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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 위기와 지방정부의 역할

 

김용만 대표 편집인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공화정부가 수립된 이래 줄곧 그래 왔다. 내각 책임 체제에 비해 대통령 중심 체제가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는 대의 민주주의 실현에 심각한 약점을 갖고 있다. 승자가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낙선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지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표 차이가 근소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지난 대통령 선거가 그랬다. 개헌 논의가 정치권 안팎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이유다.


기후변화는 ‘게임 체인저’라고들 한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는 말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정책 방향과 내용이 달라진다면 심각한 일이다.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올해 11월 5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기후 위기를 ‘기후 음모론자들'의 사기극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에 염려가 크다. 트럼프의 당선은 전 세계 기후 정책의 퇴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인류의 불행’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243개(광역자치단체 17개, 기초자치단체 22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243개 지방정부가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할 일을 하면 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독립적으로, 때론 연결해서 할 일이 있다. 기후 위기는 지구 차원의 문제이고 전국 단위의 현상이다. 그래도 지역의 기후 위기는 개별 특성을 갖고 있다. 지역 거버넌스를 갖고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큰 이유다. 지방정부는 지역 사회 구성원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기후 위기 대응의 실질적인 이행 주체다.


2020년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단일 국가에서 200개가 넘는 지방정부가 기후 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는 지역의 실천을 통한 전 지구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1990년 UN의 후원으로 공식 출범했다. 현재 전 세계 125개 국가, 2500여 도시와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이클레이(ICLEI)’와 40개 주요 도시들이 설립한 ‘C40 도시기후 리더십 그룹’도 있다. 여기 40개 도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지방정부들은 동시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8월 ‘대한민국 지방정부 기후적응 선언식’이 개최되었다.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이 동참했다. 당시 발표된 ‘기후적응 공동 실천 선언문’을 보자. “기후적응 정책을 우선하여 추구하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행 체계와 지역 기반을 구축한다. 기후적응 사회로의 전환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불평등하게 나타남을 인지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 이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해다. 공약집을 재발간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미래를 계획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빠져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에게 약속한 사항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부족했으면 왜 그랬는지 자성도 필요하다. 이는 이제 임기 후반을 맞는 지방정부 수장들의 덕목이다.


기후 위기 피해는 적응 역량, 사회기반시설 수준 등 지역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별 지방정부의 특이성과 편차는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어렵게 한다. 지역에 맞는 대응책을 수립하고 적기에 이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협력이 필요하다. 지방정부 사이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기후동행카드’가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엇박자로 ‘생색내기’가 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굵직한 문제에 당면해 있다. 대책 없이 가다간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다 고 한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대응해도 된다는 안일한 태도는 위험하다. 지금은 지방정부 수장들이 잔여 임기를 두고 ‘심기일전’을 하고 있을 때다. 이번에 수립되는 ‘기후공약’에는 효과적인 방안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여 주기식 요식 행위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기후 위기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는 달라진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열린 1952년 지방선거는 4월 25일 시·읍·면의회 의원선거와 5월 1일 도의회 의원선거의 실시로 이루어졌다. 당시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서울 경기 강원 전북 등 4개 지역은 선거가 진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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