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2024-07-22
위기의 시대에서 재해의 시대로 지구가 급 전환되었다. ‘올해가 작년보다 더워졌다’, ‘올해의 장마는 이전의 장마와 다르다. 흡사 아열대 지역의 스콜 같다’ 등 사람들은 이제 겨우 기후의 이상 변화를 감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구 곳곳은 재해와 재난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부터 인류의 재앙이 시작되고 있다. 인간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서식지를 잃은 ‘기후 난민’의 생명은 언제까지 지켜 질 것인가.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 기후 난민 급증
노만(Myers, Norman, 1995)은 “근본적으로 특이한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들 때문에 자신의 생활 터전이었던 본국에서 더 이상 안전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생태학적 난민'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는 자연적, 인위적 요인을 모두 포함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로 인한 이주민도 '생태학적 난민'에 포함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을 ‘기후 난민’이라 칭한다. 엘니뇨-라니냐 현상, 사막화, 사이클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난민이 이에 속한다. 냉전시대에 사회학자들은 이념 분쟁으로 발생한 정치적 난민에 관심을 가졌고, 냉전이 종식되면 난민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 믿었다. 예측은 벗어났다. 전쟁이나 이념과 관련 없이 지구 생태적 환경이 변하면서 '기후 난민'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며, 얼마나 더 빠르게, 얼마나 더 증가할지 예측 불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정치 난민'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약 7110만 명의 난민 중, 기후 난민은 약 3260만 명에 달한다.
2050년, 최대 10억 명의 기후 난민 발생
기후 난민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후 난민의 60%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홍수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고 위도 30도 부근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사막화에 의한 기후 난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 재해가 더 자주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며, 강도와 범위 또한 지금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진다고 경고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매년 약 215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섬나라 출신이며 쿠바, 도미니카, 투발루뿐 아니라 필리핀, 방글라데시, 몽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에서는 매년 인구의 5할 이상이 난민이 되어 극빈층으로 전락해 여러 국가들로 전전하는 중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2009년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50년, 최대 10억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인구의 1/8이 기후 난민으로 전락한다는 예측이다. 세계은행 또한 기후 난민 증가에 우려를 표하며 세계 경제의 위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기후 난민'는 '정치 난민'과 다르다
기후변화는 통계가 아니다. '기후 난민'의 지속적 발생과 그 수의 증가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위기를 말한다. 애석하게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북반구의 대다수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막연한 미래로 인식하거나 또는 과학기술이 기후위기를 막을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에 머물러 있다. '기후 난민'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IOM 사무총장 안토니오 비토리노(António Vitorino)는 기후 난민이 무사히 정착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난민'의 지원이 임시방편이어서는 안 된다. 난민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과 동시에 새로운 난민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 냉전으로 인한 '정치 난민'과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 난민'은 본질적으로 다름을 아는 데서부터 그 실질적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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