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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② | 윤여창ㅣ훼손된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은 복원해야 한다

 

이유경 기자 2024-06-27

제40회 우이령포럼에서 발제하는 윤여창교수, 서울대 임학과 명예교수
제40회 우이령포럼에서 발제하는 윤여창 교수, 서울대학교 임학과 명예교수

가리왕산은 조선 시대부터 국가가 직접 보호하던 국가보호림


사람들은 숲을 한 가지로만 생각하지만, 숲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숲의 종류에 따라 자연림과 인공림으로 나뉘기도 하고, 소유권에 따라 국유림, 공유림, 사유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관리되는 숲이 있는가 하면 방치된 숲이 있고, 지속가능한 숲 - 지속가능하지 않은 숲, 공익을 위한 숲 - 이윤을 추구하는 숲, 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숲 - 그렇지 않은 숲이 있다. 가리왕산은 이중 공익을 위한 숲이자 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숲에 속한다. 조선 시대부터 왕실에서 직접 보호하는 국가보호림으로 존재했던 가리왕산은 일제강점기에 국유림으로 귀속되어 매 10년마다 국유림관리계획을 작성해 그에 따라 관리했다. 사적으로 가리왕산을 전용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왕실의 명으로, 제도권의 편입으로 보전되던 가리왕산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가리왕산은 붉은배새매, 소쩍새, 황조롱이, 두견, 쇠유리새, 되솔새 등 45종의 조류를 품고 있고, 사향노루, 담비, 하늘다람쥐, 삵 등 18종의 포유류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나아가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도깨비부채, 땃두릅, 만병초, 눈측백, 할미밀망, 꼬리겨우살이와 같은 희귀 식물이 곳곳에 자생 중이다.


가리왕산은 산림 생태계의 보존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된 보호 산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8조)에 규정된 보전산지(공익용산지)에는 [산림보호법]에 따른 산림보호구역의 산지가 들어간다. 산림유전자원림은 [산림보호법](제7조)에 따라 산림에 있는 식물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산림을 말한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지정 조건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원시림이며, 희귀식물 자생지이자 진귀한 임상과 유용식물 자생지여야 한다. 고산식물지대거나 산림습지 및 산림 내 계곡천이 존재해야 하고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서 그 가치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리왕산은 이를 만족시키는 천혜의 지역이었다. 축복과 다름 없는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관리지침에 따라 입목과 죽(竹)의 벌채, 임산물의 굴취 및 채취, 가축 방목,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었고, 공익 목적으로 지정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었다. 그런 가리왕산이 알파인 활강 스키 경기로 인해 훼손된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현재 가치만 보고 숲의 미래 가치를 보지 않아


숲은 그 자체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숲은 유용한 물질을 구하는 곳이며, 맑은 공기와 물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다. 생태계의 진화와 생명 질서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서 교육의 장이 되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정신문화가 서린 신앙의 대상이다. 심지어 미래 세대가 이용 가능한 생물다양성(유전자원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숲의 경제적 가치는 사용가치와 비사용가치를 모두 포함한다. 전자에는 임산물과 휴양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가치, 경제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으로서의 간접 사용가치, 미래의 가능성에 부여되는 선택가치가 존재하고, 후자에는 산림의 존재 자체에 부여되는 존재가치와 미래 세대를 위한 산림 보전에 부여되는 유산가치가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에는 이 모든 가치의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현재 가치에 따라 산림을 개발하여 스키장으로 만들어 쓰고, 관광객에게 보여 주는 산지의 가치를 하였지만 사실 미래 세대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한 미래 가치가 더 지대했을 수 있다. 이러한 미래 가치는 현재 가치를 일부 유보함으로써 실현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미래 가치를 지금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리왕산의 학술적 가치는 이미 높게 평가된 바 있다. 전국 국유림 중 가장 보전이 잘되어 임상이 양호한 산으로 장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가격으로 추산한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보호기금에 대한 전 국민 총 지불의사 가치가 1조6363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훼손된 가리왕산 복원을 위한 제도와 규범이 뒷받침되어야


우리나라는 1992년에 UN생물다양성보전협약에 가입하였고, 2022년 지구생물다양성 계획에 합의하였으며, 2030년까지 ‘30X30 목표(전 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자는 캠페인. 2022년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목표로 채택)’를 포함한 23개 목표 수립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정책을 만들어 2024년 현재 17만2000ha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지정하고, 2027년까지 5만ha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훼손된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복원 계획을 포함한다. 알파인 활강 스키장 개발 전 약속했듯, 가리왕산의 복원 계획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가리왕산’을 위해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해 도시-산촌지역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보호림(공익림)을 소유한 사람이나 그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에게 보상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가 국유림이 많은 지역에 생태계 서비스 교부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즉 공익의 제공자와 수혜자가 다를 경우 수혜자가 제공자에게 생태계 서비스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여 생태계 서비스 제공을 지속하는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시도민 환경보호주의자, 산주, 산업, 주민이라는 이해당사자 간 협력을 위한 관계 규범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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