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경 기자 2024-03-26
지구는 쓰레기로 질식하고 있다. 이는 성장 중심의 생산과 소비주의가 가져온 결과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패스트 패션이 썩지않은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들어 냈다. 무심코 버리는 담배꽁초, 음식물, 옷, 플라스틱용품, 건설폐기물이 지구를 덮고 있다. 자연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순환한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생산과 소비가 순환하도록 하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국내 의류 폐기물, 연간 12만톤 중 1%만 재활용
티셔츠 한 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환경오염이 집약되어 있다. 섬유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4%를 사용하고 있고, 물 2700ℓ를 쓰고 있다. 또, 섬유 가공에 필요한 다양한 염료와 표백제들이 수질을 오염시킨다. 의류 제조로 발생한 폐수는 전 세계 폐수의 약 20%를 차지한다. 옷을 만들거나 폐기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연간 120억톤으로, 세계 탄소배출량의 10%에 이른다.
수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생산한 의류 중 30%는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아 폐기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의류 폐기물은 연간 11만 8,386톤에 이른다. 의류 폐기물은 재사용될 거라는 인식이 있으나 UN환경계획에 따르면 의류 폐기물의 대부분은 소각되고 재활용률은 1% 미만이다.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은 썩지 않는 쓰레기 산을 만든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의류 폐기물 전반의 처리 과정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고,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과 공공구매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담배꽁초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담배꽁초는 하수구나 우수관 등을 통해 언젠가는 강이나 바다에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담배 필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때문이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또한 담배가 물에 닿으면서 배출되는 니코틴, 비소, 카드뮴, 휘발성 유기물질 등 각종 유독물질도 지구오염을 유발한다.
2020년, 환경부에서 하루 평균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을 추정했는데, 1246만6968개비에 달했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담배꽁초는 하루 평균 45만5233개비에서 231만7352개비로 연간 약 1억6000~8억4000여개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2016년 경기 구리시에서 담배꽁초 수거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정책을 펼쳤다. 나아가 서울 용산구는 길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가져오면 무게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해당 제도는 예산도 많이 들지만 문제는 수거한 꽁초에 발암물질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버려지는 담배 꽁초는 침수를 예방하는 빗물받이의 하수관을 막아 홍수를 야기하기도 한다. 2022년 강남 일대의 수해는 담배꽁초로 배수구가 막혀 생겨난 사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금연캠페인과 더불어 생태계 에 미치는 담배꽁초의 위해에 대한 인식전환과 대안이 필요하다.
전자 폐기물, 소형가전제품의 수거체계가 필요
유엔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전 세계에서 버려진 전자 폐기물은 5,360만톤에 달한다. 이 중 17.4%만이 재활용된다. 대부분의 전자 폐기물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폐가전은 화학물질 방출로 인해 심각한 오염과 피해를 입힌다. 전자 폐기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질들은 작업자의 갑상선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유산, 불임 등 생식 기능등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어린이에겐 폐 기능과 신경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폐가전의 국가간 수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1989년 바젤협약을 체결되었고 우리나라는 1994년에 가입했다. 2003년부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시행 중이다.
환경부는 환경성보장제도를 통해 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촉진을 위하여 제품의 설계,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환경성보장제도를 적용받는 재활용 의무 이행 대상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생산자가 재활용을 위한 수거, 운반, 처리 과정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기·전자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어 의무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 증가해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폐전기전자제품의 폐기 물량은 2018년 8만8384톤에서 2021년 16만7514톤으로 증가했다.
생활 쓰레기, 1인 배출량은 줄지 않아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었다. 쓰레기 종량제란, 쓰레기 봉투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달리 붙여 판매함으로써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사람은 돈을 많이 내게 하고, 적게 버리는 사람은 조금 내게 하는 제도이다.
1994년 서울을 기준으로 1일 1만5392톤이 배출되던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후 점점 줄어 1998년 1일 1만765톤으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실시한 2013년 1일 8559톤으로 감소했다. 이후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이 증가한 수치만큼 쓰레기도 증가해 다시 1일 1만톤으로 증가했다.
쓰레기 처리 방식을 매립, 소각, 재활용으로 나눴을 때, 재활용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율도 빠르게 늘었다. 종량제가 시행되기 전, 서울을 기준으로 21%이던 재활용 쓰레기 비율이 점점 증가하여 2005년부터 매년 60% 이상 달했다. 종량제 도입과 동시에 재활용품은 공짜로 수거하는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2021년 기준 870g으로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유연한 정책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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