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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정의 | 탄소중립 커피 한 잔!

 

박진희 2024-07-25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공정무역 커피? 탄소중립 커피?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잔이 절실하다. 다른 많은 이들도 그렇겠지만 내게 아침의 커피 한잔은 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닌 정신을 차리고 일상을 돌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마시는 커피라도 각성이 된 후에는 커피 맛이 입속에 남는다. 아! 진짜 맛있는 커피가 필요해! 절로 말하게 된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원두의 맛을 구분한다거나 원산지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피만큼은 다른 기준을 우위에 두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다. 커피에 있어 내게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은 공정무역 커피인가와 탄소중립 커피인가이다.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생산자들을 위한 공평하고 장기적인 거래 파트너십을 통한 공정한 무역과 빈곤 문제 해결이 목표인 공정무역과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커피 플랜테이션과 관련한 이슈는 커피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하지 않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두 재배지를 넓히기 위한 산림 파괴, 생물종 감소나 멸종, 기후위기에 따른 병충해와 생산량 감소가 연쇄적 문제로 나타난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2050년까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중남미 커피 생산량은 현재보다 73~88%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연구팀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커피 생산을 많이 하는 12개 나라의 온도, 강우량, 습도 등의 기후 요인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커피 열대우림동맹 인증?


커피 회사들과 커피가 메뉴에 포함된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20여 년 전부터 커피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가치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 열대우림동맹 인증(RFA·Rain Forest Alliance), 유기농 인증 커피 판매를 내세워 왔다. 열대우림동맹인증은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인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대 시작된 활동으로 생산자, 농장 노동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의 생계 개선, 산림 벌채 방지, 재조림 촉진, 생물 다양성 보호, 기후변화의 결과 완화, 근로자와 아동의 권리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상품의 30%만 조건에 부합하면 열대우림동맹 인증 마크가 부여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열대우림동맹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일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이익 중심 인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스타리카의 NaMA cafe 프로그램


커피가 주요 산업인 코스타리카는 2007년 케냐 나이로비 유엔 회의에서 코스타리카 독립 200주년이 되는 2021년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스타리카는 환경부 산하에 기후변화실을 신설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실시했다. 농업 분야에서 커피, 파인애플 등 대규모 농산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생산과정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것을 장려하며 NAMA cafe라는 탄소중립 커피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했다. 탄소중립 커피는 커피의 생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커피이다.



하와이 코나(kona) 지역에서 커피 열매를 혼농임업(agroforestry)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사진_Scot Nelson)


혼농임업(Agroforestry), 나무 아래서 탄소중립 커피를 생산하다


탄소중립 커피는 혼농임업(Agroforestry, 混農林業)과 연결된다. 혼농임업은 자연과 인간을 위한 활동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혼합된 자연림 구조 안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것인데 나무 아래서 커피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통상의 커피 플랜테이션은 산림을 밀어내고 커피를 심는다. 이렇게 생산된 커피를 ‘Full-Sun Coffee’라고 한다. 산림을 밀어내고 커피를 심었기에 흙이 상실되고, 온도 상승에 따라 지표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커피의 혼농임업은 토지를 보호하고 땅을 비옥하게 할 수 있으며,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홍수나 가뭄시 물 조절이 가능하며, 땅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며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공정무역 커피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탄소중립 커피를 적극 알려내며 탄소 저감 커피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4백 잔에 달한다.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가 혼농임업으로 키워진 탄소중립 커피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탄소중립 커피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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