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변호사는 동물과 자연의 법적 권리가 한국의 헌법과 법체계 안에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황희정 기자 2024-11-29
김도희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로스쿨로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에서 활동한다. 2013년 홈리스와 정신장애 운동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동물권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운동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
법학을 전공해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그리 생소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다만 학부를 졸업할 때는 시민사회단체로 가려고 했는데, 사회운동을 하는 데 변호사 자격증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로스쿨에 진학했다. 우연한 기회로 고양이들과 동거하면서 이질적인 존재들과 함께 사는 삶에 관심이 생겼다. 하고 있던 홈리스나 정신장애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호사로서 할 일이 있을 듯 했고, 마음먹으면 행동에 옮기는 타입이라 바로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이하 동해물)’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이하 동변)’의 문을 두드렸다.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가 하는 일들
‘동해물’은 동물운동을 하는 7년 차 단체다. 비거니즘과 탈육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개 도살 금지를 비롯해 비건을 지향하는 삶의 양식을 추동하는 캠페인들을 벌여 왔다. 올해부터는 ‘동물해방을 넘어 지구살림’, ‘탈육식을 넘어 탈축산’을 기조로 좀 더 전사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닭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을 잠입조사해 발표했고, 올 초 개식용종식법 통과 후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해 모니터링하며 감시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불법 농장에서 구조한 소들의 안식처를 강원도 인제군에 조성하면서 비건마을공동체를 실험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퍼머컬쳐(영속농법) 방식으로 농사도 짓는다. 이를 통틀어 우리는 ‘살림운동’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대안적인 움직임들이 삶의 또 다른 방식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라 여기고 있다.
생태법인의 필요성, 제주 남방큰돌고래 사례
현재 헌법재판소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실 인간보다도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존재들은 해양생물들이다. 이들을 대표해 고래들(밍크고래, 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 164개체)을 청구인에 포함시켜 청구인적격과 기본권 침해를 다투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동안 목표가 동물의 재판청구권 실현인데, 헌법소원에서 고래들이 청구인으로 인정된다면 정말 좋겠다. 이 부분은 사법적인 것뿐만 아니라 입법적인 트랙도 밟고 있다. 이른바 ‘생태법인’이라고 해서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제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연물도 법적 주체로서 보호받을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이 제도화를 위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고래들은 제주 연안에 정착해 서식하며, 인간 활동으로 인해 여러 위협을 받고 있다. 관광선의 접근으로 인해 등지느러미가 손상되거나, 해양 쓰레기와 같은 환경오염에 직면하고 있다. 해결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고래는 법적 대리인과 후견인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동물을 물건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민법이라는 일반법에서 동물을 여전히 유체물, 즉 물건으로 보는 관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人(자연인과 법인)이 아닌 존재들을 모두 권리의 객체가 되고, 물건은 누군가의 소유물이나 재산으로 취급받는 법현실은 그 자체로도 모순점들을 안고 있다. 민법상 사람으로 볼 수 없는 태아나 시체가 갖는 특수한 권리라든지, 이미 판례에서 동물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위자료를 일반 물건과는 다르게 산정하는 사례들은 더 이상 예외로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가진 법감정이나 법상식도 법원은 고려를 해야 한다. 열에 아홉은 동물을 물건으로 정하는 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자연의 권리, 동물권을 명시하고 있는 나라들
에콰도르나 볼리비아 같은 나라들은 명시적으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다. 생명과 생명다양성의 권리, 깨끗한 물과 공기의 권리, 생태계 평형과 복원의 권리, 유독물질로부터 오염되지 않을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를 별도의 ‘자연의 권리법’으로 규정한 파나마 같은 나라도 있다. 기후생태위기로 존립의 위험을 겪고 있는 나라들, 자연과 인간의 일원론과 순환의 지혜를 가진 선주민들의 의식이 남아있는 나라들이 먼저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밖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인도, 이집트 등 헌법에도 동물보호나 동물권, 생명권 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한국도 2018년에 개헌바람이 불었을 때 동물보호를 넣자는 목소리를 많이 냈었는데,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앞으로도 꼭 이뤄야 할 숙제다.
인간에게는 자연에게서 받은 청구서를 지불할 책임이 있다
올해 문화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지금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연구주제가 ‘다종(multi-species)의 정치’인데, 단기계획이라면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실천의 영역에서 잘 번역해 활용하고 싶다. 고래 헌법소원이나 생태법인 제도화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으면 한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방법과 지구를 살리고 동물을 살리고 나를 살리는 방법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인간이 동물과 자연을 자원으로 여기고,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써버린 것에 대한 청구서를 받은 것인데, 그 대가를 지불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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