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2-20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식별 목표
지난 12월 16일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이행현황 설명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박정흠 팀장이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식별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이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의 실천목표 중 하나(실천목표 17. 유해보조금 단계적 감축 및 친환경 인센티브 확대)로, 유해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친환경 인센티브를 학대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연구다.
박 팀장은 이 연구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을 규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목적은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거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 혹은 긍정적 인센티브로 개혁하기 위함이다. 박 팀장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은 자연 자원의 과다 소비를 유발하거나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의 의미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동을 장려하거나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정적 지원 또는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이러한 보조금은 주로 천연자원의 과도한 소비를 촉진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에서는 환경 관련 제약 없이 상품생산량 혹은 투입물에 기반해 시장가격을 보조하거나 지불해주는 보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료 및 농약 사용을 지원하는 보조금은 생태계를 손상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토양, 지하수 오염과 화학물질에 의해 숲 파괴를 야기하는 광물보조금,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증가시켜 기후변화를 야기하거나 풍력발전에 따른 철새 영향, 원유유출 등 생태적 영향이 존재하는 에너지보조금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은 농업, 수산업, 화석연료 및 기타 분야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과 소비를 강화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야기한다.
유해보조금에 대한 국제 동향
박 팀장은 발표에서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의 정의와 국제적 동향을 소개하며, 이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채택 이후, OECD, 월드뱅크,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유해보조금 문제를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OECD는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과 기타 인센티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국가별 사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해보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동을 유도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생물다양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이러한 보조금이 주로 자연 자원의 과소비와 생산량 증대 정책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농업에서는 시장 가격 왜곡과 과소비를 유발하는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수산업의 경우 과다 어획이나 불법 조업을 촉진하는 보조금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해보조금 식별을 위한 네 단계 프로세스
박정흠 팀장은 유해보조금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4단계의 식별 과정을 제안했다. 이 과정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4단계 프로세스는 보조금 범위 지정, 스크리닝, 데이터 수집, 영향도 평가로 이루어진다.
먼저 1단계인 보조금 범위 지정에서는 정부 예산 내역에서 보조금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선별한다. 이를 위해 OECD의 보조금 정의를 참고해 국가 재정 내역에서 보조금의 정확한 범위를 지정한다.
2단계 스크리닝에서는 선별된 보조금 중에서 잠재적으로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을 식별한다. 이 과정에서는 보조금 식별표를 활용해 유해 가능성이 있는 보조금 사업 목록을 도출한다.
3단계인 데이터 수집에서는 2단계에서 도출한 잠재적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사업들을 대상으로 사업목적, 예산, 수혜자, 생물다양성 영향요인 등의 자료를 수집해 생물다양성 영향도 평가에 사용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마지막 4단계인 영향도 평가에서는 최종적으로 각 보조금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잠재적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사업들을 대상으로 산출량 증가분, 오염물질 배출량, 중간재 사용량 등을 추정해 종합적인 생물다양성 영향도를 평가하고 최종적인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목록을 도출한다. 이는 보조금이 얼마나 유해한지, 또는 긍정적인 전환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박 팀장은 2024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여 개의 사업 중 약 24%가 잠재적으로 유해한 보조금으로 식별되었으며, 이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출된 예비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제적 사례들과 국내 적용 가능성
박 팀장은 발표에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유해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공유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한 보조금을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비료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비료 사용 제한이 농업 생산성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사례로 꼽히며, 이는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로 제시되었다.
수산업에서는 불법 조업을 억제하고 어획량을 조절하기 위해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소득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 같은 지원책은 환경 보호와 경제적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화석 연료 보조금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이 제안됐다.
국내에서는 기존 보조금을 환경 친화적 인센티브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생태계 보전 협력금(부과금)이나 직접적 접근 방식의 생태계 서비스 지불 제도(PES)와 같은 긍정적인 인센티브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박 팀장은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혁신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은 부과금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한국의 생물다양성 상쇄제도로, 개발사업 등으로 불가피하게 자연생태계를 훼손하는 경우,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훼손면적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금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생태계보전협력금 규모는 평균 566억원이다. 직접적 접근 방식의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서식지 조성, 하천 환경 정화 등의 22개 활동을 유형별로 지정, 보호지역 생태우수 지역의 토지소유자 등이 생태계서비스 보전·증진 활동을 할 때 보상을 지급한다. 휴경, 야생동물 먹이주기, 경작방식 변경, 습지조성 및 토지임대 등이 이에 포함되며, 국내 재정규모는 2022년 23.5억원, 2023년에는 63% 증가한 38.4억원이었다.
긍정적 인센티브의 확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긍정적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박 팀장은 밝혔다. 그는 긍정적 인센티브가 생태계 보존과 생물다양성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긍정적 인센티브 전환을 위해 국내외 사례를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 전문가 포럼을 통해 각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식별표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박 팀장은 이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관리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존이 목표
박정흠 팀장은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를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을 줄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기초 작업일 뿐 아니라,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핵심 과정”이라며, 2025년까지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스크리닝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스크리닝 대상 보조금의 생물다양성 유해도를 평가해 긍정적 인센티브 확대와 유해보조금 감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생물다양성 보존이 단순히 환경적 목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박 팀장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관련된 정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합의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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