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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숲에도 봄은 오는가

 

김용만 대표 편집인

    

 본사가 있는 시흥 ‘숲1976’에 냉이와 달래가 지천이다. 점식 식탁에는 숲에서 자란 냉이국과 달래 무침이 반찬으로 올라온다. 기후위기에도 아직 계절의 시계는 간신히 돌아가는 모양이다. 숲에는 봄이 오고 있는데 세상은 아직 봄이 아니다.


봄은 희망이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보상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한 청년이 사망했다. 그런데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던 자는 고립되고,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을지도 모르는 피의자는 외교관이 되어 해외로 나갔다. ‘런종섭’이라는 말이 세간에 떠돌면서 우여곡절 끝에 ‘공관장회의’ 명목으로 돌아왔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소환해서 조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국민에게 국가가 해야 할 보상이다.


이제 곧 식목일이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땅이 녹을 때를 기다려 나무를 심는다. 피폐해진 산에 나무가 자라고 수십 년이 지나면 건강한 숲이 만들어진다. 아름다운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는 인간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 인간 사회도 숲이다. 질서가 있고 균형을 이루어야 아름답고 건강한 숲이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모든 것의 최우선 가치일 텐데, 대통령과 의사단체가 대놓고 싸우고 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려 대립과 갈등이 생기면 누군가가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인간이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정치이고 사회적 합의라는 거대한 틀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다. 그늘도 없고, 곤충도 없고, 작은 식물은 아예 살 수 없는 피폐한 산이다.


생물종다양성은 지구생태계가 지탱해 온 섭리다.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해야 기후변화나 자연재해라는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다. 생태계의 유연성은 의존과 공생이다.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진화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위대한 메커니즘이다. 인간 사회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종들이 살아가야 한다.


생물종다양성이 무너지면 당장 식량위기가 닥친다. 식량위기가 닥치면 전쟁이 따라온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존재하기 어렵다. 다양성을 잃으면 알 수 없는 질병이 생기듯, 인간 사회에도 수많은 다양성이 공존하지 못하면 사회적 질병이 발생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이 나뉘고 있다. 다름이 인정되지 않아 말싸움이 번지고 서로를 혐오한다. 동일한 사건과 현상을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것도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가히 폭력적이다. 생물종다양성 메커니즘이 작동을 멈춘 듯하다. 정치생태계에 ‘양당제’가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다.


최근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매섭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치생태계를 기대한다. 생물종다양성이 길항작용을 통해 최선의 진화를 이뤄가듯, 정치도 좌충우돌하지만 합리적 선택을 하며 나아가는 '생태적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 인간의 숲에도, 겨울을 이겨낸 희망의 봄이 오게 할 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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