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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생태위기, '공진화(Coevolution)'에서 답을 구하다


 

박소연 2024-02-14


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모든 종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으로 진화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이 있다. Covid-19 팬데믹이나 기후위기는 '생태위기'를 말해 주는 현상이다. 지금의 '생태위기'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함을 인지하지 않았기에 생겨난 결과물이다. 지구인과 지구의 생명체, 무생물까지, 지구 상의 모든 존재는 '공진화'한다. 공진화는 모든 종들이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을 통하여 함께(共) 진화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등장했지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에 참여할지를 논하는 데까지 확장했다. 비결정론적이고 다변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진화적 관계는 앞으로 어떤 인간의 존재론을 만들까.


인간과 생태관계의 새로운 형태를 상상하는 과정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보다 많은 스케일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생성작용으로 이해된다. 이는 ‘인간과 생태가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위는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순한 설명에서 나아간다. 공진화적 관점은 인간이 인과관계의 이해를 위해 만든 인식론적 스케일과, 자연의 행위자들이 만든 존재론적 스케일을 폭넓게 포함하면서(Stallins, 2012), 그러한 스케일들이 어떻게 얽히며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고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다양한 존재들의 복잡한 관계적 특성은 인간이 설계하는 인식론적 스케일과 계속 마주하고 경합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와 존재론적 스케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포착하거나, 다양한 크기의 스케일들이 서로 연결됨을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과 생태 관계를 상상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 들여다 보는 것


공진화에는 새로운 변이의 생성이 포함되고, 경로 의존성을 극복할 대안과 기회를 제공한다(Kallis, 2007). 이것이 공진화의 ‘진화’적 측면을 통해 들여다볼 부분이다. 인간의 인식론적 스케일링은 특정한 인과관계를 생성하지만, 그 생성 과정에서 선택과, 선택된 관계와 존재의 유지는 다른 자연 주체들의 존재에 의존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과도 부합한다.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기존 공진화의 주체였던 생물을 단순히 인간으로 바꿔버리기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는 없는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공진화할지를 이야기하려는 노력에 가깝다.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


어떠한 존재론적 관계가 인간의 인식론에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보는 것, 인간이 설정한 특정한 척도와 인과관계의 경계가 다른 종들과 그들이 만드는 상호작용, 혹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흐릿해지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것, 인간-생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선택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시도를 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즉, 평형 상태의 독립적인 자연에 '불가피하게' 침입자가 되었다거나, 혹은 인간이 자연과 공진화하는 것 자체가 평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오만과는 다르며,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이다.


 

참고문헌

Stallins, J.A. 2012. Scale, causality, and the new organism-environment interaction. Geoforum, 43(3), 427-441.

Kallis, G. 2007. Socio-environmental co-evolution: some ideas for an analytical approach.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Development and World Ecology, 14(1),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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