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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위기 대응과 댐 건설은 모순이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려는 계속 현실이 되고 있다. 환경부(장관 김완섭)는 지난 7월 30일 극한 홍수와 가뭄, 국가 전략산업 용수 수요 등에 대비해 댐 14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김완섭 장관은 지역 케이블카 사업에 우호적이다. 하여 많은 시민단체들은 환경 분야 비전문가라는 점과 더불어 장관 임명을 반대했었다. 장관 취임 첫 일성으로 댐을 짓겠다고 한다. 환경부가 ‘환경산업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이번에 짓겠다고 발표한 댐을 ‘기후대응댐’이라고 명명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 용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댐 건설이라는 취지다. 기후위기는 복합 위기다. 단순하게 물을 저장하는 물그릇을 만든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홍수를 유발하는 호우만 해도 양상이 다양하고 이전과도 확연히 다르다. 시간당 100㎜ 넘게 내리는 집중 강우를 자주 본다. 80~220㎜를 수용 가능하다고 하는 댐은 홍수를 방어하기보다는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홍수대책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 대책이 댐, 제방, 준설은 아니다. 과거 치수정책은 제방을 높이고 준설에만 치우쳐 강 하류의 홍수량과 홍수압을 높이게 했다. 이로 인해 지류의 제방과 노후화된 저수지가 무너져 범람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제대로 된 대책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이어지는 홍수량을 단계적, 지역적, 중소 유역별로 감당해야 한다. 유역별 홍수총량제 도입, 다목적 홍수터, 도심 녹지대 유수지 확보, 빗물이용시설 의무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대책도 응당 달라져야 한다. 답습은 안 될 일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환경부가 짓겠다고 발표한 댐은 기존 홍수위험지도에 제시된 지역과 맞지 않다. 하천유역수자원 계획의 홍수량 산정지역과도 적합하지 않다. 인구의 90%가 살고 있는 도시의 치수대책은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14개 댐 대부분이 십수 년 전 이미 계획된 것으로 무의미하거나 타당성 평가에서 폐기된 상태다. 이러한 댐을 기후대응댐으로 포장하는 건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와 다를 바 없다.


14개 댐의 저수용량을 모두 합치면 2.5억 톤이다. 소양강댐이 29억 톤이니 14개 댐을 다 합쳐도 소양강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7개는 1천만 톤 이하로 큰 저수지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1만8403개의 각종 댐이 있다. 1980년대 이후 대규모 댐 건설 움직임은 상당수 선진국에서 신규 댐 건설의 필요가 급감하고, 대규모 댐의 효용성과 효과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면서 신중해졌다. 장관이 되자마자 댐 건설을 들고 나오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


“법적, 절차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최상위 물 관리 계획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물 부족량을 연간 660만 톤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14개 댐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수자원 2.5억 톤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많은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경영은 합리적 자원배분이 철칙이다. 무엇보다 물 관리는 최상위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다. 이런 절차를 무시할 거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애써 만들 이유가 없다.


댐 건설은 지역 수몰과 생태계 파괴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강원도 양구군은 소양강댐 건설로 상당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도로가 끊겨 ‘육지 속 섬’으로 전락했고 지역경제 침체, 주민건강 악화로 큰 고통을 받아왔다. 이번 계획에 양구군(수입천)이 후보지가 되자 양구군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댐 건설 예정지인 방산면에는 천연기념물 열목어와 산양의 최대 서식지인 두타연 계곡이 있다. 두타연은 60여 년간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으로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천년 고찰 두타사도 수몰된다. 댐 건설은 그럼에도 하는 것인데 그 절박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부가 이번 발표한 14곳 댐 건설은 실효성도 명분도 별로 없다. 신임 장관 취임 후 첫 프로젝트가 댐 건설이라니 유감이다. 환경부는 환경과 생태 보전을 기본 임무로 하는 규제 부서다. 개발과 발전을 주로 고민하는 부서가 아니다. 정부 조직 편제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개별 조직에는 명확한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할 때 정부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된다. 그렇게 정부 조직이 운영될 때 국가가 제대로 설 수 있다.


“건설이 부진하니 돈이 돌지 않고 그러다 보니 경제가 침체된다”고들 한다. 경제순환논리를 거론하지는 않겠다. 환경부 발표 직후 관련 주식들이 급등했다.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시혜를 누가 받는지 말이다. 또한 토건업체 주머니가 두둑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는 않다는 것도 말이다. 환경부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한국에는 이미  18,403개의 각종 댐이 있다. 사진 한국대댐회 사이트
한국에는 이미 1만8403개의 각종 댐이 있다. 사진 한국대댐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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