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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아빠의 술안주 고르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술과 술안주를 고르기. 술은 지역에서 생산된 막걸리로, 안주는 반추동물(소고기와 양고기)를 피하고 닭고기로, 조개류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 그리고 두부와 채소 등을 선택한다. 마지막 음식 낭비를 줄이는 탕이나 파스타로, 이렇게 술상에서도 지속가능한 지구를 고려해 보자.


2025-4-10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시당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술, 지역 쌀로 생산한 지역 막걸리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아빠는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아이 술안주와 우리 아빠 영양 간식, 아니구나, 우리 아빠 술안주와 우리 아이 영양 간식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아빠는 함께 겨울을 보낸 손님들을 초대하고 신이 나서 장을 보러 갑니다. 메뉴는 현장에서 재료를 보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술도 사야 하고 안주도 사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아빠는 마음이 급합니다. 파티에는 술과 고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고민이 많습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술상을 차리는데 온실가스까지 걱정해야 할까요? 즐거움과 책임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모든 파티가 흥청망청 폭식과 폭음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먼저 술을 골라야 합니다. 곡식이나 과일에 포함된 탄수화물을 미생물이 먹고 혐기성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꽤나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미생물을 거치지 않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은 주세법에 따라 발효나 증류 또는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제조된 음료를 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는 식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분류됩니다. 주류 코너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술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는 제조 과정에서 곡주나 과실주를 끓여야 합니다. 여기에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주로 화석연료에서 얻어집니다. 먼 나라에서 수입된 술 또한 고르기 조심스럽습니다. 해상 운송, 냉장 보관, 유통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6%는 무언가를 옮기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지역에서 생산된 막걸리나 맥주는 부담이 적습니다. 맥주는 재료가 되는 곡물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으니, 지역 쌀로 생산된 지역 막걸리를 카트에 담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주(酒) 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사진_김우성
경건한 마음으로 주(酒) 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사진_김우성

안주로 소고기와 양고기는 피하자


다음은 안주를 골라야 합니다. 안주를 고르는 과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르는 농업과 축산업, 또한 농업용 토지를 만들기 위한 산림 파괴의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19%를 배출합니다. 일단 소고기와 양고기는 선택지에서 제외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들은 네 개의 커다란 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중 혹위와 벌집위에는 무려 1천조 개의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반추동물들은 소화기관 속 다양한 미생물의 협력을 통해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림이나 방귀로 배출되는 메탄(CH4)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킵니다. 전 세계 10억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4%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 농경지의 약 77%가 가축의 사료를 재배하거나 방목을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넓은 땅에서 생산된 고기, 달걀, 유제품은 전 세계 식량의 칼로리 중 불과 18%만을 차지합니다. 토지 사용 대비 생산 효율이 아주 낮은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에서 고기를 제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파티에 참석하니까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재료를 골라봅니다. 


안주1, 닭고기와 자연산 조개류와 지역 해산물


닭고기는 어떨까요? 닭은 반추동물이 아닙니다. 메탄을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사료를 먹고 빠르게 자랍니다. 소보다 훨씬 적은 토지와 물이 필요합니다. 닭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소고기의 1/4에 불과합니다.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닭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해산물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해산물은 너무도 광범위해서 종류와 생산방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자연산 조개류나 바지락, 멸치, 김 등 사료를 쓰지 않고 바다의 플랑크톤이나 미네랄을 기반으로 생산하는 종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편입니다. 다른 생물을 갈아서 만든 사료를 먹이는 양식 생선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조금 더 많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새우들은 해안의 맹그로브 숲을 베어 낸 자리에 만든 양식장에서 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다에서 몰래몰래 진행되는 남획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를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7차 안주는 근처 가게에서 회를 주문하기로 합니다. 

닭고기와 채소를 함께 구웠습니다. 사진_김우성
닭고기와 채소를 함께 구웠습니다. 사진_김우성

안주2, 두부와 채소와 버섯


두부와 채소, 버섯은 언제나 좋은 선택지입니다. 콩과 식물은 질소를 고정해 토양을 비옥하게 합니다. 비료 사용량도 적습니다. 버섯은 온도와 습도를 잘 관리하면 배지의 양분이 떨어질 때 까지 계속 생산됩니다. 야채와 버섯 요리는 우아한 향, 다양한 맛,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걸리와의 궁합도 좋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역에서 생산된 두부와 채소, 버섯은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장바구니에 넉넉하게 담습니다. 

잘 만든 두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사진_김우성
잘 만든 두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사진_김우성

미래의 멋진 안주, 밀웜이나 귀뚜라미 그리고 뱀


미래에는 곤충이나 뱀도 좋은 술안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밀웜이나 귀뚜라미는 아주 적은 사료와 물로도 훌륭한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파티 음식으로 사용하기에 심리적 장벽이 높습니다. 끔찍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생각해 보세요. 새우나 게도 꽤나 못생겼습니다. 저는 밀웜이나 귀뚜라미의 외모가 새우나 게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뱀을 식재료로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비단뱀(python)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변온동물인 뱀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칼로리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사료를 효율적으로 단백질로 전환하며, 사육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물과 토지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끔찍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뱀장어와 비슷하지 않나요? 생물분류학적으로 파충류와 조류는 사실상 같은 그룹입니다. 닭과 뱀은 유전적으로 멀지 않습니다. 뱀을 우리 아이 영양 간식으로 생각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우리 아빠 술안주로 생각해보면 조금 멋진 것 같기도 합니다. 

게는 맛있지만 외모는 곤충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_김우성
게는 맛있지만 외모는 곤충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_김우성

안주3, 뼈에 붙은 고기는 잘 발라서 파스타에, 생선 뼈는 매운탕


음식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소비되는 음식의 20% 정도가 그냥 버려지거나 다른 방식으로 낭비됩니다. 미국에서는 40%의 음식이 낭비됩니다. 알뜰한 아빠는 남은 술안주를 버리지 않습니다. 뼈에 붙은 고기는 잘 발라내고 남은 야채와 함께 끓여 정체 불명의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만듭니다. 생선 뼈로는 매운탕을 끓입니다. 남은 뼈는 개를 키우는 손님에게 선물하거나 정원 구석에 땅을 파서 묻습니다. 그렇게 2박 3일의 술자리가 마무리됩니다. 

남은 음식과 파를 넣고 끓인 면, 파면입니다. 사진_김우성
남은 음식과 파를 넣고 끓인 면, 파면입니다. 사진_김우성

지속가능하고 아름다운 술상 차리기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해결된 문제도 있고, 새로 생긴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상이 시작됩니다. 술상을 차리는데 탄소발자국까지 고려해야 할까요?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가깝게는 선거를 고민하고, 멀게는 제 아이의 삶을 고민합니다. 지속가능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삶을 통해 마주해야 하는 거대한 숙제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이 모여 우리 생각과 삶의 방식을 결정합니다. 그 삶의 끝에 조금은 나아진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시 긴 금주(禁酒)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위 내용은 여러 날에 걸친 에피소드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현실 속 저의 장보기는 훨씬 충동적이고 엉망진창임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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