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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용의 개헌 현대사 ① | 개헌, 그 미묘하고 피할 수 없는 유혹 — 만병통치인가, 만병골수인가

 

[편집자 주] "내란의 종식이 당면한 과제이며, 개헌은 내란의 종식 세력이 민의를 수렴해 진행되어야 한다. 내란의 진행 과정에서 내란 세력과 권력을 나눠 먹기 위한 개헌은 절대 불가하다. 그 까닭은 그동안 대한민국 개헌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필자의 긴급하고 간곡한 발언을 먼저 듣는다. 그럼에도 [개헌 현대사]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를 필자는 "이제는 헌법이라는 대한민국의 등기권리증의 주인인 국민들의 꿈과 희망과 요구가 반영되는 진정한 주권자를 위한 개헌의 시대가 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헌법 제정 이후 총 아홉 차례 있었던 대한민국 개헌, 그 오욕의 현대사를 배우자.


2025-04-08 박한용



박한용 | 역사평론가, 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일제강점기 반제동맹 조직운동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순천향대·한성대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 강사,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교육홍보실장 등을 거쳤다. 주요 논저로 「1920년대 후반 국제반제동맹의 출범과 조선인 민족주의자들의 대응」, 『일제강점기 친일세력 연구』(공저),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공저), 『뉴라이트 위험한 교과서, 바로 읽기』, 『변준호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영주독립운동사』(공저), 『시와 이야기가 있는 우리 역사 1, 2』(공저) 등 다수가 있다.

 

내란 종식에 느닷없는 개헌


최근(2025년 4월 6일 일요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갑작스레 개헌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었다. 느닷없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에 국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은 헌재의 파면 선고가 났음에도 여전히 헌재의 결정에 대한 승복이나 국민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점거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조종해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파면된 대통령의 관저정치와 내란 상황의 지속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내란 상황은 전혀 종식되지 않았다. 이제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와 심판을 통한 내란 종식의 실제적인 첫발을 디딘 것이다. 내란 동참 세력 중 극히 일부만 형사재판에 회부되었다. 다수의 내란 공범들은 대한민국의 요직을 그대로 차지하고 있으면서 내란의 종식을 방해하고 있다. 내란 가담세력인 검찰총장을 위시한 검찰들과 친윤석열계 경찰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는 무망하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은 내란 종식을 위한 특검법과 마은혁 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다가 4월 8일 월요일 마은혁 판사를 임명하면서 동시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와 함상훈을 전격 지명했다. 이완규라니! 법제처장으로서 윤석열과 내란 동조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역대급 법조 흉물이다. 이로써 헌법재판소의 진보 인사가 한 명밖에 안 되니 헌재에 대한 내란세력의 쿠데타가 전격 진행된 것이다. 윤석열의 한패인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법도 헌법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내란의 실체 파악과 그 종식을 가로막는 진정한 내란 중추 세력들이다.

본격적인 내란 청산은 내란 행위만이 아니라 그 내란 행위의 배경 또는 동기가 되었던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온각 범법 행위를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특별법은 내란 공범 세력인 대통령권한대행의 불법적인 거부권 행사로 막혀 있기 때문에, 조기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만큼 긴박한 실정이다. 이른바 혁명과 반혁명의 기로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개헌이라니!


내란 종식이나 민의 반영보다는 권력 배분이 시급한가


현재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지도부와 합의했다고 하면서 조기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일요일에 전격 기자회견까지 마련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기자들의 문답을 살펴보면, 개헌안의 요체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개헌을 통해 국회가 나눠 갖자는 취지로 들린다. 이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가 총리를 임명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어 갖는 일종의 책임총리제, 이원집정제, 내각책임제 따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론은 향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함께 치르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가 2022년 4월이었으니 다음 총선은 2028년 4월이 된다. 이 총선과 대통령의 임기를 맞추려면 이번 조기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다.

내란은 여전히 잔불이 진행 중이고 불을 지르는 데 동참한 작자들은 버젓이 권력의 요직에 앉아 있다. 내란방화범은 여전히 내란의 불길을 다시 키우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횡포는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수구언론과 내란 정당은 내란 대신 개헌을 외치고 있다. 내란 수사 대상인 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 이런 와중에 우원식은 이번 조기대선을 개헌 국민투표와 함께 치르자는 주장이다. 이게 과연 가당할까?


