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설] 남북의 숲을 연결하라

 

숲이 이어지면 생태계가 연결되고 자연 순환 구조가 회복된다. ‘한반도 넷제로(Net-Zero)’를 고민할 때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핵전쟁과 기후위기의 공통점은 한순간에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생태계 대부분의 종이 멸종 된다. 다른 게 있다면 기후위기에는 임계점이 있어서 경계를 넘어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만 개의 핵탄두가 관리되는 건 인류가 원자폭탄의 끔찍한 파괴력을 직관(直觀)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비극은 7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바래지지 않는다. 핵전쟁 위험을 회피하는 시스템에 국제사회가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도 시각화된 공포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지구에 미치는 피해 정도와 범위, 주어진 시간, 비직관성을 고려할 때, 핵전쟁보다 더 다루기 힘든 복합 위기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에 달한다. 지구 전체 탄소 가운데 약 90%가 바다에 저장된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0% 정도를 바다가 흡수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바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바다의 64%에는 주인이 없다. 공해(公海)다. 모든 나라에 열려 있으며 소유국이 없다. 권리가 없음은 의무도 없음을 의미한다. 나머지 연안의 배타적 수역도 관리가 녹록치 않다. 인간이 발 딛고 사는 땅에 비하면 여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다. 우선은 소유가 명확하고 관리와 통제가 그나마 쉬운 육지를 생각해 보자.

육지는 지구 표면적의 29%이며, 이 중 30%는 숲이다. 육지 전체 탄소 가운데 70% 이상을 숲이 저장한다. 숲은 바다 다음으로 큰 탄소 저장소다. 기후 이상 변화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숲은 나무, 풀, 곤충, 동물, 물, 토양 등이 어우러진 완전한 탄소 생태계다. 평지가 식량을 제공한다면 산림은 탄소를 받아서 가두고 우리가 호흡할 수 있게 산소를 만들어 낸다. 물을 품고 있다 내어 주고 흙을 붙잡아둠에 따라 사회 기반 시설이 유지될 수 있게 한다. 그 안에서 위안을 받고 치유가 되는 건 덤이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숲이다. 한반도 전체로 봐도 비슷한 비율이다. 남과 북 모두 산악국가로서의 지형적 특성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전략적 중요성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경과를 놓고 보면 남과 북이 대조적인 길을 걸어 온건 사실이다. 남쪽에서는 대대적인 ‘산림녹화’ 정책이 성공하여 온전한 숲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반면 북쪽에서는 연료 부족에 따른 땔감 용도로 대규모 벌채가 진행되어 황폐한 숲이 되었다. 한때 북의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홍수에 따른 산림의 토양 유실로 농경지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남쪽의 산림녹화가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그 숲이 지금 건강한지는 따져 볼 일이다. 미래에 괜찮을지도 살펴봐야 한다. 워낙 폐허 위에서 시작한 터라 우리 숲의 95%는 인공조림이다. 나무심기 운동이 한창일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달라 나무 수령대가 집중되어 있다. 나무 종류도 소나무가 과다 분포되어 있다. 나무가 부실해진다는 건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과 물과 토양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다. 성공 신화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북쪽도 뒤늦게나마 숲의 가치를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산림녹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는 정치와 이념을 초월한다. 기후에 국경 구분은 무의미하다. 기후 이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지구 차원의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은 전제 조건이다. 인접한 남북의 협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당연한 걸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갈수록 더해지는 기후위기 심각성이 남북의 기후 협력을 강제하고 있음 또한 현실이다. 북쪽도 최근 들어 남쪽 못지않게 기후 이상 변화의 파상적 결과에 주목하고 있고 가시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위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상호 협력의 우선 고려 대상은 숲이다. 북쪽이 숲을 재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쪽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남쪽의 기술과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북의 숲 복원은 앞당겨진다. 우리도 건강한 숲으로 재생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다. 이번 경북 산불 피해 지역의 복원을 두고 주장들이 충돌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병충해도 남과 북을 가리지 않는다. 숲은 원래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도 연결되어 있다. 연결성이 끊기지 말아야 자연의 순환구조가 회복된다. 산림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은 보통 30년을 염두에 둔다. 한반도 숲의 30년 대계는 이런 회복된 순환구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남북의 산림 협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북쪽 조림에 대한 탄소배출권의 국제거래를 검토한 적도 있었다. 그 이전 정부와 그 이후 정부 때도 남북의 산림 협력은 단골 주제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거대한 걸림돌이었다. 제재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강력한지 사소한 협조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불가능했다. 상황은 변함이 없다. 대북 제재가 버티고 있는 한 협력을 향한 방안과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기후와 숲의 문제가 정치와 별개인데도 결국 정치와 엮이게 된다.

대북 제재의 시작은 북쪽이 핵탄두와 이를 대륙 넘어 실어 나르는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부터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서 북쪽의 핵 평화를 공언해 왔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 끝이 ‘북미종전선언’이 된다면 휴전은 종료되고 북쪽이 핵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대북 제재도 마찬가지로 이유가 없어진다. 6월 3일이 지나면 남쪽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넷제로’가 아니라 ‘한반도 넷제로’를 염두에 두고 기후평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2019년 1월 정부는 남북 산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림청에 ‘남북산림협력단’을 설치하기로 하고, 2019년 9월 남북산림협력센터 착공식을 가졌다.(사진 산림청)  하지만 이 조직은 한시적 조직으로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산림병해충 공동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 산림 협력 예산은 2018년 300억 원에서 2019년 1137억 원으로 늘었다.
2019년 1월 정부는 남북 산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림청에 ‘남북산림협력단’을 설치하기로 하고, 2019년 9월 남북산림협력센터 착공식을 가졌다.(사진 산림청) 하지만 이 조직은 한시적 조직으로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산림병해충 공동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 산림 협력 예산은 2018년 300억 원에서 2019년 1137억 원으로 늘었다.


Kommentarer

Betygsatt till 0 av 5 stjärnor.
Inga omdömen ännu

Lägg till ett betyg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