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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리왕산 복원이 ‘국가정원’ 개발로 둔갑하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산림청의 협의체 구성은 불필요한 절차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곤돌라 평가 및 보전, 활용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2021년 국무조정실 주관 ‘가리왕산의 합리적 복원을 위한 협의회’ 합의 내용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림청이 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려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면 되는데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협의체 이름에 ‘곤돌라 평가와 활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의체의 목적이 가리왕산 복원이 아니라 다른 저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은 단순 지역의 약속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국제적 약속이다. 가리왕산은 국가 자산인 국유림이다. 하여 주무부서인 산림청과 환경부는 조치를 계속 취해 왔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사용권 연장을 원하는 강원도의 요청을 불허했고, 동시에 전면 복구 명령을 내렸다. 환경부도 복원 이행조치 명령을 내렸고 미 이행 시 강제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요지부동인 강원도가 운행하던 가리왕산 곤돌라가 문제가 되자, 국무조정실이 다급하게 개입하여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올해가 지나면 곤돌라를 해체하고 복원 작업에 들어가는 수순이었다.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리왕산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을 약속하면서 부터다. 사실 강원도 내부에서는 지난해 3월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범국민 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가 발족하여 활동을 벌여 왔다. 이에 대통령의 약속이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은 말이 그렇지 개발을 하자는 의미다. 산림복원과는 한참 먼 이야기다. 왜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민생토론회 이후 전국에는 ‘케이블카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가리왕산 곤돌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많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주무부서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케이블카 건설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취임 첫 주요 정책으로 전국적인 ‘기후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 성향이 보전보다는 개발을 우선시 하는 장관이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경제 관료로 살아온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규제 부서다. 산림청도 보호와 보존을 주 임무로 하는 부서다.


그동안 산림청과 환경부 등 정부의 명령과 경고에도 강원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는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 유혹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여기에 환경부의 태도 변화가 생겼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었다. 산림청도 눈치를 보게 되는 형국이다. 강원도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강한 압박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합의했던 올해 말 시한을 넘기면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보전과 개발’이라는 가치대립을 자주 접한다.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개발은 숙명처럼 보인다. 한편 보전하지 않고 꺼내 쓰기만 해서는 보장된 미래는 없다. 보전과 개발의 균형은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균형추를 상실한 채 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이 개발에 나름의 실력을 발휘해서 살만한 나라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보전에 대한 재능을 보여 줄 때다. 그래야 잃어버린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동계올림픽은 대개 산악 지형이나 민감한 생태계에서 개최된다. 그래서 자연 훼손과 복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곤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산림 훼손을 줄이고 복원을 약속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림픽 자체를 없애지 않은 이상 동계올림픽 특성상 산림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망가진 부분은 다시 복원하고 있다. 이런 절차는 국제적 상식이 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가리왕산을 망가뜨리지 않을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사회적 약속을 깨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정부의 지침이 근거 없이 무시되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한다”고 했다. 나쁜 사례는 금방 전염된다. 정부 방침이 부서 수장이 바뀌었다고, 선거 결과에 따라 뒤집힌다면 국가 기강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부가 신뢰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 발전’이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강원도 범추위는 가리왕산 국가정원이 조성되면 1조5714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5443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런 효과는 결국 관광객이 와야 발생한다. 천혜의 숲을 파헤쳐서 만든 변별력 없는 정원을 찾아갈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쩌면 복원된 가리왕산이 지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강원 지역 주민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이제 강원도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각성한 주민들이 자기 소리를 낼 때다.



무참히 훼손된 산림유전자자원 가리왕산의 모습
무참히 훼손된 산림유전자자원 가리왕산의 모습. 사진제공_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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