권력 나눠 먹기식 개헌은 불가하다


대통령선거와 개헌을 한꺼번에 치르는 개헌론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에 제정된 헌법이다. 제정된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그러기에 1987년의 헌법은 변화된 사회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개헌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담화는 이를 잘 지적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민주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여러 번 고치기는 했지만, 그 대부분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와 성장하는 국민의 역량에 맞게 고친 것이 아니라, 독재자들이 그들의 정권을 연장하고, 국민을 속이고 통제하고, 나아가서는 독재자와 독재에 협력한 사람들의 기득권을 누리기에 적합하도록 고친 것이어서 헌법은 더욱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7년 3월 8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_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2007년 3월 8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_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그런데 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담화야말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개헌이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시간적으로 지금의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은 시간적으로 너무 졸속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개헌특위 구성 → 국회의 발의(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 공고(20일간 공고) → 의결(공고 이후 60일 이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의결) → 국민투표(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투표. 참여자 과반 찬성) → 공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법률에서 요구하는 기간을 계산해 보면 최대 110일이 필요하다. 이를 대통령 선거일(60일 이내)과 맞추려면 50일 정도의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 그러면 남은 60일 가운데 20일간의 필수 공고 기간을 빼면 40일이 남는다. 이 40일 동안 개헌 특위를 여야가 합의해서 구성하고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하고, 공고 기간을 거쳐 의결하고 굮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쾌속으로 하자면 국민의 동의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되고 여당과 야당이 전적으로 이 모든 절차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이 참여한 개헌특위를 구성하기 위해 각 당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개헌특위가 구성되더라도 내란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여당과 야당 사이에 합의가 쉽게 되겠는가? 내란의 책임을 개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면제받으려는 여당으로부터 개헌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를 보장받는 댓가를 야당이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 합의보다는 여야 야합이 더 우려된다.

더구나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 이내 치러야 하는 대통령 선거 일정과 맞춘다는 핑계로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도 없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견과 동의와 참여가 없는 개헌은 그야말로 권력자의 이권 분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을 몰아낼 때는 국민의 동참을 요구하더니 권력의 배분에서는 국민들을 제껴 버리고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내란 종식이 우선이다


더 큰 문제는 내란 종식과 개헌의 상관관계이다. 개헌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것이 내란의 진정한 종식에 기반한 더욱 민주화된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논의는 이상하게도 내란의 책임이 윤석열 일당이 아니라, 헌법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제공할 빌미가 있다.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보장한 데 있지 않다. 헌법과 법 자체를 아예 무시한 것이 근본 문제이다.

더구나 이 내란의 주범들은 군을 제외하자면 거의 판·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전대통령은 전직 검찰총장,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은 전직 판사 출신이며,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여당의 지도적 인물들도 거의 법조인 출신이다. 오죽하면 ‘서울대 법대 내란과’라는 말이 나왔는가? 군 관계자들 또한 군의 정치적 의무나 계엄법에 대한 위법을 알면서도 직접 행동에 가담했다. 한마디로 이번 계엄 쿠데타는 한국사회 권력 엘리트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여지없이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지금도 검사와 판사가 법을 악용해 윤석열의 탈옥과 희대의 간신인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영장 기각을 처리 법비(法匪) 또는 법꾸라지 행태를 온 국민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는 개헌은 보다 폭넓고 깊은 고민이 반영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당시 제기한 대통령 연임과 국회의원 등의 임기 일치 문제를 넘어 불가역적인 민주제도의 정착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선 경제적·사회적 민주화, 동아시아와 남북관계의 평화적 유지와 극단적 반공주의를 극복한 통일의 이념을 정초하는 것 등 많은 내용을 국민적 합의에 의해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다문화가정의 비중이 커지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정착에 따른 사회 갈등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관용적·인권적 가치도 반영되어야 한다. 법비들의 장난질을 분쇄할 국민주권의 직접적 실현(국민소환제,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투표 등), 부패한 언론·검찰·재벌에 대한 개혁 등도 필요하다.

이런 중대 사안은 외면한 채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으로서의 책임총리제(실은 국회가 중심이 되는 내각책임제) 따위로 개헌이 이어진다면, 이런 개헌 논의는 자칫하면 정치인들의 권력 놀음이나 권력집단의 이기적 도구로 악용당할 수 있다. 개헌? 또 한번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사기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헌법이라는 대한민국의 등기권리증의 주인인 국민들의 꿈과 희망과 요구가 반영되는 진정한 주권자를 위한 개헌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이제 국민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개헌이 개악되는 과거의 현실을 돌아보면 현재의 개헌 논의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내란의 종식이 당면한 과제이며, 개헌은 내란의 종식 세력이 민의를 수렴해 진행되어야 한다. 내란의 진행 과정에서 내란 세력과 권력을 나눠 먹기 위한 개헌은 절대 불가하다. 그 까닭은 그동안 대한민국 개헌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오욕으로 점철한 개헌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연재 순서

개헌, 그 미묘하고 피할 수 없는 유혹 — 만병통치인가, 만병골수인가

1차 개헌(발췌개헌) – ‘사기계엄’으로 이루어진 대통령 직선제

2차 개헌(사사오입개헌) – 반올림 셈법으로 꿈꾼 영구집권

3차 개헌(의원내각제) – 너무나 짧고 무능했던 내각책임제 개헌

4차 개헌(소급입법개헌) - 민주반역자에 대한 소급 처벌

5차 개헌(쿠데타 개헌) - 군사쿠데타의 정당화

6차 개헌(3선 개헌) - 영구집권을 위한 교두보

7차 개헌(유신독재헌법) - 일제 파시즘의 분단 버전

8차 개헌(신군부 쿠데타개헌) - 피의 학살을 앞세운 개헌

9차 개헌(87년 체제) - 6·10민주항쟁과 광주학살주범의 불편한 공존

연재를 마치며 – 향후 개헌의 방향과 그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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