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미 총괄기자 장선영 영상기자 2024.01.05
박정희회장은 2024년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국산림경영인협회중앙회 제21대 회장에 이어 제22대 회장으로 재임한 박정희 회장은 4대째 내려오는 전통 임업인이자 산림경영인이다. 강원대학교 대학원 환경학과 이학박사로 산림청 일자리위원회 위원, 국립산림과학원 자문위원, 산림미래플랫폼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산림경영인협회중앙회 회장,대통령 소속 산림미래특별위원회 위원, 산림청 정책 자문위원, 한국임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 산림정책연구회 부회장, 한국 산림경영정보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 %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기본소득개념을 가져오다
숲에 대한 관심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시대다. 후계임업인뿐만 아니라 취미임업인도 생기고 전문임업인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숲은 절대적 수치로 방치되어 있다. 숲을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숲에 산촌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야 한다.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숲 공간을 만들어야 된다. 그렇게 되려면 도시의 기본 소득 개념을 숲으로 가져와야 한다. 도시에서 사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또는 부족한 만큼을 기본소득으로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에서 나는 임산물을 가지고 식당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의 스타트업 창업지원처럼 ‘농장창업’ 지원정책이 필요하고, 표고버섯 재배시설을 태양광으로 하겠다고 하면 재생에너지지원사업을 적용해주어야 한다. 이것을 산림경영인 2세 청년들에게 우선 적용해보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려받은 산을 가지고 숲을 경영하게 하고 성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들이 경영한 숲은 국가 안보, 식량안보, 물의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탄소세 논의를 시작하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탄소세 논의에 산림경영인이 참여하고 있다. 산림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산림경영체 등록을 할 때, 탄소 인증과 같이 탄소세가 맞물려 논의되어야 한다. 탄소거래제가 만들어진다면 산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방치된 숲이 경영되는 숲으로 가려면 산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인증이나 경영계획서를 세우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비용발생이 탄소세를 받는 산주보다 주변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가 되면 망한다. 정책수립에 산림경영인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산주 220만은 숲을 지켜온 가디언스다. 숲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위대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산이 방치되었다는 것은 220만 산주들의 삶도 방치되었다는 말이다. 탄소세 논의를 산주들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지구온도변화로 세계는 재난의 시대로 가고 있다. 전기가 끊기고 태풍이 지나가는 건 재난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기후재앙’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국가가 대응해야 하는 것이고, 국가는 그것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숲에는 이미 먹을 것이 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자립도 가능하다. 해수면의 변화로 인해 불안한 도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좀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인간은 숲에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많은 노력과 함께 재앙이 되지 않도록 대피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숲경영체험림은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아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숲은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개념, 새로운 질서에 대해 고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기자수첩
명품숲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정희 회장이 직접 경영하는 평창 봉평의 숲은 2023년 12월,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아 산림청에서 주관한 '대한민국100대 명품숲' 으로 선정 되었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박정희회장이 늘 말하듯, 자신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어린 손자와 자손을 위해 심은 어린 묘목이 수십년, 수백년동안 자라, 거대한 나무가 되었고, 그 자손들은 아무런 돈도 되지 않는 그 숲을 가꾸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유독 2,3세 청년 임업후계인들에게 지나칠만큼 애정이 많다. 자신을 보는 듯 해서일까. 마치 자신의 아들딸을 대하듯 '경영형 체험림'을 목이 터져라 가르친다. 이미 본인은 '아트인아일랜드'라는 브랜드로 그 가능성을 확인 했기 때문이다. 산림녹화 50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이제 이 숲과 나무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 청년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인지, 어떻게 산촌 주민들에게 이 숲이 삶터와 일터와 놀이터가 되게 만들어 줄 것인지 선택해야 하고,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 때, 그 모든 것을 결정 할 때, 나무와 숲에 자신의 온 삶을 묻고 사는 이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평창군 봉평면 태기산(1,262m) 자락에 있는 봉평 잣나무숲은 독림가 박정희씨의 증조부 때부터 4대에 걸쳐 산림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숲이다. 서당을 하시던 증조부께서 1907년 전국에서 소나무 씨앗을 구해와 어린 묘목을 기르기 시작했다. 1910년에는 소나무 묘목으로 첫 조림을 하였고, 매년 수확을 낼 수 있는 수종을 찾아 잣나무와 백두산에서 구해온 잎갈나무 씨앗으로 어린 묘목을 길러서 1932년 2차 조림을 실시했다. 3차 조림은 1964~65년에 1차 조림 때 조성한 소나무를 수확하고, 잣나무와 낙엽송을 조림하였다. 또한 1991년에 잣나무로 4차 조림했으며, 1996년에 자작나무로 5차 조림했다. 각 조림 시기는 대를 이어 가족의 출생을 기념하면서 시행되어, 가족들이 숲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책임이 각별하였다. 온 가족이 임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가업이 승계되고 있다. 현재에도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잣나무숲에는 가슴높이 지름 50cm 이상인 한아름 되는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란다.또한 가슴 높이 지름 120cm에 나이 200년이 넘는 음나무와 가슴 높이 지름 80cm 이상, 높이 20~27m에 달하는 1910년대 조림된 소나무, 1930년대 조림된 잣나무와 잎갈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숲에는 임도와 숲길이 완만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다. 또한 임산물 재배 견학을 비롯하여 아트인아일랜드 리조트 시설에서 산림휴양을 할 수 있는 등 산림복합경영단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풍치와 경관이 아주 우수하여 영화 〈남한산성〉과 드라마 〈욘더〉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등 명품숲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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