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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우리는 앞으로 김치를 먹을 수 있을까?

 

박진희 2024-08-08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8월, 김장배추와 무 농사 시작


1년 365일 쉴 날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농부에게 8월은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달이다. 그래서 8월에는 농부들이 흥을 돋우며 노는 날인 백중도 있다. 8월에는 농사일로 내내 바쁘다가 마을회관에 모여 백숙을 삶고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온 마을 사람이 서로 얼굴 보는 일도 그나마 가능하다. 아침저녁으로 따주지 않으면 쑥쑥 자라버리는 오이며, 호박, 가지. 고추, 여러 채소가 풍성해지는 8월이다. 태풍만 오지 않는다면 모처럼 가족들과 바람도 쐬고, 벼꽃 피는 들녘을 기분 좋게 바라보는 8월. 그 잠시의 숨돌림이 지나면 이제 8월의 어느 날부터는 다시 본격적인 겨울 채비 농사를 시작한다. 배추와 무를 심고, 양배추와 당근도 심는다. 세상에 망쳐도 되는 농산물이 있겠냐만, 김장을 담아야 하는 배추와 무 농사는 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8월의 일이 된다.


밭에 겨울 김장용 배추가 자란다(출처_한국교육방송공사의 한국 문화 기행 음식_ 내장산49 백암산 배추)


기후위기로, 한반도에서 김치 농사가 불가능해진다


배추는 주로 노지에 심는다. 출하 시기에 따라 봄배추, 고랭지(여름)배추, 김장배추로 구분한다. 김장배추의 주산지가 어디일까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 산자락 가득 배추가 심겨진 ‘평창’만 생각하지만 해남, 강릉, 장수 등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다. 배추는 차가운 날씨에서 잘 자란다. 자라기에 적정한 온도는 15∼20℃이고, 결구되기 좋은 기온은 15∼16℃이다. 어린 배추는 비교적 높은 온도와 강한 볕이 필요하지만 결구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약한 볕이 주는 일조 시간이 필요하다. 배추는 생육 2~3개월로 자라는 기간이 짧다. 그래서 많은 수분이 필요하고, 건조에 약하다. 한여름 배추가 물러지고, 얼갈이를 주로 심어 먹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위기 앞에 모든 작물이 걱정이지만, 배추 농사 역시 기후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우려가 높은 작물이다. 농업진흥청은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 한반도 기후가 1.5℃ 상승되는 2040년에 고랭지배추는 94% 이상 재배적지가 감소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낸 바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도 2023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농업용 미래상세 기후분포지도'를 발표했는데 209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여름배추 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 상태로라면 한반도에 김치 농사가 불가능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된 것이다.


밥상 채소들이 정치에 타격을 준다


배추, 양파, 마늘, 고추, 한국인의 기본 밥상을 책임지는 이 채소들은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정치인들은 타격을 입는다. 그만큼 이 채소들은 한국인에게 상징적이다. 요즘 뉴스에는 연일 고랭지배추가 무름병 등 병충해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농림부도 혹여라도 총선 정국의 대파와 같은 상황이 발생될까 특별 대책을 마련하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느라 분주하다. 겨울 김장배추는 이상이 없을 거라며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앞으로 해마다 반복될 이 상황을 궁극적으로 타계할 정책적, 기술적 대안 마련은 미진한 것에 있다.


배추 신품종과 농법 개발, 탄소중립적 식생활 대중화 절실


한 국가의 식생활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음식문화로 이전으로부터 전승되어 현재도 진행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생활의 문제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처럼 배추가 없으니 김치는 양배추로가 가능하지 않다. 기후위기에 맞으면서도 탄소중립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배추 신품종 개발, 농법 등 기술적 정립과 동시에 탄소중립적 식생활 모델이 적극 연구되고 대중화되어야 한다. 한식과 김치가 K-POP과 K-드라마와처럼 K-FOOD로 세계화되고 있다. 이는 K-POP과 K-드라마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세계인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식품관련 기업이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탓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는 예산이 기후위기 시대 배추에 투입되어야 한다. 하나의 작물이 사라지는 것은 하나의 작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배추가 김치가 되어 빚어온 한국의 밥상, 그 소중한 문화를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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