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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ㅣ성대골의 실험, 어린이도서관에서 에너지 자립마을까지

 

황희정 기자 2024-09-27


기획 |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공동체를 찾아가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이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돌봄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대상으로 한 돌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기후 돌봄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돌보며 회복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에너지 자립, 친환경 농업, 자원 순환 등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기후 재난 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재난 대응력과 적응력을 높인다. 성북기후행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노을공원시민모임 등 다양한 기후 돌봄 공동체가 이미 이러한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함께 요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진한다.


 

김소영은 동작구 상도 3, 4동을 생활권으로 살고 있는 주민이다. 2010년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았다. 2013년 마을닷살림이라는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의 대표로 있다.

 

'성대골'의 탄생


2002년 동작구 상도동 주민이 되었고 쌍둥이 엄마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처럼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서 힘들었다. 엄마도 힘들지만 아이들도 힘든 일이다. 초등학교도 하나 없는 동네에서 아이들이 책 읽으며 쉬고, 아이들을 돌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가까이 없다는 점에 문제를 느끼던 몇몇 주민들이 뜻을 모아 2010년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았다. 모금을 위해 일일 호프도 하고 매일 여기저기에 홍보했다. 2010년 10월 21일,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이 개관했다. 크지는 않아도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동네 도서관이다. 상도3동, 4동을 일컬어 '성대골'이라고 행정기관에서도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지만 도서관 이름을 정할때 처음 지은 말이다. 주변에 있는 성대시장과 빙수골 마을공원을 합쳐 ‘성대골’이 나왔다.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던 동네 엄마들의 바램에서 시작된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가 성대골 공동체 운동의 시작이 되었다.


성대골 에너지 운동의 첫 시작, 후쿠시마 원전 사고


도서관을 만들어가던 2011년 3월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위험을 가진 값싼 전기를 풍요롭게 쓸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전기를 제대로 제값 주고 쓸 것인가 하는 에너지 전환의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사고가 났을 때 마을 분위기는 무섭긴 하지만 막연하고 잘 모르겠다였다. 8월에 녹색연합 박효경 팀장과 윤소영 활동가와 연결되면서 동작구 녹색연합 회원들과 성대골 주민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에 대한 특강을 기획하게 됐다. 2011년 9월 15일 첫 특강이 열렸고, 15명의 성대골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강의를 듣고 열심히 배웠다. 이 주민들이 후에 착한에너지지킴이 1기가 되어 활동했다. 도서관지킴이들이 착한에너지지킴이들로 탈바꿈했다. 10월 여성민우회생협의 행복기금을 지원받아 ‘우리동네 녹색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이러한 교육들로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회복력을 기르는 것과 에너지 절약이 곧 생산이라는 절전소 운동의 중요성을 주민들이 인식하게 됐다.


성대골 공동체 안에서 한,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전환 교육


성대골에서는 아끼는 게 곧 생산이라는 생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2012년 1월 1일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에 절전소가 만들어졌다. 성대골 성대시장 일대 상가들을 대상으로 여름철 절전을 독려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가 될 것을 권유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을 벌였다. 2013년 4월부터는 에너지 진단 활동을 했다. 성대골 공동체가 에너지 진단사가 되어 에너지 절약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었다. 5월부터 10월까지 20여 명의 에너지 진단사가 820여 가구에 직접 방문해 무료 에너지 진단을 했다. 에너지 절약과 더불어 2013년 초 마을학교에서 탈핵학교를 유치하는 등 에너지 전환 교육도 다방면으로 추진해 왔다. 에너지&기후변화 강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교육 활동에도 참여했다. 2014년부터는 국사봉중학교와 장승중학교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라는 주제로 정규 교과가 편성되어 수업을 열었다.


마을닷살림 에너지협동조합과 에너지슈퍼마켓


2013년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마을닷살림 에너지협동조합은 성대골 어린이도서관과 마을학교 공간에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던 35명의 주민활동가들이 탈핵 에너지전환 운동의 지속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기업 설립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12월에는 에너지슈퍼마켓이라는 이름의 마을기업 공간이 문을 열었다. 동네에서 쉽고 편하게 마켓을 이용하듯 에너지 절약 물품들을 구매할 공간이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하려는 국내 최초의 상점이었다. 2015년부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제품들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연 교실과 다름없다


학교 두 곳에서 수업하고 왔는데,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이 무르익어야 할 9월인데도 학교는 여전히 에어컨을 틀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후위기가 체감이 되지 않는다, 내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해결이 안 된다. 이런 핑계들 뒤에 숨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추석 즈음인데도 35~37도까지 기온이 오르내리고 거의 1년의 반을 에어컨을 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도 언론이나 정부를 탓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건 결국 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확산하려는 일들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더운 날이 아닌 데도 에어컨 2대를 켜고 창문을 열어 둔 교실이었다. 왜 창문을 열어 놓았냐고 물어보니 학생 하나가 ‘따뜻해서요’라고 했다.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하게 사는지, 기후위기를 마치 요즘 유행하는 단어 정도로 여기나, 속상했다. 이건 그 학교만의 현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자체가 지금 그러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만들어졌지만, 에어컨 켜고 창문을 연 교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


핵발전이 위험한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하면서 전기를 지나치게 쓴다. 여름에는 너무 시원하게 겨울에는 너무 따뜻하게, 그리고 모든 건물은 너무 밝게 있다. 바깥 날씨가 어떻든지 모든 건물은 아침에 불을 켠다. 나는 위험하고 싼 전기가 아니라 안전한 전기를 쓰고 싶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쓰자는 말과는 다르다. 재생에너지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제일 중요한 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삶으로의 전환이다. 굳이 내가 써야 한다면 가장 피해가 덜한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에너지든 먹거리든 생태든 환경이든, 이를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돌아보고 매 순간 선택할 때마다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활동을 한 지 15년이다.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하며 여기까지 왔다. 해 왔던 것들이 아까워서라도 조금 더 버티고 싶다. 메아리처럼 흩어질 망정, 끊임없이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버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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