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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② | 시화호 30년의 가치를 발견하다

 

이유경 기자 2024-04-25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인공호수 시화호는 1994년 1월, 첫 완공 당시부터 '죽음의 호수'가 되었다. 30년이 되었다. 시화호는 본래 수질의 99%를 회복했고 시화지구는 관광, 생태, 문화, 환경교육의 핵심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환경은 전 지구적 문제이고 전국적 문제이다. 시화호의 30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파괴하고 다시 인간이 복원하는 긴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환경 갈등이 있는 타 지역에 시화호의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의 부활


여지도에 나타난 시화 유역 일대
여지도에 나타난 시화 유역 일대

지금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본래 시화유역은 군자만으로 조선 시대까지 포구가 32개나 존재하던 엄청난 크기의 바다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군자 염전이라고 하는 한반도 최대 크기의 염전으로 거대한 해양 자원의 보고였다. 얼마나 많은 자원이 있었는지, 신석기 시대부터 이곳에 자리잡은 인류는 굴과 바지락을 채집하며 살았고, 거대한 패총과 유적지를 남겨 두었다. 실제로 오이도에서 발견한 패총은 서해안 일대에서 가장 거대한 패총 중 하나이다. 오이도 선사유적지는 아파트가 유치될 예정이었으나, 시민 사회가 직접 시굴 조사를 하고 문화재청에 연락해 사적지로 보전했을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다. 시회호가 가진 생태적 가치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연자본 (Natural capital)이다. 자연자본은 지질학, 토양, 공기, 물 및 모든 생명체를 포함하는 천연자원의 저장량을 말한다. 여기에 시화호는 역사문화 자산까지 품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뒷받침하고, 인간의 현재의 삶과 미래를 가능하게 한다. 가치가 책정되기 어려운 자연자산은 기업이나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을 때 남용되거나 파괴되어 궁극적으로는 자산의 가치가 상실되고 그 손실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시화호의 노랑부리저어새 안산시청 제공
시화호의 노랑부리저어새. 안산시청 제공

시화호의 수심은 본디 18m로 조수간만의 차가 상당하여 작은 갯벌 생물부터 거대한 물고기까지 한 번에 들어왔다가 한 번에 빠져나가는 곳이었다. 이런 곳을 직선으로 막아 담수화했고, 인근의 모든 오폐수가 시화호로 흘러들어왔으니 시화 유역의 생태 복원에는 기적이 필요했다. 그 어떤 학자도, 시민 단체도, 정부 기관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시화호에 해수를 유입시킨다는 미봉책으로 실제 시화 유역 생태의 10%가 회복되었고, 조력발전소를 설치한 이후로는 이곳의 수질과 갯벌 생태가 이전과 비슷하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화환경문화센터의 서정철 대표는 이를 두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표현했다. 갯벌이 돌아오자 시베리아부터 필리핀까지 날아다니는 철새가 돌아왔다. 시화호가 철새의 이동 통로이자 중간 기착지가 된 것이다. 새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한껏 지방을 축적한 뒤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이런 중간 기착지가 파괴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종 다양성과 조류 번신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시화호에 겨울이 찾아오면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멸종위기종 1급에 해당하는 노랑부리백로, 흑고니를 포함한 129종, 약 2만여마리의 철새가 다녀간다. 시화유역의 습지에는 족제비, 수달, 수리부엉이, 도요물떼새, 삵과 같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시화호는 그 존재만으로 생태의 보고다.

     

문화를 담다



시화유역이 갖는 생태적 가치에 더하여, 시화유역은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가까워 인간의 서식지와 동식물의 서식지가 겹쳐있다는 가치가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바다와 갯벌, 습지에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기 시작했으며, 도시민은 언제든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공간에 들어갈때 서로 조심해야 할것을 교육하고 교육받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 교육의 과정이 곧 컨텐츠가 된다. 갈대습지공원은 원래 갈대와 부레옥잠처럼 오염에 강한 식물을 심어 시화호에 유입되는 물이 한번 걸러지게 하는 목적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천연 교육 공간이 되었다. 30년간 시화호를 복원하는 과정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시화나래길이 완공되면 인간과 동식물이 서식지를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선사유적지까지 품고 있으니 시화호는 그 존재 자체로 콘텐츠의 보고이며 스토리텔링의 원천이다.

 

기술을 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안산시청 제공
시화호 조력발전소. 안산시청 제공

시화호의 조수간만 차이가 한반도에서도 유독 큰 편이다. 한반도에서 추진 중인 조력발전사업이 서해안에 총 5곳이라면, 시화호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며 거대한 조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조력발전소가 시화호의 생태를 복원시킨 가장 큰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조력발전 자체가 완전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속한다. 또 다른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 발전 사업도 시화유역에서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2024년부터 추진될 갯벌 염생식물 식재 교육 산업은 좋은 탄소에 속하는 일명 블루 카본을 생산해 낼 것이다. 시화호는 존재 자체로 탄소중립을 이행하며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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