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대표 편집인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의 환경활동가다. 2018년 12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 참가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15세였다. 자신의 미래를 훔치고 있는 주류 정치인과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의미로 등교를 거부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125개국 2천여 도시로 퍼져 갔다. 청소년이 기후운동의 당사자가 되었다.
지난 2024년 4월 23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과 일반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정부의 기후 대응 계획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있었다. 2020년 3월 기후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약 4년 1개월만이었다. 기후소송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다.
이날 공개변론은 헌재에 제기된 다른 기후소송 3건을 모두 병합해 진행되었다. 이 중에는 2022년 태아를 포함한 어린이 62명을 원고로 한 ‘아기기후소송’도 포함된다. 청소년기후소송의 원고 김서경 활동가는 “우리는 기후 위기로부터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미래 세대가 아니라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 삶을 지킬 수 있길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외쳤다. 아기기후소송의 원고인 초등학생 3학년 김한나 양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은 잘못된 법이다. 우리 세대는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모두가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다.
이제 ‘판결’의 시간이다. 5월 23일 2차 공개변론이 지나면 헌재는 청구인과 정부 측의 의견서를 심리한 후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한다. 한국에서 기후 위기 대응이 인권과 기본권 문제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면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 기후 문제 해결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덜란드 대법원, 아일랜드 대법원, 프랑스 행정법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 등 세계 주요 국 사법기관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가와 정부 다음은 기업과 자본이다. 최근 기후소송이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주는 6개 글로벌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의 석유와 천연가스 상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의로 호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한 기업은 호주 티모르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다 온실가스 배출로 주민 재산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사업을 중단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보고서는 2023년 ‘향후 10년 동안 시행되는 선택과 행동이 수천 년간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기업은 자연 생태계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본 생태계에서 살아남기에만 급급하다. ESG를 추구하는 기업도 장기적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 정도에 머무른다. 국내 기업들의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 철학보다는 ‘ESG 관련 평가 방어’에 가깝다. 우리가 ‘지구를 주주로 삼은 파타고니아’에 주목하는 이유다.
파타고니아는 글로벌 아웃도어 의류업체다. 물론 영리기업이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ESG를 통해 장기적인 이익 창출이라는 경영 이론 그 이상의 환경 철학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태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전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라고 말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1%나 수익의 10% 중 더 많은 쪽을 지속적으로 환경 보호 활동 및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국외 지사의 환경팀들은 각 나라의 환경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모든 기업이 파타고니아처럼 될 수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후 위기라는 지구적 재앙 앞에 단일한 대오는 시대의 사명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진지한 외침과 당연한 권리 주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정부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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