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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경제ㅣ자본주의와 기후위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2025-1-3 금민, 유승경


[편집자 주]

기후위기 시대, 자본주의를 재구성하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연재는 화석연료 기반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재검토하며, 정상 상태 경제, 비물질적 성장, 생태경제와 금융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탐구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구조적 전환과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총 십여 차례 전후로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금민 소장과 유승경 수석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집필할 예정이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최근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https://alternative.house/me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석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고등사회과학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유승경의 ‘화폐, 금융, 경제 이야기’ https://alternative.house/category/economy-story/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자연자원을 값싸게 활용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뤄왔지만, 그 대가로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화석연료라는 주된 에너지원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그 사용에서 방출된 막대한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며 전 세계적으로 폭염, 홍수, 가뭄 등 재앙적 기후 사건을 초래했다. 이제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기후위기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영구 동토층의 경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100만년 동안 여름에도 동결 상태를 유지하던 북극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북극 동토층에 매장된 탄소량이 약 1조8000억톤으로, 이는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를 넘고, 전 세계 산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량의 세 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21세기 말까지 북극 동토층에서 약 1600억톤의 탄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방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기후변화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2015년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제한 목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영구 동토층의 해빙은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방사능 물질, 수은의 유출과 수십만 년 동안 동결된 변종 바이러스의 부활이라는 추가적인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2020년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으면서 발견된 수천 년 된 매머드 사체는 과거 생태계를 연구하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고대 병원체 부활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위기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재앙적으로 폭발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탄소 배출의 역설적 증가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정치적 의제가 된 것은 198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설립된 이후부터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급증했다. 1750년부터 1990년까지 약 804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반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단 30년 동안 약 8720억톤이 배출되었다. 이는 앞선 240년 동안의 배출량을 초과한 수치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나무에 연결된 가솔린 펌프 노즐에 지구본이 물방울 안에 담겨 떨어진다. 인도네시아에서 2012년에 발행된 우표 이미지. 사진_위키커먼즈

비경제적 성장: 성장의 한계


경제적 성장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부와 효용을 창출한다고 여겨지지만, 허먼 데일리(Herman Daly)는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한계비용이 한계효용을 초과하는 지점을 ‘비경제적 성장(uneconomic growth)’이라 정의하며, 이를 넘어서는 성장은 더 이상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비경제적 성장이 나타나는 주된 원인은 물리적 처리량(자원과 에너지의 흐름)이 생태계의 수용 용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도한 벌목으로 얻는 경제적 수익보다 삼림 파괴로 인한 홍수, 생물 다양성 손실, 탄소 흡수 능력 감소로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클 때, 이는 비경제적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상 상태 경제: 대안으로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허먼 데일리는 비경제적 성장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정상 상태 경제(Steady-State Economy)를 제안한다. 이는 경제성장이 한계비용과 한계효용이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경제 규모에 도달한 상태를 말한다. 정상 상태 경제는 물질적 처리량의 증가가 멈추는 경제를 지향하며, 이를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한다.

정상 상태 경제는 성장이 멈추는 경제이지만, 발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이다. 여기서 발전은 경제의 질적 향상과 사회적 진보를 의미한다. 특히 비물질적 성장은 물질적 성장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GDP 성장, 즉 화폐적 성장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디지털 경제와 같은 비물질적 성장에는 물질적 자원의 한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물질 처리량의 증가 없이도 GDP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물론 디지털 경제의 에너지원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한계비용이 한계효용을 초과하는 비경제적 성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최근 AI 혁명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급 문제를 낳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역시 비경제적 성장으로 귀착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물질적 처리량의 증가하지 않는 비물질적 성장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정상 상태 경제는 단순히 GDP의 감소나 정체를 뜻하지 않으며, 물질적 자원 사용의 제한과 화폐적 성장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의 지속 불가능성


미국 경제학자 던컨 폴리(Duncan K. Foley)는 에너지 전환에 실패할 경우 GDP가 역성장을 겪게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 화석연료 사용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개별 기업의 이윤 논리:

탄소 배출 증가로 인해 경제 전체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개별 기업은 값싼 화석연료를 통해 여전히 높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이는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충돌하며, 비경제적 성장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러한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조세 정책, 직접 규제,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강력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2. 글로벌 경쟁:

값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각국이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유혹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에너지 자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각국의 의지를 약화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화석연료 증산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크게 훼손한다.


  1. 사회적 차원의 문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투자 재원의 재분배, 소득 구조의 변화 등 사회적 차원의 복잡한 문제를 포함한다. 생태적 전환과 사회적 전환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하며, 이는 에너지 전환을 넘어 경제와 생태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결론: 성장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는 단기적인 이익과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적 한계를 초과하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현 세대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과제다.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함께, 비물질적 성장과 물질적 성장의 균형을 통해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디지털 경제와 같은 비물질적 성장은 물질 처리량의 증가 없이도 GDP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며, 정상 상태 경제로의 전환을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적 성장이라는 신화를 벗어 던지고, 생태적 전환과 사회적 전환을 통합하는 새로운 경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인 협력과 강력한 기후경제체제가 필요하며, 자원 소비와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위기의 해결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경고는 내일의 현실이 될 것이다.



 

이후 기사들은...


2. 트럼프 시대와 기후위기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강국이 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큰 관심을 기울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값싼 화석연료 증산과 에너지 자립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 정책이 글로벌 기후위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3.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탄소중립 정책의 둔화를 초래했다. 전쟁이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4. 에너지 전환을 위한 경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전환을 요구하는 복잡한 과제이다.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탐구한다.

5. 지구 생태와 인간 경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어 왔는가

  • 전통 경제학에서 자원투입과 폐기물 처리가 경제순환의 외부로 간주된 이유

  • 자원추출경제와 화석연료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 인간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생태적 비용

  • 지구 생태로부터 경제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 엔트로피와 생태경제학의 교훈

6. 경제성장과 생태경제: 화폐성장률과 물질성장률의 구분에서 시작

경제성장을 화폐와 물질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며, 물질 처리량 축소가 경제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7.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생태경제의 재구성

기후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경제로의 구조적 재구성을 논의하며, 생태적 전환과 사회적 전환의 상호 연관성을 탐구한다.

8. 생태경제와 분배의 재구성

  • 분배구조와 생태경제의 관계: 자본과 노동의 물질성장 동맹을 넘어서

  • 생태적 한계 안에서 자본주의적 성장이 기술혁신으로 이어지는 과정

  • 생태적 전환을 기반으로 한 분배구조 재구성의 모습

9. 금융과 생태경제

금융 시스템이 생태적 전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 금융 구조가 경제와 생태의 조화로운 공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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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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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2일 전

아주 중요한 내용 이었습니다 기후위기에 아주 공감 하며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기후위기에 대처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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