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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ㅣ국립산림과학원장ㅣ 지금부터, 나로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황희정 기자, 김진아 영상기자 2024-05-16


배재수 원장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산림역사 전문가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정책연구과장, 미래산림전략연구부장을 역임하고 2023년 2월부터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산림정책사』, 연구신서로 『조선후기 산림과 온돌: 온돌 확대에 따른 산림황폐화』(2020), 『일제강점기 산림정책과 산림자원의 변화: 빈약한 산림자원, 과도한 목재생산』(2021), 『광복 이후 산림자원의 변화와 산림정책: 녹화 성공과 새로운 도전』(2022) 등을 썼으며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서로는 『한국근대임정사』, 『조선의 임수』 등이 있다.

 

탁월한 연구자가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나를 소개할 때 '산림역사를 전공한 연구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박사연구원, 연구사, 연구관, 과장, 부장, 원장까지 연구자로서 걸어야 하는 모든 길을 걸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원장은 공모로 뽑는다. 면접을 보는데, 심사위원장의 마지막 질문이 “탁월한 연구자가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이렇게 대답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우리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연구를 이해할 수 있고 연구자를 동료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제일 좋지만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기관을 운영하는 능력일지 모르겠다.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기관을 운영할 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연구자 출신의 원장이기 때문에 산림과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원의 연구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지 동료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전경, Planet03 DB

나무도 중요하고 산촌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다


산림역사를 공부하게 된 것은 벼락 같은 일이었다. 석사 논문을 산촌에 대해 썼다. 산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왜 산림정책은 나무만 중요시하고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가에 의문이 있었다. 그때도 산촌의 역사적 기원이 무엇인지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다. 대한민국 산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하는 중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조선총독부보다는 많이 알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6층에는 박사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서고가 있었다. 옛날부터 거기 들어가고 싶었다. 박사 학생증을 들고 6층 서고에 가서 임업 분야 쪽에 가보니 책장에 책이 가득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총독부의 명의로 우리나라의 산림과 임업에 관련된 문화와 책을 이미 그렇게 많이 써 놓은 것이다. 쭉 내용을 보는데, 내가 1920~1930년대 조선총독부보다도 우리나라 산림에 대해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그 책을 빌려간 사람이 1980년이었나 그랬다. 그래서 내가 진짜 이거는 한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조선총독부보다는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산림역사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 후 일본어를 배우고 책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4명의 사람들과 함께 번역한 『조선의 임수』, 하기노 토시오의 『조선, 만주, 대만 임업 발달사론』 등이 있다.


산림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그 원인을 밝히다


공부하는 것 자체로 너무 좋았다. 석박사 다 합쳐서 60학점을 받으면 졸업하는데, 그중 45학점을 인문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계속 들으면서 같이 있던 사람들이 다 규장각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규장각에 갔다. 별천지였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이 일을 끝까지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과학원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산림정책연구실로 시작했다. 2018년에 처음으로 역사 연구를 맡았다. 조선 후기부터 산림의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정량적으로 우리나라 산림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연구를 했다. 4년 연구해서 3권의 책을 냈다. 과학원에서 일하면서 학문적으로는 이 일이 기억에 남는다.



기후변화협약의 협상가가 되다


나에게 가장 큰 에피소드는 기후변화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를 크게 두 분야로 나누면, 감축하는 분야가 있고 흡수하는 분야가 있다. 감축과 관련해서는 무수한 많은 연구자들이 있다. 흡수하는 분야는 대부분이 산림이다. 기후변화협상에서 크기에 비해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산림 분야 협상이다. 당시 협상을 주도하셨던 분이 지금 국민대학교 교수님으로 계시는 이경학 연구관이었다. 이분의 전공이 나무의 생장이었다. 나무가 자란다는 건 나무가 광합성을 해서 자기 몸에 탄소를 저장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무의 생장은 나무가 얼마나 탄소를 저장하느냐를 아는 가장 기본적인 학문인 것이다. 그런데 그분이 어느 날 내게 와서 이제 기후변화협약은 환경협상이 아니라, 경제협상이고 정책협상이다. 자신은 그 일을 더 할 수가 없고 산림정책연구실에서 이 일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분야였다. 외교부에서 나온 기후변화협약 번역문과 원본, 교토의정서 번역문과 원본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어려웠다. 그래도 3년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03년에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왔다. 독일 본에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있는 데, 독일에 오로지 협상 때문에 15번을 갔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 협상하는 사람들 모두 IPCC 제4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우리가 행동을 하면 이러이러한 피해가 있고 이건 과학적인 결과이니 노력해야 한다고 다들 얘기한다. 그런데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런 협상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이렇게 중요하고 우리 후손들의 생존 위험이 걸린 문제임을 알면서도 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 나로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작년에 제주도에 노랑알락하늘소가 발견됐다. 이 곤충은 팽나무를 갉아먹는다. 그냥 외래종도 아니고 열대종이다. 열대, 아열대에 있는 것들이 지금 한국 제주도에 살고 있는 것이다. 흰개미도 많다. 흰개미는 건식과 습식이 있는데 건식은 무서운 애들이다. 이 흰개미가 집에 들어오면 나무로 된 집은 피해가 엄청나다. 창원에서 발견됐다. 미국흰불나방도 보통 1년에 3번 우화하는데, 날이 더워서 작년에는 4번 우화했다. 열대, 아열대에 있는 생물들이 한국에 와서 살고, 옛날에는 추워서 죽었는데 이제 견뎌내고 산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느낀다.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후 위기 관련 사실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막아야겠다는 가치가 생기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 간극이 적으면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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