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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국민 기본권 침해, '기후소송' 승소

 

2024-08-29


세계 각국에서 기후소송이 승소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에 열린 아시아 첫 기후소송이 일부 승소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률 조항은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적용된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정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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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


헌재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린 첫 번째 이유는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법 제7조 제1항은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 비전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 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두 번째 이유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이다. "위험 상황으로서 기후위기의 성격상 미래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의욕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진전시켜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미래 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제약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하여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헌재는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해당 법률 조항의 효력을 바로 상실시킬 경우 그나마 존재하는 중간 목표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이유로 2026년 2월 28일까지 적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감축 목표 위헌 여부는 기각


윤석열 정부가 2023년 4월 내놓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의 경우는 위헌(5), 기각(4)로 기각되었다. 위헌판결은 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은 기준연도는 총배출량으로 하고, 목표연도는 순배출량으로 배출량 목표치를 다르게 한 것을 두고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보호조치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면서 "과소보호금지원칙·법률우위원칙 위반에 따라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라고 밝혔다. 기각의견을 낸 이종석 헌재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형두 4명의 재판관은 배출량이 반드시 순배출량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기각 의견을 냈다.


판결은 끝이 아닌 시작


이번 헌법소원은 청소년기후소송(2020년), 시민기후소송(2021년), 아기기후소송(2022년)에 이어 제기된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2023년) 등 네 건의 청구를 병합해 내린 판결로, 헌재는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공개변론을 거쳤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제기한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취지를 인정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을 개정해 2031~2049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헌재는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 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정부와 국회는 이를 반영해 구체적인 법적,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구인들은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헌재도 입법자에게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며, "기후위기의 긴급성에 비춰 온실가스의 급속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관련 정책의 방향을 늦지 않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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