답했으며, 노후 상수도관에 대한 불안과 정수기 사용 습관이 주요 이유로 꼽았다.

반면, 생수에서도 여러 문제들이 확인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시판 생수 30여 종을 분석한 결과, 1L당 평균 1.32개의 20㎛ 이상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세종대학교 연구에선 11종의 생수 중 5종에서 일반 세균이 확인됐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분석한 수돗물에서는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생수·음료 용 플라스틱이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의 37.6%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생활 폐기물이 2010년 대비 3.6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수가 수돗물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생수 산업과 생수의 안전성 논란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땅을 위해 공공재인 물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의 제품군별 발생량. 사진 그린피스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의 제품군별 발생량. 사진 그린피스

우리가 마시는 물, 살아 갈 땅을 지키는 일

물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그중 지하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땅 아래에서 고요히 흐르는 지하수는 우리가 매일 딛고 서는 지반을 지탱하고, 식탁에 오르는 식수와 밥상을 가능하게 하며, 농업과 산업, 도시의 기반까지 떠받치고 있다. 이제 지하수는 단순한 ‘지하의 물’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자, 공공재이다. 이 보이지 않는 자원이 무분별하게 개발되거나 방치될 경우, 그 영향은 생각보다 넓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누가 물을 쓰느냐’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물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우리의 노력이 담보된다면 우리와 다음 세대가 마실 물도, 살아갈 땅도 함께 남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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