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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 음모론’의 음모

 

김용만 대표 편집인



6월 5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유엔 산하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치되었다.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을 다짐한 날로, 각국은 법정 기념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정부, 기업의 다채로운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언뜻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해 전 지구인이 한마음인 듯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이 아니다. 수많은 과학 데이터가 가리키는 압도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를 ‘기후 위기론’자들의 사기극이자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올해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당선 후보자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비중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다.


미국 국민 4명 중 1명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당선을 원하는 트럼프 후보가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공공연하게 외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인구통계 숫자가 있다고 하겠다. 같은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 보자. 트럼프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상황이 미국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후 음모론을 요약해 보자. “기후변화는 단지 자연스러운 기후 변동성일 뿐이다. 지금은 소빙하기 말기와 같은 또 한 번의 온난기일 뿐이다.” “온난화는 단지 태양, 우주선, 화산 활동, 또는 메탄 때문이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인간이 주된 원인인지는 의심스럽다.” “설사 인간이 원인이라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재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는 중력의 법칙, 상대성이론, 열역학법칙 수준과 같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 데 있다.


현재 지구 온난화 주제는 과학적 영역보다는 정치적 논쟁이 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이 큰 주제가 아니었으면 너무나 분명한 증거로 인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과학적 증거를 부정하는 기저에는 ‘정체성 편향’이 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진화론’을 의심하는 편향 말이다. 정체성 편향은 ‘확증 편향’의 하위 범주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의 타당성은 무시해 버리는 선택적 사고를 말한다. 이런 편향을 가진 사람은 비판적 사고와 경험적 근거 대신 소속 집단의 이념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확증 편향은 때론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편향을 가진 사람이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되면 더욱 그렇다.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면, 지구 온난화 주제가 이념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가슴이 답답하다. 극소수 과학자는 왜곡된 인용과 데이터로 기후 음모론에 과학으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만 기후 음모론은 드러나지 않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화’라고 하자고 한다. 동의한다. 국제사회의 목표인 ‘1.5도 이내’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사실 기후 위기는 지식이나 과학의 문제 이전에 우리의 일상적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사회 불평등을 악화시킨 경제체제가 기후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도래한 ‘신자유주의 체제’ 30년은 지구 차원의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최근 기업과 정부는 ‘녹색 성장’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과 인센티브가 거론되고 있다. 계획 대로라면 녹색 지구에서 지구인 대부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통제 없는 성장이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되새겨야 한다. 이에 대한 치유가 없는 녹색 성장은 그간 성장의 특혜를 받은 집단들이 취하는 ‘미필적 고의’다. 기후 음모론의 또 다른 ‘음모’일 수 있다.



뉴욕에 있는 NASA의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여름은 1880년 세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지구에서 가장 더웠던 여름이었다. 6월, 7월, 8월을 합친 기간은 NASA 기록에 있는 다른 어떤 여름보다 화씨 0.41도(섭씨 0.23도) 더 높았으며, 1951년에서 1980년 사이 평균 여름보다 화씨 2.1도(1.2C) 높았다. 8월만 2.2F(1.2도)였다. 이 지도는 NASA의 1951~1980년 기준 기간을 기준으로 측정된 1880년 여름부터 2023년 여름까지의 월간 기온 이상(평균 변화)을 보여준다. https://svs.gsfc.nasa.gov/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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