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는 빠른 충·방전이 가능하고 긴 수명을 지닌 에너지 저장 장치로,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저장 기술이 요구되면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전극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나뭇잎의 맥관 구조, 산호초의 다공성, 전기뱀장어의 전기 발생 원리를 모방한 설계를 통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목재, 실크, 멜라닌 같은 생체 유래 소재를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5-03-13 최민욱 기자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에너지 저장 기술 필요성 높아져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저장 기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전극 소재를 활용한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Journal of Energy Storage 106(2025)에 게재된 연구 보고에 의하면 슈퍼커패시터는 기존 배터리와 전통적인 커패시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빠른 충방전 능력과 긴 수명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활성탄 대신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친경적인 생물 유래 소재 활용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은 전극 소재의 선택에 크게 의존하는데, 기존의 활성탄 대신 친환경적인 생물 유래 소재를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재료들은 생분해성과 생체적합성을 갖춰 환경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도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크에서 멜라닌까지, 자연 고분자의 매력
자연 유래 슈퍼커패시터 전극 소재는 크게 바이오매스 탄소 기반 소재와 자연 고분자 소재로 구분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 탄소는 목재, 대나무, 코코넛 껍질처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을 고온 열분해하여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공성 탄소 구조는 이온이 전극에 빠르게 침투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해, 에너지 저장 용량과 충·방전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또한 바이오매스 활용은 폐기물 재활용과 자원 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 고분자로는 셀룰로오스, 키토산, 실크 등이 대표적이다. 셀룰로오스와 키토산은 생분해성과 독성이 없는 장점 덕분에 의료 기기나 웨어러블 전자제품 같은 분야에서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실크는 높은 인장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구부리거나 늘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의 핵심 소재로 부상 중이다. 이들 자연 고분자는 합성 첨가제를 대체하는 친환경 바인더로도 활용 가능해, 전극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화학물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생체 색소인 멜라닌도 자연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고분자 물질로, 전기 전도성과 생체적합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멜라닌에서 영감을 얻어 인공적으로 합성한 전도성 고분자를 슈퍼커패시터 전극이나 배터리 전극으로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기기나 이식형 장치처럼 인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해야 하는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자연이 지닌 정교한 구조를 모사해 전극 설계
자연이 지닌 정교한 구조를 모사해 전극을 설계하는 것도 슈퍼커패시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열쇠가 된다. 나뭇잎의 복잡한 맥관 구조는 유체와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데, 이를 전극에 적용하면 이온 확산 경로를 넓히고 충·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산호초의 다공성 구조는 전해질이 전극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돕고, 연꽃잎의 초소수성 표면은 습기로부터 전극을 보호해 장기적 안정성을 증대시킨다.
상어 피부의 미세 돌기 구조 역시 마찰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례로 주목받으며, 이는 해양 탐사나 의료용 소형 센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 전기뱀장어가 몸속 전기 세포를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는 ‘바이오 배터리’ 설계에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 모방 디자인은 단순히 에너지 저장 성능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크다.
![Fig. 2. A. (a) Digital photograph of holly leaves, (b, c) Biomorphic Ni-P/carbon electrode SEM images.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Ref. [30], Copyright (2019), Wiley-VCH GmbH. B. (a) Optical image of coral, (b, c) silica template and carbon material SEM images, (d) As-prepared silica template and carbon materials.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Ref. [31], Copyright (2013), Royal Society of Chemistry. C. An electric eel with thousands of electrocytes that are densely packed. Reproduced with permission from Ref. [33], Copyright (2017), Springer Nature.](https://static.wixstatic.com/media/4d7ec9_a0e4bc3e1f884ff3be943874c1e33a8f~mv2.png/v1/fill/w_980,h_1297,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4d7ec9_a0e4bc3e1f884ff3be943874c1e33a8f~mv2.png)
생분해성과 독성이 없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슈퍼커패시터 전극 소재는 더욱 다양해지고, 더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그래핀이나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와 같은 2차원 소재를 접목해 에너지 밀도와 전기 전도성을 높이는 방식부터,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설계까지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슈퍼커패시터를 배터리와 결합하여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현하고, 의료·환경·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전극 소재들은 생분해성과 독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생체 이식형 기기나 웨어러블 센서 등 인체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영역에서 특히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제품 폐기 단계에서도 전자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방향성은 결국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며, 산업계 전반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자수첩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일반 커패시터와 배터리의 중간 성격을 지닌 에너지 저장 장치로, 높은 전력 밀도와 빠른 충·방전 속도를 특징으로 한다.
바이오매스 탄소: 목재, 대나무, 코코넛 껍질 등 생물자원을 열분해하여 얻은 탄소 소재로, 높은 다공성과 넓은 표면적으로 전극에 유리한 특성을 제공한다.
자연 고분자: 셀룰로오스, 키토산, 실크처럼 자연에서 얻어진 고분자로, 생분해성과 인체 친화성이 높아 친환경 에너지 저장 기술에 적합하다.
전기 이중층(Electric Double Layer): 전극 표면과 전해질의 경계에서 형성되는 얇은 층으로, 이온이 전극에 흡착되어 전하를 저장하는 슈퍼커패시터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표면 개질(Surface Modification): 전극 표면에 화학적·물리적 처리를 가하여 전기전도성, 이온 확산, 안정성을 개선하는 공정. 나노 구조화나 기능성 작용기 부착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속-유기 골격체(MOF):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하여 형성되는 다공성 결정 물질. 고도의 설계 가능성과 넓은 표면적을 지녀 에너지 저장·촉매 등에 널리 연구된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자원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과 소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경제 모델로,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에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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