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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식탁의 불평등, 중년까지 편의점 전성시대

 

50~60대의 편의점 매출이 늘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편의점 식사를 멈춰야 하지 않을까


박진희 2024-11-14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편의점 매출 동향, 나의 예측과 달랐다


한때 증권산업 산별노조의 정책국장이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태동하던 전후로 일을 했다. 사실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전공이 무엇이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는데, 금융권 산별노조에서 일을 하는데 전공이 경제가 아닌 것이 업무를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공의 장벽을 넘고자, 하루 몇 시간씩 경제 자료들을 읽으며 날마다 공부를 했다. 그 후, 예전처럼 날마다는 아니더라도, 습관처럼 경제 관련 자료들을 틈틈이 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한상공회의소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일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과 영 딴 세상 소식 같이 보이겠지만 지구인은 모두 경제인이 아니겠는가! 전 세계 실물경제와 경제 관련 주요 이슈들, 소비트렌드에 대한 이해, 이에 따른 기업들의 변화 지점, 각 기업의 여러 보고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식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도움이 되는 자료도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재미도 있어서 중지하지 않고 구독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여느 때처럼 대한상공회의소 뉴스레터를 읽다가 ‘2024년 상반기 편의점 매출 동향’이라는 자료를 읽게 되었다. 이 자료는 2022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주요 편의점 4사(전국 1500개 점포)의 매출 분석 자료인데, 통계가 나의 예측과 달랐다.


편의점의 식사 대용 식품의 매출이 증가했다. 젊은 층뿐 아니라 50~60대의 편의점 이용률이 늘어서 전 세대가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_위키커먼즈

20대 매출은 줄고, 50~60대 매출은 증가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대에 의한 편의점 상반기 매출액은 2022년 상반기 대비 11.5%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50대에 의한 매출액은 18.3%, 60대에 의한 매출액은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60대의 편의점 매출 증가라니! 전문가들은 50~60대 1~2인 가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패턴이 확산되고 있고, 최근 편의점 업체들이 과일, 채소, 정육 등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한 특화 매장들을 선보이고 있어, 편의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50~60대 1~2인 가구의 편의점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같은 상황을 분석했다. 통상 편의점은 젊은 세대들이 이용이 활발하다는 통념을 깨고 50~60대의 이용률이 증가했으니 전반적인 편의점 매출이 증가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결과 역시 달랐다. 2022년 상반기 대비, 2024년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3.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편의점의 식사대용식 매출액은 17.6% 증가했다. 식사 대용식으로는 라면(24.7%), 국·탕·찌개류(23.4%), 도시락·즉석밥류(21.6%)의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부엌과 식당 대신 편의점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춰야


먹거리정의 영역에서 그동안 식사 대용 편의점 이용과 관련한 주요 이슈는 언제나 아동급식카드 이용자들의 편의점 이용률이었다. 아동급식은 아동급식법에 따라 결식 우려가 있거나, 결식 상태에 있는 아동의 결식 예방 및 영양개선을 위한 복지사업이다. 아동급식카드는 이들 아동 중 지역아동센터의 단체 급식 등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카드 형태로 지급된다. 1식 3500원 정도의 낮은 단가로부터 출발해, 실제로 이 비용으로는 편의점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비판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해마다 단가가 조정되어 왔는데, 2024년 권고 단가는 9000원이다. 9000원으로 단가가 올랐으니, 일반식당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달마다 발표되는 외식물가는 좀처럼 동결되거나 낮아지는 일은 없다. 한끼 가격이 일만원 이상이 대부분이 되었으니 아동급식단가가 9000원이 되어도 아이들은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동의 건강한 식사를 통한 결식 문제도 여전히 제자리인데 이제 50~60대의 식사 대용을 위한 편의점 이용률 증가까지 통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반갑지 않은 편의점 전성시대의 도래는 전 세대로 이어지는 식탁의 불평등을 말하고 있다. 부엌 대신 편의점으로, 식당 대신 편의점으로 옮겨지는 발걸음을 멈추는 사회가 되어야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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