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지역 재생을 결합시킨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세계적인 지역 예술제로 성장하며, 이를 이끌어 온 키타가와 프람과 후쿠다케 소이치로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2024-12-26 제종길, 고은정, 이응철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예술과 지역 재생을 결합시키다
지난 일곱 번의 글을 쓰면서 일본의 변방에서 시작된 한 예술제가 불과 개최 네 번 만에 일본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나타낸 예술제가 되었다(하자마 에미코 挾間惠三子, 2023의 책 『세토우치국제예술제와 지역창생 瀬戸内國際藝術祭と地域蒼生』에서 인용). 더 나아가 세계 지역 예술제와 관광산업에서 주목받게 된 점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예술제의 목적이 새로운 예술의 창조보다는 일관되게 ‘바다의 복권’을 주제로 지역을 되살려 내려는 노력이 감동적이었다. 여기서 예술은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을 말하는 것인데 지역 재생까지 어울려 생각하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에게 어쩌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결합인데 이를 극복한 예술제의 탁월한 기획력과 추진력에 대해 칭송하게 된다.
2022년 다섯 번째 예술제, 아티스트 187팀, 방문객 72만여 참여
2022년 다섯 번째 예술제의 보고서 격인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Setouchi Triennale 2022’를 보자. 인사말은 예술제 실행위원장이면서 가가와현의 현 지사인 ‘이케다 토요히토(池田豊人)’가 했다. 다음은 예술제 ‘종합 프로듀서(general producer)’이자 ‘공익재단 법인 후쿠다케 재단’ 명예 이사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가 글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를 마치고”를 올렸다. 그다음으로 위원회 명예회장이면서 전 가가와현 지사인 ‘하마다 케이조(浜田惠造)’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를 돌아보며”를 적었다. 마지막으로 예술제의 ‘종합 디렉터(general director)’인 ‘키타가와 프람(北川フラム)’이 “지역과 예술제의 과제, 그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가장 긴 글이었다.
이 글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큰 사고 없이 잘 끝났다고 하면서 “작품 제작비는 20%나 감소했고, 자원봉사자들은 현을 넘는 이동이 제한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187팀의 아티스트(그중 해외 53팀), 신작(전시 교체 포함)이 85건이나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문객은 72만3316명이었고, 자원봉사 참가자는 5417명(약 40% 감소)이었으며, 기업협찬은 262개 사에서 3억2600만엔이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우리도 방문객 통계 속에 포함되었을 것인데 외국인들이 가을 그것도 10월 말경에 허락되었다.
운영책임자 소이치로, 예술 총감독 프람
위에서 여러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 것은 이 복잡다단한 일들이 많은 예술제를 누가 책임을 지고 하는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실행위원회이지만 두 정치인은 실제적인 일은 안 하나 정부 지원을 맡는다. 그러니 예술제 본연의 일은 소이치로와 프람이 주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두 사람의 역할인데, 운영책임자와 예술 총감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나오시마 예술 프로젝트의 조직이 바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로 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든든한 기반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1985년부터 나오시마에서 시작된 일련의 아트 프로젝트가 가능성을 보이자 자생적으로 ‘아트 관광’이 시작되었다.
‘대지의 예술제’ 임원들과 소이치로의 조우
이런 분위기에서 2004년에 가가와현청 젊은 직원들이 ‘아트 아일랜드 트리엔날레’를 개최할 것을 지사에게 제언하게 되고, 한 해 뒤인 2005년에 ‘나오시마 후쿠다케 미술관 재단’과 국토교통성 시코쿠 지방정비국·가가와현이 공동으로 ‘세토우치 아트 네트워크의 가능성’이라는 공공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예술제의 탄생이 움트게 되었다. 이면에는 2000년부터 시작된 ‘대지의 예술제(大地の藝術祭), 에치고츠마리(越後妻有) 아트 트리엔날레’의 2회 때, 그러니까 2003년에 소이치로의 방문이 있었다. 이때 대지의 예술제 임원들과 조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3회에는 소이치로가 이 예술제의 실행위원회에서 종합 프로듀서를 맡게 되니, 세토우치에서 국제예술제의 개최가 자연스럽게 깊이 논의되고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되었을 것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 예술제는 자세히 모르지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예술제 두 곳의 운영책임자와 실무 책임자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2018년 경향신문의 기사 “예술은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일본 에치고츠마리 '대지의 예술제' 20년 궤적”에서 예술제는 "'인간은 자연에 내포된다’를 기본이념으로 삼았다.”라고 썼다. 소이치로가 니가타 산골에서 펼쳐진 대지의 예술제를 보고 자신의 꿈과 맞닿아 있음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2006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하여 2010년에 첫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2010이 열리게 된다.
