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경 기자 2024-01-30
김추령 『지금 당장 기후 토론』 저자이며, 37년간 지구과학 교사 생활을 했다.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지구』 , 『지금 당장 기후 토론』 등을 저술했다. 이해한다는 말은 곧 실천한다와 같은 말로 여기는 고질병(?)을 앓고 있으며 학생들, 교사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디자인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토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식이 아닌 감성을 가르치다
참여연대에서 시작한 시민과학센터의 교사 분과가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 되었고 여기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동료 과학 교사들과 공동으로 『과학, 일시 정지』를 출간했다. 반응이 좋았다.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등을 공동 집필했다. 과학 관련 사회적 이슈를 교실로 옮겨와 학생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지식보다는 지구 감성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해 온 이야기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하여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를 집필했다. 호주 산불을 경험하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굉장히 열심히 살았고, 할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 오늘날 기후가 정말 위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득하고자, 『내일 지구』를 썼다.
새로운 사회를 '토론'에서 발견하다
정치와 과학만으로는 기후 위기 시대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발은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것인데 그 규범과 가치는 학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게 토론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토론 수업을 하면서 희망을 봤다. 이런 고민으로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쓰게 되었다. 이 책으로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이면 37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감한다. 교실이 아닌 좀 더 영역을 넓혀서 시민들과 토론해 보고 싶다.
삶의 양식을 바꾸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루의 일교차가 크다. 그래서 날씨 변화에 친숙한 우리나라 사람들도 날씨의 패턴이 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원인이 기후 위기 때문임도 알고 있다. 위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가 불확실해서 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국가가 나서서 이 위기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국가는 허상이다. 국가의 실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기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고, 기후 위기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기후 위기는 전쟁과 같은 위기와 다르다. 기후 위기에서 새 사회의 비전을 발견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개인주의, 불평등이었음을 인식하고, 기후 위기를 해소하려면 주변을 둘러봐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행동할 수 있다. 최근 녹색연합에서 어떻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인지를 담은, 다섯 개의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핵심은 삶의 양식을 바꾸고 재생에너지의 지역 분산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2030년대까지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하는데,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 체제를 다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말 간단하게도 우리 삶의 양식을 바꿈으로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자연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과도한 성장이 기후 위기의 문제를 일으켰으니 성장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더니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감히 그런 주제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과 투표만으로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 기후 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세상을 바꿔야 하고, 기후 위기 시대의 뉴노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성장 주의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로 한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거기서 시스템의 전환을 이야기해야 한다. 화석 연료 채굴을 통한 이윤 창출이 어려워지고, 이윤 창출의 제한 요인이 더 이상 자본과 노동이 아니라고 판명되면 자본가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갈아탈 것이다. 사회가 계속 그것을 용인하면 정말 희망이 없는 상황이 온다. 소수만 살아남는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평화다. 이 안전과 평화를 지키려면 인류는 이제 '자연의 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에게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로 인한 인간 권리 행사의 제약을 감내할 수 있다. 이렇게 점차 익숙해진다면 인류와 이 지구는 오래도록 안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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