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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위기시대, 먹거리의 재정의

 

김용만 대표 편집인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식량 확보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고 이를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곤 했다. 인류사는 먹거리 투쟁사라고 볼 수 있다. 먹거리의 최우선 공통 가치는 ‘삶의 존속’이었다. 살기 위해 먹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먹거리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함께해야 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몸의 내부와 외부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즐길 수 없이 너무 짧은 식사 시간은 고욕이다. 무엇보다 식사는 대화와 소통의 공간이다.

     

먹기 위해 생산되는 전 세계 식품 중에서 3분의 1 가량이 폐기된다. 여전히 기아 상태에 있는 지구인 10%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식품 손실’은 대량생산, 대량판매라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에서 발생되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합리적 재분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먹거리 가치에는 식자재 공급의 균등도 포함된다.

     

단백질은 우리에게 필수 에너지 공급원이다. 지금까지 단백질 공급은 전적으로 동물에 의존해 왔다. 현대 축산 시스템은 인류가 원하는 대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축산을 공업화한 결과, 현재 지구상에는 돼지 10억 마리, 소 15억 마리, 닭 5000억 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 가축은 생물학상 한계까지 품종 개량된 상태다. 이런데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축산 산업은 기후 이상 변동의 주요 원인이다. 사육하기 위한 사료와 물, 공기 조절 관리 등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하루 소비하는 물의 양은 200억 리터, 식재료는 10억 톤이다. 반면, 소 15억 마리를 기르는 데는 물 1,700억 리터, 식재료 600억 톤이 필요하다. 지구에 가해지는 환경 부하는 상상이상이다.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너무 먼 거리에서 이동해 온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수송 에너지가 사용된다. 장기간 이동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파손을 피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든다. 인체와 지구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동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를 경유하는 동안 발생하는 ‘식품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먹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음식물 쓰레기, 단백질 고갈, 영양소 과잉 섭취에 따른 생활습관병, 격차로 인한 식품의 접근성 문제, 포장 플라스틱의 환경 파괴 등 광범위하다. 모두 지구 생태계 교란과 연결된다.

     

기후위기의 시대, 먹거리는 재정의된다. 생산부터 유통, 분배까지 기존의 방식에서 혁신되고 있다. 자연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생산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매스마케팅이나 페르소나를 정해 대량 판매하는 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배의 정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시스템의 합리적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조리하는 시간을 불필요하다고 여기고 아까워한다. 홀로 식사(혼식)를 하는 노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식사를 준비하는 건 단순히 먹기 위함이 아니다. 맛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건강해지고 누군가와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과정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불행해지지 않는다. 요리에 자신 없다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푸드 테크’의 도움을 받은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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