자원봉사단 '작은새우단' 발족
개최 2년 전에는 예술제 주관 조직인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실행위원회(瀬戸内國際藝術祭實行委員會, Setouchi Triennale Executive Committee)’를 구성하고, 참여 작가들을 공모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품 설치를 위한 현장 탐방도 했다. 다양한 회의 방식을 통해 참여 그룹들이 소통도 했다. 이 과정에 2008년에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 ‘제련소(精鍊所)’”가 오픈한 것이 큰 뉴스 중의 하나였다. 2009년까지는 각 섬의 주민들을 만나 설명회를 가졌는데 이 과정이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런 점에서 프람은 선구자적인 전문성을 발휘했다. 또 예술제 도우미라고 할 수 있는 자원봉사단인 ‘작은새우단(こえび隊)’이 발족하였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에치고츠마리 예술제의 축적된 노하우를 잘 전수하여서 가능했다.
2010년 7월, 첫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개막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2010년 7월 19일에 첫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개막했다. 가을에는 ‘데시마 미술관(豊島美術館)’이 오픈해 한층 더 방문객이 증가해 90만명을 돌파했는데 애초 예상의 3배 이상이었다. 10월 31일, 세 계절에 걸친 예술제는 폐막해도 일부 작품은 계속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결정했다. 이 예술제에는 18개 국가와 지역에서 75개의 예술가프로젝트와 16개의 행사가 참여했다. 이때 전시가 있었던 곳은 나오시마를 비롯한 데시마, 메기시마, 오기시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시마 등 일곱 개 섬과 다카마쓰항에서 열렸다. 행사 일자는 모두 105일간이었다.
일본 지역 예술제의 사나이, 키타가와 프람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주인공이 안도 다다오였다면 예술제의 주인공은 키타가와 프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이치로는 두 사람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프람은 1946년 니가타현에서 태어나 도쿄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팀을 결성해 전시회, 콘서트, 이벤트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졸업 후에는 사회 참여 활동을 했다. 1980년 출판사 겐다이키카쿠시즈(現代企劃室)를 만들어 예술 분야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관한 책 300권 이상을 출판했다. 1982년에 ㈜아트 프론트 갤러리(Art Front Gallery)를 설립한 후 당시에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예술작품을 일본에 소개하였다. 그는 예술가가 되어 나만의 표현 방식을 찾는 것보다 무대 뒤에서 예술 활동을 지휘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키타가와는 도시, 건축, 지역 커뮤니티와 관련된 수많은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파레 타치카와 아트 프로젝트(Faret Tachikawa Art Project)’ 기획과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Daikanyama Hillside Terrace)’ 감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급속한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의 재생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기가 되자, 선구자 역할을 자임하였다.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서부터 총감독을 역임했다. 이 지역은 인구 감소율과 고령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지역이었다. 약 760㎢에 달하는 넓은 농경지와 산간 지대를 가진 두 개의 마을에서 예술가, 지역 주민, 후원자들이 약 360개의 대형 야외 미술 작품을 만들었고, 무인 주택과 폐교된 학교 건물을 미술 공간으로 활용하여 미술을 통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지방 정부와 기업이 미술을 통해 지역사회를 재생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시작하면서 이 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일본 전역으로 확산했다.
이후 세토우치 외에도 2009년 ‘니가타 물과 땅 아트 페스티벌’과 ‘물의 도시 오사카’ 예술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았다. 2014년부터 ‘보소 사토야마 아트 페스티벌 이치하라 아트x믹스 Boso Satoyama Art Festival: Ichihara Art x Mix’의 총감독도 맡고 있다. 또 ‘북알프스 아트 페스티벌Northern Alps Art Festival’은 3000m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나가노현 오마치시에서 2014년부터 3년마다 열리고 있는 현대 미술 축제로 역시 총감독을 맡았다. 더 있지만 소개를 생략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받았다. 프랑스 공화국의 예술 및 문학 훈장, 폴란드 공화국의 문화 훈장, 2006년 일본 문부성 예술상(예술 진흥 분야), 2016년 일본 명예 훈장, 2018년 아사히 상을 수상했고 그 밖에도 2012년에 호주 훈장 일반 부문 명예 회원(AO)을 포함한 많은 상을 받았다. 일본 지역 예술제의 사나이답다.
문화 예술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어서 흥미있습니다.
안산도 유서깊은 문화예술 유산이 많은데 현대문화예술과 조화를 이루어 알리고 발전시키는 안목이 필요할줄 압니다~~^^
구체적이고 깊은 내용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랜드마크의 의미가 재정립 되네요. 요즘 새로 만들려는 랜드마크가 너무 스카이라인에 치중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연재하신 글을 읽을수록 저도 방문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